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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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율법학자가 어깨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당나귀에 탄 이야기는 들어봤소?”
내가 물었다.
아니요.”
거리에서 누군가가 왜 가방을 당나귀 위에 올려놓지 않느냐고 물었소. 그러자 그가 그건 참 잔인한 일이오. 이 불쌍한 당나귀한테는 나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울 거요라고 대답했다는 거요. (398p.)

흐흐흐. 이 농담 들어 본 적 있다. 원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거였군. 나는 농담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농담을 잘 못한다. 그걸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머리가 좋고 순발력이 좋다. 나는 순발력이 떨어진다. 꼭 한 박자 늦게 터지거든. 그게 참 환장하는 거거든. 나 혼자만 킥킥대다 마는 거지 뭐


『연을 쫓는 아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장장 556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한 번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재미있게!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고, ‘하자라인이니 파쉬툰인이니 수니파’, ‘시아파그런 용어가 생소했지만 그게 독서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 왜 있잖아 그런 거. 정확한 개념은 없지만서두 그래두 뉴스에서든 신문에서든 아니면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직장 상사를 통해서든 어쨌든 들어는 본 거! 생판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해도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무슨 뜻인지 알아가는 것도 나쁠 거 없으니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소개 말 가운데,그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타임즈. 라는 문장에 공감이 된다.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그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 아무 의미 없는 음향이 아닌, 고운 멜로디, 아름다운 화음, 신나는 리듬까지 두루 갖춘 멋진 연주로!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 책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을 보여주는 방법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아미르’,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 바바의 친구 라힘 칸’, 아미르의 하인(?) 하산, 하산의 아버지 알리, 하산의 아들 소랍, 아미르의 아내 소라야, 소라야의 어머니 칼라 자밀라, 소라야의 아버지 타헤리 장군이렇게 이름을 쭉 나열했을 뿐인데 지금 내 머리 속에는 이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그려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나는 단지 책을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재능 덕이라 생각한다.

나는 특히 하산이라는 인물에 반했다. 실제로 하산은 초반부에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중간에 다시 잠깐 등장해서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리고 말지만, 그렇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하산은 살아있고, 계속해서 이야기 중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하산은 주인공 아미르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산이라는 인물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충직하고 지혜롭다. 책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자면, 하산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상처를 주지 않았다.(21p.) 그는 태어날 때부터 웃고 있었다.(21p.) 하산은 끈 떨어진 연이 어디로 날아갈 지 안다. 어떻게? 그냥 알아요.”(84p.) 그는 진심만을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 역시 진심을 말한다고 생각한다.(86p.) 문맹이라 글은 읽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은 (특히 아미르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잘 읽는다. (97p.)……

사실 요즘은  이런 인물은 만나기 힘들다. 현실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소설 속에서도 이런 인물은 만나기 힘들어졌다. 시대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런 캐릭터에 꽂히는 걸 보면,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잘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만 그런건가?)

책에는 명예와 긍지를 신조로 삼고 살아가는 파쉬툰 남자들, 특히 아내나 딸의 정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220p.)” 는 파쉬툰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져 나온다. 이상하게 이 부분에서 나는 다른 문화에 대해 생소함을 느꼈다. 대한민국 남자들도 명예와 긍지를 신조로 삼고 살아가지 않나? 특히 여자들의 정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통적인 파쉬툰 남자들의 말이나 행동이 묘사된 부분을 읽을 때 나는 확실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차이가 있다. 좀 더 깊이 따져볼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이 긴 책을 지루한 줄 모르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만 밝히고 싶다. 따지고 들었다가는 괜히 머리만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 외에, 이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내가 소설 속 등장인물에 매력을 많은 매력을 느끼고, 그렇게 매력있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 같은 농담이라도 적절한 분위기, 적절한 타이밍에, 뺄건 빼고 필요한 표현은 그림처럼 실감나게 해줘서 확실한 웃음과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재능이 꼭 타고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개그맨들을 보라.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연습을 하는가. 오늘 또 한 명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을 만났으니, 나의 글쓰기 수업도 계속 계속 이어져 가야겠지. 『연을 쫓는 아이』처럼,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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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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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리뷰 : 몰입할 수 없었다. (가장 몰입하기 쉬운 장르인 ‘소설’을 읽고 ‘몰입할 수 없었다’는리뷰는 한마디로 ‘재미없다’는 뜻이고, 내 취향이 아니라는 뜻. *참고로, 내 취향은 영화로 말하자면, 오만과 편견, 샤인, 스타워즈, 소림축구!)

