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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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출판사의 "Life Portraits" 시리즈는 작가의 일생을 마치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간단히 보여주는 소장용 책이다.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에 컬러감까지 완벽한 양장본이다. 아직 어린 둘째가 이 책을 양손으로 가슴에 꼭 안고 종종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아기가 보기에도 정말 예쁜가보다.

 

파란색 표지는 <제인 오스틴>이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한 권도 책으로 읽어 보지 못했다. 처음 접한 것은 역시 영화를 통해서였는데 책 <이성과 감성>을 영화화 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볼 때에는 깊은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2005년 "오만과 편견"을 보고는 한동안 다아시 앓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고 그 때부터 제인 오스틴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영화 "비커밍 제인"을 통해 어느 정도 제인 오스틴의 삶을 바라보며 그녀의 작품들 중 어째서 "사랑"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사랑의 조건을 그토록 많이 이야기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은 <버지니아 울프>처럼 제인 오스틴의 초상과 함께 그녀가 남긴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목사이자 농부인 아버지는 소득을 위해 목사관을 어린 소년들을 위한 기숙학교로 바꾸었고 제인은 많은 남자애들과 책에 둘러싸여 자랐다. 제인과 그들의 형제 자매들에게는 돈이 항상 떨쳐낼 수 없는 문제였다고 한다. 평생 친구였던 언니 카산드라는 약혼을 하지만 그들에겐 돈이 없었고 돈을 벌기 위해 약혼자는 먼 곳으로 떠난다.

 

 

춤 추기를 좋아했던 제인은 마을 상류층의 무도회에 곧잘 참석했고 그때 법대생 톰 러프로이를 만나지만 톰은 자기에게 유리한 결혼을 위해 그녀 곁을 떠난다. 제인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들이 사랑할 때, 결혼을 위해 사랑의 조건을 따지는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오는데 제인의 이런 아픔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깊은 곳까지 바라볼 줄 알았던 그녀로서는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비록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형제 자매들 곁에서 결혼 생활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고 이런 관찰에서 발견한 것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 담기곤 했다. 친하게 지낸 가문의 젊은이에게서 청혼을 받지만 자신의 생각을 철저히 되돌아 본 후에 그 청혼을 거절한 제인. 그녀는 진정한 독립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아마도 그녀 자신의 작품에 잘 녹아들었을 것이다. 너무나 짧은 생애를 마친 그녀가 너무나 아쉽다.

 

편안한 일러스트와 함께여서인지는 몰라도 가끔 예쁜 것을 보고 싶을 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을 때 들여다 보고 싶은 책이다. 작가의 일생이 아주 자세히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이 작가의 일생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좋아하는 작가의 팬으로서 그 작가를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싶을 때,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을 때 가끔 펼쳐들고 들여다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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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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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실험적인 모더니즘 작품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읽고 그 작품을 좋아하게 되거나 관심있는 작가에 대해서는 그의 일생을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일생을 잘 알아야만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이종출판사의 "Life Portraits"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일생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시리즈이다. 마치 그림책처럼 페이지의 여백과 너무나 예쁜 일러스트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작가의 일생이 깊게는 아니지만 그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듯한 내용은 때론 감동으로, 때론 그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첫 페이지는 그녀의 초상과 <댈러웨이 부인>의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칼처럼 모든 것을 얇게 저미는 동시에, 그것을 밖에서 바라보았다."...<댈러웨이 부인> 중

 

 

아델린 버지니아 스티븐은 1882년 1월 25일에 태어났다. 역사가이자 비평가였던 아버지와 대단한 미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세 명의 형제들과 의붓 남매들까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가 학술적이어서 어려서부터 읽고 쓰는 데 집착했던 버지니아는 언니 바넷사와 평생 의지하는 친구로 지낸다. 자매가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 평생을 의지할 수 있고 영원한 내 편이라는 자매의 존재가 부럽기 그지 없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를 읽으며 바넷사와의 관계를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아이들이 자매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들도 평생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동안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버지니아는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아버지와 의붓언니 스텔라가 그녀의 곁을 떠나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바넷사는 블룸즈버리로 이사해 새로운 출발을 했고 이곳에서 자매는 예술, 정치, 철학, 사상 등에 대해 다양한 이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벌이게 된다.

 

평소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 대해 아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이 "블룸즈버리 그룹"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거리를 쏘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이 시대의 사람들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고 자신에게 헌신하는 레너드 울프를 만나 결혼하지만 책을 출판하며 생긴 스트레스로 신경쇠약 직전까지 내몰렸다니 행복 뒤에 오는 불행 같다. 작가들 혹은 예술가들은 어딘가 기행적인 부분이 있다라는 편견은 옳지 않다. 그녀의 일생 중 어떤 부분이,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예민한 어떤 구석이 그들을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작품마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던 버지니아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이 왠지 이해되는 것은 그녀의 일생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가장 최선으로 보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주었지요...

