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잊고 잃어버린 건 뭘까. 지금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별로 없다. 그렇게 좋았던 때는 없어서. 괜찮았던 때가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다 지나버려 생각나지 않는다. 별거 없어도 무언가를 꿈꾸던 나. 어릴 때는 거의 그러기는 하는구나. 그때도 그렇게 큰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내고 싶다.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은 이것저것 바라는 거 많을지도 모를 텐데. 무언가를 바라면 그걸 얻으려고 애써야 한다. 난 그러기 싫어서. 몸을 많이 쓰는 것도 힘들고 마음을 많이 쓰는 것도 힘들어서. 난 좀 답답해서 무언가를 하면 그것만 한다. 일을 해도 조금 놀기도 해야 하는데, 난 그런 거 못한다. 이런 말 언젠가 했는데 또 했다. 이 책하고 상관없는 말을 한 것도 같다.

 

 여기에는 짧은 소설이 열세편 담겼다. 마음산책에서 이런 책 여러 권 나왔다. 내가 본 건 정이현 이기호가 쓴 두권이다. 이번이 세번째구나. 백수린이 쓴 짧은 소설은 쓸쓸하면서도 따스하다. 평범한 사람 이야기다. 이 소설에 나온 사람이 어딘가에 살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멋진 날>에서 여자는 결혼하고 두 아이가 있는데, 바닷가에서 낯선 남자가 자신의 발을 예쁘다고 해서 그날을 멋진 날로 기억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한 것도 괜찮았겠지.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머지 이야기도 그리 다르지 않다.

 

 어릴 때는 부모가 멋지게 보이기도 하는데(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부모가 나이 들면 안 좋아질까 걱정하기도 하는구나. 아니 <완벽한 휴가>에서 주희는 공항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젊은 시절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때가 그리운 건지도. <그 새벽의 온기>에서 ‘나’는 다음날 일하러 가야 하는데 쉬이 잠들지 못했다. ‘나’는 뒤척이다가 예전에는 누군가 자신과 있었는데 이젠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함을 느낀다. ‘나’가 뒤척이는데 얼마전에 길에서 데리고 온 개가 ‘나’한테 다가온다. ‘나’는 개한테서 따스함을 느꼈다. <봄날 동물원>에서는 사촌누나가 영수를 만나러 동물원에 오는데 얼마 뒤 사촌누나가 죽는다. 췌장암이었다. 사촌누나는 화가가 그린 그림은 영원히 남는다는 말을 했는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한 말이었나 보다. 사촌누나는 어릴 때 외로웠는데. 나중에는 괜찮았을지. 어릴 때 영수가 자신을 잘 따라서 많이 외롭지 않았을 거다.

 

 서로 좋아하고 뭐든 좋아 보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시간이 가면 왜 그런 마음이 덜할까. 사귀는 두 사람 이야기, 사귀다 결혼한 부부 이야기도 나온다. <어떤 끝>은 다시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제목부터 ‘어떤 끝’이구나. 그래도 <누구한테나 필요한 비치 타올>에서 부부는 아직 괜찮을 것 같다. 상준은 효진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엄마와 딸이 프랑스에 떠나기도 한다. 딸은 엄마가 여행을 즐기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않는 걸 보고 조금 화를 낸다. 새벽에 딸은 엄마와 아빠가 만난 이야기를 듣고 젊은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기도 한다. 잠든 엄마 얼굴을 본 딸은 마음이 풀린다. 이런 일 실제 겪은 사람 있을 듯하다. 다른 나라에 가서도 돈을 아끼려는 엄마 때문에 속상한 자식.

 

 여기 담긴 소설을 보면 슬퍼도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슬픔과 따스함이 담겼다고 해야 할까. 사람이 사는 게 그런 듯하다. 슬픈 일이 있다 해도 아주 작은 일에도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나. 그런 일이 있기에 사는 거겠지.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도.

