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 :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上 - 서편에서 온 소녀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사유와공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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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두권인데 두권 다 보고 쓸까 하다가 따로따로 쓰기로 했다. 책 제목은 《향군香君》이고, 上권이다. 작가인 우에하시 나호코는 문화인류학자기도 하다. 우에하시 나호코는 SF와 판타지를 쓴단다. 난 판타지만 쓰는지 알았는데, 책은 《짐승 연주자》만 보았다. 그건 만화영화 먼저 봤다. 수호자 시리즈에서 첫번째인 《정령의 수호자》는 책은 못 보고 만화영화만 봤다. 이 책 ‘향군 上’을 보다보니 ‘짐승 연주자’나 ‘정령의 수호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무언가 힘이 있는 건 ‘짐승 연주자’구나. 거기에는 아무도 길들이지 못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런 걸 이용하려는 사람도. 향군은 냄새 소리를 듣는 사람이란다. 아니 살아 있는 신으로 여기던가. 냄새를 잘 맡는 것뿐 아니라 무슨 뜻인지도 안다. 보통 사람은 냄새만 조금 맡을 텐데, 냄새 소리를 들으면 시끄럽기도 하겠다.


 서칸탈 번왕은 우마르 제국에서 나눠주는 오아레 벼 기르기를 반대하고 백성들한테 쫓겨났다. 아이샤 켈루안은 서칸탈 번왕 손녀로 지금 서칸탈 왕한테 동생과 함께 잡혀간다. 왕 손자 손녀니 앞으로 일이 걱정된 지금 서칸탈 왕이 둘을 죽이려 했다. 우마르 제국 번왕국 시찰관인 마슈가 둘을 구한다. 둘을 구한 건 여러 가지 일 때문인데, 마슈는 우마르 제국에서 재배하고 번왕국을 지배하는 오아레 벼에 문제가 생길걸 생각했다. 아이샤는 냄새를 아주 잘 맡았다. 여기에는 살아 있는 신 향군 이야기가 있다. 우마르 제국을 만든 사람이 신의 나라에서 데리고 온 향군이 오아레 벼를 가지고 오고 재배하니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다. 오아레 벼는 축복받은 작물로 어디서든 잘 자랐다. 하지만 오아레 벼를 심은 땅에서는 다른 작물은 자라지 못했다.


 우마르 제국은 살아 있는 신 향군이라는 걸 두었다. 실제로는 신이 아니고 환생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신으로 믿게 했다. 그러면서 힘은 황제가 쥐었다. 처음 사람은 오아레 벼를 심고 잘 자라서 사람이 굶어죽지 않는 것만 생각했을 텐데. 오아레 벼를 해치는 벌레는 단 하나였는데 그게 나타나서 오아레 벼를 모두 태워야 했다. 처음 사람은 둘로 나뉘고 한쪽은 산속에서 마키시로 다른 작물을 기르고, 다른 한쪽은 넓은 땅으로 가고 오아레 벼를 기르고 땅을 넓히고 우마르 제국이 되었다. 우마르 제국은 이웃 나라를 번왕국으로 다스렸겠지. 싹이 나는 오아레 볍씨는 우마르 제국에서 나눠 주었다. 다른 데서 기른 오아레 벼를 심어도 싹이 나지 않았다. 작물로 다른 곳을 지배하기도 하는구나. 서칸탈 왕은 일찌기 오아레 벼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기고 재배를 거부하고 우마르 제국에도 복종하지 않으려 했는데, 굶주리는 사람은 그런 거 생각할 틈이 없겠지.


 아이샤는 마슈 친척으로 리아 농원에서 일하게 된다. 거기에서 아이샤는 향군인 올리애를 만나고, 아이샤가 리아 농원에 있는 게 힘들어서 산장에서 지내게 된다. 아이샤가 산장에서 지내고 며칠 지나고 마슈가 온다. 마슈와 올리애는 아이샤와 함께 했으면 하는 일을 말한다. 그 일은 우마르 제국을 뒤흔드는 걸로 들키면 목숨이 위험했다. 그걸 알고도 아이샤는 올리애와 마슈 일을 돕기로 한다. 그건 많은 사람한테 도움되는 일이구나. 오아레 벼는 어디에서나 자라고 생산량이 많아도 바닷가에서는 자라지 못했다. 우마르 제국은 번왕국에 볍씨뿐 아니라 몇 사람만 조합을 아는 비료도 주었다. 그 비료도 우마르 제국 독점이다. 그게 첫번째 향군이 만들라고 한대로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과 달라졌다. 마슈 아버지는 언젠가 오아레 벼를 먹어치우는 해충 오요마가 생기고 모두 굶어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제국이든 번왕국이든 오아레 벼만 재배했으니 오아레 벼를 못 먹게 되면 먹을 게 없겠다.


