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의사의 말을 의심하면서 (의사 말대로) ‘일기 쓰기‘를 실행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일기 쓰기를 시작한 건 아니다. ‘일기 쓰기‘를 검색하다가 ‘연희방글스튜디오‘를 발견한다.

나는 사실 노트에 눈이 멀어 책을 사는 축이다.
기왕 글쓰기 교습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기 쓰기를 시작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샀고 딸려온 노트도 마음에 드니 자연스레 얼렁뚱땅 일기 쓰기를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이야그.

2023. 12. 9 토요일

의사의 말을 의심하면서 인터넷에서 ‘일기 쓰기‘를 검색하다가 ‘연희방글스튜디오‘를 발견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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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자고 뭐 해?
- 길찾기
- 기찻길? 새벽 기차?
- 그래 맞아.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적 소리 요란해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 아기 자는 거 맞아?
- 깨워 봐
- 무서워. 안 일어나면 어떡해.
- 괜찮아. 일어나. 너 지금 꿈 속이야.
- 이런 이런. 아침이 밝았구나~ 수요일 시작이다. 5:55 휴대폰 배터리 10%

2023-08-30 수요일 스타트

통로 만들기 길찾기 문 그리기 문 열기 뛰쳐 나가기 또는 그냥 살그머니, 글쓰기 스타트






글쓰기는 종종 특별한 세계로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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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 이규원 | 2020 북스피어

˝이놈의 오사카, 지긋지긋해!˝



지사토는 나가야 하수구 덮개 널판을 꽝꽝 밟으며 울화통을 깡그리 터뜨리려는 듯 악을 썼다.
"이놈의 오사카, 진짜 지긋지긋해!"
- P9

그래요, 여보, 나도 기대했어요. 에도를 출발하기 전부터 《나니와 명소를 혼자 돌아보는 안내도》를 여러 번 보았고, 아직 가 보지 못한 그 물의 도시를 꿈에서도 만났어요. 봄이면 도시락을 들고 노다등나무꽃을 보고, 여름엔 스미요시 해변에서 조개를 잡고, 가을이면 송이 따러 가고, 겨울에는 고즈의 명불 두부전골을 먹어 봐요, 도보여행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자 "당신은 맨 먹을 것 생각뿐이네" 하며 흐믓하게 웃었지요. - P24

하지만 막상 와서 살아 보니 듣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 도시는.
다들 너무 노골적이고 쓸데없이 참견하고 한번 입을 열면 그칠 줄 모른다. 잘 모르는 사람하고도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웃고, 별로 웃지기도 않는데 잘 웃는다. 웃지 않으면 손해라고 믿나. 그래, 오사카 사람들은 ‘손해‘를 끔찍이 싫어한다. 툭하면 남과 경쟁하려 들고, 남의 손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그건 얼마 주고 샀수?"하고 묻고는 상대보다 1몬이라도 싸게 사면 이겼다는 듯 우쭐해한다. 다들 머릿속에서 주판알을 튕기며 산다. 그래서 손익과 승패에 예민하고, 셈이 안 맞는다 싶으면 빌려준 사다리라도 가차 없이 거둬가 버린다.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에도라고 하면 쌍심지부터 세우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오사카보다 아랫자리에 두고 싶어 한다.
아아, 싫어. 이젠 질렸어.
"이놈의 오사카, 지긋지긋해." - P25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하요 오카에리(빨리 돌아와요)."
오사카의 상가에서는 ‘다녀오세요‘를 그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성미도 급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귀가를 기다려 주는 말처럼 들려서 가슴이 살짝 따뜻해진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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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마차에서》를 읽는다.
책에서 또 다른 책을 읽다니. 오오~ 재미있군.

신나게 읽다가 밑줄친 부분을 읽고 띵, 가라앉는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흐려져 꿈처럼 흐릿하고 ‘형태가 없었다.‘ 라는 부분에서 철렁.
형태가 없다.
형태.

기억도 엄연한 형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기억을 기억으로 간직하려면 형태가 필요하다.
형식, 절차, 모양.

마음을 모양으로
기억을 형식으로
사랑을 행동으로
눈에 보이게
느낄 수 있게
가닿게

그녀는 교사가 되기 전의 시간을 생각하던 버릇을 잃었으며 실제로 그 시간의 모든 것을 잊었다. 한때는 아버지, 어머니가 있었다. 그들은 모스크바 ‘붉은 문‘ 근처의 커다란 아파트에 살았지만 그녀 삶의 그 부분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꿈처럼 흐릿하고 형태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열 살 때 죽었고 어머니도 그 직후에 죽었다. 오빠가 있었는데 장교였다. 처음에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오빠는 그녀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더니 이내 연락이 끊겨버렸다. 전에 가지고 있던 물건 가운데 그녀에게 남은 것은 어머니의 사진뿐이었지만 학교의 습기 때문에 흐릿해져 이제 머리카락과 눈썹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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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름도 나랑 같다
함덕 강희선 언니는
나보다 6살 만타
92살 언니가 동생 강희선
신으라고 여름 카바
주었어
좋지 막
언니 생각 나고



‘언니 이름도 나랑 같다‘
오해했다. 진짜 언니 이름이랑 같다는 얘긴 줄 알았지. ‘함덕 강희선 언니‘라고, 마을 이름을 붙여 부른 걸 보니 이웃이라는 얘기구나 하고 이해했다.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지.
맞아. 금방 친해. 가까워.
92살 언니가 동생 신으라고 챙겨준 여름 카바(양말? 신발??) 신고 좋아하는 마음, 그림으로 그리고 한 번 더 언니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 정답다.
내 마음도 더불어 정답다.
정다운 글이다.
정다운 그림이다.
정다운 책 읽으며 정답게 살고 싶다.
이왕 사는 거,
사나운 표정 풀고
편안하게 정답게
잠깐씩이라도.
정답게
웃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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