 

 

 

희선

 

 

 

 

☆―

 

 상준은 생각했다. 이 세계는 사람들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고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들고 남한테 잔인해지도록 종용하지만, 이런 세계에 살더라도 그가 아내한테 주고 싶은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에서, 1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21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츠다 타쿠야 / 秋田書店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이저 세컨드 21

미츠다 타쿠야

 

 

 

 

 

 

 내가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뭔가를 열심히 한 적 있던가. 없는 것 같다. 중학교 때던가 학교에서 합창대회를 해서 반 아이들과 연습한 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체육대회 때도 응원연습 했구나. 그래도 그건 잠시만 하면 되는 거여서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 다니는 내내 학교 끝나고도 연습해야 했다면 하기 싫었을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합창부를 했는데, 날마다 늦게까지 연습해서 싫었다. 노래하는 거 좋아해서 합창부에 들어갔는데, 다른 친구는 집에 가는데 나만 남아서 어쩐지 쓸쓸했다. 합창부 아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친한 사람은 없었다. 그것보다 선생님이 무서웠다. 난 어떤 선생님이든 무섭게 여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른 학교로 가서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 뒤로는 합창이나 음악부랑 상관없는 데 들어갔다. 그건 그것대로 재미없었다. 거기에는 문예부도 있었구나. 그때 글 쓰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랬다.

 

 학교 다닐 때 난 왜 즐겁게 한 게 없을까. 어쩌면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그걸 이제 안 듯하다. 그래도 그때는 어떻게든 지냈구나. <메이저 세컨드>가 벌써 21권이다. 16권 나오고 좀 오래 쉬고 17권 나왔지만. 시게노 다이고가 주장인 후린중학교 야구부에는 여자아이가 더 많다. 다이고가 1학년 때 야구부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감독은 그만두고 야구부는 쉬어야 했나 보다. 다이고가 2학년이 되고 야구부 다시 시작했다. 다이고는 야구부를 잘 이끌어가고 여자아이가 많아도 경기 잘했다. 그러다 다이고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히카루를 츠지도 야구부와 한 연습경기에서 다시 만나고, 다이고는 히카루가 다이고한테 편하게 야구했다는 식으로 말해서 충격받았다. 감독도 없는 후린중학교 야구부를 주장인 다이고가 잘 이끌었는데 그런 걸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았겠지. 이제 다이고가 감독 자리까지 채우지 않아도 된다. 후린중학교에 감독이 왔다. 바로 사토 토시야로 프로 야구선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야구를 했다.

 

 처음에 연습 많이 하는 모습이 나오고 토시야가 다이고한테 후린중학교 야구부가 세지려면 다이고가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책날개에도 그게 있어서 맨 처음에 봤는데, 그거 정말인가 했다. 다행하게도 그건 다이고 꿈이었다. 감독이 오는 첫날 그런 꿈을 꾸다니. 다이고도 그랬지만 여자아이들은 더 기대했다. 다른 때보다 멋내고 온 듯했다. 첫날이니 그럴 만했겠다. 토시야는 가장 먼저 아이들과 이야기했다. 한사람 한사람과.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선생님뿐 아니라 어른하고 말하는 거 무척 어려웠다. 지금도 다르지 않고 어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렵다. 별로 상관없는 말을 했다. 토시야는 바로 아이들한테 새로운 연습을 시키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지 알아보려 했구나. 처음 만났으니 그랬겠다. 다이고 아빠인 고로는 그러지 않았겠다. 고문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야구부에 감독이 생겨서 고문 선생님은 이제 편해지겠다 생각했는데 아침 연습 시간뿐 아니라 오후에도 남았다.

