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난장 1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주영의 <객주>을 다 읽고 무언가 포식을 하고 난 다음의 허전함처럼 아라리 난장을 집어 들었다. 객주가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이야기라면 아라리 난장은 이시대가 만든,IMF와 명퇴 그리고 21C형 장똘뱅이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창범은 명예퇴직과 이혼이라는 사회와 가정의 암적인 존재처럼 버림받은 서울을 떠나 무작정 길을 나서다 동해로 가는중 어느 주유소에서 우발적인 행동처럼 자신의 차까지 팽개치듯 버리고 처음 만나는 활어차 운전수인 박봉환을 만나 동해 주문진에서 '장똘뱅이'라는 새로운 삶을 억척스럽게 개척하며 오뚜기처럼 우뚝 서는 희망을 안겨주는 이야기다.
 
봉환의 애인이었던 승희는 창범에게 마음을 뺏겨 그녀가 꾸려 나가던 식당을 묵호댁에게 넘겨주고 창범과 함께 전국을 돌며 장똘뱅이로 거듭난다. 창범 봉환 승희 태호 변씨등 장똘뱅이처럼 동해를 시작으로 그들의 행로는 장을 따라 전국으로 발빠르게 움직여 손해도 이익도 남기며 갈라지고 다시 뭉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아 그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같다.
 
창범이 만약에 실직과 이혼이라는 절벽에서 삶을 포기하고 노숙자가 되었다면 그는 구제불능의 밑바닥 인생이 되었을터인데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수진을 치듯 최선을 다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그의 노련함과 열정이 좋았다.
 
난 개인적으로 백화점보다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그곳에 가면 삶의 아우성처럼 들려오는 그들의 '힘'이 내게로 전이되는듯 하여 오일장을 다녀오면 괜히 엔돌핀이 도는 것처럼 기분도 좋고 활력소를 얻은듯 힘이 넘쳐난다. 거기에 그들의 정까지 듬뿍 받아 오니 부자가 따로 없는듯 일주일은 행복한 주부가 된다.
 
이시대는 그야말로 어디에서건 자기자리에서 밀려날까봐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십대들의 힘없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불안한 현실속에서 피부로 더 와 닿듯 하는 '아라리 난장'의 이야기기가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처럼 와 닿는것은 비단 사회가 만든 현실때문일까. 내 삶을 다시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린 이야기 아라니 난장,이시대의 사십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언제나 삶의 여정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행운의 여신은 한번쯤 뒤돌아 날 바라보며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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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 전9권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 김주영을 만난 것은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로 먼저 만났다.객주를 읽고 싶었지만 우리말의 벽과 부딪힐듯도 하고 읽고 싶은것은 뜸을 들이듯 나중으로 미루어 놓고 있다가 지난 여름에 더 미룰 수 없을것 같아 손에 잡았다.
 
보부상들의 이야기,그가 장터에서 자라서인지 장터를 함께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묘미,정말 서민적인 이야기라 더 가슴에 와 닿는 우리 서민역사 같은 이야기 객주.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부상들의 발품으로 넘나든 시간들을 작가는 함께 따라 다닌듯 감칠맛 나면서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애환을 잘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이 누구라고 정하지 않은 소설로 난 천봉삼을 주인공으로,보부상의 주인공으로 삶고 그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어 나갔다.
 
문득문득 나오는 우리말의 묘미도 재미있고 얼킨 실타래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며 잡아 먹을듯 하면서도 '보부상'이라는 그 하나의 단어아래 일체 단결하는 그 대단한 힘,그 힘이 우리 역사를 살아 움직이게 하지 않았나싶다.
 
송파 쇠살쭈 조성준 밑에서 보부상의 바른 도리와 수완을 익힌 천봉삼은 연모하는 조소사와 가정을 이루어 살다 매월이의 간계로 조소사를 잃고 아들을 보아주는 월이를 다시 처로 맞아 들여 살며 왜상과 청상에 맞서 당당히 싸워 나간다. 한편 천봉삼을 연모하는 매월이에 의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녀의 도움으로 구명되기도 한다.
 
천봉삼의 스승같은 조성준은 천봉삼의 누이와 혼인하여 한때 김학준의 살인죄로 누명을 쓰며 잃었던 송파에 다시 쇠전을 일으켜 성공하고 젓갈장수였던 길소개는 언제나 악인역으로 권력을 잡고자 간신배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목숨을 부지 하지만 모든것을 탕진하고 마지막에 천봉삼에게 가서 죄를 뉘우치고 함께 그의 보살핌을 받는다.
 
한편 천봉삼을 연모하는 매월이는 숫막에서 만난 천봉삼을 잊지 못하여 그를 찾아 방방곡곡을 찾아 헤매이고 장사 수완이 남달르고 술수에 능해 나중에 그녀는 무녀로 변신을 한다. 임오군란때 민비의 눈에 들어 진령군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녀는 천봉삼을 연모하여 그 주위 사람들에게 갖은 괴롭힘을 가하지만 나중엔 그를 구완해 준다.
 
인간과 인간관계가 얽혀 있으면서도 정감이 있고 연민이 있는, 악인으로 나온 길소개마져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한시대가 흐르고 나면 먼지처럼 잊혀져 기억조차 나지 않을 '서민'을 살아 숨쉬게 만든 객주.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담을 허물어 발로 밟고 그 위에 보부상이라는 코드를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작가 김주영,여름 더위와 싸우며 읽었던 잊을 수 없는 보부상의 대서사시,기회가 된다면 이 객주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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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김훈의 작품은 <칼의 노래>를 먼저 읽고 <현의 노래>를 바로 읽었다.칼의 노래는 난중일기를 풀어 쓴것처럼 약간은 형식적인 글이라 그의 표현이 부족한 감이 있는듯 싶었는데 현의 노래는 마치 가야금연주를 곁에서 듣는것처럼 맘을 사로잡았다.
 
