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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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라는 것이 원래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학 분야이기는 하지만, 며칠전 읽은 <<지리산 편지>>도 그렇고, <<산중일기>>도 그렇고 두편 모두 편히 앉아 쉬듯이 침잠하며 읽었다. 특히 <<산중일기>>의 경우, 명승들의 선답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마치 도를 닦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난 솔직히 지금까지 최인호 작가님의 그 유명한 여러 장편소설 한 편 읽어보지 못했다. 워낙 역사소설에는 잘 손이 가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TV에서 드라마로 방송된 것들은 또 읽기 싫어하는 이상한 고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중일기>>를 읽으며 시간이 되면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샘터사에서 몇십년 전부터 연재되어 오고 있다는 <<가족>>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지금은 손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대하소설감이다.

이렇게 젊었을 때부터 주목받는 청년작가로 시작하여 모든 작품마다 성공한 복 받은 작가에게도 아픔은 있나보다. 작가라는 직업, 아니 모든 예술 관련 직업이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므로 어쩌면 그의 성공에 반비례하여 그의 우울증이 판을 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글 속에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처음엔 읽어내려가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우울증"이란 단어에 깜짝 놀랐었다.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우울증이란 단어를 읽고 나서야 그가 그 악마같은 병을 물리치고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마치 도를 닦듯이 자신을 다스리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생각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것이리라.  

이 책은 두고두고 옆에 두고 읽고 또 읽어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심심할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을 때마다...그럴 때마다 읽어 나도 내 자신을 다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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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작은 빛 - 인성발달동화 이해하는 마음
알렉스 카브레라 글, 로사 마리아 쿠르토 그림, 김양미 옮김 / libre(리브레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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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친구"라는 개념으로 확대되는 시기가 아마 다섯 살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전부터도 물론 친구들과 어울리고는 하지만, 다섯 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회성을 익히기 때문에 친구들과 서로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시기이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나만의 생각이 있고 친구의 생각은 그 생각과 다를 때가 있어 자주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반딧불이의 작은 빛>>은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보고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늙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냄새도 잘 못 맡아 누군가 길을 안내해 줘야 하는 너구리 칸초가 있습니다. 그런 칸초에게 항상 곁에서 돌봐준 친구가 바로 요정 다나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배불리 먹은 다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르르 잠이 들어버립니다. 눈을 떠보니 깜깜한 밤이에요. 칸초는 혼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다나는 자기때문에 친구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까 봐 걱정을 하죠. 하지만 자신에게 화가 나고 슬퍼서 몸에서 빛이 나지 않아요. 그럴 때 반딧불이 롬이 나타나 요정 다나를 도와주게 되지요. 다나는 롬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지금의 체험을 통해 자신이 칸초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고 자신에게는 고집과 화만 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꾸 연습한다면 지금의 어른들보다 더욱 현명하고 아름다운 어른들이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동화 내용 끝에 아이들을 위한 <요정은 어디에서 살까요?>라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우리 주위 어느 곳에서든 산다는 요정 이야기를 함께 하며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죠.

 

  

그리고 "부모님 가이드"가 있어서 책을 읽은 후에 아이들과 "친구"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문제가 생기거나 다툼이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부모와 대화를 통해서 아이들 스스로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또한 무조건 친구를 이해해줘야한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옳지않은 친구만의 고집을 부리거나 자기자신만을 생각할 때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죠.

이렇게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떤 문제가 생겨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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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지는 마을
유모토 카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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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토 가즈미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봄의 오르간>>도 주변에 추천할 만큼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그녀의 책이 나오자마자 선택했다. 그녀의 책은 줄거리를 말하기가 조금 애매하다. 기-승-전-결이나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거치기보다는 그저 일상적인 매일매일을 따라가 서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건이 하나도 없는 지루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게 빠져든다. 그녀의 책엔...

엄마와 가즈시는 1970년, K시에 살고 있다. 그들은 이혼한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듯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이사를 다녔다. 그리고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언젠가~' 놀이를 하며 환상 속에서 붕~ 뜬 듯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외할아버지인 짱구영감이 나타나고 엄마는 그런 짱구영감을 애증의 관계로 바라본다. 하지만 짱구영감이 나타난 이후로 그들의 삶은 부질없는 환상 속이 아닌 안정된 현실 속에 자리잡는다.