어떻게 두 사람이 그 이상 행복할 수가 있겠어요...

난 더 이상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없어요."... 편지 1941년 3월

 

 

언젠가는 읽어보겠다고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여러 작품들을 왜 지금까지 읽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이제 그녀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수필 <자기만의 방>을 비롯한 소설들을 읽어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평생 죽음이 따라다녔던 그녀의 일생 중에 그래도 행복했던 몇 년과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고뇌 속에 그녀를 버티게 해주었던 생각들이 그 속에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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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된 팔만 개의 나무 글자 - 팔만대장경이 들려주는 고려 시대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5
김해등 지음, 이용규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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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역사는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우리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외세의 침입도 많고 정권이 여러차례 바뀌는 고려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고려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역시 그 역사를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일 것이다. 따로따로 떨어진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그제야 역사가 제대로 이해되는 것이다.

 

<역사가 된 팔만 개의 나무 글자>는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한 인물이나 유물을 내세워 그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유물의 입으로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그 시대를 실감할 수 있다.

 

 

책은 팔만대장경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해인사에 살고 있고, "불교의 교리를 한 글자 한 글자 나무판에 새겨 만든 경전"이라는 설명으로 아이들에겐 낯선 어휘들, 이름들을 설명해 줍니다.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된 팔만대장경은 무려 700살이 넘었는데 그저 오래됐다고만 생각하다가 700년이라는 숫자를 보니 팔만대장경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7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는 동안 쪼개지거나 구부러지지 않고 이렇게 잘 보존이 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세워진 918년의 일부터 시작합니다. 나라가 안정되는가 싶더니 북쪽의 거란이 침입해 오죠. 거란 장수 소손녕의 속내를 알고 있었던 서희가 나서 전쟁 없이 거란족을 설득하고 강동 6주까지 얻어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거란족은 또다시 고려를 침입하죠. 고려는 불교의 국가라서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초조대장경"을 만듭니다. 그 이후 거란족은 물러나고 3차 침입도 강감찬 장군이 크게 무찌릅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초조대장경이 나라를 구했다고 믿게 됩니다.

 

 

그사이 문신의 멸시를 참다 못한 무신들이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잡습니다. 이런 상황에 몽골까지 쳐들어오고 무신 정권은 강화도로 피신, 백성들은 몽골군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백성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사실이에요. 백성들의 의지에 놀란 몽골군은 초조대장경을 불태우기에 이르고 고려는 다시 경전을 만들게 됩니다. 팔만대장경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에요.

 

 

전쟁 중이었고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고려 백성들은 대장경 만드는데에 최대한 힘을 보태었어요. 작업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여 정성을 들여 만들어 나가는 동안 명필가들과 조각가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대장경 만드는데 힘을 보탭니다. 결국 고려는 몽골에 항복하게 되지만 이 대장경은 백성들의 마음의 중심이 되지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날까요? 아니에요. 조선이 세워지고 여러 차례 장소를 이동하게 된 대장경은 해인사에 와서야 장경판전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완벽한 습기가 조절되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된 장경판전 또한 세계문화유산이지요. 임진왜란 당시나 6.25 당시 불에 탈 위험에 직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팔만대장경이 우리나라 국민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팔만대장경은 잘 지켜집니다.

 

 

책의 뒤편에는 이야기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설명이 있습니다. 고려의 전체적인 역사 개요와 더불어 팔만대장경 이외의 고려 문화 유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팔만대장경 만드는 과정과 장경판전에 대한 설명은 어째서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장경이 잘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해인사에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몇 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죠. 직접 가서 장경판전의 창문 크기나 햇빛이 비추는 방향, 그 안의 바람의 방향 등을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훌륭한 분들이신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져 올 것 같습니다. 내년 날씨가 풀리면 아이들 데리고 꼭 해인사에 갈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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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농부 해쌀이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15
이동미.윤서원 지음, 심보영 그림 / 내인생의책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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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흙을 밟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유치원에서 고구마 캐기나 감자 캐기 등의 활동을 하거나 주말 농장 등을 통해 잠깐씩 경험해 보는 것이 다이죠. 작물을 캐는 밭농사는 그래도 이런 식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해도 논농사는 거의 접해볼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1년에 거친 긴 과정을 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어린이 농부 해쌀이>는 논농사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주인공 해쌀이는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어요.

