언젠가 시집 한권을 오래 보는 건 어떨까 한 적이 있지만 아직 한번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루에 시 한 편 보면 한달 동안 시집 한권 볼 수 있을까요. 한 편으로는 안 되겠습니다. 여기 실린 시는 모두 일흔두 편이니 하루에 두세 편은 보아야겠네요. 그렇게 천천히 보면 여러 가지가 생각날지. 아직 그런 걸 한번도 안 해 봐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한번쯤 해 보고 싶기도 한데. 처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 보고, 다음에는 천천히 보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를 여러 번 하는 건 어떨지. 한 노래를 되풀이해서 들으면 귀에 익고 어쩐지 좋기도 하잖아요. 시도 그럴까요. 좋은 시는 여러 번 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외우지 못해도 자꾸 보면 시에 나오는 게 머릿속에 새겨질지도 모르죠. 먼저 그런 시를 만나야겠네요. 이 말 여기에는 그런 시가 없다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처음 봤을 때 괜찮은 건 두번째 봤을 때도 괜찮았습니다.

 

시인 류근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뽑히고 시인이 되었습니다. 1992년에 시인이 됐으니 그동안 시 많이 썼겠다 할 수도 있겠지만, 류근은 오랫동안 시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시인이 되고 열여덟해가 지난 2010년에 첫번째 시집을 냈습니다. 이 시집 《어떻게든 이별》은 두번째 시집입니다. 첫번째가 나오고 시간이 지났군요. 열여덟해 동안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니 그동안 류근은 뭘 한 걸까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된다고 해도 죽 시인이거나 소설가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요. 시인이 되고 열여덟해 만에라도 첫번째 시집을 내고 몇해 뒤에 두번째 시집도 내서 다행이군요. 시인 한 사람이 줄어들지 않았잖아요. 사는 게 힘들어서 시 쓰기가 어려웠을지. 여기 담긴 시는 언제 쓴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을 생각한 걸 보니 첫번째 시집을 내고 틈틈이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을 살아낼 때는 시가 되지 못해도, 그때가 지나고 나면 그게 시가 되는 건 아닐지. 소설은 그럴 때가 많은 것 같은데, 시라고 다르지 않겠습니다.

 

시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시인이 한 말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서글프다고 해야 할지. 맨 처음에 ‘당신을 만나 불행했습니다’고 해요.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했다가 아니고 불행했다고 하다니. 이건 만났을 때 느낌보다 헤어졌을 때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여기에서 말하는 당신은 사람이 아닌 것 같네요.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어떻게든 이별>에서도 사람하고 헤어지는 것만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과 헤어집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많은 것들. 그런 헤어짐을 늘 생각하면 좀 슬프겠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날마다 다른 날이에요. 류근은 안 좋은 일과 헤어지고 싶은 걸까요, 거짓된 사랑과 헤어지기를 바라는 걸까요. 아내가 있는데 일곱해 동안 애인을 사귀었다는 시를 쓰다니. 그 사람 말고 애인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내는 옛날 애인이라고도 해요.

 

 

 

하늘에 죄가 되는 사랑도

하룻밤 길은 열리거늘

그대여,

우리 사랑은

어느 하늘에서 버림받은 약속이길래

천 년을 떠돌아도 허공에

발자국 한 잎 새길 수 없는 것이냐

 

<七夕>, 43쪽

 

 

 

애인이 사람만 말하는 건 아닐지도. 그러면 대체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아내한테는 말할 수 없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 같은 것은 아닐지. 제가 좋게 생각하려는 건가 봐요. 애인은 애인인데. 헤어진 사람한테 잘살라는 말도 합니다. 저는 그런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시나 소설에는 쓸 수 있다지만. 누군가 한 사람을 만나고 약속했다면 그것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지킬 수 없다면 깨끗하게 정리해야죠.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낱말 하나 사전>, 36쪽

 

 

 

