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과 동등하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과 별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같은 직장에 다니든지 같은 집에 살든지,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같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도 그럴 수가 없다.

거리가 가깝거나 아주 밀접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합할 수 없고, 한 사람을 다른 한 사람으로 조금이라도 나눌 수 없다.

누가 죽는다면 완전한 우주 하나가 사라진다.
누가 태어난다면 완전한 우주 하나가 나타난다.

갓난 아이의 우주와 백발 노인의 우주는 각각 이미 별개로 완전하다.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사치 코울 에세이는
쉴 새 없이 웃긴다.

10장 중에 이제 겨우 1장 읽었는데 깔깔깔 무릎 치며 분홍색으로 골라 붙인 텍만 열 개 넘었다.

무언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면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일이다.
웃을 일 없는 시절에 선물같은 책이다.

뒷일은 모르겠고 아무튼 유쾌한 출발에 신나게 달리는 잘잘라 밑줄 쫙ㅡ






모든 일은 대체로 결국 괜찮더라. 두려움이 엄마를 전부 삼켜버린 것은 아니어서, 엄마는 항상 이 말을 내게 하곤 한다. 종종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엄마는 "모든 일이 항상 잘 풀리게 될 거, 너도 알잖니"라고 말한다. "항상 결국 잘되게 되어 있어." - P43

하지만 무언가 찾아온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그것은 엄마가 그녀의 부모님을 잃었을 때 찾아왔다. 그것은 50대의 엄마가 삼촌과 연락이 더 이상 되지 않을 때도 찾아왔다. 설명되지 않는, 가혹한 작별. - P44

✉Papa <papa@gmail.com>, November 31, 2012
네가 늑대 무리에서 자란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것처럼 구는구나.

✉Scaachi <sk@gmail.com>, November 31, 2012
아빠, 내 생일이 언제일까요?

✉Papa <papa@gmail.com>, November 31, 2012
내가 왜 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냐.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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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1-11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많은 줄 알았더니 아직 아가씨구만요.
에세이도 웃길 수 있어야죠.
그래도 구절이 나름 진지합니다.^^

잘잘라 2021-11-11 20:39   좋아요 2 | URL
에세인데 만화 보는 자세 표정 다 나와요. 희안하게 웃겨요. 가게에 손님 없으면 진짜 시간 안 가는데 오늘은 오후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라따 라따 아라따!

원인을 알았다.
됐다.
인제 해결 방안을 찾으면 된다.
찾아서 실행하면 된다.
이래서 배워야 된다.
파토 냈으면 으쩔뻔(..파토? 파토내다? 표준말인가? 알아봐야겄네).

왜 그렇게 대화가 안되는 건지,
왜 그렇게 화만 나는지,
왜 그렇게 억울허기만 하고,
왜 그렇게 미치고 팔짝 뛰겠는지,
알았다.

나만 희생하고
나만 왕따고
나만 이용당한다고 느낀 원인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됐다.

싸움(내가 그토록 원하는 ‘대화‘도 마찬가지) 기술 부족이다.
부족 정도가 아니라 무지몽매 수준이다.
책에서 말하는 ‘초급 기술‘에서 벌써 이러니..
진짜 말 다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감사하고
이제라도 잘 해보자고!

해보자.
해보자.
후회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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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24 13: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후회허지, 후회하지보다 센말이죠? ^^;

잘잘라 2021-09-24 13:39   좋아요 4 | URL
으엇! 오타...😄으허허허허허허!
오거서님^^ 덕분에 한바탕 웃었어요. 캄솨함다~~

오거서 2021-09-24 13:47   좋아요 4 | URL
이런… 웃음도 으허허허허허허! (내 말이 맞다고 확신! ㅋㅋㅋ)

새파랑 2021-09-24 16: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 싸움기술이 물리적인 싸움 기술만을 말하는게 아니었군요 ㅎㅎ
공감에 대한 이야기는 좋네요. 해결책이 아닌 위로가 더 필요할때도 있는데~!

잘잘라 2021-09-24 17:50   좋아요 3 | URL
‘이 책에서 말하는 ‘싸움’은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 있어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쪽에 해를 가할 수 없을 뿐더러, 이미 관계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므로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다칠 수도 없다.‘ 고 합니다.

기술을 익혀서 서로 다치지 말고 잘 싸우자, 계속 싸우면서 계속 같이 살자, 그럴 수 있다, 배울 수 있다! 라는 주장입니다.