** 두 줄 리뷰 : 반 정도 읽고 나니 나머지 반은 저절로 예상이 되었다. 내 예상대로 전개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읽어보았다.(어쨌든 다 읽은 책에 대해서만 리뷰를 쓰기로 정해놓았기 때문에ㅜ.ㅜ)

*** 세 줄 리뷰 : 물론, 처음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추리소설도 있지만(이 책이 추리소설이라는 얘기는 아님^^;), 그러자면 뭔가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말 맛이라도 있어야지 않나? (하긴...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말 맛’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지. 그래도... 『책도둑』같은 책도 있쟎아!) 이 책은, 초반부를 읽고 예상할 수 있는 전개 방식 그대로, 반전다운 반전 한 번 없이 그냥 그렇게 끝나버린다. 가장 마지막 장면까지도ㅜ.ㅜ

**** 그리고 계속되는 긴 리뷰 : 친구가 “넌 꿈이 뭐야?” 하고 물으면, 중학생 때 나는 “소설가”라고 대답했고, 고등학생 때 나는 “중학생 땐 소설가였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등학교 때 어디론가 꿈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 이건 확실히 좀 더 파고 들어가봐야 될 문제지만, 지금은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리뷰를 쓰는 시간이다. 내 꿈 이야기는 다른 자리에서 하자.) 아무튼 나는 여차 저차 해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건축설계사무소였다. 그게 이유였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건축 설계 전문회사를 설립, 프랑스에서 가장 유력한 사업체로 성장하면서 코카콜라, 페리에, 엑스프레스 등 500여 개가 넘는 기업의 사무실을 설계하였다…….”

사실 이 소개 글 어디에도 작가 ‘마르크 레비’가 건축설계를 전공하였다거나 건축가로 일했다는 내용은 없는데, 나는 그냥 마음대로 그가 ‘건축가 출신’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건축가 출신이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어느새 작가를 응원하는 기분까지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줄리아(직업 : 그래픽 디자이너)가 친구 스탠리와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웨딩드레스를 고르며 줄리아와 친구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대강 줄리아와 줄리아의 아버지(안토니 왈슈)의 관계가 설명되고, 줄리아의 예비 신랑 아담도 등장한다. 점심도 먹고, 웨딩 드레스도 결정하고 그러다가 줄리아는 아버지 안토니 왈슈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장례식 날짜가 줄리아의 결혼식 날짜와 겹치고… 와~~~ 이거 참… 이 책 분명 처음 읽는 책인데, 이 느낌 뭐지? 결혼식, 웨딩드레스, 장례식, 상복, 화이트, 블랙… 친근하다기보다는 어째 좀 식상하다는 뜻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왠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새롭지 않은 그런 느낌!

‘이상하다?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거 프랑스 소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렇게 어설픈 미국식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지? 능력있는 아버지(그림자같이 충실한 비서까지 두었음.), 무남독녀 딸, 지울 수 없는 단 하나의 로맨스, 단 한 사람, 여행, 갈등해소, 해피엔딩이라…'

이 정도로 해둬야겠다. 리뷰를 쓰면 쓸수록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 같다. 후우~ 후우~ 열심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 피시식~ 김새는 소리가 나더니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는 풍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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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심리학 - 세종마케팅총서 10
로버트 B. 세틀. 파멜라 L. 알렉 지음, 대홍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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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코드를 읽는 12가지 키워드
소비의 심리학

로버트B.세틀, 파멜라L.알렉 지음
대홍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 옮김
세종서적 2003. 5. 1
14,000


 

참 이상하다. 이 책은 미네르바 추천 도서라는 강력한 구매 동기가 있었고, 내용 자체도 나의 관심과 필요를 모두 충족시켜줄 만했는데, 이상하게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쉽게 읽혀지지가 않는다. 번역 문젠가? 왜 그랬을까? 누가 그랬을까? 누가 자장면을 이렇게 퉁퉁 불려 놓은 걸까?