앞에 옮겨둔 시는 마지막에서 마음이 쿵 합니다. 1991년에 류근은 사는 게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누이 집에 얹혀 살고, 류근은 자취하는 애인 집에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 산다고 해요. 많은 사람이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겠지요.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데. 저도 그런 거 알아도 잘 못합니다. 류근 아버지는 류근이 군대에 갔을 때 세상을 떠났나 봐요. 갑작스러운 일이었던지 류근은 그 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아버지 장례식에는 가는 게 나았을 텐데 싶습니다. 시에 그때 일어난 일을 그대로 쓴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하지 않은 걸 쓰지는 않겠지요.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어쩌다 나는>, 63쪽

 

 

 

처음 봤을 때 기억에 남은 시인데, 이렇게 옮겨 써 보니 좀 다르군요.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고, ‘당신이 좋아서’ 라 썼지만 진짜 마음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건 좀 억지겠습니다.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 이 찬 겨울날 당신을 찾아 길을 나서는가’ 류근이 쓴 시와는 좀 다른 느낌이군요. 지금 떠오른 걸 써 봤습니다. 시를 아주 어렵게 쓴 건 아니지만, 조금은 생각해 봐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있어요. 해설을 쓴 사람은 류근 시가 웃음이 피어오르게 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부러 밝게 쓰려 한 것 같기도 해요. 이건 제 느낌일 뿐입니다. 밝게 보이려 하는 게 나쁜 건 아니기도 하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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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 -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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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괜찮은 사람을 보면 좋아하기도 한다. 괜찮다 여긴 사람 이름을 모르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다른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지 찾아본다. 이것은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아주 좋아해서 방속국에 가서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그런 거 텔레비전 방송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런 아이 지금도 있을까. 난 노래를 좋아해서 음악방송을 즐겨 본 적도 있는데 언제부턴가 안 보게 되었다. 나도 예전에는 노래 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노래 듣고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내가 한 건 그 정도다. 시간이 흐르고 컴퓨터 인터넷을 쓴 다음에는 영상이나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한 건 아이돌은 아니고 밴드였다. 재미있는 건 내가 좋아한 밴드를 하는 사람에서 한 사람은 여기에서 말하는 N 그룹 M과 이름이 같다. 그 이름을 가끔 소설에서 보기도 한다. 동화에서 본 적도 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 이해하기 어렵다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조금 알겠지만 다는 아니다. m은 이미지, 만옥은 실재를 바란다고 해야 할까. 만옥보다는 m을 조금 이해한다고 해야겠다. 내가 지방에 살아서 그런 거겠지만 좋아하는 밴드는 노래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해 봤다. 공연은 한번쯤 보고 싶기는 했다. 나는 좋아해도 그런 것을 잘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게 사람은 아니고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거의 안 보는데, 만화영화) 이야기다. 사람이 같은 것을 좋아해도 똑같은 마음은 아닐 거다. 이제야 그걸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만옥과 m도 N 그룹 M을 조금 다르게 좋아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돌 그룹이 방송을 녹화할 때마다 거기에 가려고 애쓰는 사람은 지금도 있을 것 같다. 그때뿐 아니라 행사나 공연 사인회에도. 사인회에 가려고 CD를 마흔장 사는 사람도 있을까. 난 하나만 사고 들으면 그걸로 좋은데, 난 겨우 그 정도구나.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만옥과 m은 아이돌 그룹 한 사람과 연애하는 기분이라 했다. 그런 마음이 들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마음 아픈. 멀리 있기에 그럴 수 있는 건 아닌지. 아이돌도 사람인데. 연예인은 만들어진 인상 때문에 안 좋을 듯 싶다. 아니 이건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그런 건 아니구나. 그 사람과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면 실망하고. 그것보다는 자신이 몰랐던 면을 알아서 기쁘다 생각하면 좋겠다. 이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굴짬뽕을 한참이나 꿀짬뽕이라 보고 그런 것도 있나 하고, 굴짬뽕이라고 제대로 보고는 난 왜 잘못 본 걸까 했다. 잘못 봤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이런 일은 흔히 있을지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을 다르게 보는 일. 만옥과 m은 M을 못 알아보기도 하고 꽤 충격을 받았다. 만옥이 더했다. 좋아한다 해도 못 알아볼 때도 있는 건데.

