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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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주방에 있는 라디오로 늘 듣는 채널이 있다. 그곳에서 어린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짱구의 일기>를 듣가보면 재밌어서 웃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맞아맞아..' 하기도 한다. 딸들이 있을 때는 함께 듣으며 킥킥 얼마나 웃는지,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더니 정말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제대로 못 마신다고 하더니 아이에게 존댓말을 가르치기 위하여 알려주면 자신은 하지 않고 아빠가 할머니께 말씀 드리는 것을 듣고는 존댓말로 고쳐 이야기 하던가 자신에게 그렇게 해야하는 줄 ㅇ라는 짱구들의 일기며 정말 어른들은 생각도 못하는 말과 행동이 웃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시간은 분명 내게도 있었고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다.언제부터 '동심'을 잃어 버리고 세파에 물들어 팍팍해져 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어릴 때는 '원더우먼'이나 '600만불의 사나이'가 세상을 구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그런 흉내도 많이 내기도 했고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슈퍼맨'이 나타나 구해줄 것만 같은,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슈퍼맨도 원더우먼도 아닌 자기 자신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그런가하면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영화는 단편적이다. 그저 그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친구들과 놀다가 만화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들어가 티비 앞에 정좌를 하고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어린이 프르를 보면 모두 CG로 되어 입체적이다. 며칠전엔 딸들과 함께 EBS에서 '어린왕자'와 그외 다른 것을 보았다. 깜짝 놀랐다. 너무 화려하고 CG로 멋지게 살려낸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입체적이며 평면적이던 것을 입체적으로 바꾸어 놓아 '야,세상 많이 바뀌었네.' 하며 세모녀가 재밌게 앉아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나의 기억속 어린왕자는 평면적이며 자신의 별에서 장미와 여우와 살 것만 같았는데 반짝반짝 빛나며 입체적으로 바뀐 '어린왕자'는 정말 환상세계로 데려다 주는 것처럼 함께 모험을 하게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순수함회복 에세이' 라고 하는 책의 이야기들은 단편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암튼 짧은 내용들이 있어 여러가지 아이스크림 맛을 보듯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라디오에서 듣던 '짱구의 일기'의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을 간직한 이야기도 많고 어른들이 간직한 순수함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외계인 김동구> 에 나오는 외계인은 정말 외계인이라고 보기엔 어정쩡한 인물이지만 그가 간직한 순수함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누군가 그런 인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김동구 그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만 우리 지구도 살만한 곳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100가지 일들> 요런것 꼭 해보는 사람이 있다. 난 그런 성격은 되지 못하지만 한참 유행하던 '버킷 리스트'는 작성해 보고 싶다. 심심할 때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100가지도 넘을 것이다.찾다보니 정말 많다. 무릇 인간은 어우러져서 살아야 한다.

 

<바보 마술사> 참 따듯한 이야기다. 우리는 늘 '일등'이나 '영재 혹은 천재'를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 이등은 기억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일등만 존재하며 살까? 세상엔 너무도 많은 2등들이 있는데.천재 마술사와 2등도 되지 못하는 '바보 마술사'인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가슴을 훈훈하게 해 준다. 'TV행복한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어 순수함보다는 '정과 사랑'을 샘솟게 해 준듯 하다. <달 스위치> 이 내용은 정말 '짱구의 일기'에서처럼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어른들의 '사랑'이 엮여 더욱 따뜻하고 오래 기억되게 한 듯 하다. 어린 아이의 눈에 보이는 '달'은 스위치로 켜서 나오는 것처럼 낮에 태양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얼마나 그 표현이 이쁜가. 요즘 우리는 스위치가 아닌 컴퓨터 '클릭'한번으로 모든 것을 하듯 너무도 쉽게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웃이 되는 것도 쉽고 이웃에서 삭제되는 것도 쉽다. 스위치와 같은 클릭 한번으로 결정지어지는 요즘 세상에 '달 스위치' 는 좀더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같이 '성형'이 우선순위인 나라가 있을까? 성형공화국이라는 말도 나오고 성형을 위해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관광을 온다는 뉴스도 종종 접하기도 했는데 <성형 자판기>가 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정말 끔찍하다. 요즘 티비를 보다보면 연애인들이 너무도 비슷하거니와 잠시 나오지 않다가 나오면 얼굴이 바뀌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다른 이유를 말하지만 분명 '성형'이다. 하지만 성형으로 자신을 바꾸고 안티에이징을 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며 자신의 개성으로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는 배우에게 점수를 높이주고 싶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성형으로 물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너무 만연화 되어 자연인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사회는 싫다.한번 손을 댄 자신의 외모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성형 자판기'처럼 너도 나도 성형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함을 씁쓸하게 읽었다.