 

 야구팀을 처음 만난 감독이라면 다음에 무엇이 알고 싶을까. 아이들 실력이겠지. 토시야와 도우미 두 사람이 아이들과 경기하기로 한다. 도우미는 판다 탈을 쓰고 나타났다. 얼굴이 안 보이게 하려고 했는데 다이고는 그게 누군지 알아봤다. 다이고 아빠였다. 교장한테 들키면 안 된다고 여기고 변장한 거다. 판다 탈 속에 판다 복면을 썼다. 그 모습 좀 웃겼다. 중학생 아이들 실력을 알아보려고 하는 경기였는데 고로는 진심으로 했다. 그건 타자였을 때구나. 공은 오른팔로 던졌다. 고로가 이제는 투수가 아니지만 고로는 어렸을 때 오른쪽 어깨를 다치고 왼팔로 공을 던졌다. 그렇게 하는 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고로는 어렸을 때 엄청나게 애써서 왼팔로 공을 던지게 됐다. 야구를 좋아해서 그랬겠지. 오른쪽 어깨도 야구 때문에 그렇게 됐을 텐데. 고로는 야구를 못하게 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라도 하려고 했구나.

 

 중학교 야구부는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함께 하는 곳이 있어도 고등학교는 없을 거다. 어떤 운동이든 그럴지도. 중학생 때부터 여자아이 남자아이는 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도 토시야와 고로는 아이들과 경기해 보고 여자아이들이 잘한다고 여겼다. 토시야는 여자아이들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끼리 해도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지만, 어른이 도와줘서 다행이구나. 교장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무슨 계획인가를 그만두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렇다 해도 야구부 그냥 두면 안 될까. 무츠코는 츠지도와 연습경기하고 자신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공 던지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토시야가 알게 해줬구나. 토시야는 아이들 모두한테 공을 던지게 한다. 투수가 더 있으면 경기할 때 좋겠지. 아이들이 다 공을 던졌지만 무츠코나 니시나 말고 투수로 맞는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토시야는 매니저라 한 치요를 보고 치요한테도 공을 던져보라고 한다. 치요는 키가 크고 팔다리도 길다. 그런 사람은 투수에 어울릴까. 치요가 던진 공은 좀 느렸지만 소질은 있어 보였다. 앞으로 훈련하면 공이 빨라지겠다.

 

 치요는 선수 그것도 투수하는 건 부담스럽게 여겼다. 자신은 야구 못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은데. 치요만 자신없는 건 아니다. 다른 아이도 다르지 않았다. 니시나가 치요한테 아침에 함께 달리자고 하니 한다고 했다. 치요는 야구를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들어온 치바는 아직 야구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다. 연습 빼먹고 자신은 열심히 안 해도 봄에는 자신이 주전이 된다고 했다. 토시야는 아이들을 잘 봤다. 치바가 몸이 안 좋아서 한동안 아침 연습이나 오후 연습 못한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토시야는 치바한테 야구 제대로 할 마음이 없으면 그만두라 한다. 아니 바로는 아니고 다시 마음먹고 할 생각이면 다음날 아침 연습에 늦지 마라 했다. 치바는 다른 아이들과 진지하게 야구할까.

 

 봄까지 앞으로 넉달 남았고 그동안 후린중학교 야구부는 달라질 것 같다. 다이고는 히카루가 있는 츠지도한테 이기고 싶어하고 지금 아이들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츠지도와 다시 경기하고 그렇게 되면 재미있을 텐데. 훈련하는 건 힘들지라도 그걸 하고 실력이 늘면 기분 좋겠다. 운동만 그런 건 아니구나. 뭐든 하면 좀 나아진다. 글은 빨리 늘지 않는 것 같지만. 후린중학교 야구부 아이들이 앞으로도 즐겁게 야구하기를 바란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あの日にかえりたい (實業之日本社文庫) (文庫)
이누이 루카 / 實業之日本社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사람은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을까. 지금 난 없는 것 같아. 돌아간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바꾸지 못한다 해도 그날을 다시 산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날은 아주 중요한 날이어야 할 것 같군. 무언가 결정하거나 무슨 일이 일어나는 날. 그런 걸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난 그런 건 없어. 지금까지 뭐 하고 산 거지.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돌아간다면 나 자신이 없었던 때로 가고 내가 세상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 이런 생각 별로인 것 같기도 해.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니. 앞으로 기억할 만한 일이나, 그런 날이 다가오면 좋겠어. 그러려면 그런 날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 올지 안 올지 모를 날을 생각하고 준비한다니, 다시 생각하니 귀찮군. 그냥 대충 살래.