시장이 반찬이라고, ‘소비의 심리에 대해 배가 고팠던 나는 자장면이 식었든 불었든 어쨌든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다 먹어 치우기는 했다. 양적으로는 아무튼 허기를 채운 셈이다. 맛은 나중 문제고, 우선 급한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줬으니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래도요리사라면 우선 음식에 간은 맞출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자장면에 단무지 한 쪽도 없다니투덜투덜…. )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20여 년 전에 봤던 대학 교재가 그랬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는데도 이상하게 대학 교재만은 전공, 교양 과목을 불문하고 참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시험 때가 아니라면, 혼자서 교재를 읽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학교를 졸업하고 실무를 경험하면서 기초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대학 교재를 다시 찾아 읽은 때가 더 많았다.

이 책이 대학교재 같은 느낌을 준다는 말이 예비 독자들의 기대감을 너무 많이 낮춰버릴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소비 심리에 대해 배가 고픈 분이라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만큼은 다시 한번 확실하게 밝혀 둔다. 다만 좀 차갑고 딱딱하니 배탈나지 않으려면 아무리 배고파도 천천히 꼭꼭 씹어 드셔야 한다는 점그리고 맛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도... ^^;;


 


* 인상 깊은 구절 *

보통 남자보통 여자라는 개념은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한 사람들이 한때 존재했었다손 치더라도, 오늘날에는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엄청난 양의 자의적인 소비력을 가진 집단이다.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취향, 선호, 욕구에 탐닉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여러 가지 선택을 통해서 그것들을 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성은 풍부한 데 비해, 공통성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그러므로 마케터로서 우리는 두 가지 변화에 주목한다. 즉 사람과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개인과 그룹이 각기 다른 관심사를 추구하고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며, 다른 소비재를 구입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세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빨리 변하고 어제까지 인기 있었던 것이 내일도 유행하리란 보장은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다지 많지 않다. 앉아서 불평이나 하면서 매스 마켓(mass market)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아니면 빠르게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여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27~28)

의료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거의 항상 환자들이 생리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료차 병원을 방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생리적 니즈보다는 확인, 관심 또는 대화 등의 심리적 니즈의 충족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치료의 실제적인 효과에 관계없이 물건처럼 취급받으면서 심리적 니즈에 대한 만족을 얻지 못하면 불만스러워한다. (51)

시장에서 소비자가 학생이라면 마케터는 선생이다. 하지만 제자가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는 사람은 좋은 선생이 될 수 없다. 학습 과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면 선생인 마케터는 시도와 실수를 반복하는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은 마케팅에서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상품을 받아들이고 사용하도록 소비자들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책임이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이 바로 마케터들이 하는 일이다. 소비자는 대개 자신들이 자기 판단하에 행동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윈스턴 처칠의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나는 배우는 건 좋아하지만, 가르침을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124)

소비자 태도는 결코 복잡하지 않다. 다음 3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첫째, 소비자들이 무엇을 아는지 혹은 믿는지(지식적 요소), 둘째, 그들이 어떤 것을 어떻게 느끼고 평가하는지(느낌 요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행동하는지(행동 요소) 등이다. 그러나 마케터가 소비자의 태도를 바꾸려 할 때는 반드시 각 개별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154~155)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문제해결법과 의사결정 및 선택 과정을 이해하는 마케터는 구매자들이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정보와 설득 모두가 필요하지만, 정보는 경시되는 반면에 설득은 과용되는 경향이 있다. 선택을 할 때 소비자들은 2가지를 달성하려 한다. 첫번째, 어떤 대안이 가장 큰 기대 가치(expected value)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결정하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실제 가치(actual value)가 기대 가치와 차이가 날 확률을 측정하고 싶어한다. 요컨대 소비자는 자신에게 최선인 것을 택하면서도 너무 위험하지 않기를 원한다. 따라서 기대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위험은 감소시키는 마케팅 전술이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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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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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야기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6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막내 동생 철수(가명), 그리고 나.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은, 집이나 학교가 아닌, 바로 '교회'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나는 스무살 때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막내 동생과 나는 5살 차이다. 내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과 동시에, 철수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더니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 패턴을 그대로 따라서 생활했다. 중간 중간 나에게 교회로 돌아올 것을 권하기도 하면서 철수는 정말 열심히 신앙 생활을 했다. 나와는 달리 대학에 가서도 철수는 여전히 교회에서 아동부, 중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2002년에 아버지가 가까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회사가 어려워 지면서 눈에 띄게 쇠약해지시더니,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철수와 나는 '믿음'에 대해서 다른 행동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철수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신은 없다'면서 종교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나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아버지가 너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아버지가 지고 계셨던 짐은 커다란 산이 되어 우리 가족을 덮쳐 눌렀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정녕 아버지 혼자 전부 짊어지고 계셨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은 커졌고, 한편으로는 그 짐을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서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나는 결국 하나님을 다시 찾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주일마다 다시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몰라보게 안정을 되찾고, 힘을 얻어 살고 있다.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어느 토요일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철수에게 말했다.