우륵과 니문은 소리와 금(琴)을 찾아 쓰러져 가는 가야를 돌아다니며 고을마다 다른 소리와 금을 찾아 다닌다. 왕이 죽으면 왕의 무덤에 묻혀야 하는 아라는 왕의 죽음이 임박하여 대숲에서 오줌을 누다 수체구멍을 통하여 마을로 도망쳐 나온다.마을로 도망쳤다가 야로에게 발견된 아라는 야로의 도움으로 멀리 도망칠 수 있었다. 한편 대장장이 야로는 새로운 무기와 철을 가야에만 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명과 아들의 삶을 위하여 신라에 더 진보됨을 건낸다. 그것을 목격하고 눈감는 우륵과 니문.
 
야로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 아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혼자 살다가 우륵에게 발견되어 니문과 가정을 이루지만 시절이 어지러워 순장에서 도망쳤던 아라를 주시하고 있던 자들에게 발견되어 다시 왕의 죽음에 제물로 바쳐지는 아라,그 억지죽음 위에서 금을 연주하고 춤을 춰야만 하는 우륵과 니문.
 
 
-니문아,봐라. 비어야 울리는구나. 소리란 본래 빈 것이다.
비어 있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있는 것이다.  -p199
 
 
소리는 제가끔의 길이 있다.늘 새로움으로 덧없는 것이고
덧없음으로 늘 새롭다.
 
 
한편 가야를 버리고 아들과 함께 가야에서 누렸던 부를 동굴에 감추고 신라로 망명한 야로는 이사부의 칼에 죽게 되고 우륵과 니문도 가야를 등지고 신라로 금의 새 길을 찾아 나선다. 소리와 금은 찾았으나 그의 기력은 쇠잔하여 니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우륵.
 
일생을 금과 소리에 매달려 자연의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의 소리를 금에 다 담아낸 우륵,그의 금에서 현을 타듯 노래한 작가 김훈,처음은 경이로 읽었으나 두번째 이 소설을 읽는다면 느낌은 어떠할까 궁금하다.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며칠동안 우륵의 번뇌와 소리에 대한 열정이 내곁을 떠나지 않았다. 인생도 소리도 비워야 진실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 깨닭았다.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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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 나남창작선 29 나남신서 10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 박경리와의 만남은 '토지'와 먼저였다.긴 떨림처럼 토지에 매료되어 몇달을 보내고 그 긴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박경리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기 위하여 김약국의 딸들및 '파시'와 '시장과 전장'등 몇권의 책을 더 주문한 상태에서 제일 먼저 손에 잡은 것은 김약국의 딸들이다.
 
 
소설의 시작은 토지와 비슷한 토대에서 비롯된다.한 집안의 비극적인 가정사로 시작되는 소설은 결말도 비극일것을 암시라도 하듯 살인과 자살,그로인한 비극이 비극을 낳는 스토리로 전개된다.비극은 마지막 부분의 둘째 딸 용빈의 독백처럼 집안의 역사를 뇌까리는 부분에서 여실히 들어난다.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그리고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큰딸은 과부,그리고 영아 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저는 노처녀구요.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의 비극은 없을것처럼 한집안은 비극으로 시작하여 몰락을 하고 말았다.뚝방에 난 작은 물구멍이 뚝을 무너뜨린것처럼 비극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을 타고 점점 타 올라 산 전체를 태운것처럼 한 집안을 몰락시키고 말았다.비극의 끝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나도 비극에 편승하듯 걷잡을 수 없이 이 소설을 읽어 나갔다.손에서 놓으면 다음 비극이 어떻게 전개될지 겁이나 얼른 읽어 치우는게 내 머리를 더 안정시킬것 같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마지막 장을 덥으며 이렇게 허무할 수가..
 
삶은 어쩌면 시작이 비극인지도 모른다. 비극을 희극인양 웃으며 어릿광대처럼 날마다 거짓 웃음에 하루하루를 연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어느 누가 한사람 나서서 이 비극을 말려보려 했다면 <김약국의 딸들>은 비극에서 희극으로 반전을 거듭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모두가 비극을 정당하게 받아들인것처럼 공범자가 되어 비극으로 일관하게 결말을 이끌고 나간다.삶에는 브레이크가 없는듯 하다.
 
박경리의 작품은 <토지>에서도 마찬가지로 향토색 짙으면서도 땅에 대한 애착과 그녀의 멋과 통영인의 장인정신이 잘 나타난다. 통영에 가보지 않고도 통영에 있는것처럼 그 멋진 항구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비록 비극의 소설을 한권 읽었다지만 우리네 부모님의 역사를 간접경험한것처럼 그녀의 어휘에서 나타나는 강한 토속감에 빨려들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들의 삶이 계속 전개되고 있는듯 며칠동안 머리속에서는 <김약국의 딸들>이 떠나지 않는다.이 소설뿐만이 아니라 토지도 마찬가지다. 소설이 그냥 소설이 아닌 역사를 본듯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본듯한 착각속에 며칠을 방황하게 만드는 강한 마력이 이 소설에는 분명 있다. 내가 느낀 이 감정들을 내 딸들에게도 경험하게 하고 싶어 올 겨울방학에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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