 

 나한테는 별일 없다 해도 소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는 건 재미있어. 소설은 그냥 지나가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난 이 책을 보고 생각나는 게 없지만, 누군가는 자기 일과 겹쳐볼지도 모르겠어. 현실과 환상이 섞이기는 했지만. <한밤의 동물원>에서 엔도 다다시는 학교에서 친구한테 괴롭힘 당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그런 말 못해. 여름방학 때 다다시는 아빠한테 혼나고 집을 나갈 생각을 하고 나가. 그날 다다시는 동물원에 가게 돼. 거기에서 만난 사육사 아저씨는 다다시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고 동물을 보게 해줘. 다다시는 동물원에 있을 때 마음 편했어. 자신은 사람보다 동물을 상대하고 싶다고 생각해. 사육사 아저씨는 그런 다다시한테 동물원에서 일하려면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좋아해야 한다고 해. 다다시는 나중에 동물원에서 일하게 돼. 하지만 동물원에 오는 사람이 적어서 어떻게 하면 사람이 올까 하다가 자신이 어릴 때 밤에 간 동물원을 떠올리고 자신이 일하는 동물원을 바꾸어. 그 뒤에 다다시가 일하는 동물원 문 닫지 않았기를. 난 다다시가 만난 사육사 아저씨 다다시 자신 같아.

 

 두번째 이야기 <시간을 달리는 소년>은 슬프면서도 따듯해.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니시다 하지메는 모르는 마을에서 정신을 차리고 모르는 아줌마한테 도움 받아. 그 아줌마는 하지메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가고 하지메와 여러 가지를 해. 그건 하지메가 새엄마하고 하고 싶었던 거였어. 이건 누구 바람이 컸을까. 하지메일지 하지메 새엄마일지. 하지메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간 아줌마는 나이든 하지메 새엄마였어. 하지메는 지진이 일어난 날 모습 그대로였고. 하지메와 새엄마가 지진이 일어나고도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시간은 없었군. 다음 이야기는 이 책 제목과 같은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야. 이건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우연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그걸 기적이라 여겨야 할까. 요양원에 자원봉사를 간 이시바시 가요는 자신을 보고 놀란 이시바시를 상대해. 성이 같지. 이시바시 아내 이름은 가요코였어. 이시바시는 가요한테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이시바시가 돌아가고 싶은 날은 이시바시 아내가 죽은 날이었어. 그리고 그날은 가요가 태어난 날이기도 했어. 대단한 우연이지.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이시바시는 아내가 죽은 날로 가서 자신이 아내를 죽게 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말 때문에. 이시바시는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여겼는데, 어쩌면 그때 자신이 그곳에 갔던 걸지도. 그건 나중에 일어나는 일이니 몰랐던 거지.

 

 고바야시 유키에는 이사 준비를 하다 열다섯해 전에 친구와 만나기로 한 걸 기억해내고 얼마 뒤 친구를 만나러 가. 유키에는 소프트볼부 친구 넷과 친하게 지냈어. 유키에는 친구가 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유키에는 뱀불꽃을 태워. 그랬더니 친구들이 나타났어. 유키에는 나이를 먹었지만 친구들은 열다섯해 전 그대로였어. 유키에는 친구들과 불꽃놀이 한 날과 똑같이 행동해. 시간이 늦어서 친구들과 헤어지지만, 아유미가 유키에를 자전거에 태우고 역에 바래다줘. 그것도 그날과 같았어. 그때 아유미는 유키에한테 자신도 나이 먹고 싶었다고 말해. 유키에를 빼고 다른 네 친구는 예전에 죽었어. 유키에는 자신도 그때 죽어야 했는데 하면서 지금까지 산 것 같아.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는 마음이 바뀌어. 사고가 없었다면 유키에와 친구는 지금도 잘 지냈을 텐데. 아니 연락이 끊긴다 해도 살아 있는 게 더 나았을지도. <did not finish>는 돌고도는 이야기 같아. 죽음의 순간 자신을 돌아보고 어린시절 자신한테 가다니. 오구로는 어린 자신을 보면 스키는 하지 마라 하려 했는데, 그 말이 아닌 스키를 하라고 해. 오구로는 어릴 때 나이 든 자기 자신한테 들은 말을 믿고 스키를 했던 거였어. 오구로는 아무도 이르지 못한 곳에 죽을 때쯤에야 가는 것 같아. 그게 괜찮은 건지 별로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오구로는 자신이 스키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