 오아레 벼는 좋은 걸까, 안 좋은 걸까. 아이샤가 향군은 아니지만 처음 향군만큼 냄새로 많은 걸 알았다. 뚜렷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이샤 엄마는 처음 향군이 살았던 곳 사람일지도 몰랐다. 마슈 어머니도. 아이샤는 냄새로 오아레 벼와 다른 작물을 함께 기를 비료 만드는 일을 돕는다. 시간이 흐르고 오고다 번왕국에는 오아레 벼 해충인 오요마가 많이 나타나고 오아레 벼를 모두 태워야했다. 굶어죽는 사람도 나왔다. 오요마가 우마르 제국뿐 아니라 다른 번왕국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굶어죽고 지옥 같은 세상이 될지도. 아이샤와 마슈 그리고 올리애와 여러 사람은 그걸 막을 수 있을까.


 앞에서 여러 사람이다 말한 건 그래서다. 겨우 세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으려나. 뭔가로 다른 나라나 사람을 지배하면 좋을까. 한가지만 먹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닐 텐데. 어디서든 잘 자라고 많이 난다고 그것만 기르다니. 오아레 벼는 외래종이 그곳 식물이나 동물을 밀어내는 것과 같구나. 생물이든 식물이든 여러 가지여야 한다고 하지 않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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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5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すみれ屋敷の罪人
降田天 / 寶島社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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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저택의 죄인

후루타 덴






 후루타 덴은 한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이름이다. 후루타 덴은 남자 이름 같은데 두 사람은 여성이다(지난번에도 썼구나). 엘러리 퀸은 두 사람이었구나. 그런 식으로 소설 쓰는 사람이 더 있으려나. CLAMP는 네 사람이 함께 하는 만화가다(며칠 전에도 쓴 거구나, 똑같은 걸 생각하다니). 엘러리 퀸 소설은 한권인가 봤다. 두 사람이 함께 소설 쓰는 건 어떤 걸까. 마음이 맞으면 괜찮아도 마음이 안 맞으면 오래 같이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만난 《제비꽃 저택의 죄인 すみれ屋敷の罪人》을 보니 이것보다 먼저 본 소설 두 편과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니 아주 다르지 않은데 내가 잘 느끼지 못한 건지도. 처음 생각한 게 나중에 바뀌는 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X 현 유즈리 마을에 있는 서양식 집 제비꽃 저택 땅에서 백골 시체 두구가 나왔다. 이걸 알게 된 누군가 니시모리한테 오래전에 거기에서 일한 사람을 만나 보라는 의뢰를 한다. 의뢰하는 사람은 나중에 누군지 나오는데 처음부터 중요한 건 숨겼구나. 제비꽃 저택은 지역 명문가인 시호 집안 옛집이었다. 그건 전쟁 전 이야기로 집주인 시호 다이치로와 딸 셋 아오이 사쿠라 아카네는 도쿄 공습 때 죽었다. 제비꽃 저택 땅에서 나온 백골 시체는 대체 누굴까. 한구가 더 나왔다. 백골 시체가 누군지는 경찰이 조사하고 발표해야 할 것 같은데, 백골 시체가 오래된 거고 전쟁 때 죽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기고 사건으로 여기지 않겠다. 그것보다 그 집과 상관있는 사람은 예전에 거기에서 있었던 일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제비꽃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이나 그 집에 신세진 대학생 소식은 다 알지 못했다. 니시모리는 쿠리타 노부코와 오카바야시 마코토 그리고 야마기시 부부 딸인 야마기시 사츠키를 만나고 예전 이야기를 듣는다.


 세 사람은 다 나이가 많았다. 노부코는 자신이 제비꽃 저택 일을 그만둔 게 어머니가 아파서였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오카바야시 마코토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세번째 사람인 야마기시 사츠키는 자신이 어렸을 때 제비꽃 저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기도 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시호 집안 첫째딸 아오이 약혼자가 전사했다. 아오이가 그 일에 충격을 받고 죽으려고 자기 방에 불을 질렀는데 두 동생이 그 사고에 말려들어 화상을 크게 입었다고 했다. 시호 집안 세 딸은 그 뒤 밖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그 집에서 일하던 사람인 히나 행방을 모르게 됐는데, 시모츠키 사츠키는 히나가 아오이와 사쿠라 성대 모사한 걸 들었다는 말을 했다(사츠키는 결혼하고 성이 시모츠키가 됐다). 니시모리는 제비꽃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이 시호 집안 세 딸 아오이 사쿠라 아카네를 죽이고 눈이 먼 다이치로를 히나가 성대모사로 속였다고 여겼다. 시호 집안에 신세진 이치카와 도키오가 시호 집안 일을 알아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앞부분을 보면 제비꽃 저택의 죄인은 거기에서 일하던 사람 같다. 2부 증언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그건 말하기 어렵구나. 언젠가 이 책이 한국말로 나올지도 모르니. 여러 사람은 왜 다르게 생각한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걸 숨기지 않고 경찰에 알리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일어난 일만 보고 짐작하고 숨기려 했다. 경찰이 현장을 봤다 해도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이것저것 알아볼 것 같은데. 아니 분명하게 드러난 게 아니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지도. 경찰이 맡은 사건은 많으니. 니시무라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때 일을 알게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몰랐던 거.


