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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가 바다를 건너는 배에 타기 위해 돈을 모은다.
마침내 뱃삯을 치르고 배에 오른다.
그는 배에서 제일 아래칸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짐칸 바로 옆에 있는 그 자리는 침대도 없고 조명도 없다.
하지만 그는 배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며 배를 구경하기 시작한다.

그 배에는 무도회장도 있고, 커다란 식당도 있고,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그는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구경만 할 뿐이다.

"
, 저 사람들은 참 좋겠구나. 저렇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표는 엄청 비싸겠지. 다음엔 나도 부자가 되어서 저렇게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표를 사야지
!"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에 그는 비로서 알게 된다. 뱃머리에서 만나 사랑을 느끼고 흠모하게 된 그녀를 통해서, 그가 치른 뱃삯에 배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듣는 것이다. 항구에 배가 닿는 그 순간에 말이다!』


'성격대로 하자면 이 이야기를 읽은 책을 찾아내서 정확하게 인용을 하고 리뷰를 써나가야 직성이 풀리겠지만지금은 내 직성 푸는 것보다 이 책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리뷰를 쓰는 일이 더 우선이다. 그러니 그냥 아쉬운대로 Go Go!' 




어떤 책에선가 위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읽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만일 그 남자 입장이라면 차라리 끝까지 그 사실을 모른 채 배에서 내렸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언제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그 남자에게는 새로운 출발선이 생기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비록 자신의 지레짐작으로 허락된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안은 채 배에서 내려야 하는 남자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그 남자의 인생이 거기서 끝난 건 아니니까 말이다

배 구경을 하던 남자처럼, '독서'의 세계에 들어와서 이리 저리 구경을 다니던 나에게 《독서의 역사》는 말한다.

"
당신에게는, 당신이 구경만 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직접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 라고.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 알베르토 망구엘은, 위 이야기 속 '그 남자'가 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와 같다. '그 남자' '그녀'는 같이 배에서 내린다. 이후에 그들이 서로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루었을 지, 아니면, 배에서 내리자마자 각자의 갈 길을 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각자의 인생 길을 걸었으리라는 점이다.

《독서의 역사》는 계속된다. 
나는 한동안(다른 대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베르토 망구엘을 흠모하며 지낼 것이고

《독서의 역사》가 나에게 속삭여준 가장 소중한 비밀은,
'
언제라도 내가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며,
알베르토 망구엘이 말했듯,
"
그러므로 나는 외롭지 않다."(12p.)

* 책의 장점;

1. 재미있다.
(지은이 알베르토 망구엘은, 각 챕터마다 유명인사(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우구스티누스, 카프카, 콜레트, 휘트먼, 찰스 디킨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 헤밍웨이, 알베르토 망구엘 등등..)들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흥미롭게 이야기를 엮어 놓았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2. 스스로 뿌듯하다.
('독서가'로서 나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 아주 기분이 좋다. 그동안,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한편 독서를 그저 취미생활 쯤으로 여기는 가족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항상 떳떳하지 못했는데, 《독서의 역사》를 읽고 난 지금,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 책의 단점; 환청이 들린다. (다 읽지 못한 채 방바닥에 쌓아둔 책들이 저마다 '날 봐 날 봐 미영!' 노래를 부른다. ㅜㅜ)



* 인상깊은 구절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학은 나 혼자만의 왜곡된 독서 여정에서 터득한 깨달음과 서가 크기만으로 문학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야심만큼이나 독단적이거나 아니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선택이다. 교과서나 기타 책자, 공공 도서관에서 신성시된 문학사는 내 경우에는 독서의 역사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그 문학사는 비록 나의 문학사보다 역사가 더 깊고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우연이나 상황에 좌우되기는 마찬가지이다.(38p.)