 

위의 내용들 뿐만이 아니라 마음 따뜻한 동화같은 이야기도 있고 조금 생각을 해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분명 세월은 우리를 어린시절의 '동심'을 간직한 순진하고 순수하던 그 시절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세상도 변하고 인간사도 변하는게 분명 하지만 잃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아니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의 그 팍팍함에 순수함을 간직한 '어린왕자와 장미와 여우 한 마리'를 평면적 만화로 다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입체영상의 화려한 어린이 만화가 아니라 어릴적 그 시간만 되면 티비 앞에 모여들게 했던 순수함의 만화처럼 때묻은 마음을 씻어낸 듯 하다. 요즘 만화나 동화는 판타지로 다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 책의 이야기는 순수함으로의 회귀처럼 연어가 모천을 찾아가듯 모천으로 인도하는 시간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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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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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는 것이 있을까? 물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인생도 흐르고 역사도 흐르고 이야기도 흐르고 그렇게 굽이쳐 흐르며 더 큰 강을 이르고 바다를 흘러간다. 19세기 급변하는 시대에 민초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청과 일이 위와 아래로 노리는가 하면 쇄국정치를 하려는 자와 그 반대 세력의 부딫힘 속에 민초들 또한 새로운 믿음에 잉걸불처럼 하나 둘 물들어갔던 천지도가 나라를 흔들고 백성들의 삶을 흔들어 놓던 그 시대에 서자로 태어나 제 운명대로 살지 못하고 바람에 떠도는 나그네처럼 떠돌이 삶을 우연처럼 선택하게 된 이신, 이신통이라는 전기수와 그를 보는 순간 자신의 운명이 되어버린 양반과 기생 첩 사이에서 태어난 연옥이란 여인의 기구한 삶과 함께 그시대의 역사가 함께 씨실과 날실로 엮여 전기수의 이야기처럼 그시대를 들려주고 있다.

 

19세기 근대문물이 밀려 들며 뒤숭숭한 시절에 동학과 함게 민심 또한 뒤숭숭한 때,양반과 기생 첩의 소생인 연옥은 그녀의 어머니의 삶이 그렇듯 그녀 또한 어머니의 삶을 닮아 가듯 그녀 또한 첩으로 가지만 한번 보고 마음에 담은 신통을 잊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자신이 살아 온 삶과 다른 삶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삼년의 결혼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강경에서 객주의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늘 신통에게 향하고 있고 어머니 또한 그녀의 맘을 알기에 신통을 기다린다. 그들의 운명은 빗겨 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바람처럼 만나기도 하며 연을 이어가던 중 그가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천지도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첩의 소생이며 신통은 서얼이라 자신의 뜻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운명들이니 오죽했을까.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바람처럼 살아가야 하는 운명들,그런 운명들에게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천지도는 들불처럼 일어나지만 아직 조선이라는 나라가 버티고 있으니 사람이 곧 하늘이 못 되는 흉흉한 세상일 수밖에.

 

이신통,그는 서얼이지만 편애없이 어려서부터 글공부를 시켜 준 아버지 덕분에 모든 면에 뛰어나지만 그의 뜻을 펼치고 살 세상이 아니다. 그 또한 첩의 소생이니 과거는 물론이고 남보다 뛰어나다고 자신의 이름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과거가 무엇인지 한양이 어떠한지 구경하러 올라갔다가 천지도인 서씨와 만나게 되면서 그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천지도에 몸 담게 되기도 하면서 그가 그동안 익혀 온 글공부가 이곳 한양에서 전기수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그럭저럭 생활을 연명할 수 있어 전기수의 삶을 함께 펼치며 천지도에 점점 깊게 빠져 든다. 하지만 팍팍한 세상이다. 없는 자는 더욱 멸시 받고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백성이 없다면 나라도 없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민초들의 삶은 질긴 잡초처럼 이어져 나가고 흘러가고 신통의 삶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바람처럼 유랑하는 삶으로 이어져 연옥과 이어진다는 것은...