"내일 같이 예배드리러 가자."

"싫어"

"왜 싫은데?"

"싫어. 하나님은 없어. 하나님은 없는 건데 누구한테 예배를 드리라는 거야?"

"하나님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나님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면 안되지. 아니, 세상 일 뿐이 아니야. 이제와서 얘기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새벽마다 뭘 했는지 알아? 나 새벽기도 다녔어. 하루 빨리 부모님 전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루 빨리 우리 가족 모두 구원 받고 다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게 뭐야. 하나님이 있다해도 내 기도는 들어주지도 않는데 그런 하나님이 무슨 소용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교회 가자는 얘기 하지 마."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부모님이 싫어하시니까 집에다가는 새벽에 운동하러 간다고 말하고 매일 새벽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거였고, 그렇게 열심히 부모님을 전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렇게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셨고(집에 혼자 쓰러져 계신 아버지를 처음 발견해서 응급차를 부른 것도 철수였다.), 별별 극악무도한 범죄와 사기가 들끓는 세상 뉴스 역시, 하나님이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그런 논리가.. 참 어린애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에 대해 뭔가 더 이상 이어갈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스웨터』는, 동생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알게 해 준 책이다. 등장인물과 배경, 소재는 분명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하나님을 외면하고 살았는지,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다시 찾게 되었는지, 옛날 일기장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고마운 것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대화를 멈춘 상태'에서 벗어나 동생을 위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기도할지, 어떤 일을 할지.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점이다. 

 

[인상깊은 구절]

"때때로 너무 마음이 단단한 것도 약점이 된단다. 정말 강해지고 싶다면 먼저 약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네 몫의 짐을 다른 사람과 나눠보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도 필요하단다. 어려운 일인 건 알아. 하지만 가족은 네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폭풍 속에서 쉴 곳을 마련해주는 사람들이야." (178쪽)

"왜 거짓말인줄 아세요? 하나님은 없기 때문이에요. 우릴 사랑하지 않아요. 우리 같은 사람 따윈 안중에도 없다고요." (186쪽)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부딪치는 가장 어려운 일은, 그 여행을 이어갈 합당한 자격을 스스로가 갖추었다고 믿는 일이란다."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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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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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느낌이나 견해도 밝히고 싶지 않다."

이것으로 내가 이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뭔가 말하기엔.. 이 책이 소재로 삼고있는 것에 대해 내가 너무 극단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은 것도, 리뷰를 통해 그 극단적인 견해를 밝혀야겠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인데,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 견해가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견해를 밝히겠다는 생각이 밝혀봐야 별 거 없겠구나 쪽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다만, 소설이 끝나자 마자, 바로 그 다음 페이지(211p.)에 나오는 옮긴이(성귀수)의 글 한 줄에 대해서 만큼은 정말 '짜증나는 한마디'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웬만하면 자살하지 말자!"라니!!!!!!!!!!!!!!!!!!! 이것도 농담이라고 던진 말인가? 블랙유머니 뭐니 그런 흉내랍시고?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자, 우리 새해도 되고 했으니, 웬만하면 살지 말자! 웬만하면 죽지 말자! 웬만하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자! 웬만하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인사말보다도 백 배, 천 배 더 어이없다. 웬만하면??? 나 원 참.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오르네!

이러면 어떨까?
"웬만하면 성귀수씨가 번역한 책 읽지 말자." 웬만하면. (*여기서 '웬만하면'이란 웬만한 책은 다 읽어서 더 이상 읽을만한 책이 남아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뭔가 읽지 않으면 못견딜만큼 그렇게 읽을거리가 궁한 상태!)

옮긴이의 글 한마디에 유감 천만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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