언젠가 보르헤스가 내게 말하기를, 1950년에 페론 정권이 반대파 지식인들을 겨냥해 조직한 어느 인민주의자 시위에서 시위대들이 "구두를 다오! 책은 싫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에 "구두도 주고, 책도 주마!" 라고 응수했지만 아무도 확신시키지 못했다. 거칠고 궁핍한 사회 현실은 도피적인 책이 주는 상상 속의 세계와는 타협이 불가능할 만큼 상충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실제적인 예를 볼 때 삶과 독서 사이의 인위적인 이분법은 권력을 쥔 사람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조장된다. 인민의 통치 집단도 피지배자의 망각을 요구하기 때문에 책을 쓰잘데없는 사치라고 낙인찍는다. 반면 전체주의 통치 집단은 국민들에게 사고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책을 금지시키고, 위협하고, 검열한다. 어느 면에서 보면 인민 통치 집단이든 전체주의 통치 집단이든 국민 모두가 어리석은 존재로 남을 것을, 그리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퇴행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알맹이와 가치가 없는 것들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39~40p.)
(지금 책을 금지시키고, 위협하고, 검열하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더 좋아진 것일까? 책을 금지시키고, 위협하고, 검열하는 시대는 차라리 낫다. 적어도 그 시대에 상대는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실체니까. 지금은 훨씬 교묘하고 혼란스럽다. 소비해야할 쓰레기, '알맹이와 가치가 없는 것들'이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인상깊은 구절 계속 이어지는데,
지금은 타이핑 할 시간이 없어서 우선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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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에버릿의 비밀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가 내게 준 가르침
앨런 코헨 지음, 정영문 옮김, 정택영 그림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현재를 행복해 하면서 더 나은 상황에 굶주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일반 독자가 쓴 리뷰 한 줄에 끌려서 읽은 책입니다.

 

현재를 행복해 하면서 더 나은 상황에 굶주리는 방법이라...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편리한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배고픔'이라고, '간절함'이라고, '절실함'이라고,
부족한 상태에서 풍성한 상황을 원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무언가 노력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요즈음.
나에게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로 다가옵니다.

 

읽기는 쉽습니다
아름다운 삽화와 큼직한 글씨, 시원한 편집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단촐한 등장인물, 시간 흐름에 따라
거스릴 것 없는 이야기 진행, 일기를 쓰듯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정리된 한 쪽 메모 덕분에, 집으로 치자면 여러 개의 방이 있고
각 방마다 개성을 살려서 잘 꾸몄으면서도
집안 분위기 전체로 보면
아주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이 납니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내는 것임을 절감하는 저에게는, 이 책이 쉽게 읽혀진다는 점에서 글쓴이의 저력이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배우자면 계속해서(, 그것이 나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그것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언뜻 보면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 꼭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결코 '언뜻'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서, '현재를 행복해하면서 더 나은 상황에 굶주리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대놓고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분명하게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인상깊은 구절]

47p.
이튿날 오후, 나는 다시 에버릿 씨를 찾아갔다. 그는 소파에 앉아서 <그것은 비버에게 맡겨라>라는 제목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 하하!"
그는 숨이 넘어갈 듯 웃고 있었다. 내가 따라 웃기도 민망할 만큼……
"앉게나, 이 친구야. ~ 하하~!"
그는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실컷 웃으면 일에 푹 빠져 있을 땐 안 풀리던 문제가 스르륵 해결될 거라고 장담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 프로그램의 후반부를 시청했다. 그는 억지로 웃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
'부럽군.'
연방 웃는 그를 지켜보다 보니, 프로그램이 끝났을 무렵에는 나의 돈 문제가 그토록 곤란한 것만 것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괜히 마음이 느긋해졌다
 

137p. 오늘 에버릿 씨에게 배운 것
l  돈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좋은 것이 될 수도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l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힘을 뺏거나 억제할 필요하 없다.
l  기쁜 마음으로 원해서 주고받는 돈이야말로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돈이다.

 
137p. 나는 이렇게 했다.
l  제스 윌콕스에게 100달러를 돌려주었다. 내 차에 흠집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가 부인을 했음에도 그에게 뒤집어씌웠었다.
l  주소 불명 딱지가 붙어 돌아온 기관에 기부금 보내는 일을 중단했다. 그동안 나는 의무감에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
l  작년에 내가 도운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올해에는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155p. 나는 이렇게 했다.

l  내가 좋아하는 색상으로 사무실을 칠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치 않았다. 그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l  나 자신에게 연애편지를 썼다. (최소한 내게도 팬이 한 명 생긴 것이다.)
l  작은 포스터를 만들어 책상 모서리에 붙여 놓았다: '큰 그림을 기억하라'


166p.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그것을 제대로 된 벽에다 설치했는지 확인하라.