(으으.. 일단 오늘 저녁 뭐 먹을지 벌써부터 신경전 시작했습니다. 술안주와 밥반찬이 다 나오는 데라야 합의가 될텐데요. 흠~)

mini74 2021-09-24 17: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엔 땡깡 부리면 천하무적이었는데 ㅠㅠ 지금은 잡혀가겠지요 ? ㅎㅎ

잘잘라 2021-09-24 17:53   좋아요 3 | URL
땡깡이라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니 정겨운데요? ㅎㅎ
잡혀가기 전에 스스로 오그라들어서 사라질겁니다. 백퍼~!

잉크냄새 2021-09-25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연대가,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화가 관계의 최고 형태라고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시더군요.

잘잘라 2021-09-25 21:16   좋아요 0 | URL
신영복 선생님 돌아가신 지도 벌써 6년이 되어오네요.
덕분에 선생님 사진이랑 글씨 한참 찾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09-26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아주 좋은 글을 읽었네요. 찔린 데를 또 찌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네요.
상대를 위한답시고 경솔한 조언을 하지 말아야겠어요.

선하게 살자, 가 목표인데 목표만 세우고 사는 것 같아요. 실천이 중요!!!
공감 대신 자비와 친절을. 이 문구를 마음에 새겨 둬야 할 것 같아요.

잘잘라 2021-09-26 19:38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제 마음을 비춰줘요. 괴로움의 원인, 답답함의 원인을 밝혀주니 숨통이 트여요. 길을 알았으니 이제 또 길을 나서야죠. 그 전에 좀 쉬려구요. 버티느라 애썼으니까 조금 더 쉬었다 가려구요.
페크님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21-09-26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밑줄 부분 잘 읽었습니다.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 같아요.
잘잘라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잘잘라 2021-09-26 21:41   좋아요 1 | URL
답답한 마음 달래느라 산책 다녀왔어요. 이론과 현실은 많이 다르네요. 😭 그래도 뭐라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서니데이님 편안한 밤 보내세요.😄
 

《시녀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은데, 《시녀 이야기》를 쓴 이야기는 읽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드디어 한 번 써먹었다!







먼저, 《시녀 이야기》부터. 과연 나는 어떤 계기로 《시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던 걸까? 그전까지는 리얼리즘 유형의 소설을 썼고, 《시녀 이야기》같은 작품은 한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 P142

유스토피아를 다루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종의 도전이자 유혹이기도 했는데, 유스토피아 형식을 연구하고 그와 관련된 방대한 사례를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직접 구상해 보고 싶다는 은밀한 갈망을 자주 품게 되기 때문이다.

집필을 시작한 건 몇 차례 습작을 거친 후, 1984년 봄 베를린에서였다. 당시 베를린 장벽에 둘러싸여 시민들이 당연하게도 밀실 공포증을 느끼던 상황에 서베를린에서는 해외 예술가들의 방문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나는 그 덕분에 독일 학술교류처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 P143

《시녀 이야기》를 집필하는 동안 나는 마치 강의 빙판 위에서 미끄럼을 타듯, 몹시 흥분되면서도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 빙판은 얼마나 얇은 거지?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는 걸까? 강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그 안에서는 무얼 보게 될까? - P144

한 가지 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다닐까? 유스토피아는 항상 옷 입히기에 관심을 둔다.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덜 입히려 듣거나, 아니면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더 입히려 든다. - P145

《시녀 이야기》를 집필할 때 따랐던 규칙은 간단했다. 역사상 인간이 언젠가 어딘가에서 이미 해본 적이 없는 일이나, 인간이 그런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이미 동원해 보지 않은 수단은 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녀 이야기》에 등장하는 시체 매달기조차 선례를 바탕으로 삽입한 부분이다. 시체 매달기는 일찍이 영국에서 자행된 적 있고, 집단 돌팔매 처형은 아직도 몇몇 국가에서 행해진다. 그보다 더 먼 과거를 들여다보면, 마이나데스 신들이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던 도중 광기에 사로잡힌 나머지 사람들을 맨손으로 갈가리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 P145

앞서 나는 디스토피아에는 약간의 유토피아가 포함되어 있고, 유토피아에는 약간의 디스토피아가 포함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 《시녀 이야기》에 숨어 있는 그 약간의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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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03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렇게요?!

잘잘라 2021-09-04 09:38   좋아요 2 | URL
이렇게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문장을 유행가 가사 읊조리듯이 막 그러고 다니다가 하루에 떡볶이 두 번 사 먹고 집에 가서 또 해 먹고 그런 날도 있어요. ㅎㅎㅎㅎㅎㅎ
 

엄마로부터 독립했다. 독립!