 

연옥과 신의 교차된 삶 속에서도 세월은 흘러 가고 역사는 흘러간다. 연옥은 잠깐의 신통과의 인연으로 이내 부부의 연을 맺지만 그렇다고 부부라고도 내세울수도 없는 삶이자만 앉으나 서나 신통의 걱정으로 그위 뒤를 밟아가며 그의 행적을 좇지만 늘 한걸음 뒤다. 그렇게 신통을 삶을 좇으며 보여주는 조선의 역사와 민초들의 삶은 고난하다. 천지도를 믿는다는 이유하나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가는 사람들,팍팍한 민초들의 삶은 전기수의 이야기가 되고 풍얼패의 풍얼속에 한 판 굿처럼 난장이 되어 흘러간다. 신통이 혼돈의 역사속의 서얼의 삶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면 연옥은 팍팍하지만 굿세게 가정을 지키고 이끌어 가는 강인한 조선 여인네의 삶을 잘 보여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장이 없는 여인네들만으로 구성된 연옥이네 삶이지만 그들은 지치지 않고 꿋꿋하게 여울을 돌아 큰 강으로 이어져간다. 신통의 삶으로 보여지는 조선의 역사라 한다면 연옥의 삶으로 나타나는 여인네들의 질곡의 삶이 질긴 민초들의 여울물과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비록 신이 연옥이 가꾸고 누리는 여생을 보지 못하고 객사를 한 것은 정말 딱한 삶이지만 그런 민초들의 삶이 모이고 모여 현재의 우리가 있게 해주는 삶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한사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이름 없는 별들의 삶이 점철되어 이루어진 것처럼 그들의 삶은 여울물을 돌아 큰 강을 이루어주었다. 신통이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이야기와 풍물패의 한 판은 그런 이름 없는 별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처럼 깊은 여향을 남기며 연옥에게서 노성으로 이어지는 삶을 말해주고 있다. 한 권에 담기 보다는 대하소설로 풀어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며 읽었다. 한 때는 이런 민초들의 삶을 담은 대하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참으로 뿌듯함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세월이 변하다보니 짧아지고 간추려진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큰 강이 근원을 이루는 물의 시작은 한 방울에서 시작되고 그 근원은 크고 깊은 것이 아니라 작은 옹달샘에서 시작하듯 나라를 이루는 근간 또한 백성들 개개인의 삶이 모여 이루어 큰 강을 이루었다는 것을 '여울물 소리'에서 신과 연옥의 삶에서 비롯된 많은 이들의 얼키고 설킨 삶에서 또 한번 그 여운을 느낀다.

 

'물이 말라 애를 태우던 가뭄이 지나면 어느새 골짜기와 바위틈에 숨었던 작은 물길이 모여들고,천둥 번개가 치면서 비가 오고, 강물은 다시 흐르겠지요. 백성들이 저렇게 버젖이 살아 있는데 어찌 죽은 이들의 노고가 잊히겠습니까? 세상은 반드시 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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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좀 어때! 푸른숲 새싹 도서관 6
고토 류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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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신입생인 '1학년' 요즘은 대부분 유치원에서 미리 교육을 다 받고 들어가 그렇게 서툴고 낯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유치원과 학교생활은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뭔가 나 또한 이루었다는,성장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때가 분명 있다. 유치원 때나 초등신입생일 때나 우리집 아이들은 집에 오면 한동안 엄마에게 조잘조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쳤다.아니 신기함에 별거 아닌 일도 모두 말해야 하루 일과가 끝나던 때가 있었다.