166p.
우리가 행복하게 보낸 시간은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어준다.
존 메이스필드

179p.
인생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다.
한 가지는 그 무엇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199p.
걱정은 흔들의자와 비슷하다.
앉아 있으면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199p.
인생의 어떤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
퀴리 부인

 

224p.
당신의 미래는 과거와는
다른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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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희안한 책이다. 제목은 '지구 속 여행'이고, 실제로도 땅 속으로 들어가는 탐험 이야기인데, 다 읽고 나니, '공간 이동'이라기 보다는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원생대, 고생대, 신생대주인공 악셀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보다. 악셀은 다음과 같은 상상과 환각의 세계를 경험한다. "나는 인간이 태어나기 오래 전,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시대, 지구가 아직은 불완전해서 인간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오늘날의 지구보다 140만 배나 큰 이 성운이 나를 감싸고 우주 공간으로 데려간다! 내 몸은 순화되고 정화되어, 무한한 공간에 새빨간 궤도를 새기는 이 거대한 구름 속에 무게를 잴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원자 하나처럼 섞인다." 몇 억 광년 떨어진 거리를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 하거나, 몇 백 만년 전으로 시간 이동을 하는 장면에 너무 잘 어울리는 표현 아닌가! '내 몸은 순화되고 정화되어, 무한한 공간에 새빨간 궤도를 새기는 이 거대한 구름 속에 무게를 잴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원자 하나처럼 섞인다!'

며칠 전에 TV(EBS로 기억함.)에서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실감나는 공룡들의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었다. '아 그래. 우리 나라에도 공룡들이 살았다구!' 라는 것 하나, 'CG가 제법 실감나네~' 라는 것 하나. 그러면서도 프로그램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고생해서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고생'이라는 것이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기술적인 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아직은 좀 그렇군.' 이라는 느낌과 함께 오히려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사람의 상상력이 위축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생겼다.

그에 비하면 작가 한 명의 손끝에서 나온 이 책, 1864 11, 지금으로부터 145년 전에 출판된 이 책 한 권이 나에게 선사한 이 풍부한 시간 여행의 느낌은 얼마나 생생한지! 주요 등장인물 단 3!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그라우벤(악셀의 연인)까지 포함시켜도 4! 인간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배신도 없도 갈등도 없다.(뭐 가끔 주인공 악셀과 삼촌 리덴브로크 교수가 의견 충돌을 빚지만, 대부분 삼촌의 불 같은 성격이 도지기 전에 악셀이 스스로 꼬리를 내리기 때문에 '갈등'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은 별로 오래가지 못한다.) 소설을 읽을 때 '인물'과 그 인간관계 양상에 많은 관심을 갖는 나로서는, 이렇게 '밋밋한' 인간관계의 소설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괜챦은데, 이 책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탐험 정신'과 끊임없이 나타나는 흥미로운 풍경,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만약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확실히 훨씬 더 즐거운 '과학 수업'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지금이라도 쥘 베른의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15소년 표류기』부터 읽어봐야지. 어렸을 때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안 읽은거나 마찬가지니까! 그 다음엔 『80일 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순서로 읽어가면 되겠지?  룰루랄라~ 책 읽는 순서를 고르는 데 마치 멋진 여행을 계획을 세우는 기분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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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나의 힘
최훈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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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논리는 나의 '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속도 알차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책의 목적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읽고 쓰고 말하는 힘을 키워주는 '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 필요하다. 다른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와 논쟁할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하고 논쟁 끝에 누군가에게 뜻을 점철시키고 그래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논리에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럼 대체 언제 '논리는 나의 ' 되는가? 나에겐 오직 경우, 내가 감정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릴 ! 바로 때다. 감정의 수렁에 빠졌을 내가 해야 일은 '사람 살려' 외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뻗어 '논리'라는 밧줄을 잡고 현실로 빠져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확실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럴 때다. 나는 지금 '미용사 자격증'을 따려고 실습 위주 교육을 받고 있다. 시작한 지 3주째다. 이제 제법 가위 잡는 법이 손에 익고 기본 커트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머리(카락) 자르러 미용실 가지 말고 나에게 맡기라고! 내가 잘 잘라주겠다고! 모두 다 코웃음을 친다. 뭐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이긴 하다. 그런데 동료 한 명의 반응이 너무 싸늘했다. "에이. 누구 머리를 망치려고 그러시나~ 집에 가서 가족들 머리나 자르세요." '-'