 예전에 일어난 일을 알게 되니 어쩐지 슬프기도 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건 어쩔 수 없었으려나. 하나를 숨기지 않으면 두 집안이 안 좋아졌을 테니. 제비꽃 저택에서 일한 사람은 본래 속이려고 한 사람이 아닌, 속아야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속인다. 그 일은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건 영원히 모르겠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전쟁 탓만은 아니 듯하다. 전쟁 때문에 거짓말한 것도 있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모르겠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옛날에 이런저런 일이 일어났겠지. 알기 어려운 말을 했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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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01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도서는 번역이 된 책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서를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희선님처럼 외국어 잘 하면 좋을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어제는 부활절인데 잘 보내셨나요. 오늘부터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희선 2024-04-03 01:59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다 보면 좋을 텐데, 여전히 그러지 못하네요 몰랐는데 지난 삼월 마지막 날이 부활절이었더군요 사월이 오고는 많이 따듯해졌습니다 사월도 다른 달과 같겠지만, 어쩐지 길 것 같기도 하네요 서니데이 님 사월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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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 오고 이 커피를 바로 사려고 했는데, 내가 사려고 했을 때 품절이 되었다. 그때 새로운 커피가 나와서 그걸 먼저 샀다. 그것도 살구 산미였는데, 이 커피 <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도 살구 산미가 나는 거였다. ‘기분 좋은 꽃향기와 살구의 부드러운 산미와 단맛이 좋은 커피’다. 여기 쓰여 있는 거 그대로 썼구나. 단맛 조금 느꼈다.






 커피맛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드립백 커피가 괜찮다는 생각은 든다. 이번 커피도 괜찮았다. 난 괜찮지 않다고 한 적 없던가. 봄이 오는 삼월이어서 꽃향기가 나게 했나 보다. 솔직히 꽃냄새는 잘 못 맡았다. 다른 때와 비슷했는데, 다음에 한번 잘 맡아봐야겠다. 꽃냄새. 은은한 꽃냄새여서 그랬을지도.


 이번 건 포장이 진한 보라색이다. 이걸 보니 봄에 피는 꽃에 보라색이 뭐가 있더라 하는 생각을 했다. 붓꽃도 있기는 한데, 그건 언제 피던가. 창포, 꽃창포도 비슷하게 생겼다. 이름만 알고 어떻게 구분하는지 잘 모른다. 이런 꽃은 제비꽃보다 나중에 피는 것 같다. 크기도 많이 다르다. 제비꽃은 작지만 붓꽃은 크다.






 몇 해 전에 담은 제비꽃이다. 민들레도 함께 피었다. 이번 봄엔 언제 필지. 아직 못 봤다. 어디선가 꽃씨가 날아와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다니, 들꽃은 대단하다. 논이나 밭에 피면 다 뽑히겠지. 그냥 놔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삼월이 가는구나. 아쉽다. 삼월도 그냥 보낸 듯한 느낌이어서. 사월이 온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새로운 달이 오니 좋다고 해야겠구나. 좋아지는 건 별로 없고 안 좋아지는 것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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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31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꽃의 색깔이 워낙 다양하죠.
산책 하다보면 점점 꽃이 많이 피더라고요.
희선님!
3월의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4월의 하루하루도 행복하시길요!