간단한 문장이다.
쓰기는 쉽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야말로 한 치의 주저함 없이, 한 오라기의 스스럼 없이, 내 맘 내 손으로 이 문장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했는지, 그 생각을 하면 휴우우, 어렵다.

엄마는 정말, 대단한 엄마다.
엄마는 열 한 살에 혼자서 엿을 만들었다.
밥이 아니다. 엿이다!
어른들이 들로 일하러 나간 사이에, 그 옛날 아궁이에 나무를 땔감으로 무쇠솥에 밥 해 먹던 시절에, 혼자 궁리하여 갱엿을 만들어놨더니 일하고 돌아온 어른들이 보고 혀를 찼다고 했다.

˝머리를 써. 머리를!˝
ㅡ부엌에서 엄마한테 제일 많이 들은 말.

˝먹어 치워!˝
ㅡ밥상머리에서 엄마한테 제일 많이 들은 말.

˝써글년(썩을 년: 누구나 죽고 죽으면 썩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무니다. 넵)˝
ㅡ집에서 엄마한테 제일 많이 들은 말.

˝쉬워!˝
ㅡ따로 살면서, 나랑 통화하면 엄마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거, 쉬워! 쉬우니까 해 먹어, 오이만 사다가 오이지 담가 먹어, 나물 무쳐 먹어, 콩나물밥 해 먹어, 깍두기 담아 먹어, 부침개 해 먹어, 식혜 담아 먹어, 만두 해 먹어, 쉬워!

엄마는 참 대단하지. 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해서 알아낸 것을 어떻게 알고 맨날 나한테 쉬워 쉬워 하셨는지. 흐흐. 엄마한테 주입식 쉬워 교육을 받은 덕분에, 나는 겁없이 김치도 담그고 막 잡아온 가자미(펄떡거리는 가자미, 아직 죽지 않은 가자미, 죽이지 못해 죽을 때까지 기다렸던 대물 가자미 일곱 마리, 여덟 마리였나? 아무튼)도 사가지고 오고, 마늘을 두 접씩 사고, 막 캐 온 더덕이며 도라지, 나물같은 거는 도대체 그냥 지나가지를 못하고 사 들고 오고 그렇게 일 벌이기 선수 생활을 한 지 어언 20년! 이제 나는 내 생일에 엄마한테 쥐꼬리 만 한 용돈을 보내며 ˝어이구 오마니! 이 더위에 나 낳아 키우느라 정말 고생하셨네! 시원한 냉면이나 한 그릇 사 드셔!˝ 하며 큰소리 뻥뻥 친다. 큰소리 치던 통화가 끝나기 직전에 문득 깨달았다. 아하, 나 오늘 완전 독립! 독립인!

사람노릇 하며 살다 가는 일만 남았다.
개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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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7 15: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팔딱거리는 게를 여러 마리 사와서는 어떻게 죽여서 된장 풀고 게찌개를 끓여야 하는지 몰라 헤매다가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끓는 물에 넣으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고 칫솔로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닦아 찌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저는 비위가 상해 먹지 못했고, 그런 걸 모르는 식구들은 맛있게 먹었다는 얘기입니다. ㅋㅋ

잘잘라 2021-08-27 15:35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ㅎ 게! 페크님은 게로 저는 가자미로! 이후로 활어를 산 적은 없지만 생선 반찬은 잘 먹어요. 음... 오늘 저녁은 딱 정했네요. 곤드레나물밥 식당으로! 거기 가면 반찬으로 가자미 튀겨주시걸랑요. ㅎㅎㅎㅎ

2021-08-27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7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8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8-28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어머님의 쉬워! 비법 전수자시군요.
뭐든 잘 하실 것 같아요. 독립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잘잘라 2021-08-28 22:2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두요. ^^
8월의 마지막 주말! 즐겁고 신나는 시간 되시길요!!!
 



2016년 4월, 《월러스》라는 잡지에 제이슨 구리엘이 쓴 「난 당신 인생에 관심 없다. 왜 비평가들은 에세이에서 개인적인 얘기를 그만해야 하는가」 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에서 구리엘은 고백과 비평 형식을 뒤섞는 데 개탄한다. 자기 생각에만 빠진 형편없는 고백은 순수하게 비평이 될 수도 있었을 글의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 P13

구리엘의 글이 나온지 일주일 쯤 지나서 맨디 렌 캐트런이 「당신은 내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인칭 대명사는 사소하지 않다. 그것은 핵심적이다.」라는 반박문을 실었다. 그녀는 구리엘의 입장이 왜 문제인지 핵심을 찌르는 이야기를 여러 번 언급했다.