 

 

해쌀이란 이름은, 바닷물로 농사지은 맛있는 쌀이라는 뜻으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죠. 바닷물로 농사를 짓는다니, 저도 처음 듣는 얘기네요~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져요. 좋은 볍씨를 골라 모내기를 하기까지의 봄 이야기는 해쌀이가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며 시작하죠. 씨앗을 온냉소독법으로 튼튼하게 만들고 소금물에 담가 좋은 볍씨를 고른 후에 맑은 물에 며칠 담그고 모판에 넣는 "씻나락 넣기"를 한대요. 그동안 논에는 비료와 밑거름을 주고 써레질을 해두는 거죠. 해쌀이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며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농사에 대해 하나씩 배워 나갑니다.

 

 

1년 내내 농사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바로 티가 나니까요. 도시에서 귀향한 영농이의 장난이나 도발에 넘어가 할아버지께 꾸중을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쌀이는 논 한가운데서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넘치면 독이 되고 적당하면 약이 되지. 세상 사는 일도 다 마찬가지란다. 진짜 농부는 욕심을 내지 않는 법이지."...29p

 

1년의 농사 속에 인생의 교훈이 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과하지 않게, 정도에 맞게 나아가는 거요. 겨울에도 농사는 계속 됩니다. 다음 해의 농사를 위해 쉬면서 다음을 준비합니다.

 

 

이야기 뒤쪽에는 다양한 농사법에 대해 나와있어요. 우렁이 농사법, 오리 농법, 해수 농법과 지렁이 농법 등이요. 해수 농법이 바닷물에 벼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을 발효시켜 벼에 뿌려주면 병충해에 강하고 맛있는 쌀이 만들어진다네요. 해수농법으로 키워진 쌀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땐 농부의 마음을 생각해 밥알 한 알도 남기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말이죠~ 요즘 아이들은 정말 그 마음을 잘 모르죠. 이젠 전혀 그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일 거에요. 어쩌다 한 번 모내기를 해본다거나 어쩌다 한 번 탈곡을 경험해 보는 것으로 농부의 1년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해쌀이와 함께 1년을 읽다 보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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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사계절 1318 문고 101
고명섭 지음 / 사계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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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럽 문화의 근간이라고 한다. 이야기 하나하나 속에 담겨진 많은, 또다른 이야기가 그들의 생각, 지향하는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여러 이야기 하나하나를 깊이 들여다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그들의 역사와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받아들이면 그저 재미있고 신나고 때론 아름답지만 인간의 욕망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이지만 역시 그렇게만 읽기엔 조금 아쉽다.

 

<미궁 -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는 조금 색다른 책이다. 우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더불어 연결된 이야기도)를 담고 있다. 줄거리 식으로 간단히 이야기를 전하는 신화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 신화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의 모험과 경험 속에 그의 생각과 성장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생각을 따라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함께 고민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함께 라비린토스, 미궁의 문 앞에 서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물었을 때 포세이돈이라고 알려준 외할아버지 덕분에 그의 가슴 속엔 언제나 포세이돈이 함께 했다.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그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라고, 자신감과 용맹함으로 무장시켰던 것이다. 친아버지가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도 그는 그 두 아버지를 모두 품었다. 그리고 라이벌격인 헤라클레스처럼 영웅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에 테세우스는 많은 괴물, 악당들을 죽이고 영웅의 길에 한 발 다가간다. 이것이 미궁 속으로 들어가기 전의 테세우스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되려는 소년의 모습, 약간의 자만심과 무모할 정도의 용맹함, 아직 깊은 내면을 바라다볼 줄 모르는 교만함을 지닌 사람.

 

미궁 속에선 달랐다.

 

"미궁이 없다는 건,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투명하다는 거야. 겉과 속, 앞면과 뒷면이 똑같다는 거지. 그러므로 거기에는 삶도 없고 모험도 없고 역사도 없지 거기에는 찾아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우리 안에 미궁이 있으니까 우리 삶이 삶다워지는 거야. 우리 자신을 알아 가는 것, 우리 안의 미궁을 알아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모험이고 역사야."...84p

 

미궁 속에서, 어둡지만 완전한 어둠이 아닌 어둠 속에서 그는 순간이 영겁과 같고, 영겁이 순간과 같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디디며 자신을 잃을 뻔 했다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삶이란, 죽음이란,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드디어 미노타우로스를 만나고 그와 대화를 할 때에 미노타우로스 또한 이 젊은이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손에 쥔 실꾸리는 우리 삶의 지침이 되어주는 "지혜"일 것이다. 간혹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일까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디로 가도 막혀 있을 것만 같은 길을 가고 있을 때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꾸리.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용기", "지혜"가 있다면 우리는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해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실패를 경험 삼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테세우스와 이카루스를 통해 아직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내면, 미궁으로 들어가 마주 하고  바라보라고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선과 악, 흰색과 검은색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넓은 생각의 뿌리를 보여준다. 내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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