희선 2024-04-03 01:44   좋아요 1 | URL
삼월 마지막 날 밖에 나갔더니 벚꽃이 조금 피었더군요 어제는 더 피었어요 아직 바람은 조금 차가워도 걸으면 덥기도 합니다 벌써 더울 때가 오다니... 좋은 봄은 길지 않겠습니다 봄 빨리 갈 것 같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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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 처음에 사려고 했는데 두번째로 사게 됐다. 삼월엔 커피를 두 가지나 마셨다. 살구 산미는 여기에도 들어간 거였다. 봄 하면 꽃 피는 게 떠오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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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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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법이라는 걸 안 게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이걸 알고 열해는 넘은 것 같다. 일본소설에서 그걸 봤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이 시간이 흐르면 한국에서도 일어난다는 말 본 적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예전에는 열해 정도 차이 난다고 했던가. 지금은 그렇게 차이 안 날지도.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일본에서 일어난다는 말도 봤는데. 나라와 나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다. 예전에 일본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나이가 내려가는 걸 걱정하고 소년법을 이야기 했겠지. 지금도 그런 이야기 나온다. 한국에서는 몇해 전부터 그런 말 들은 것 같다. 더 일찍 말했으려나. 초등학생이 죄를 저지르고 자신은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했다 해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보호 처분 대상이 된다)이다 말한다는 말 본 것 같다. 그런 아이가 많은 건 아니겠지만, 없다고 하기도 어렵겠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지는 못한다. 뉴스도 잘 안 보고.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세상이다 생각하는데, 뉴스를 보면 더 세상이 무섭다고 생각할 거다.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를 괴롭혔다는 아이 이야기나 괴롭힘 당한 아이 이야기 보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왜 지금은 심해졌을까. 세상이 안 좋아져설까. 자기 집 자기 식구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설지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 마음을 잘 보고 잘 잡아줘야 하는데 그런 건 잘 안 보고 공부 잘하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공부만 잘하면 다른 건 말하지 않는.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아이도 하나 하나 따로 만나면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나 선생보다 세상 때가 덜 묻었을 텐데. 아니 아이여도 사이코패스 있을 거다. 사이코패스다 하다니. 딱 알맞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 책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는 열네해 전에 일어난 일이 먼저 나온다. 열네해 전 중학생 아이가 친구한테 농약이 든 커피믹스를 먹게 하고 죽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아이는 친구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게 정말일까. 은서는 자기 아들을 죽인 문종오를 용서할 수 없었다. 문종오와 친구였던 황성태는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문종오가 사건을 일으킨 건 열네살 생일을 앞둔 하루 전이었다. 문종오는 그걸 알았다. 문종오는 왜 이지훈과 백채혁을 죽인 건지 모르겠다. 책을 다 봤는데 모르다니. 이지훈과 백채혁이 문종오를 심하게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문종오가 사이코패스여서 두 사람을 죽였다고 여겨야 할까. 전학 온 자신을 무시했다면서 문종오는 다른 아이를 괴롭혔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죽이고 싶다 생각해도 그걸로 끝낸다. 문종오는 그러지 않았다. 그것도 열네살에, 열세살인가. 세상에는 실제로 그런 사람 있을 거다.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서 죽였다는 사람도 있으니.


 문종오 친구인 황성태는 그 일을 함께 하지 않았다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두었다. 그때는 그랬지만 사건이 일어난 뒤 황성태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열네해가 지나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황성태는 지훈이 엄마인 은서를 찾아오고 자신의 일기장으로 지난날로 가 보라고 한다. 난 은서가 지난날로 가면 한동안 거기 있는 건가 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거기에 있고 은서 자신이 아닌 성태 모습이었다. 지훈이 엄마인 은서는 아직 종오가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종오를 죽이려 했다. 처음에 성태가 그건 못한다고 했는데, 난 종오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만 지난날에 있고 성태 모습이니 쉽지 않을지도. 은서는 성태 모습으로 지난날로 가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들 지훈이를 만나기도 한다. 그때는 무척 반가웠겠다. 성태 모습이어서 엄마다 말 못해서 마음 아팠으려나.


 피해자 식구는 가해자가 잡히고 벌을 받기를 바랄 텐데, 종오는 촉법소년이어서 큰 벌을 받지 않았다. 아이는 달라질지도 몰라서 법을 그렇게 만든 건데 그걸 이용하기도 하다니, 그것도 아이가. 무서운 아이 아닌가. 실제로 지금 아이들은 그거 다 안다. 종오가 벌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복수하는 것도 좀 그렇다. 이건 내가 피해자 식구 마음을 몰라서겠지. 문종오는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계획하고 지훈이와 채혁이를 죽였다. 경찰은 그런 걸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문종오 아버지는 검사로 사건을 맡은 형사와 아는 사이였다. 촉법소년을 문종오한테 알려준 건 문종오 아버지다. 나이가 어릴 때 죄를 지으면 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죄를 지어도 될까.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할 텐데.


 은서 딸인 에리도 자신이 촉법소년이니 자신이 문종오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쓰다니.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내가 그렇게 바른 사람은 아니어도 사람을 죽이는 것만은 안 된다 생각하는구나. 복수도 부질없고. 소설은 자유롭게 쓰기는 해야겠지, 소설이니. 지난날로 가지 않아도 해결할 방법이 있었을 텐데. 은서가 이제는 만나지 못하는 아들 지훈이를 만났으니 잘됐다 해야겠다. 복수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는 못한다. 언제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 받아야 할 텐데. 그렇게 된다 해도 피해자 식구 마음은 풀리지 않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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