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귀찮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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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인터넷 책방에서 이 책 제목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를 봤다. 그때는 그렇구나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만나게 됐다. 작가 귀찮은 여러 가지 한 것 같은데 난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이름이 귀찮이라니. 누군가 귀찮이란 이름을 듣고 사람은 귀찮은 일이 생겨야 한다면서 이름이 좋다고 했단다. 난 싫은데, 귀찮은 일. 예전에도 그런 일 없기를 바랐고, 지금도 그런 일 없기를 바란다. 사람은 하기 싫어도 그걸 해야 하는구나. 꼭 해야 하는 귀찮은 일 아니면, 안 하고 싶다. 이런 나 정말 게으른 거겠다.


 귀찮은 귀찮지만 한해 동안 날마다 쓰고 그렸다. 날마다 조금이라도 쓰는 거 그리 쉽지 않다. 이걸 한번 봐야지 한 건 일기에 뭘 쓰면 좋을까 생각해서였다. 날마다 비슷하고 일기도 비슷하게 쓴다. 혼자 쓰는 것보다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글을 쓰면 조금 다르기는 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거 하기도 한다. ‘함께 쓰는 일기’. 이건 물음에 답을 쓰는 거다. 그 물음은 어떤 일기장에 있는 거다. 내가 산 다섯해 짜리 일기장에도 그런 물음이 있다. 그걸 샀을 때는 그날그날 쓰고 싶은 거 쓰려고 했는데, 그건 안 쓰고 물음에 답을 쓰게 됐다. 물음에 답 쓰기 처음에는 할 만했는데 갈수록 대답하기 어렵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게 나와서 참 힘들다. 그런 물음에 재치있게 답을 쓰면 좋겠지만, 난 그런 거 잘 못한다.


 이 책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에는 귀찮이 문경에서 개 마루와 동생과 함께 사는 모습이 담겼다. 문경 하니 문경새재가 생각나는구나. 그 문경이 맞겠지. 이곳은 시골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더 많다. 귀찮과 동생이 여기에서 가장 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귀찮이지만, 부지런해 보인다. 텃밭을 가꾸기도 하니 말이다. 채소는 심어두면 잘 자라기는 하지만, 때에 맞춰서 심어야 하는 것도 있었다. 마늘, 삼동초. 마늘은 알아도 삼동초는 모른다. 김장하려고 무와 배추 씨도 뿌렸다. 정말 부지런한 거 아닌가. 난 김치 못 담그는데. 무는 김장 담글 건 빼고 열무를 뽑아 물김치를 담갔단다. 귀찮은 여러 가지 일을 하기는 해도 속도가 빠른 것보다 천천히 하는 걸 좋아했다. 꼭 그런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만 하지 않는지도. 하기 싫은 것보다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일도 가끔 했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게 맞는 말이기는 하다. 세상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을 거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은 누군가한테 기생하는 거겠지. 기대는 게 아니고 기생이다. 나도 그런 면 없지 않을지도. 다른 사람 귀찮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이런 말하니 창피하구나. 귀찮은 채식주의다. 텃밭을 가꾸는 건 그것 때문인가. 음식도 잘 만들어 먹는다. 지금 사는 곳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단다. 아직도 그런 곳이 있다니 하고 놀랐는데, 사람이 많이 살지 않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골이 예전과 달라졌다 생각했는데, 아주 시골도 있겠지. 귀찮이 사는 곳에는 사람 숫자가 많지 않은가 보다. 전기가 끊기는 때도 있다니. 귀찮은 거기에 오래 살고 싶다는데, 이웃이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야겠구나.