 

이 소설을 보다 보니 오타쿠라는 게 생각났다. 그건 일본에서 널리 퍼진 말로 어떤 것 하나를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이던가. 그런 사람은 현실의 사람보다 이차원(2D) 그러니까 그림을 더 좋아한다. 삼차원(3D) 세계에 있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림을 편하게 여긴다. 이쪽이 더 병처럼 보일까. 아이돌이나 그림속 사람이나 손에 닿을 수 없다는 건 같다. 나도 한동안 만화영화만 봐서 그림이 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그렇다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일본 성우한테 관심을 가지고 블로그를 조금 보기도 했다. 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멀리 있는 사람만 봤던가 보다. 그런 건 한때다. 시간이 흐르면 덜하다. 만옥은 좀 달라 보인다. m도 그랬던가, 예전과 다른 사람을 좋아하니까. 아이돌(연예인)에 잠깐 빠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오래 그러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좋아하는 건 언제든 괜찮다. 다만 좋아하기만 하고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재미없는 말을, 욕심내면 자기 마음만 아플 뿐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하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

 

 

 

희선

 

 

 

 

☆―

 

기록은 다른 사람과 나눴을 때 더 뜻이 있으니까요.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142쪽)

 

 

하지만 그, 멤버들이 애인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감정으로는 애인이나 다름없지요. 그렇다고 스캔들 난 여자를 욕하거나 오빤 내 거야! 이런 건 아니지만 뭐랄까, 유사 연애라고 해야 하나…… 우리 정도 되면, 어차피 쟤들이랑 나랑 만날 일 없다는 건 알거든요?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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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向左走, 向右走 (1999)

  지미 리아오   이지수 옮김

  리틀빅미디어  2016년 03월 16일

 

 

 

 

 

 

 

 

 

 

 

 

어딘가에 갈 때면 왼쪽으로만 다니거나 오른쪽으로만 다닐까. 가는 곳에 따라 왼쪽으로 가거나 오른쪽으로 갈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날마다 같은 곳에 간다면 같은 쪽으로 다니겠다. 여자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남자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다녔다면 두 사람은 더 빨리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것도 반대여서 어려웠을까. 같은 쪽으로 다녀도 다니는 시간이 다르면 만나기 어렵겠다. 요즘은 바로 옆집에 살아도 서로 얼굴 보기 어렵다. 벽을 사이에 둔 아파트 사람은 더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보면 여자와 남자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 집에 산다. 두 사람은 그걸 모른다. 여자는 언제나 왼쪽으로 다니고 남자는 언제나 오른쪽으로 다닌다. 두 사람은 늘 만나지 못한다. 두 사람이 만난다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하게 보이는 두 사람이 만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는데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안타깝다.

 

외로워도 슬퍼도 시간은 흐른다. 춥고 어두운 겨울이 찾아오고 우연히 두 사람은 공원 분수 앞에서 만난다(그림이 분수 같지 않은데, 분수라고 늘 물이 솟아오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떤 곳은 시간에 맞춰 물이 솟아오른다). 난 처음 만난 사람과 아무 말도 못하는데, 남자와 여자는 예전부터 사귄 사람처럼 마음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은 낮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해가 질 무렵 하늘이 흐려지고 큰 비가 내리자 두 사람은 서둘러 전화번호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생각하고 잠도 잘 잤다. 하지만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고 실망한다. 빗물에 글자가 번져서 전화번호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 쉽게 일어날까. 전화번호 적은 걸 주머니에 넣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요즘 펜은 수성보다 유성이 더 많다. 난 없지만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다닌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낭만이 없는 건가. 남자와 여자를 부러워한 비가 장난을 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두 사람을 시험한 걸까. 비 오는 성탄절 전날 여자는 남자한테서 전화가 오기를 하루 내내 기다리고 남자는 엉뚱한 번호로 몇번이고 전화를 걸었다.

