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이 몰려오면

아주 잠시라도 눈을 감아 봐

그러면 좀 괜찮아


잠을 잘 못 잔 날엔

틈틈이

짧게

깊이


머리와 몸이

함께 깨어나길





*짧아도 깊은 잠 어렵다. 어제 잠을 별로 못 잤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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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고려 편 2 - 강감찬에서 최충헌까지 역사저널 그날 고려 편 2
KBS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이익주 감수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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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이름이 바뀐다 해도 거기 사는 사람은 이어지기도 하겠지. 지금까지는 이어졌지만 한국사람이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태어나는 사람이 적어서. 오래전에는 전염병이나 여러 가지로 아이가 많이 죽었는데, 지금은 소아과가 적어서 어떨지. 의료는 발달해도 어린이가 없으면 그 의료를 펼치지 못하겠다. 어린이는 나라의 희망인데. 어린이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 텐데, 지금 한국은 어떨까. 살기 좋다 말하기 어려울지도. 많은 사람이 살기 어려우니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여럿 낳은 사람도 있다. 고려는 지금은 없는 나라다. 조선도. 언젠가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사라질지도.


 지난번에도 썼는데, 난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조선은 많이 알려져서 조금 알지만 다 아는 것도 아니다. 고려는 더 모른다. 《역사저널 그날 고려 편》 2권은 강감찬에서 최충헌까지 나온다. 강감찬 이름은 알아도 잘 모른다. 장군으로 알았는데, 무신이 아닌 문신이었다. 이런 거 이번에 처음 안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문무를 겸비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강감찬은 키가 작고 못생겼다니. 그런 말이 전해지는 건 정말 그래서였겠지. 장군이니 클 것 같은데. 거란은 강조가 정변을 일으키고 왕을 현종으로 만들었다는 걸 핑계로 고려에 쳐들어온다. 강감찬은 이때 나이가 많았다. 그전에는 이름이 안 나오고 이때 나오다니. 강감찬은 왕 현종한테 피하라고 했다. 외세가 쳐들어왔을 때 달아난 왕을 안 좋게 말하기도 하는데, 현종은 달아난 게 나았다고 말하는구나.


 거란이 고려에 쳐들어왔을 때 외교를 한 건 하공진이었다. 하공진은 거란으로 잡혀간다. 잡혀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현종은 왕이 되고 얼마 안 돼서 왕권이 안정되지 않았다. 거란이 쳐들어왔을 때 현종은 왕실이 아닌 바깥 사람과 결혼한다. 그때 지방 세력가 딸이었다. 현종 부인은 열셋이었다. 정치 때문에 여러 번이나 결혼을 하다니. 왕 자리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현종이 좋아한 사람이 있기는 했을까. 갑자기 이런 걸 생각하다니. 거란이 세번째로 고려에 쳐들어오자 강감찬이 맞서 싸운다. 귀주대첩은 들어본 것 같다. 그때 강감찬이 있어서 고려가 안정된 때를 보낸다. 현종 아들 덕종 정종 문종까지. 거란하고 싸움이 스물여섯해나 이어진 거였다니.


 시간이 흐르고 12세기 초 1104년에는 여진이 고려에 쳐들어온다. 여진은 고려 위에 있고 처음엔 고구려 사람이 있기도 해서 고려를 어버이 나라다 했는데. 그런 여진이 있어서 고려는 황제 나라다 하기도 했다. 거란이나 송도 알았겠지. 이때는 윤관이 별무반을 만들었다. 이 별무반에는 많은 사람이 들어가야 했던 것 같다. 백성이 참 힘들었겠다. 별무반에는 17만 명이 있었고 여진과 싸우고 동북 9성을 차지했다. 그걸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여진에 돌려줘야 했다. 여진은 고려에 쳐들어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금으로 바뀌고도 그걸 지켰다. 그건 다행이구나. 그런 일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는데 그때는 그 땅을 지켰다. 현종이 왕실 바깥에서 부인을 얻어서, 그쪽 세력이 힘을 길렀다. 인주(인천) 이씨가. 인종 때 이자겸이 있었고 이자겸은 인종 외할아버지면서 장인이기도 했다. 왕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힘을 마음대로 쓰려고 하면 왕은 안 좋겠지. 인종이 먼저 이자겸을 공격했는데 거기에 밀리고 그 일은 이자겸의 난으로 알려졌다. 이자겸은 왕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고려 때 수도를 옮기려고 하거나 옮기자고 했나 보다. 개경에서 서경(평양)으로. 북한 수도가 평양이구나. 고려 수도를 서경(평양)으로 옮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승려인 묘청이 이상한 말을 하기는 했지만. 수도를 서경으로 옮기면 고려한테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조금 사이비 같은 느낌이 든다. 풍수가 있기는 하지만. 묘청이 난을 일으켜서 무찌른 건 나중에 삼국사기를 쓰는 김부식이었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이자겸의 난과 묘청이 일으킨 서경 천도 운동으로 고려 문벌 귀족 사회는 흔들렸나 보다. 1170년에 무신 정변이 일어난다. 이때 왕 의종은 문신과 무신을 차별했다. 무신은 그런 것에 불만을 가지고 문신을 모두 죽여야 한다고 했다. 꼭 그렇게 해야 했나. 무신 정변은 3일 동안 일어나고 이때 많은 사람이 죽임 당했다. 무신 정권은 그 뒤 백년이나 이어진단다.