 날마다 쓰고 그리다니 대단하다. 그런 게 책으로 나와서 더 좋을 듯하다. 누구나 귀찮처럼 하지는 못해도 날마다 뭔가를 쓰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고 싶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면 되겠다. 난 써야지. 내가 쓰는 일기 재미없지만, 조금이라도 써야겠다. 남한테 보여줄 거 아니니 재미없으면 어떤가. 일기를 쓰다가 다른 게 떠오를지도 모르지. 그런 일 별로 없었지만. 난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것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떤 결과가 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산 증거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희선





☆―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을 표현하려면 반드시 평소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게 아무리 형편없는 글과 그림이래도 날마다 그리고 써야 진짜 좋은 생각이 났을 때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나타낼 수 있다. 아홉 번의 형편없는 글 없이 열 번째의 좋은 글은 나올 수 없다.  (34쪽)



 가금 멋진 것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난 절대 그럴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안다. 허접한 이야기라도 계속 쓰고, 그걸 죽 보여주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어떤 ‘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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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6-0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쓰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가끔씩 매일 쓰다가 중간에 쓰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쓴다는 것보다도 그게 저는 가끔 어렵습니다.
희선님 오늘부터 6월 시작이예요.
6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드립백 스킵과 로퍼 x 카페테일 - 12g, 5개입 스킵과 로퍼 공식 굿즈 12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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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커피는 <드립백 스킵과 로퍼X카페테일>인데 ‘콜롬비아 아스무까에스 톨리마 100%’다. 지금까지 몰랐는데 본래 원재료명과 함량에는 100%가 쓰여 있다. 이 커피는 콜롬비아 아스무까에스 톨리마구나. 어려운 이름이다. 콜롬비아만 기억할 것 같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포장지 그림 <스킵과 로퍼>는 이번에 알았다. 이런 만화영화가 있었구나. 원작은 같은 제목 만화겠다. 알라딘 커피는 다 괜찮다. 이번 것도.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오랜만에 드립백 커피를 마신 듯하다. 오랜만에 마시니 좋구나. 조금 귀찮아도 드립백 커피 가끔 마셔야겠다.


 오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4년 오월이 가는구나. 한 것도 없는데, 또 이 말이다. 기분이 별로 안 좋은 2024년 오월이다. 날씨는 좋은데. 오늘(5, 28) 날씨 좋았다. 하늘은 맑고 흰구름에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다. 볕은 조금 뜨거웠지만. 이런 때는 길지 않은데. 아니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면 비슷할까. 가을은 갈수록 겨울에 가까워지니, 조금 우울해질지도.


 곧 여름이다. 오월도 거의 여름으로 느끼기는 했지만. 유월은 여름이 시작하는 달이다. 이달에 더운 시간에 밖에 나가서 벌써 여름이다 생각했던 것 같다. 걸은 다음에도 뭔가 마무리 운동 해야 할지도. 그런 거 잘 몰라서 아무것도 안 한다. 자고 일어나면 다리가 뻣뻣하다. 일어나서 조금 움직이면 괜찮다.


 아쉽다. 오월을 그냥 보내는 것 같아서. 다른 때라고 다르지 않지만. 유월도 비슷하게 보내려나. 새로운 달은 좀 괜찮았으면 좋겠다. 덜 게으르게 책 읽고 글 쓰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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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5-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포장지가 상큼하더라고요~~

5월이 정말 좋았는데
이제 더위가 몰려오는 기분이 들어요.
몇 달 더위와 함께 힘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ㅠㅠ
그래도 견뎌야겠죠.
희선님!
남은 5월도 잘 지내시길요^^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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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내가 가져 본 인형이 있던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는 걸 알았어. 난 봉제인형은 안 가져봤어. 인형도 누가 사주지도 않고 내가 샀던 것 같아. 종이인형. 다른 장난감 가져봤던가. 잘 생각나지 않아. 어쩐지 그런 거 없었던 것 같아. 내가 기억 못하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하니 좀 쓸쓸하네. 별 게 다 쓸쓸하군. 아니 어린이한테는 이런저런 장난감을 엄마 아빠가 사주기도 하잖아. 난 그런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가 늘 사촌형과 견주고, 시험을 조금만 못 봐도 맞은 도하보다는 나은가. 도하가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닌데.