 

개구장이 구로사와와 울보 신이 그리고 구로사와에게 늘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고지마등 구로사와의 장난에 한번도 당하지 않는 친구는 없는 듯 하다. '청소시간' 은 자유시간으로 친구를 좀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다. 그런 칭소시간에도 우리의 개구장이 구로사와는 이번에도 그냥 지나질 못한다.청소를 하는것인지 마는 것인지 대충대충하며 장난을 치는 구로사와,그런 구로사와에게 선생님은 칠판을 깨끗하게 닦으라 했다. 더러운 걸레로 마지못해 닦는 구로사와,선생님은 구로사와에게 청소하는 법을 자세하게 일러주신다. 걸레를 먼저 깨끗하게 빨아서 닦으라는 말에 구로사와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깨끗하게 빤 걸레로 칠판을 닦으니 칠판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구로사와에게는 칠판청소를 고지마에게는 책상 청소를 맡겼다. 칠판청소를 마친 구로사와는 또 신이에게 장난을 친다. 신이의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며 걸레질을 한 것이다. 신이는 그것이 또 맘에 안들어 운다. 화장실에 가서도 울고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정말 울보인가보다. 신이는 그래서 결심한다.이젠 구로사와와 다시는 놀지 않겠다고.정말 그렇게 될까. 그런데 반 친구들이 울고 있는 신이에게 다가와 구로사와에게 한번도 당하지 않은 친구는 없다고 말을 한다.모두가 몇 번씩 당하지만 그래도 친구로 놀고 어울리고 있다. 난 이제부터 절대로 구로사와와 놀지 않겠다.

 

엄마에게 구로사와에게 당한 일을 말하고 괜히 엄마에게 심통을 부리는 신이,그런데 정말 구로사와가 밉지 않다. 나 혼자만 당한것도 아니고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는가하면 그런 구로사와가 밉지 않다. 구로사와가 밉다고 놀아주지 않는다면 구로사와는 혼자가 될 것이다. 아마도 신이와 친하다고 생각하기에 구로사와는 신이에게 더 심한 장난을 하는지도 모른다. 양파를 까며 눈물을 줄줄 흘리며 신이는 구로사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정말 구로사와가 미운 것일까.분명 아니다.그는 친구임에 분명하다. 우리집 초인종을 거침없이 누르고 거침없이 쿵쾅쿵쾅 우리집에 놀러 올 친구는 구로사와 뿐이다.

 

구로사와도 아직 서툴고 신이도 아직 서툴다.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좌충우돌 조금 부딪힐 뿐이지 나쁜 친구거나 미운 친구는 아니다. 친구의 단점을 붙잡고 친구에서 하나 둘 가지를 쳐낸다면 진정한 친구가 남아 있을까? 내가 친구의 단점을 찾아 냈듯이 나도 누군가에겐 단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애벌레가 나비로 탈피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듯 양파의 껍질을 벗기며 흘리는 눈물이 진짜 눈물이 아니듯이 구로사와의 속에 숨은 진심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고 그렇게 친구를 앓아가는 것이다. 개구장이 구로사와가 있어 늘 말썽이 있는 1학년이지만 그 덕분에 신이는 기억에 남는 1학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귄 친구가 더 오래도록 곁에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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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바꿔 줘! 푸른숲 새싹 도서관 5
고토 류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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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은 사회생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전에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다니기에 이미 사회생활을 배우고 학교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또 다른 사회생활처럼 느껴진다. 뭔가 한단계 성숙하고 좀더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처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가방에 신발주머니를 들고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이제 비로소 부모가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나름 뿌듯하던 생각도 난다. 내 아이들은 미리 유치원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들어갔으니 초등학교가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세대는 유치원보다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난 언니 오빠들 어깨넘어로 모두를 배우고 들어가 시시하기도 했고 교과서를 받고는 그 자리에서 모두 읽어보기도 했던 그런 기억도 나는데 유치원 때하고는 달리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짝꿍도 그렇고 담임선생님한테도 무척 관심이 많다.

 

 

구로사와,그는 택시 운전을 하며 바쁜와중에 그를 홀로 키우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누가 챙겨 주기 보다는 아마도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인지 남보다 더 돌출된 행동을 하여 미움을 사는가 하면 친구 '신'을 더욱 울보로 만드는 일을 종종 만들곤 한다. 자전거를 놀이터에서 타는 것도 모자라 미끄럼틀에서 타고 내려오다 날러 팔이 부러지고도 그의 장난은 끝나질 않는가 하면 수업시간에는 공부보다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리고 수학시험시간에는 연필을 가지고 장난을 하며 남들을 웃기려고 하고 지우개를 잘라 만들기를 하여 늘 수학은 '빵점'이다. 정말 구로사오가 수학을 못나는 것일까? 선생님이 물어보면 잘 맞춘다.신기하게.그런가하면 구로사와의 장난을 멈추게 하고 그를 타이를 수 있는 것은 담임선생님 뿐이다. 구로사와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일까? 선생님이 구로사와를 좋아는 것일까?

