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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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때 일본어를 공부하며 읽게 된 작품이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었다. 소설 속 등장하는 별명이라든가, 그 내용이 무척 재미있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는 인간들의 내면을 참으로 잘 묘사하는 작가로 남아 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서 의외로 집에도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꽤 있다.

<마음>도 제목을 알고 있던 책이다. 다른 제목과는 달리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기억에 남았던 책이다. 한편으론 대놓고 "마음"이라고 제목을 지었으니 그의 어떤 작품들보다 더 인간의 마음에 대해 다루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상은 선생님과 나 사이에 있던 일, 중은 부모님과 나 사이의 일을 이야기하고 그 와중에 받은 선생님의 편지, 즉 하에서 선생님의 유서를 다룬다. 학생이었던 어린 시절 '나'는 여름방학 놀러갔던 곳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인간적 끌림으로 인해 도쿄에 돌아와서도 만남을 이어간다. 하지만 선생님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선생님 댁을 방문하고 관계를 이어간다.

'나'에게 있어 도쿄와 고향은 이상과 현실로 분리되어 있다. 고향은 생활비와 교육비를 내 주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장래를 걱정해야 하는 곳인 반면, 도쿄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선생님 댁을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해 고찰하는 이상적인 장소다. 동시에 속을 알 수 없는 선생님에 대한 탐구심이나 인간 본연의 마음을 알고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생님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선 선생님이 감추는 그 무언가를 알아야 하고 '나'는 결국 선생님의 유서를 통해 그 내용을 알게 된다.

따라서 상과 중보다는 하에서 드러나는 "선생님의 유서"가 이 책의 백미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선생님은 처절하게, 혹은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서술한다. 거기엔 일말의 주저함이나 망설임이 없다. 그런가 하면 그 젊은 시절의 선생님이 겪었을 "마음" 자체를 독자들은 고스란히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완전한 악인이나 완전한 선인은 없다. 선생님의 '나'에 대한 충고와 고백이 너무나 가슴 아픈 이유이다. 과연 우리는 선생님을 욕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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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 세계사를 훔친 오류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글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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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콜럼버스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아메리고 베스푸치"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첫 신대륙을 찾아낸 사람의 이름으로 1492년이라는 연도와 함께 콜럼버스라는 이름이 워낙 강력하게 인지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1492"라는 제라르 드 빠이유 주연의 영화를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나서야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그곳이 인도라고 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 신대륙을 신대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바로 아메리고 베스푸치이며 그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오해와 실수들이 겹쳐서 잘못 알려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사실에서 시작한 책이 바로 <아메리고>이다.

두껍지 않은 이 책 한 권의 저자는 "슈테판 츠바이크"이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든가 <감정의 혼란>, 무엇보다도 김영하 작가가 추천했던 <발자크 평전>을 쓴 작가. 그러니 평소 아메리고 베스푸치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다거나 궁금한 점이 있었다면 얼른 드러 읽어볼 수밖에.

그동안 저자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기는 했으나 <아메리고>가 첫 작품이라 약간 설레기도 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다. 뭐랄까. 훨씬 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마치 추리소설처럼 신대륙의 이름이 아메리고가 된 사연을 추적해 들어가는 서술 방법이 무척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객관성을 놓지 않는다. 우선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기 1000년 전부터 시작하여 유럽 사람들이 길을 따라 새로운 곳을 찾아나가는 과정, 프톨레마이오스부터 마르코 폴로까지, 그리하여 점점 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고 누군가는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에 도착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홍해를 통해 더 빠른 길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드디어 콜럼버스가 발견한 길까지.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발행한 팜플렛 한 장으로 시작된 신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떻게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까지 이어지는 이 글을 장대하고 아름답다. 누군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연과 실수들이 겹치고 겹쳐져 어떤 사실이 기정 사실인 것처럼 되기까지는 그야말로 "역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우리는 뒤에 태어나 이미 이루어진 것들 사이에서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사실에 가깝게 추척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리 우연과 실수가 겹쳐져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왜곡된 대로 받아들이면 안되기 때문이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이 해소되는 듯 <아메리고>는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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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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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로 처음 읽은 책이 13권이어서 13권만 읽었을 때에는 사실 한 수도원에 기거하는 수사가 어떻게 많은 사건을 추리하며 해결할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한 마을에 일어나는 일이래봤자 한 해에 많아야 두세 건일 다일 테니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로 도대체 어떻게 이 많은 시리즈를 써낼 수 있었을까가 제일 궁금했다.