 인형 이야기하다 도하를 말하다니. 이 책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제목 때문에 잠깐 인형을 생각했어. 아이한테 커다란 봉제인형 사주는 부모도 있잖아. 아이가 갖고 싶다고 해서 사주는 거겠지. 이 소설을 쓴 조예은도 곰인형과 애착인형이 있었다고 하는군. 그런 인형을 보면서 언젠가 이야기를 써야겠다 생각했대. 이 소설 가장 처음에 나오는 건 어느 고급 아파트에서 끔찍한 묻지 마 테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야. 범인은 독극물을 섞은 꿀떡을 돌리고, 그 떡을 먹고 아홉 사람이 죽고 열두 사람이 내상을 크게 입었다고 해. 황화영이라는 아이는 돈을 모으려 했어. 세해 전 일어난 사건에 엄마가 휘말려서 죽었어. 엄마는 입주 가정부로 고급 아파트 씨더뷰파크에서 일했어. 그날 화영은 엄마가 떡을 먹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화영이 엄마가 떡을 먹고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어.


 세해가 지난 지금도 화영은 엄마가 떡을 먹고 죽은 게 아니고 엄마가 일하던 집주인 한정혁한테 죽임 당했을 거다 여기도 한정혁한테 복수하려고 했어. 한정혁은 야무시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야. 시장도 했다던가. 많은 사람은 한정혁을 바르게 여겼어. 세해 전에 한정혁 아들 도현도 떡을 먹고 죽었어. 그날 죽은 사람에는 한정혁 동생 부부도 들어갔어. 앞에서 말한 도하는 바로 한정혁 조카였어. 부모가 죽은 도하를 한정혁이 입양했어. 도하는 늘 아버지가 자신과 사촌형 도현이를 견주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 도하는 아버지와 도현이 환영에 시달리고 그때 자신이 죽어야 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였을까, 도하는 차 사고가 일어나고 영혼이 테디베어 속으로 들어가.


 한정혁한테 복수하려는 화영과 테디베어 속으로 영혼이 들어간 도하가 만나. 둘은 본래 아는 사이였어. 도하와 화영은 중학생 때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잠시나마 둘이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어. 화영이 목숨이 위험했을 때 곰인형이 된 도하가 도와줘. 화영은 돈을 모아서 살인청부업자한테 의뢰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은 잘 안 됐어. 화영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여겨. 테디베어가 된 도하가 화영이 복수하려는 사람이 자기 큰아버지 한정혁이라는 걸 알고 자신이 도하라는 걸 밝혀. 처음에 도하는 다른 사람인 척했어. 도하는 도하대로 자기 몸을 찾으려고 해.


 세상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고 그런 이야기는 묻히기도 하겠지. 억울하게 죽은 사람 영혼은 가야 할 곳에 못 가고 악령이 될지도 모르겠어. 씨더뷰파크 자리는 예전에 병에 걸린 사람을 버린 자리기도 했어. 씨더뷰파크를 지으려 했을 때 땅속에서 나온 뼈를 제대로 화장하고 영혼을 달래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일은 하지 않았어. 사람 뼈가 나와도 그냥 아파트를 짓게 한 사람은 한정혁이었어. 한정혁은 보이는 얼굴과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었어. 한정혁은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 여긴 사람이야. 목숨도 돈으로 살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될까. 죽은 사람은 아무리 돈이 있다 해도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지. 그걸 모르다니. 아니 마지막에는 한정혁도 그걸 깨닫고 절망하고 더 살지 않아야겠다고 한 건지도.