 

 

신,나는 울보다. 구로사와가 장난을 치면 늘 구로사와의 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난의 대상이 되어 눈물을 보이는 울보. 구로사와의 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게 당하고만 사는데 어느 날 구로사와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예방주사를 맞던 날 구로사와가 울은 것이다. 장난이라고 했지만 분명 녀석의 눈물을 보았다. 팔이 부러져도 청결검사를 해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녀석이 주사를 무서워 하는가보다.그런가하면 내가 예방주사를 맞을 때는 나를 살짝 꼬집어 내가 주사의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게 했던 녀석이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그런 구석도 있다.

 

 

고지마,우리반에서 키가 제일 작지만 그렇다고 구로사와에게 당하지 않고 늘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녀석이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온것일까? 구로사오가 신을 슈퍼자동차를 시켜 놀이를 할 때에도 당당하게 나서서 못하게 막았던 고지마다. 그러니 하루에도 정말 몇 번씩 적수인 구로사와와 맞부딪혀 싸우기 일쑤다. 우리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신은 늘 구로사와에게 당하고 만다. 녀석을 친구로 아니 짝꿍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왜 담임선생님은 구로사와를 감싸는 것인지 모르겠다.자신과 다른 친구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직은 서투른 신입생들이며 사회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이 우왕좌왕이다. 모두가 서툴다. 그런 속에서 꼭 튀는 친구가 한두명 있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돌출행동을 한다. 그속을 들여다보면 친구의 진심이 있는데 아직 그런 진심을 볼 눈을 갖지 못한 나이,하지만 신은 어느 날 구로사와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오늘은 지각할 듯 하다.구로사와와 함께 가다가 학교에서와는 다른 구로사와를 발견하게 된다. 횡단보도를 엉금엉금 기어가는 '애벌레'를 보며 이녀석이 아름다운 나비가 될 것이야 하며 애벌레를 보느라 위험한 순간도 그리고 학교에도 늦게 생겼다.늘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였던 녀석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니 오늘은 학교에 늦어도 상관없다.비로소 친구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밖으로 드러나는 타인의 돌출된 행동엔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다. 그 안에 담긴 참모습을 보기까지,아니 상대가 참모습을 감추어 보이지 않으려 한다면 참모습을 보지 못하고 주위만 뱅뱅 돌다가가 진정한 친구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관계가 순조로운 사람도 있지만 개개인의 차이가 있듯이 좀 힘들고 버거워 하는 사람도 있다.자신의 진심과는 다르게 밖으로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친구의 참모습을 보기에 '1학년'은 아직 미숙하다. 개구장이 구로사와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진정한 모습에 신이 마음을 빼았겼다. 아마도 멋진 친구로 거듭나지 않을까.애벌레가 나비로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듯 그들 또한 아직은 '애벌레'의 시간인 것이다.그들이 서로의 참모습을 보고 나비로 거듭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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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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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가족과 함께 식물원에 간적이 있다.그곳은 다른 어느곳보다 식물들이 많았고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라 숲을 산책하듯이 그렇게 식물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무척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그곳에서 인상깊게 남은 것은 '바오밥나무'다.<어린왕자>에서 나오던 그 나무를 식물원에서 만나고 그것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괜히 그곳에 가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다. 그러다 다른 여행서로 마다가스카를 다녀온책을 보고는 더욱 그곳을 향하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했다. 왜 바오밥나무는 그곳에서만 천 년을 넘게 서식하고 있을까.다른 나무와는 다르게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지만 바오밥나무와 인간이 함께 하는 풍경은 먼 우주의 그곳처럼 내겐 늘 인상깊게 각인되던 곳인데 제목도 그림움을 불러 오지만 사진이 바오밥나무가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사진이라 더욱 눈길을 끌던 책이라 미리 구매를 해 놓았다. 함께 온 달력은 여행을 많이 하고 싶다는 큰딸의 책상 앞에 걸어 주었다. 사진을 보며 꿈을 키우라고.