그 때 나는 감정의 수렁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쟤 뭐야. ? 내가 그 동안 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싸가지 없는 자식. 아주 미운 털 박자고 작정을 했군. 점심에 뭘 잘못 먹었나~ 나 원 참.. 생각할수록 분해 죽겠네. 아 누가 지 머리 잘라주겠데? 맨날 땟국물 줄줄 흐르는 와이셔츠나 입고 다니는 주제에 정말 참…'

나는 곧장 나에 대해 '부정적인(속마음=불쾌한) 발언'을 한 그 사람을 판단해버린다. '저 녀석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군.' 이러면서 그 한마디를 모든 일에 적용시켜 확대 해석하기 시작한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쟤는 나를 믿지 않는 게 분명해. 나를 못 믿는다면 나도 못 믿어! 이제부터 쟤랑 같이 일하면 안되겠어. 다른 사람은 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대로 두면 일이 커지게 생겼다. 이럴 때 그야말로 '논리는 나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논리는 나의 힘』 1장에 '논리적인 사고와 비논리적인 사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주장을 하거나 남의 의견을 들을 때 이유 또는 근거를 묻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주장을 하거나 의견을 말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그리고 남의 주장도 정당한 이유 없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그런 태도를 비논리적 또는 무비판적이라고 부른다.(23p.)

뒤이어 나오는 2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뭐가 좋을까?'에서는 논리적인 사람과 비논리적인 사람의 특징을 비교해서 설명해준다. 「논리적인 사람 •개인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비논리적인 사람 •자신의 감정에 따라 충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29p.) 그렇다. 나는 그동안 너무도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다. 심지어 그렇게 사는 게 더 솔직하고 인간적인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위에 고백했듯이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살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오해하고 내치고 끊고 나 역시 그렇게 오해 받고 내쳐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회생활만 따져보아도, 논리를 무시하고 살아온 세월이 18년이다. 몸에 밴 그 습관이 책 한 권 읽고 바뀌지는 않겠지. 비논리적인 사람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른손 잡이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 답답하고 잘 안되면 그냥 오른손을 쓰면 되니까 말이다. 나로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비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시 책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책에서 말하기를 「논리적 사고는 지식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면 누구나 연습하면 그 기술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50p.)고 했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쉬운 기술이다. 자신이나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대신에 근거를 찾으려는 자세만 되어 있다면, 논리적인 사고를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이다.(50p.)라고도 했다.

며칠 있으면 설날이다.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정말이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기분이라 싫지만 그래도 맛있는 떡국을 안 먹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쩝~ 또 한 그릇 먹고 나이 생각을 하겠지.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귀한 줄 알겠다. 나로서는 몸에 밴 습관대로 '비논리적'으로 살아가는 게 편리하겠지만, 그러면 지금껏 반복해 온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불편해도 당분간 '무조건 당신이 옳소'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나에게 미운 말 하는 사람들도 한 번 더 쳐다보고 '그럴만한 이유와 근거'를 찾아보도록 해보자. 그러자면 이 책, 『논리는 나의 힘』을 가까이 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논리는 나의 힘!!! 제목만 봐도 왠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지지 않나? ㅎㅎ  


어찌되었든 앞서 그 동료 이야기를 결론지어야겠지? 그래. 그 친구가 무얼 그리 틀린 말 했나? 미용가위 잡은 지 한 달도 채 안된 사람한테 '내 머리 잘라주시오.' 할 사람이 누가 있다고. 헤어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머리 한 번 잘 못 자르면 며칠 동안 신경쓰이고 짜증나는 것을! 내가 한 말이 농담이면 그 친구가 한 말도 농담일테지. 안 그런가? (크크그래도 나 커트 잘 할 수 있는데! 우리 선생님한테 "~ 아주 잘 하고 있네. 가위질이 아주 완벽해요. 그래도 다행이네~ 한 사람이라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런 칭찬도 듣는 몸이라구! 우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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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율법학자가 어깨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당나귀에 탄 이야기는 들어봤소?”
내가 물었다.
아니요.”
거리에서 누군가가 왜 가방을 당나귀 위에 올려놓지 않느냐고 물었소. 그러자 그가 그건 참 잔인한 일이오. 이 불쌍한 당나귀한테는 나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울 거요라고 대답했다는 거요. (398p.)