그런데 14권까지 읽고나서야 진정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매력을 맛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3권 앞 부분에 살짝 언급되던 역사적 사실이 14권에선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수도원을 거쳐가는 수많은 접객인들로 인해 다양한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과연, 정말로 많은 사건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4권의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캐드펠 수사가 기거하는 수도원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속하는 아이들 중 한 명에게 일어난 사건이다. 사실 이 아이는 이턴의 영주의 아들. 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자신의 어머니가 욕심으로 인해 자신의 아들에게 마수를 뻗칠 것을 염두에 두고 수도원에 아이를 맡긴다. 하지만 영주가 죽고 손자 리처드를 이용하여 재산을 증식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리처드를 사이에 둔 리처드의 할머니 디오니시어와 아이의 후원자인 라둘푸스 수도원장과의 대립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후반부로 접어들며 이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바로 책 앞 부분에 살짝 언급되었던 모드 왕후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부터다.

이러니 이야기가 훨씬 더 풍부해지며 뭔가 추리가 가능할 것 같던 사건들이 더욱 복잡해지고 다채로워진다. 이것이 바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매력인가 싶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원천에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있다고 생각하니 훨씬 더 흥미롭다.

<에이턴 숲의 은둔자> 속 캐릭터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영민하고 재빠른 히아신스도, 아직 어리지만 신의를 지킬 줄 아는 리처드도, 자신이 가려는 길을 정확히 알고 행동하는 에넷도, 심지어 암살자까지..ㅋㅋㅋ 이런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니 재미있을 수밖에. 물론 캐드펠 수사의 관찰력과 호기심, 깊은 사색은 덤이다.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페이지 술술 넘어가고 며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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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리커버)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리더스원 큰글자도서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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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북페어인가에서 언급되어 알게 된 책 제목. 긴가민가...하다가 우선 대여해서 빌려보았다. 키워드 정도만 안 상태에서 읽어내려간 상태였지만 영~ 내용이 내가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참, 당황했다.

우선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것에 영~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라 첫 시작부터 부도덕하고 법을 어기는 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 그 이후는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르륵~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서도, 책 뒤편 평론가, 작가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내용에 훌륭함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쓰고 불편한 감정이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분명한 사회적 문제가 이 책의 소재다. 간병!

11개월 동안 엄마를 간병했지만 나 혼자이지 않았고, 코로나 시작 살짝 전이었고, 우리집엔 어느 정도 병원비나 간병비를 낼 만한 상황이었고 1년, 2년... 10년이 아니라 1년이 채 안되는 11개월뿐이었다고 해도 분명 간병은 힘든 일이다. 10년 넘게 치매 할머니를 모셨던 경험도 있어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일들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데에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또하나의 불편함. 바로 그녀의 딸이다. 대학을 졸업할 정도의 나이만큼 먹어서 엄마 등을 치는 딸이 정말 많은가? 흔한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감동적인, 잊을 수 없는 책이 될지언정 적어도 나에겐 영~ 불편한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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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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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권만 놓고 바라보면 표지가 참 신기하다~ 옛날 방식이네, 하고 말았는데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보니 참, 소장 욕구가 저절로 인다. 예쁜 보색으로 처리한 표지 안에 마치 눈여겨보는 듯한 눈만 보이니 무언가 심중을 꿰뚫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말로만 듣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이야기다.

무려 움베르토 에코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엘리스 피터스가 쓴 이 시리즈는 탄탄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슈롭셔 지방에서 펼쳐지는 추리소설이다. "캐드펠 수사"라고만 하면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 것 같지만 표지를 보고 표지 안쪽 중세 웨일스 지도를 보고 나면 수사가 그 수사가 아님을 알게 된다.

13권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은 캐드펠 수사가 있는 수도원에 자신의 집을 기증한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남편을 잃은 후 그 집에서 계속 머물 수 없어 집을 수도원에 기증하고 그 조건으로 매년 그 집에서 나는 장미를 한 송이 받기를 원했던 주디스 펄은 그 고혹적인 장미 한 송이를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리고 이제 그 날짜가 곧 다가오고 있다. 반면 매년 그 임무를 맡아 장미를 펄에게 전해주러 가던 젊은 수사 엘루릭은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랑의 감정 때문에 수도원장에게 그 임무에서 배제해 달라고 부탁한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지나갈 것 같던 그 다음 날, 집의 담벼락의 아름답던 장미나무 아래 엘루릭이 죽은 채 발견된다.

소설은 마치 연극 극본처럼 진행이 된다. 배경 설명에서부터 인물들의 움직임, 대사 등 하나하나 각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누가 범인일지 저절로 추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주 악한 인물 하나 없이 여러 일들이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벌어지는 긴장감과 애매모호함이 소설을 더욱 생생하게 한다.

무엇보다 읽는 내내 이어졌으면 하는 커플이 이어지게 되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캐드펠은 포와르나 홈즈처럼 겉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파헤치지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관찰과 사색으로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따라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원맨 캐드펠을 앞세운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주변 배경을 잘 묘사하고 상황을 연극 연출하듯이 짰기 때문에 잘 씌여진 추리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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