 

 

 

 

 

 

 

 

 

한번 만나고 다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은 서로를 찾아 다니지만 만나지 못한다. 서로 등을 보이고 걷거나 한 사람이 길을 걸을 때 한 사람은 지하에 있었다. 비가 오면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했다. 겨우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가 가고 다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동안 여자와 남자는 조금 차이를 두고 같은 고양이와 놀고 같은 개한테 밥을 주고 같은 아이를 만났다. 그렇게 엇갈리기도 하다니. 남자와 여자가 같은 시간에 고양이와 놀고 같은 시간에 개한테 밥을 줬다면 서로를 봤을 텐데. 정말 운명의 장난일까. 겨울이 오자 도시는 습하고 추웠다. 두 사람은 춥고 쓸쓸한 도시를 떠난다. 여자는 왼쪽으로 남자는 오른쪽으로. 눈이 오는 길을 걷고 걷고 걷다 남자와 여자는 만난 지 한해가 조금 넘은 뒤 우연처럼 마주친다. 누구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이야기가 끝나리라 생각했겠지. 그것을 안다 해도 따듯한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지 긴 글로 쓸 수도 있고, 이렇게 그림과 짧은 글로도 나타낼 수 있구나. 그림으로 남자와 여자 마음을 보는 것도 괜찮다. 여자와 남자가 어렵게 만나고 다시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만나서 다행이다. 나보다 남자와 여자가 더 기뻤겠다. 두 사람은 그 해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고 봄도 함께 맞이했다. 그 뒤에도 잘 살기를 바란다.

 

 

 

*더하는 말

 

앞에서 요즘은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갖고 다닌다고 했는데, 이 책이 처음 나온 1999년에는 그렇지 않았겠다. 예전을 생각하고 보면 그럴 수 있겠다고 할 거다. 지금을 배경으로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두 사람이 휴대전화기로 번호를 나누고 다시 연락할 수 없으려면 휴대전화기가 물에 빠지거나 부서지면 될까. 그것보다 그날은 둘 다 휴대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온 걸로 해도 괜찮겠다. 그렇다 해도 예전보다는 더 빨리 서로를 찾을 수 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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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7-01-20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갈이가 되었네요. 저는 이거 옛날 판본으로 있어요. 금성무 주연의 영화로도 나온 걸로 아는데, 기회 되시면 그것도 한 번 감상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희선 2017-01-21 02:05   좋아요 0 | URL
이건 예전에 나왔던 게 다시 나온 거군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영화로 만들었다는 거 봤어요 그것도 예전에 만든 거더군요 그때하고 이 책이 시대가 비슷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엇갈리는 모습이 천천히 흘러갈 듯하네요 그림도 천천히 봐야 하는데...


희선
 

 

 

 

 

네 이름은

 

 

 

 

예고 1(밑에 설정에서 720p로 바꿔서 보세요)

 

 

예고 2

https://youtu.be/3KR8_igDs1Y

 

 

 

 

 

신카이 마코토(新海誠)가 만든 (만화)영화 <네 이름은 君の名は>(‘너의 이름은’이라 나왔지만 저는 저대로 쓰겠습니다)이 한국에서 한다죠. 2017년 1월 4일, 바로 오늘. 김중혁 소설 보고 잠깐 말했는데, 그 소설 보고 쓴 걸 영화가 하는 날 올리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17년에 한다는 건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3일에 올릴까 하다가 하루쯤 더 지나면 어떤가 했습니다. 2일 새벽에는 잠깐 영화가 생각나서 예고편을 다시 봤습니다. 거기를 좀 봤더니 음악이 있더군요. <なんでもないや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봤습니다. 그날 저녁에 <음악캠프>에서 영화 <네 이름은>을 말하고 그 노래를 들려준다는 거예요. 드디어 일본말로 하는 노래를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서 듣는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음악이 짧게 나왔습니다. 일본말로 하는 노래 아주 못 트는 건 아니지만, 많이 들려주지는 못하는가 봐요. 조금이라도 나온 게 어딘가 싶네요.

