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래 걸었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책방에 갔다가
다시 도서관에 갔어요
도서관을 두 곳이나 갔으니
한시간 이상 걸었군요
집에 오고 다시 나가야 했어요
바로 책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걸어서 병원 두 곳에 가고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샀어요
이게 끝이 아니고
한번 더 나가야 했어요
천천히 걸으며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졌습니다
어둠이 내린 길을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만 걸음 넘게 걸었겠다 생각했어요
걸었지만 좀 우울했어요
오래 걸어서였을까요
희선
커다란 몸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
하늘엔 새도 날지
가끔 새가 비행기에 부딪히기도 해
새가 다니는 길을 비행기가 방해하는 건데
사람은 새 때문에 비행기가 고장난다고 해
미안해, 새야
사람은 하늘을 날지 못해서
하늘을 나는 커다란 새 비행기를 만들었어
비행기를 타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아주 먼 곳에도 가
그게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걸 잘 몰랐나 봐
어디든 갈 자유도 중요하지만,
지구도 좀 생각했으면 해
당신은 무슨 걱정이 있나요
그 걱정 때문에 힘들지 않으세요
걱정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걱정해도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어요
살다보면
어느 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고
걱정하기도 하겠지요
걱정은 조금만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내버려 두세요
덜 게으르게 지내려 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난 게을러도
내 몸속 세포는 부지런히 움직여
피도 멈추지 않고 흘러
심장이 여기 저기로 보내는 걸 거야
하루,
일분 일초가
아까운데
그냥 흘려 보내는군
이 게으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쩌다 한번만 오지
게으른 나날이어도
그게 좋으면 괜찮을 텐데
아주 좋지는 않은가 봐
어둠속에 있어도 누군가를,
사람이 아니어도 무언가를,
생각하면 둘레가 밝아져
빛이 어둠속에서 잘 보여도
그건 보려고 해야 보여
네가 어둠속에 빠져도
널 생각하는 누군가를
네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떠올려
어때,
이제 어둡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