유모토 가즈미라는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데도 난 책을 읽으며 그들의 심중 변화를 너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놀랄 때가 있다. 특히 가즈시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어쩌면 내가 어머니를 대하는 그 마음과 비슷하게 오버랩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마는 한밤중에 손톱을 깍았다.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짱구영감의 옆에서 천천히 또각, 또각..... " ----7p

엄마가 짱구영감 옆에서 손톱을 깎는 이유는 "한밤중에 손톱을 깎으면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엄마는 짱구영감이 좋아하는 된장국을 끓이거나 코끝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가족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도 있고, 그래서 미움이 생기지만 또한 "가족"이기 때문에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다. 짧을수도, 길 수도 있는 1년동안 짱구영감과 함께 살면서 엄마와 가즈시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가족"을 되찾았을 것이다. 힘든 세상을 사느라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책임지지 못했던 짱구영감만의 자식 사랑 방법도 감동적이고 그 사랑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엄마도 멋지게 보인다. 또, 이런 모든 과정을 옆에서 혹은 직접 겪었던 가즈시도 "가족"이라는 단단한 끈 안에서 바로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다는 것. 가족이라고 해서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역시 실천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이런 좋은 소설을 읽을 때만은 나도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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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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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기분이 조금 좋은 상태에서 읽었다면 저 별점이 네 개나 다섯 개로 늘어났을까? 와~아..새로운 영역의 소설이다! 이런 책은 정말 처음이야..!라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새빨간 사랑>>은 아주 괴기스럽고 조금은 혐오스러운 만화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공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스릴이나 공포가 많이 부족한 듯 보이고, 미스테리 소설도 아니다. 그냥 가볍게 머리라도 식힐 요량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중간에 책을 덮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끝까지 읽고 말겠다는 나의 오기였다.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라는 카피가 겉표지에 씌여 있다. 나에게는 전혀 몽환적이지도 않고 이런 괴기스러운 주인공들의 행동이 사랑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이 소설을 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생각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혹 이 5편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놀라울 뿐이다.

그 점에서는 작가를 칭찬해주고 싶다. 작가도 이런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야기는 쉽게 읽히고 사실적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더 혐오스러웠을 것도 같다. 중간중간 우리네 삶의 무게 혹은 인간이 그 누구보다 무섭다는 그런 진지함을 엿볼수도 있었으나, 그런 주제를 가지고 꼭 이런 식으로 써야만 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름 새로운 시도였으나 다음부터는 내 정신건강을 생각해서 피하고 싶다.

나의 현재 상태처럼 기분이 축축 쳐지고 머리가 아픈 날에는 읽을 것을 권하지 않겠다.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차라리 이토준지의 만화책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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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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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장년이라고 하기엔 아직 젊은 서른 살.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끼인 세대.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20대를 보내고 서른 살을 맞이한 지금의 30대. 난 지금 그 30대의 딱 반에 와 있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20대 중반까지 난 계속해서 얼른 서른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에게는 서른 살이란 무언가를 다 이루어놓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이루어 놓은 삶 위에 그저 행복하게 미소지으며 앞만 보고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나이인 줄 알았다.

막상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난 이루어놓은 것 하나 없이 그 예전의 나와 같은 모습에 같은 생각을 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정말 허무했다. 서른 살이 된 나의 정신연령은 "죽음"에 대해 고민하던 초등학교 6학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난 그동안 뭐 하고 산 거지?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여러 방면에서 서른 살 혹은 30대에 대해 조망해본다. 지금의 30대가 왜 이리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일과 사랑, 결혼과 사랑에 대하여)를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목에서도 나와있듯이 심리학적으로 푸는 문제이므로 다소 딱딱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양한 책이나 영화의 주인공, 혹은 저자가 직접 상담한 환자의 예(우리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어서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나 혼자서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내가 현재의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이상 나는 옳다.

"...당신 또한 항상 옳다. 왜냐하면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판단이 설령 틀렸다 할지라도 그 실패로부터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많은 성공담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중요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느냐'하는 것이다." -309p

내가 옳다고 해주니 안심이 된다. 기분이 좋다. 30대인 지금의 나는 또 얼른 안정되고 성숙한 40살이 되었으면..하고 바라지만 그때가 된다고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제는 잘 안다. 조바심내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될 것이고, 지금의 나에게 최선을 다한 나는 내가 바라는 "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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