 

영화 <네 이름은>은 일본에서 지난해 8월에 했어요. 영화관에서 꽤 오래 했답니다. 지금도 할지도... 한국 사람도 그거 좋아할까요. 저는 몇달 전에 예고편 봤을 때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보다 책을 보려고 지난 십일월말쯤 샀습니다. 책은 한국말로도 나왔습니다(소설뿐 아니라 만화도 나왔더군요). 영화에 맞춰서 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소설 읽지도 않았는데 이런 걸 쓰는군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지 모르지만, 일본 사람이 많이 봤다고 하니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하고, 그때 보신 분도 있겠습니다.

 

몇달 전에 <네 이름은> 알았을 때 생각난 건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처음 만든 영화 <별의 목소리>예요. 그 책도 십일월에 다시 나왔습니다. 다른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왜 그게 떠올랐는지 모르겠어요(김중혁 책 읽고 쓴 글에도 같은 말이 있군요). 비슷한 건 아닌데. 혜성 때문일지, 멀리 떨어져 있어선지. <초속 5센티미터>에서도 두 사람이 떨어지는군요. 일본은 버스나 기차 요금이 아주 비싸다고 합니다. 멀리 살면 만나기 어렵겠지요. 신카이 마코토는 두 사람이 멀리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지. <별의 목소리>에서는 지구와 우주 어딘가로 훨씬 멀어요. <네 이름은>에서 두 사람에서 남자아이는 도쿄에 살고 여자아이는 시골에 살아요. 두 사람은 몸이랄까 영혼이랄까 그게 바뀝니다. 그걸 꿈으로 여기는데 꿈이 아니었어요. 둘이 바뀌었다가 본래대로 돌아오면 그게 꿈처럼 느껴지는가 봐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재미있으면서도 어쩐지 안타까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따듯한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언제쯤 책을 볼지.

 

아직 책은 못 봤지만, 앞부분은 조금 봤습니다. 책으로 본 게 아니고 책 나온 홈페이지에서 앞부분 봤어요. 한국말은 여자 남자 다 나를 ‘나’라고 하지만, 일본은 좀 다르기도 합니다. 며칠전에 앞부분을 잘 보니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번갈아 말하는 거더군요. 머리를 묶고, 넥타이를 맨다는 말이 있으니 하나는 여자아이고 하나는 남자아이구나 할 것 같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책을 봤다면 좋았을 테지만, 벌써 둘이 바뀐다는 걸 알아버렸군요. 그래도 그 뒤 이야기는 잘 모르니 그걸 잘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잘하지 못하지만 노래 한국말로 옮겨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나오지만. 그냥 어떤 느낌인지만 보세요. 여기 나오는 미쓰하 목소리 연기하는 사람(가미시라이시 모네)도 <なんでもないや 아무것도 아니야>를 노래했더군요. 타키, 남자아이는 가미키 류노스케가 하는데 모르는 사람인가 했는데 얼굴 아는 연기자더군요(얼굴은 알아도 이름은 몰랐습니다. 연기하는 사람 이름은 별로 찾아보지 않아요. 저도 이런 제가 신기합니다. 이름 몰라도 상관없다 생각하는 건지도). 알고 들으니 목소리 알겠어요. 목소리 잘 외운다는 말을 언젠가 했는데... 어떤 성우 목소리는 기억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많이 들어야 기억합니다. 누구나 그렇겠군요.

 

 

 

희선

 

 

 

 

 

 

 

 

 

 

 

 

 

 

https://youtu.be/8Wn1LTG-uyE

가미시라이시 모네(上白石萌音)가 노래하는 거예요

 

 

 

 

なんでもないや(아무것도 아니야)

 

노랫말︰野田洋次郎 노다 요지로

곡︰野田洋次郎 노다 요지로

노래︰RADWIMPS

 

 

 

二人の間 通り過ぎた風は

どこから寂しさを運んできたの

泣いたりしたそのあとの空は

やけに透き通っていたりしたんだ

 

둘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은

어디에서 쓸쓸함을 실어왔을까

울고 난 뒤 하늘은

더 투명하게 보이기도 했어

 

いつもは尖ってた父の言葉が

今日は暖かく感じました

優しさも笑顔も夢の語り方も

知らなくて全部 君を真似たよ

 