 무신으로 손을 잡은 정중부와 이의방과 이고가 정변을 일으키고 정권을 쥐고 의종은 폐위하고 명종을 왕으로 세웠다. 셋이 처음엔 손을 잡았지만, 이의방은 이고를 죽이고 정중부는 이의방을 죽인다. 정중부는 욕심이 많았던가 보다. 정중부와 아들 정균은 경대승한테 죽임 당한다. 경대승은 젊었는데 병으로 죽는다. 혹시 병이 아니고 누군가 약을 먹이고 죽인 거 아닐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다니. 경대승이 죽고 명종은 이의민을 부른다. 이때 최충헌과 최충수가 나타난다. 때를 기다리다 이때다 싶었던 거겠다. 이의민 아들이 최충수가 기르던 비둘기를 훔쳐간 일로 최충헌은 이의민을 죽인다. 그 일 때문은 아니고 왕 의종을 죽인 죄를 물은 거였다. 최충헌은 머리가 좋은 듯하다. 무신 정권이 왔다 갔다 하자 민란이 여기 저기에서 일어났다. 최충헌은 개혁안인 봉사십조를 내밀고 민심을 달래고 잘못된 제도를 바꾸려 했다. 그런 한편 최충헌은 자기만의 군대 같은 걸 갖고 있었다. 3000명이나. 그런 사람 어떻게 먹이려고. 최충헌은 부자기도 했다. 자기 돈으로만 먹이기 어려웠을 거다.


 최충헌은 자신과 마음이 다른 동생도 죽인다. 최충헌이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역사에는 반역자로 남았다. 최충헌 집안이 삼대 동안 힘을 쥐다니 대단하다. 최충헌이 처음에는 다른 무신과 달랐지만, 아주 다르지 않았다. 최충헌도 힘을 가지고 나니 그 힘에 마음이 사로잡혔겠다. 역사에 힘을 가졌다가 때가 오고 놓은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 하나도 없을까. 힘이든 재물이든 다 덧없는데. 그걸 그때는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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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부는 바람은

쓸쓸한 느낌이 들어요

밤바람도 같은 생각일까요


사람이 밤엔 쓸쓸해서

밤바람도 쓸쓸하게 느끼지요


어두운 밤에 불어도

바람은 괜찮아요

여기 저기 다니잖아요


바람,

밤에도 즐겁게 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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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시간

구름

마음


흘러가는 건

고이지 않네

고이지 않기에

썩지 않고

그때 그때 다르지


달라 보여도

아주 다르지는 않아

뿌리는 그대로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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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주의자 문학동네 시인선 167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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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나희덕 시인 시집을 만나기는 했는데, 시가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시집을 여러 권 봤다니 신기하구나. 분명하게 본 건 《사라진 손바닥》과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는 봤는지 안 봤는지 잘 모르겠다. 제목이 익숙한데. 어쩌면 다른 데서 시집 제목만 본 걸지도. 이밖에 다른 시집도 있다. 지금도 시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예전에는 더 모르고 봤다. 그저 느낌으로 본 것 같다. 이건 지금도 다르지 않던가. 예전 내가 더 나았을지도. 시를 말하지 못해도 그냥 봤으니까. 지금은 시집 보기 전에 망설인다. 내가 알 만한 시가 담겼을지 걱정이 돼서. 시는 잘 모르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 시집 《가능주의자》에 실린 시도 쉽지 않다. 다행하게도 알아들은 것도 많다. 그게 쉽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도 아는 게 조금 있어설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일뿐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나 역사도 담겼다. 톨스토이나 소크라테스도 나오는구나. 한국 사람은 김수영, 정약용.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가 살던 곳과 브론테 자매가 살던 곳에도 가 본 적 있는 듯하다. 지금 아주 사라진 건 아니지만 몇 해 동안 세계 사람을 힘들게 한 코로나19 이야기도 있다. 전쟁도. 이 시집은 2021년 12월에 나왔다. 코로나 일을 시로 썼구나. 코로나를 소설에 쓴 작가도 많겠다. 광주 5·18 <묻다>, 제주 4·3 <이덕구 산전>과 2009년 용산에서 일어난 일 <너무 늦게 죽은 사람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한해가 가고 다시 그날이 오면 죽은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일도 있을 거다. 나희덕 시인이 그걸 시로 써서 잊히지 않겠다. 이 시집이 널리 많이 읽혀야 할 텐데.