 

 마지막 이야기 <밤 산책>은 밤에 걷는 사람을 하라구치 아키코가 만나는 이야기야. 두 사람한테도 이야기가 있어. 신비한 이야기. 멀리 떨어진 데 있었는데 죽음이 가까웠을 때 두 사람은 같은 곳에서 만나. 멀리 있는 두 곳이 겹친 걸까. 서로 혼자였다면 두 사람은 그대로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겠어. 그때 두 사람이 만나서 내일을 믿기로 한 것일지도. 실제 만난 건 아니고 꿈 같기도 혼이 나온 것 같기도 했어.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다니 신기한 일이야.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립백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이달에도 알라딘에서 커피를 샀습니다. ‘콰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 커피 이름 길기도 하네요. 저는 다른 것보다 밤하늘 그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콰테말라에서는 멋진 밤하늘 볼 수 있을까요.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한번도 못 봤습니다. 앞으로도 사진이나 그림으로나 보겠지요. 별이 가득한 밤하늘 보면 무척 신비로울 듯합니다.

 

 

  

 

 

 

 커피에 카페인이 있고 없고 차이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카페인 없다는 믹스커피 마셔본 적 있는데, 그건 어땠던가. 카페인이 없다 생각해서 좀 다르게 느꼈는지, 이번에 마신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은 더 모르겠군요. 다른 커피하고 비슷합니다. 신맛 고소함 단맛이 있다는데 신맛은 느꼈습니다. 고소함과 단맛은 조금. 사실은 고소함은 커피를 뜯었을 때 냄새로 맡았어요. 단맛 조금 나는군요.

 

 지금까지 별똥별도 못 봤는데 그림에 있군요. 저는 만화영화에 멋진 밤하늘이 나오면 캡쳐해두기도 해요. 그걸 늘 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찾아보니 얼마 안 되더군요. 영상으로 볼 때는 멋져서 캡쳐했는데 멈춘 그림으로 보면 좀 달랐어요. 그건 깜박이지 않아서군요. 영상을 그림 파일로 만들면 반짝이는 건 그저 점이 되잖아요. 그래도 잘 보면 괜찮습니다.

 

 밤하늘 보면서 커피 마시면 참 멋지겠습니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10-30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인 없는 믹스커피를 마셔봤는데 저는 맛이 덜하더라고요.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희선 2020-10-31 01:21   좋아요 0 | URL
그 커피 많이 마셔보지 않았지만 평소에 먹는 것보다 싱거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커피는 다 좋아요 알라딘에서 파는 건 그렇게 다르지 않은 듯해요


희선
 
거울 속은 일요일
슈노 마사유키 지음, 박춘상 옮김 / 스핑크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번에 《가위남》을 보고, 다른 소설이 나온 걸 알았다. 그때 본 책이 괜찮았냐고 한다면 잘 모르겠다. 내가 인상깊게 여긴 건 책보다 작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작가는 더는 새 작품을 못 본다. 한국에 나온 건 《가위남》 하나뿐이었고, 몇해 전에 나온 게 다시 나온 거였다. 어쩌면 이번이 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슈노 마사유키가 쓴 소설이 두권만은 아닐 테니 말이다. 《가위남》은 앞부분 봤을 때 어떤 걸 알아차렸다. 그러면서도 아닌가 했다. 왔다 갔다 했구나. 혹시 이번에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의 탄생에 영감을 준 말라르메는 19세기 프랑스 시인으로, 상징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일상용어뿐 아니라 시나 소설 속 낱말에도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굳은 고정관념이 담겨 있습니다. 말라르메는 시에서 이러한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작가가 스스로 발견해낸 상징을 배치해 사람 내면의 심연을 흔드는 작품을 쓰고자 평생을 바쳤습니다. 고정관념의 수영장에서 허우적대는 사람 영혼을 자유가 넘치는 심연의 바다에 풀어놓고자 했지요.  (옮긴이 말에서, 502쪽)