언제나 쌀쌀맞은 아버지 말이

오늘은 따듯하게 느껴졌어

다정함도 웃음도 꿈을 말하는 방법도

저도 모르게 모두 너를 따라한 거야

 

もう少しだけでいい あと少しだけでいい

もう少しだけでいいから

もう少しだけでいい あと少しだけでいい

もう少しだけ くっついていようか

 

잠시라도 괜찮아 앞으로 잠시면 돼

잠시라도 괜찮으니까

잠시라도 괜찮아 앞으로 잠시면 돼

잠시라도 곁에 있을까

 

僕らタイムフライヤー 時を駆け上がるクライマー

時のかくれんぼ はぐれっこはもういやなんだ

 

우리는 time flier 시간을 뛰어오르는 climber

시간의 술래잡기 더는 놓치기 싫어

 

嬉しくて泣くのは 悲しくて笑うのは

君の心が 君を追い越したんだよ

 

기뻐서 우는 건 슬퍼서 웃는 건

네 마음이 너를 앞질러서야

 

星にまで願って 手にいれたオモチャも

部屋の隅っこに今 転がってる

叶えたい夢も 今日で100個できたよ

たった一つといつか 交換こしよう

 

별한테 빌어서 가진 장난감도

지금 방구석에 굴러다녀

이루고 싶은 꿈도 오늘까지 백개 생겼어

단 하나와 언젠가 바꾸자

 

いつもは喋らないあの子に今日は

放課後「また明日」と声をかけた

慣れないこともたまにならいいね

特にあなたが 隣にいたら

 

평소에는 말하지 않는 그 아이한테 오늘은

방과후에 ‘내일 봐’ 하고 말했어

익숙하지 않은 것도 가끔 하면 괜찮네

더욱이 네가 옆에 있다면

 

もう少しだけでいい あと少しだけでいい

もう少しだけでいいから

もう少しだけでいい あと少しだけでいい

もう少しだけくっついていようよ

 

잠시라도 괜찮아 앞으로 잠시면 돼

잠시라도 괜찮으니까

잠시라도 괜찮아 앞으로 잠시면 돼

잠시라도 곁에 있을게

 

僕らタイムフライヤー 君を知っていたんだ

僕が 僕の名前を 覚えるよりずっと前に

 

우리는 타임 flier 너를 알았어

내가 내 이름을 알기 훨씬 전에

 

君のいない 世界にも 何かの意味はきっとあって

でも君のいない 世界など 夏休みのない 八月のよう

君のいない 世界など 笑うことない サンタのよう

君のいない 世界など

 

네가 없는 세상에도 무슨 뜻이 분명 있고

하지만 네가 없는 세상은 여름방학 없는 팔월 같아

네가 없는 세상은 웃지 않는 산타 같아

네가 없는 세상은

 

僕らタイムフライヤー 時を駆け上がるクライマー

時のかくれんぼ はぐれっこはもういやなんだ

 

우리는 타임 flier 시간을 뛰어오르는 climber

시간의 술래잡기 더는 놓치기 싫어

 

なんでもないや やっぱりなんでもないや

今から行くよ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갈게

 

僕らタイムフライヤー 時を駆け上がるクライマー

時のかくれんぼ はぐれっこ はもういいよ

 

우리는 타임 flier 시간을 뛰어오르는 climber

시간의 술래잡기 더는 놓치기 싫어

 

君は派手なクライヤー その涙 止めてみたいな

だけど 君は拒んだ 零れるままの涙を見てわかった

 

너는 요란한 Crier 그 눈물 멎게 하고 싶지만

너는 거부했어 넘쳐 흐르는 눈물을 보고 알았어

 

嬉しくて泣くのは 悲しくて 笑うのは

僕の心が 僕を追い越したんだよ

 

기뻐서 웃는 건 슬퍼서 웃는 건

내 마음이 나를 앞질러서야

 

 

 

 

 

なんでもないや 들으러 가기

 