예를 들자면, 고백적인 글을 나르시시즘과 나태함과 뒤섞은 의도가 무엇인가?

또는, 모든 글에는 우리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이 깊이, 본질적으로 침윤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기에 이런 당연한 사실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 P15

부당함에 저항하고 이를 바꾸려면 제일 먼저 부당함을 알아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런 부당한 힘을 언제 보게 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 P22

가부장 문화가 우리에게 다르게 작용하지만, 각자의 삶의 현실이 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현실 속에서 세상을 살아 나간다. 때로 운이 좋다면 그런 현실들은 공통성을 갖는다. 역시 운이 좋다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서로에게 배우고 우리의 공감 능력을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근시안을 통해서 보는 때가 너무나 많다. 우리 길만 힘들고 "그들의 길"은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편협하기 짝이 없다. 비겁한 생각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상이기도 하다. 최소한 정상으로 통한다.
*
그러면 어디에서 시작할까? - P38

학생들이 던진 질문과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생각하고 있다. 압제적 시스템을 해체하고, 분해하고, 불태우는 일이 이토록 엄청나 보이는데, 어디에서 시작할까?

먼저, 우리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 그다음에 우리의 시야를 넓힌다. 그리고 다시 우리 위치를 찾는다. 그리고 반복한다. - P39

이 글을 쓰면서 가끔 숨을 멈추거나 진짜로 손을 비틀면서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도록 쳐다본다.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혹은 날카로워진다. 소리 지르고 싶지만, 누구에게 소리 지르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분노의 신체적 효과가 다른 식으로 나타나곤 한다. 피로. 절망. 글을 쓰면서 운다. 거기에 또 화가 난다. 콧물이 줄줄 흐른다. 아닌 줄 알면서도 약해진 기분이 든다. 우는 것이 나약함의 표시가 아닌 줄 안다. 누군가 이 글을 읽어줄까? 읽어준다면 나를 공격하는 데 이용할까? 벌써 항의 메일을 예상한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나를 따라다니는 분노를 상기시켜 주는 신체 증상들을 경험할 때마다, 그것들ㅡ이런 느낌들ㅡ또한 강간 문화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그런 감정들을 처리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이것은 일이다. - P67

정말로 열심히 일했고 자격을 넘치게 갖추었는데도 정규직을 얻을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겼을 때 당연히 화가 났다.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나서(그렇다, 내 파트너가 몇 달 동아 나를 도와주었다), 입에서 분노의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게서 분노가 스며 나왔다. 다른 이들도 부당하다고 내게 동조해 주었기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아주 명쾌했다. 잘못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 매일같이 분노를 느끼며 몇 달을 보낸 후, 내가 하는 말이 내 말처럼 들리지 않을 만큼 격한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정당한 분노라 해도 더는 나를 지탱해 주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부당한 일은 공개적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바로잡히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이 분야에서 일한 지 십 년이 넘었어도 안정된 자리를 얻지 못했지만, 내 분노가 다 가시지 않았지만, 내 정당함은 다 타서 소진되었다. - P73

적당히 설명하고 넘기려는 데 맞서기. 축소하는 내러티브에 맞서기. 희생자에 대한 비난에 맞서기. 내면화에 맞서 공적 토론의 또 다른 형태로 나아가기. - P75

어떻게 대화가 공격인 방어의 무기가 될 수 있는지(고마워요, 제인 오스틴), 어떻게 세상에 관습에서 벗어난 미인으로 보이는 것이("추함", "못생김", 나다움) 배움을 위한 전복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는지(고마워요, 샬럿 브론테), 계급에 묶여 움직이다 보면 어떻게 자기가 자신 최대의 적이 될 수 있는지(고마워요, 플로베르/마담 보바리), 글쓰기가 어떻게 기억과 저항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나를 가르쳐 주고 당신들의 말과 친해지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안네 프랑크, 마야 엔절로), 난폭함이 어떻게 일종의 거부가 될 수 있느지(고마워요, 에밀리 브론테)를 배웠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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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6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당함을 알아보는 법... 결국 정확한 판단력이 관건인 셈이네요. ^^

잘잘라 2021-08-26 15:04   좋아요 1 | URL
놀면서 돈 버는 법, 혼자 사는 법, 같이 사는 법, 세금 덜 내는 법, 포기하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면역력 높이는 법, 말하는 법, 듣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피하는 법, 싸우는 법, 예방하는 법, 법, 법, 법.... 배울 게 참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