 여기엔 무서운 일들이 나와 돈 없고 힘 없는 아이들한테서 돈을 뜯어내고 그런 아이들 목숨을 아주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나오기도 해. 한정혁도 다르지 않았군. 그 사람(영진)은 결국 죽어. 현실에서도 집을 나온 청소년한테 안 좋은 일 시키는 사람 있을 것 같아. 재개발지역과 재개발 되지 않는 지역. 부모의 학대. 인신매매와 같은 일. 어떤 일을 저지르는 걸 보고 앞으로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이야기가 있기도 한데, 이 소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에는 화영과 도하가 앞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 마음이 담겼어. 작가가 만들어 낸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살아갈 길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주 좋은 길은 아닐지라도 살 마음이 있으면 되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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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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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작가가 되고 책도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저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다행하게도 지금은 인터넷이 있고 글을 쓸 곳이 있잖아요. 제가 쓴 글을 책으로 내 봤자 잘 안 팔리고 나무만 버릴 겁니다. 혼자 써도 괜찮지만, 그런 건 아무렇게나 쓰고 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혼자 보려고 글을 써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도 보는 데 써야 글이 나아지기도 하겠지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게 좋아요. 이렇게 말해도 혼자 보는 데 아무렇게나 쓰기도 합니다. 그건 글이라기보다 거의 낙서예요. 그런 것도 잘 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네요.


 은유 작가 책 다는 아니지만 여러 권 봤군요. 지금도 글쓰기 수업을 하는가 봅니다. 이 책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2020년 12월에서 2021년 12월까지 네이버에 연재된 오디오 클립을 고쳐쓴 거예요. 마흔여덟가지 물음에 답합니다. 저는 늘 글을 쓰기는 하지만 잘 쓰지 못하네요. 잘 쓰려면 책을 잘 봐야 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글을 잘 쓰려면 애써야 합니다. 뭐든 저절로 되지는 않지요. 뭐든 잘 외우고 머릿속에 빨리 집어넣고 자신이 보고 들은 걸 바로 아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하고 게으르기도 합니다. 이런 부끄러운 말을. 꼭 부지런해야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보고 이 생각 저 생각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을러도 글을 쓸 때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되겠습니다.


 앞에서 제가 늘 글을 쓴다고 했군요. 그런 말을 하다니. 제가 쓰는 건 거의 책 읽은 감상입니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뭔가 글감을 찾고 쓴다면 훨씬 좋겠지만 그러지는 못합니다. 책을 보고 아무것도 안 쓰면 안 된다고 여기고 쓰는군요. 글쓰기는 중독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다 마음먹고 잘 쓰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저는 안 쓰면 아예 안 쓸 것 같아서 책을 보면 책 내용 정리든 감상이든 쓰는 겁니다. 이것도 책을 읽을 때부터 하지는 않았어요. 써야겠다 하고 쓰려고 했을 때는 쓸 게 떠오르지 않아서 별로 못 썼습니다. 책 읽고 쓰는 것도 자꾸 써야 조금이라도 늡니다. 저는 조금씩 늘기를 바라고 쓰는가 봅니다. 책을 여러 가지 봐야 할 텐데.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책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책이든 잘 보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잘 보려고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로 보려고 해야겠네요. 그런 거 저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잘 들어라 하더군요. 여기에도 그 말 있습니다. 저는 듣는 거 좋아합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책을 봅니다. 책을 보는 것도 듣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이런저런 사람 말을 잘 들어야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그게 아닐 때가 있기도 하지요.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거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는 것도 힘이 드는 거죠. 그걸 쓰는 건 더 힘듭니다. 생각한 걸 그대로 글로 나타내기 어렵잖아요. 글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알게 써야 합니다. 저도 그걸 자꾸 잊어버리고 저만 알게 쓸 때 많아요.


 글을 쓰고 싶어도 쓸 게 없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한해 동안 걸은 다음에 글을 써 보라고 했어요. 걸은 다음 글쓰기. 그 말 보고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같은 시간은 아니어도 저는 날마다 하는 게 있어요. 걷기 안 해도 그냥 써요. 예전에 걷고 글을 써 볼까 하고 해 봤는데 잘 안 됐습니다. 걷다 보면 아주 가끔 쓸 게 떠오르기는 해요. 그냥 걷는 게 아니고 다른 일로 나가면서 걸어서 안 좋은 걸지도. 날마다는 어렵겠지만 걸으려고 해야겠습니다.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 보다보면 늘 보던 것도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죠. 자연은 늘 달라지기는 합니다. 조금씩 바뀌어서 그때는 잘 모르고 많이 바뀌면 보이지요. 그럴 때 신기합니다.