여기는 중국인지 대만인지 잘 모르겠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더군요(위에 음악 동영상도 중국 사람이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노래가 끝까지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예전에 우연히 찾은 곳으로 한국 노래도 있더군요. 중국말 몰라도 검색에 한국말이나 일본말 넣으면 나와요. 노래는 맨 위에 것(movie ver.)이고 헤드폰 그림을 누르면 음악 나옵니다. 헤드폰 그림이 있는 것만 들을 수 있어요. 헤드폰 누르면 새창이 뜨는데, 가끔 잘 나오지 않기도 해요. 위에 제목이 나와야 노래가 나옵니다. 음악 나오지 않으면 거기에서 새로고침 누르지 말고 그건 닫고 다시 헤드폰 그림 누르세요. 소리 조절하는 건 밑에 오른쪽에 있어요. 제가 예전에 그걸 못 찾아서 말했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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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16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니를 봤어요. 이 영화~ ㅎㅎㅎ
아직 뭔가 확 느껴지는게 없네요 .좀더 생각해 보려고요!^^

희선 2017-01-17 02:01   좋아요 1 | URL
영화 괜찮을 것 같은데,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기도 하겠습니다 자세한 건 저도 아직 모르는군요 책이라도 보면 알지도 모를 텐데... 언젠가 보겠지요


희선

[그장소] 2017-01-17 15:38   좋아요 1 | URL
책으로 보면 뭔가 알게될까요? 영화에선 결론은 무스비 ㅡ 모든 길은 무스비 ㅡ하는 식이라 ...그냥 이름값으로 본 거 같아요 .. 아직은 ..그래요 . ^^

ICE-9 2017-01-20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행기 안에서 봤어요. 같은 항공사 비행기라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두 번 봤네요. 이 영화 우리나라에서 꽤 흥행하고 있다죠? 바디스위치 물에 연애담까지 가미되어 그런 걸까요? 신카이 마코토 영화 다 봤는에 인물들 감정 연출이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희선 2017-01-21 02:04   좋아요 0 | URL
영화관이 아닌 비행기 안에서 보시다니, 그렇게 보여주기도 하는군요 비행기에서 영화 보여준다는 말은 들었는데 예전에 한 거 보여주겠지 했어요 한국에서는 일월에 했지만, 일본이나 다른 곳에서는 더 빨리 했군요 다른 걸 다 본 건 아니지만 다른 것보다 길더군요 짧아도 감동을 주는 것도 있지만...


희선
 
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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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지난해 시월 중순쯤)에 우연히 신카이 마코토 소설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 책방 외국도서를 보았더니 오른쪽 위에 있었다. 소설은 《네 이름은 君の名は》이고 2016년 유월에 나왔다. 유월에 나온 것을 이제야 알리다니 하는 생각을 나중에 했다. 일본에서는 팔월에 영화가 했고 한국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알렸나 보다. 영화관에서는 2017년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네 이름은》은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 뒤 시골에 사는 여자아이(미쓰하)와 도쿄에 사는 남자아이(타키) 혼이 꿈속에서 바뀐다. 둘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꿈속에서 바뀌지만, 그건 실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꿈인지 알았는데 나중에 현실이라는 걸 안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겠지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건 이 정도만 말하고, 내가 그것을 봤을 때 생각한 건 신카이 마코토가 예전에 만든 만화영화 <별의 목소리>다. 그걸 봤을 때는 신카이 마코토는 몰랐다. 그건 30뿐쯤밖에 안 되는데 영화라 해도 될지.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걸 다 본 건 아닌데 우주선 같은 게 나오는 게 또 있다. <초속 5센티미터>다. 다른 데도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별의 목소리>는 중학생 여자아이가 우주에 나가서 친하게 지내던 남자아이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거다. 여자아이가 우주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지만, 갈수록 지구에서 멀어지고 문자메시지가 지구에 가는 시간도 더 걸렸다. 나중에 우주에서 사고가 일어났던 것 같다. 여자아이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는 몇해가 흘러서야 왔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쩐지 아련하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우주에 가는 걸 말리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연락해’ 했을까. 시간이 흐르고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이야기는 소설에서 볼 수 있을까. <별의 목소리>도 소설로 썼는지 모르겠지만(찾아보니 소설도 나왔다). 김중혁 소설을 보고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여기에 우주로 가고 사고가 나서 다시 지구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나와서다. 이일영이 우주비행선을 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는 <우주형제>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났다(만화가 원작이다). <우주형제>는 어릴 때 UFO 같은 것을 보고는 우주로 나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애쓰는 이야기다. 동생이 먼저 나사NASA(만화에도 이렇게 나왔는지 잊어버렸지만)에 들어가고 형은 나중에 들어가려 한다. 시험 보는 데까지밖에 못 봐서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꿈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소설 시작은 우주선 사고가 난 뒤 이일영이 관제센터에 연락하려는 거다. 우주에 혼자 남으면 어떤 기분일까. 무서울 것 같다. 지구에 있는 송우영은 낮에는 컴퓨터 A/S 기사로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일을 한다. 송우영과 이일영 이름을 보고 성은 다르지만 이름 끝자가 같아서 상관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지만 함께 살지 않았다. 어머니는 전남편이 죽고 아이는 두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말은 안 했다 해도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송우영은 어머니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니, 이 모습 어쩐지 우주에 홀로 있는 이일영 모습 같기도 하다. 지구와 우주에서 비슷하게 있었다니. 우주에 있는 사람이 더 쓸쓸했겠다. 이일영은 자기 목소리를 남기는 것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송우영은 어머니가 형한테 쓴 편지 열두 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일영한테 전해주려고 이일영을 찾았지만 일영은 지구가 아닌 우주에 있었다.