 

'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설레고 어디론가 괜히 떠나고 싶게 한다.하지만 맘처럼 여행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든 국외든 그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하지 못하기에 늘 책과 여행프로로 만족을 하며 있다. 그것도 딸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더욱 여행과는 멀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전에는 아이들이 크면 여행할 시간이 없거나 부모나 함께 하려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강제적인 반은 작용을 했지만 그래도 즐겁게 가고 싶으면 훌쩍 가족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여행계획은 빡빡하게 세우기 보다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자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어느 한 곳을 정하고 그 다음부터는 현지 사정에 따라 움직이며 하는 여행을 택하여 했는데 그것이 처음엔 실수도 많고 했지만 한번 두번 떠나보다보니 식구들이 모두 그런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다녔던 여행 아이들은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나이가 들고나서는 그런 어릴적 여행이 너무 좋았다며 가족과 함께 하는 자유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계획하고 떠나기 보다는 실수 투성이지만 그런 여행이 더 많은 것을 남겨 준듯 하다. 이제 다시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그 때 길에서 만났던 힐링,이제서 가족들 모두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여행서를 읽기 전에는 한번 죽 사진들을 먼저 가슴에 담아 본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이 많으니 더욱 가슴에 들어와 콕콕 박히는 사진들,하지만 다른 사진들 보다 '웃는 얼굴' 사진이 정말 좋다. 여행이란 '새로운 만남'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그사람들과 만나기 위하여 전생에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맺었을까? 내가 있는 현실에서는 주머니를 채우기 위하여 아둥바둥 하지만 사진속의 얼굴들은 가진것이 없어도 마음만은 행복한 정말 거짓없는 행복이 담겨 있어 나 자신을 내려 놓게 한다. 하루에 1달러를 가지고 여러명이 되는 가족이 생계를 이어야 해도 그들은 행복하다. 새로운 풍경과의 만남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사람'과의 만남이 마음을 강하게 흔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 자신을 보게 되는 것 같다.그들의 웃음을 나를 바로 볼 수 있는 '거울' 이 되는 듯 하다. 널판지 하나에도 행복하여 웃는 아이들, 그가 담아낸 다른 이들의 삶과 웃음이 내 삶을 더욱 깊게 들여다 보게 하는 여운을 준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따스한 위로가 아닐까?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헐겁고 여유로운 미소로 타인에게 희망이 되고, 진정한 위로가 되는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이 너무 아프고 고단하여도 그대에게 용기가 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진실하고 한없이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고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그런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겸손은 세상 모두를 편안하게 해 주는 참된 인격이고 아름다운 힘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글이 참 좋다.사진도 정말 멋지고 좋은데 글이 주는 잔잔한 여운이 좋다. 좋은 곳을 여행하며 내세우기 보다는 자신을 내려 놓은 '겸손'의 모습과 글이 너무 좋아 자꾸만 빠져 들어 읽게 만든다.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가 아니라 그으 사진과 글이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고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길 위에서 만나는 '위로' 그것이 그의 사진을 거치고 글을 거쳐 걸러져 내게로 진하게 전해져 온다. 정말 '여행은 이렇게 떠나는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왜 자꾸만 빠져들게 만드는지.'인간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에게서 삶은 모든 것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이란 것을 깊게 심어준다. 떠나고 싶어진다.그들을 만나러 그 풍경을 만나러.

 

딸들이 수능을 끝내고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의견조율이 잘 안되고 있다. 국외로 나갈까 했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 조율을 해보라 했더니 그냥 '제주도'로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여기저기 자유롭게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한다.이제 봄이면 곁을 떠나는 딸들,함께 있는 시간에 정말 오래도록 그녀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을 추억을 만들기 위해,그런가하면 그동안 마음 아파하던 시간들을 모두 떨쳐 버리라고 훌쩍 떠나고 싶다. 가까운 겨울바다여도 좋고 좀더 먼 겨울바다여도 좋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모두 함께 떠나는 여행이니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따뜻한 정을 서로의 틈새에 메꾸어 넣고 싶다. 여행이란 채우기도 하지만 내안에 고여있던 것들을 비우기도 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기운 새로운 풍경을 담아 내일을 위한 에너지로 교환하고 싶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에너지를 내 삶을 위한 에너지로 바꾸어 넣고 싶다. 떠난것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겸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행과 행 속에서 배운다. 그가 담은 때묻지 않은 사진속의 웃는 얼굴에서 내일을 사는 바른  길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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