 책 읽는 사람은 적은데 글을 쓰려는 사람은 많다고 합니다. 저도 책을 많이 읽는 것과 글쓰기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잘 읽은 사람은 잘 쓰기는 합니다. 자신이 쓰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 글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보는 것도 있군요. 저도 여러 가지 잘 보려고 해야겠습니다.




희선





☆―


 글쓰기 수업 차시가 더해지면서 학인들이 자연스럽게 깨달아요. 잘 쓰면 잘 쓰는 대로 못 쓰면 못 쓰는 대로 나눌 게 있고 배울 게 있다는 걸요. 그리고 글쓰기 능력을 한번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 누구나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요. 같은 사람이 한번은 잘 썼지만 다음번엔 조금 부족한 글을 써 낼 수도 있고요. 가장 큰 배움은 이거죠. 사는 일을 남과 경쟁할 수 없듯이 쓰는 일에도 경쟁이 크게 소용없다는 깨달음입니다.  (60쪽)



 자기 호흡과 리듬으로 쓰면 그 장단에 흥이 난 독자가 모일 테니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써 보면 어떨까요?  (98쪽)



 쓸수록 옹졸해지고 피폐해지기보다 품이 넓어지고 진실해진다면 우리 글쓰기는 삶의 선물이 되겠죠. 칠레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도 말했습니다. “제가 악마를 쫓아내고 천사를 맞이하고 저 자신을 탐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288쪽~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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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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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릅니다. 거의 책에서 보고 그런가 보다 합니다. 아이한테 잘해주지 않는 부모를 보면 어떻게 엄마가 아빠가 그럴까 하는군요. 이건 부모는 다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거겠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세상 모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은 아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부모가 된다고 어른이 되지도 않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아이보다 아이 같은 면도 있습니다.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을 바라기도 하네요. 그건 부모는 아닌 듯해요. 제가 어릴 때 부모 사랑을 듬뿍 받았다면 달랐을지. 그랬다면 그저 저 자신만으로 괜찮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책 미나토 가나에 소설 《모성》을 보니 꼭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이 ‘모성’이지만, 저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생각했어요. 식구도. 여기 나온 ‘나(어머니)’는 부모한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인데도, 언제나 어머니 사랑을 바라더군요. ‘나’는 뭐든 자기 엄마 마음에 들려고 했어요. 그건 어릴 때 하는 걸지도 모를 텐데. ‘나’는 나이는 들었지만, 정신은 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니었을지. ‘나’는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는 것도 엄마가 좋아해서 했어요. 아이를 낳는 것도. 그렇게 엄마만을 기쁘게 해주려고 하다니. ‘나’의 엄마는 왜 그런 ‘나’를 그대로 두었을지. ‘나’의 엄마는 ‘나’가 어떤지 알았을 것 같은데. 잘 몰랐을까요. 엄마가 딸을 잘 몰라서 태풍이 오고 산사태가 나고 집에 불이 났을 때 그런 결정을 한 거겠지요. 자기 딸도 어머니일 거다 믿었던 걸지도.


 소설이니 여기에서 일어난 일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살려고 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싶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여기에서 일어난 것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은 죽더라도 다른 사람을 살리기도 하니. 미나토 가나에 다른 소설에 그런 거 있었군요. 선생님이었는지 누군가 아이를 살리고 죽었어요. ‘나’의 남편 타도코로 사토시는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고는 아버지가 때리지 않았지만, 왜 아버지는 아들을 그렇게 때린 건지. 자신은 사랑받고 자란 것 같은데. 사랑받고 자라면 다른 사람 때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맞지는 않았다 해도 아버지는 어릴 때 어떤 상처를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타도로코 사토시는 폭력은 쓰지 않았어요.