 

어머니와 일영이 헤어지고 한번도 만나지 않은 건 아니다. 일영이 우주로 가기 전에 몇번 만났다. 어머니는 안 좋은 꿈을 꿨다고 일영한테 우주에 가지 마라 했지만, 일영은 그동안 애쓴 것을 헛되이 할 수 없다 하고 우주로 간다. 어머니와 일영이 함께 살았다 해도 아쉬움은 있었을 거다. 그래도 더 빨리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좋았겠지. 사람은 언제나 늦는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어머니가 일영이 사고가 난 뒤 일영한테 쓴 편지를 송우영과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세미가 읽고 녹음한 것을 우주로 보낸다. 어머니 편지를 일영이 받았을까, 받았기를 바란다. 일영이 영혼이 되어 우주에서 그것을 들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아니 어머니와 일영 둘 다 영혼이라면 우주에서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구나.

 

 

 

희선

 

 

 

 

☆―

 

“난 다른 사람 마음을 잘 이해하기 힘들어요. 얼마나 슬플까, 얼마나 기쁠까, 대체 얼마나 아플까.”

 

“당연하지, 바보야. 당연한 거야.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떠드는 놈들이 사기꾼이야. 감정은 절대 전달 못 해. 누군가 ‘슬프다’고 얘기해도, 그게 전달되겠어?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진짜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픈 걸 10퍼센트도 말 못해. 우린 그냥……, 뭐라 해야 하나, 그냥 저마다 알아서들 버티는 거야. 이해 못해 준다고 섭섭할 일도 없어. 어차피 우린 그래. 어차피 우린 이해 못하니까 속이지는 말아야지. 위한답시고 거짓말하는 것도 안 되고, 상처받을까봐 숨기는 것도 안 돼. 그건 다 위선이야.”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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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16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원하네요. ㅎㅎㅎ 그걸 안다고 떠드는게 사기야! ㅎㅎㅎ 이해한 늘 양말 뒤집기 같다고...

희선 2017-01-17 02:02   좋아요 1 | URL
안다고 말하기보다 알려고 하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은 알 수 없죠 자기 마음도 다 모르는데...


희선

[그장소] 2017-01-17 15:36   좋아요 1 | URL
딱 ㅡ그렇죠? 알려고 하는자세 , 그리고 타이밍~ 이게 관건이 아닐까 해요 .. 몇 번의 생을 다시 살 수 없으니 적시에 적절한 헹동이나 말이 늘 필요한데..인생은 신기한 모험길 인지라 ㅡ 가봐야 안다는 ㅎㅎㅎ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