무슨 냄새일까


무언가 덜 익은 냄새와 물러터진 과육의 냄새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방에서 나는 냄새

다른 세계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는 냄새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불안이 공기 속에서 몸을 섞는 냄새


책상에 머리를 묻고 있는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묵은 종이처럼 자신에게

습기와 곰팡내가 스며 있다는 것을


길고 좁은 방 옆에는

똑같은 크기의 길고 좁은 방들이 있지만

옆방 사람과 마주친 적은 없다

기침 소리나 의자 끌리는 소리로 기척을 느낄 뿐


이 방에 머물렀다 떠난 사람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페인트칠로 덮인 못자국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길고 좁은 방은

표정을 지우고 서서히 사라지기에 좋은 구조다


먼지가 쌓여가는 책들과

바닥 위에 조금씩 늘어나는 얼룩들,

단단한 바닥재는

늪의 수면처럼 어룽거리는 무늬를 지녔다

각자의 흔들림을 감수하며

사람들은 늪에서 굳이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흔들림에 쉽게 익숙해지면 안 된다


흰 벽 위에

대여섯 개의 못을 박으려 한다

그림을 걸고 달력을 걸고 수건을 걸고 얼굴을 걸고 마음을 걸고

뭐라도 걸어야 뿌리내릴 수 있다는 듯이


매일 메일로 전송되는 공문들,

출력물이 길고 좁은 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공기청정기는 쉴새없이 돌아간다

제가 빨아들이는 먼지와 냄새의 정체는 알지 못한 채

이따금 깜박거리며 위험 신호를 보낸다


삶은 조금씩 얇아져가지만

그렇다고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 방에서 익혀가야 할 것은

사라짐의 기술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길고 좁은 방>, 38쪽~40쪽




 이 건 어떤 사건을 보고 쓴 걸까. 난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다. 제목에서 말하는 ‘길고 좁은 방’은 고시원이 아닐까 싶은데. 고시원에서 사는 삶. 청소를 하는 사람 이야기도 담겼다. 그 시는 <유령들처럼>이다. 세상엔 가난한 사람도 많지. 그런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위화 소설 《허삼과 매혈기》에 피를 파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건 지금도 있는 일인가 보다. 실험 같은 걸로 피를 빼는 것 같다. 그건 누구한테서 들은 걸까. 장기수 이야기 <선 위에 선>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씩 사라졌다


정수기가 사라졌다

전기 콘센트가 사라졌다

벽에 걸린 티브이가 사라졌다

보이지 않게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방역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무엇이든


자정 넘으면

쉼터도 문을 닫고

방문자센터도 폐쇄되고

공공화장실도 잠겨 있고

급식소도 당분간 열리지 않는다


역에서 잘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천막을 칠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

여자들은 천막도 칠 수 없다

한밤중에 누가 덮칠지 알 수 없기에

그나마 여자화장실이 안전하다

똥 묻은 휴지가 넘쳐나고

오줌 섞인 물이 바닥에 흥건해도 어쩔 수 없지만


길에서 자는 사람들이 실제로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적은 많지 않다

도시의 섬처럼 각자 떠다니니까


그런데도 왜 하나씩 사라지는 것일까


우리를 사라지게 하려고?

멸종저항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


그들이 사라지게 하고 싶은 것은

정수기나 전기 콘센트나 티브이가 아니라

거기 줄을 대고 있는 존재들,

가장 확실한 시각의 방역을 위해 사라져야 할 존재들


사라지는 것들은

어느새 사라진 것들이 되었다


-<사라지는 것들>, 72쪽~73쪽




 코로나 뒤로 많은 게 바뀌었다. 정수기는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없앤 곳도 있었나 보다. 커피는 마시기 어려워졌다. 지금도 여전히 커피 마시지 못하는 곳이 있고 이제는 마시게 해준 곳도 있다. 약국 말이다. 약국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다니. 자주는 아니고 한달에 한번 정도다.


 지난 2019년에 나타나고 2020년에 세계로 퍼지고 많은 사람을 죽게 한 바이러스 코로나19. 그건 사람이 지구를 내버려두지 않아서겠지. 여기엔 기후 위기를 말하는 시도 담겼다. 빙하가 녹아서 빙하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나 보다. 지금도 빙하는 녹고 있겠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 이야기도 있구나. 나희덕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뿐 아니라 세계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로 썼다.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가져서겠다. 그건 사람 이야기다. 소설에만 사람 이야기가 담기는 건 아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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