 ‘나’의 엄마가 죽고 ‘나’와 타도코로와 딸은 시집에 들어가 살아요. 남편은 ‘나’가 시어머니한테 혼나고 힘든 일을 해도 별 말 안 해요. 딸은 엄마인 ‘나’한테 사랑받으려고 합니다. 외할머니가 죽고 딸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어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언덕 위 집에서 네식구는 즐겁게 살았을지도 모를 텐데. 그건 받아들여야겠지요. ‘나’와 딸은 마음이 엇갈린 것 같기도 해요. ‘나’가 엄마이기보다 딸이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딸을 아주 싫어하지는 않았어요. ‘나’는 나름대로 딸을 생각했는데, 딸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편이고 아빠인 타도코로 사토시가 두 사람을 이어주려 했다면 좋았을 텐데, 타도코로는 자기 상처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안 봤습니다. ‘나’가 제대로 말을 안 하면 딸이라도 말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군요. 말하기 쉬운 건 아니네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나’가 엄마가 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딸은 예전에 외할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요. ‘나’는 딸을 꽉 안은 거였는데, 딸은 ‘나’가 자기 목을 졸랐다고 여겼더군요. 그렇게 다르게 여기다니. 딸이 죽으려는 걸 친할머니가 막았어요. ‘나’는 그제서야 딸 이름을 부릅니다. ‘나’도 그렇고 딸 이름도 앞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나’가 딸 이름을 부른 건 ‘나’가 자신을 한 아이 엄마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어요. ‘나’가 그렇게 나쁜 엄마는 아닌 것 같은데, 딸은 조금 쓸쓸했을지도. ‘나’와 딸은 자기들은 조건없이 사랑해준 사람을 잃었는데 그건 별로 말하지 않았어요. 그 슬픔을 함께 나눴다면 좋았을걸. ‘나’는 아픈 시어머니를 돌봤어요. 치매로 ‘나’를 며느리가 아닌 딸로 여겼어요. 딸이 목숨을 끊으려고 한 날 사라졌던, ‘나’의 남편은 열다섯해가 지나고 돌아왔습니다.


 어떤 사람도 아이를 낳는다고 저절로 부모가 되지는 않겠네요. 부모가 되려고 하고 아이와 함께 자라야겠습니다. 그거 쉽지 않겠군요. 부모여도 마음속엔 어린이가 있기도 하겠습니다. 그 아이는 부모 자신이 달래줘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희선





☆―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모두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예요. 모성이란 게 모든 여자한테 있는 건 아니고, 그것 없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죠.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 모성이 생겨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반대로 모성을 갖고 있었는데도 누군가의 딸로 남고 싶다, 보호받는 처지로 남고 싶다고 크게 바라고 무의식으로 내면의 모성을 없애는 여자도 있는 거죠.”  (247쪽)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서 엄마한테 가진 마음도 바뀌어 간다. 그래도 사랑을 바라는 게 딸이고, 자신이 바라던 것을 자식한테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모성 아닐까.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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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14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나토 가나에 신작이군요. 저는 이 분 작품 진짜 뭐랄까?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섬뜻함. 그런게 좀 있더라구요. 훌륭한 작가라는거겠죠 희선님 리뷰 읽으니 이번 책도 좀 그런 느낌일 것 같네요. 쟁여놨다 읽어야겠어요.

희선 2024-05-17 23:2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예전에 한번 나오고 이건 개정판이에요 예전에 못 봐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만났습니다 개정판은 거의 열해쯤 뒤에 나온다고 하던데, 이게 그러네요 어떤 건 개정판 열해 전에 나오기도 해요 제목 바꿔서,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그러는 거 봤군요 처음 보는 사람은 새로운 이야기겠지요 미나토 가나에 소설은 처음에 나온 게 아주 놀라워서 그런지 그런 걸 바라는 사람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이런 소설 별로 안 만난 때여서 우연히 봤군요 《고백》... 저는 그 책 나오고 한해 지나서 봤군요 미나토 가나에 소설 따듯한 이야기도 조금 있어요 다 본 건 아니지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