 

 

 앞에 말을 쓴 건 여기에 말라르메 시가 나오기도 해서다. 사람 영혼을 고정관념이 아닌 자유로운 깊은 바다에 풀어놓으려 했다니. 지금 생각하니 이 소설 《거울속은 일요일》도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위남》에도 그런 면이 있다. 고정관념에 갇히면 보이는 것도 못 본다는. 이번에는 그게 더하다. 어쩌면 범패장이라는 별난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설지도. 여기에서 말하는 걸 천천히 잘 생각하면서 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범패장이라는 공간이나 사람을 말하는 걸.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기는 했는데,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추리소설 볼 때는 범인이 누굴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적이 많아서.

 

 내가 읽은 책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잘 못한다. 책속은 2001년으로, 2001년에서 열네해전 1987년 범패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탐정 이스루기 기사쿠가 다시 조사한다. 2001년 모습과 1987년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이스루기는 열네해 전에 범패장에 있었던 사람을 만난다. 범패장은 프랑스 문학 연구자 즈이몬 류시로가 지은 곳으로 즈이몬 류시로는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그곳에서 ‘화요회’를 열었다. 화요회는 시인 말라르메가 했던 것이라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난 말라르메를 잘 모르지만 즈이몬 류시로는 아주 좋아하는가 보다. 범패장이라는 이름도 말라르레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1987년 7월 7일 범패장에는 열세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많을 때는 더 마음 써서 봐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많아 하면서 대충 봤구나.

 

 예전에 범패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그때 여러 사건을 해결한 탐정 미즈키 마사오미가 해결했다. 미즈키 마사오미가 나오는 소설은 여러 권이었다. 의뢰인은 이스루기한테 미즈키 마사오미가 나오는 소설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 한다. 범패장 사건은 작가가 소설을 끝맺지 않았다. 이스루기는 사건보다 탐정인 미즈키 마사오미한테 관심이 있었던 걸지도. 선배로 여기고. 그 사건이라 해야 할지, 거기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었다. 소설을 쓴 아유이 이쿠스케는 그걸 밝히고 싶지 않아서 그 소설을 끝맺지 않았다. 아유이 이쿠스케는 이스루기를 이용해서 다른 생각을 했지만 그건 이루지 못했다. 아유이 이쿠스케는 자신이 만든 탐정 미즈키 마사오미가 아닌 진짜만을 바랐다. 더 말하면 안 되겠다. 추리소설이라 해도 사건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할 때도 있겠지. 범인이 누군지만 생각하는 것도 고정관념일지도. 지금은 범인을 먼저 말하고 시작하는 소설도 있구나.

 

 이스루기가 말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이런저런 관(집)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보니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참고문헌을 보니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이 많았다. 뒤에 나오는 중편 <밀/실>에서 ‘밀’은 아유이 이쿠스케가 쓴 소설이지만 실제 일어난 일이고, ‘실’은 열여섯해가 지나고 이스루기 기사쿠가 같은 곳에 가서 어떤 일을 푼다. 밀과 실이라 했지만 ‘밀실’이 나온다. 제목으로 다른 걸 나타내기도 하다니. 내가 《거울속은 일요일》 1장 보고, 2장 보면서 어떤 게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그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아주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구나. 그때 눈치채야 했는데 아쉽다. 나중에 알고 그래서였구나 했다. 그래도 하나는 맞았다. 맞은 게 뭔지는 말하지 못하지만. 이 책을 볼 때는 더 집중하기를. 이 책을 옮긴 사람이 추상예술이라는 말을 했는데, 난 잘 모르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