흐흐흐. 이 농담 들어 본 적 있다. 원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거였군. 나는 농담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농담을 잘 못한다. 그걸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머리가 좋고 순발력이 좋다. 나는 순발력이 떨어진다. 꼭 한 박자 늦게 터지거든. 그게 참 환장하는 거거든. 나 혼자만 킥킥대다 마는 거지 뭐


『연을 쫓는 아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장장 556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한 번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재미있게!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고, ‘하자라인이니 파쉬툰인이니 수니파’, ‘시아파그런 용어가 생소했지만 그게 독서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 왜 있잖아 그런 거. 정확한 개념은 없지만서두 그래두 뉴스에서든 신문에서든 아니면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직장 상사를 통해서든 어쨌든 들어는 본 거! 생판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해도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무슨 뜻인지 알아가는 것도 나쁠 거 없으니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소개 말 가운데,그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타임즈. 라는 문장에 공감이 된다.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그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 아무 의미 없는 음향이 아닌, 고운 멜로디, 아름다운 화음, 신나는 리듬까지 두루 갖춘 멋진 연주로!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 책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을 보여주는 방법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아미르’,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 바바의 친구 라힘 칸’, 아미르의 하인(?) 하산, 하산의 아버지 알리, 하산의 아들 소랍, 아미르의 아내 소라야, 소라야의 어머니 칼라 자밀라, 소라야의 아버지 타헤리 장군이렇게 이름을 쭉 나열했을 뿐인데 지금 내 머리 속에는 이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그려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나는 단지 책을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재능 덕이라 생각한다.

나는 특히 하산이라는 인물에 반했다. 실제로 하산은 초반부에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중간에 다시 잠깐 등장해서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리고 말지만, 그렇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하산은 살아있고, 계속해서 이야기 중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하산은 주인공 아미르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산이라는 인물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충직하고 지혜롭다. 책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자면, 하산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상처를 주지 않았다.(21p.) 그는 태어날 때부터 웃고 있었다.(21p.) 하산은 끈 떨어진 연이 어디로 날아갈 지 안다. 어떻게? 그냥 알아요.”(84p.) 그는 진심만을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 역시 진심을 말한다고 생각한다.(86p.) 문맹이라 글은 읽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은 (특히 아미르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잘 읽는다. (97p.)……

사실 요즘은  이런 인물은 만나기 힘들다. 현실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소설 속에서도 이런 인물은 만나기 힘들어졌다. 시대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런 캐릭터에 꽂히는 걸 보면,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잘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만 그런건가?)

책에는 명예와 긍지를 신조로 삼고 살아가는 파쉬툰 남자들, 특히 아내나 딸의 정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220p.)” 는 파쉬툰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져 나온다. 이상하게 이 부분에서 나는 다른 문화에 대해 생소함을 느꼈다. 대한민국 남자들도 명예와 긍지를 신조로 삼고 살아가지 않나? 특히 여자들의 정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통적인 파쉬툰 남자들의 말이나 행동이 묘사된 부분을 읽을 때 나는 확실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차이가 있다. 좀 더 깊이 따져볼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이 긴 책을 지루한 줄 모르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만 밝히고 싶다. 따지고 들었다가는 괜히 머리만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 외에, 이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내가 소설 속 등장인물에 매력을 많은 매력을 느끼고, 그렇게 매력있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 같은 농담이라도 적절한 분위기, 적절한 타이밍에, 뺄건 빼고 필요한 표현은 그림처럼 실감나게 해줘서 확실한 웃음과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재능이 꼭 타고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개그맨들을 보라.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연습을 하는가. 오늘 또 한 명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을 만났으니, 나의 글쓰기 수업도 계속 계속 이어져 가야겠지. 『연을 쫓는 아이』처럼,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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