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줄 돈 버는 습관 - 하루에 한 줄, 쓰기만 해도 목돈이 모인다
아마노 반 지음, 양필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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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5년차. 제법 주부 고수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나에겐 참 쉽지 않다. 특히 가정 경제가 그렇다. 계속해서 가계부를 써 오고 있는데도 어디서 돈이 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문제이다. 다만 추측해 보기로 평소 소비 자체를 잘 하지 않는 타입이라 어쩌다 쇼핑을 하게 되면 계획 없이 떠오르는대로 구입하다 보니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뿐이다. 문제점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 좀 제대로 된 절약을 해서 써야 할 때 제대로 된 소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 만난 <1일 1줄 돈 버는 습관>은 나에게 큰 계기를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이미 가계부를 쓰고 있지만 스스로 문제점을 찾지 못한다면 도움을 받고 싶었다. 게다가 돈을 사용하는 대로 적는 가계부 보다 훨씬 쉽고 간단하게 쓰는 것만으로도 돈을 모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방법인가!

 

방법은 굉장히 쉽다. 책의 "프롤로그"만 읽어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신경쓰이는, 줄이고 싶은 항목이 있다면 그 소비를 할 때마다 그저 한 줄만 가계부에 적어넣으면 되는 것. 오래 할 필요도 없다. 자주 하는 소비라면 단 일주일, 자주는 아니지만 큰 돈이 드는 소비라면 한 달만 적으면 된다. 이 첫째 딸의 의미는 문제점을 파악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저 생각하는 것 보다 얼마나 많이, 자주 소비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

 

책에선 그저 일괄적인 가계부 적듯이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선 "식비"처럼 뭉뚱그린 항목이 아닌, '입이 심심할 때 무심코 사는 과자'나 '무의식중에 피우게 되는 담배', '저녁 반주로 마시는 캔 맥주와 안주'처럼 아주 자세한 항목을 적어 그것만 가계부에 적어 넣도록 한다. 그렇게 파악된 자신의 생활 패턴이나 습관들을 조금씩 조정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하게 되면 지속될 수 없으므로 온전히 끊는다의 개념이 아닌, 조금 바꿔본다, 줄여본다의 방법을 이용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때문에 누구나 조금씩 습관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주로 혼자 사는 사람이나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조금 아쉬웠다. 책을 찬찬히 읽어봤지만 어떤 예에도 나와 같은 패턴을 찾지 못해서다. 역시 직접 실행을 통해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큰 계획을 세워 도전하는 것보다는 지속적인 실행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해보라고 하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식비 중에 어떤 것들을 줄여볼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가계부의 최대의 목적은 '절약'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보다도 '자신이 진짜로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쓸 수 있게 되는 것', 그로 인해 '지금보다도 좀 더 행복하고 충실하며 즐거운 인생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139p

 

정해진 월급으로 두 아이 키우며 생활하려면 아이들의 미래나 노후 같은 것은 둘째치고 지금에 충실해서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분명 어디선가 돈이 새어나가고 있고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이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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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비룡소 클래식 38
빅토르 위고 지음, 귀스타브 브리옹 그림, 염명순 옮김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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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이라는 뮤지컬 영화를 보았다. 물론 그 전에도 아이들용 축약본 <장발장>을 읽었다. 기본 줄거리가 있기 때문에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지만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 묘사 면에서의 차이점을 느꼈다. 그렇기에 <레 미제라블>의 원작을 그대로 번역한 책이 나왔을 때에는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하는 부담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아이들에게 그런 책을  함께 읽어보자...하는 권유도 힘들 것이다. 비룡소 클래식의 38번째 책 <레 미제라블>은 그 중간  정도가 될 것 같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배경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내가 읽었던 축약본과 이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점"인 것 같다. 3인칭 시점으로 있는 사실 그대로 줄거리 설명에 급급했던 축약본과 달리,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작가가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당시의 혼란했던 사회 상황(왕정 복고 시대에서 공화정 시대로 나아가는)의 자세한 설명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쟁, 수녀회를 생각하는 작가의 시선 등이 아예 드러나 있는 것이다.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책이 놀라웠다관 할까.

 

장 발장은 겨우 빵 하나를 훔치다 감옥에 들어갔다. 탈옥을 거듭하다 감옥에서 19년이라는 세월을 보낸다. 장 발장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사회의 가혹한 형벌을 용납할 수 없다. 세상에 대한 분노,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해 준 사람은 그에게 아무런 것도 묻지 않고 베푼다. 장 발장아ㅔ겐 이것이 첫 번째 빛!

 

"이것은 그에게 두 번째로 나타난 빛이었다. 주갸ㅛ가 삶의 지평에 미덕의 새벽빛을 비춰 주었다면, 코제트는 사랑의 새벽빛을 비춰주었다."...166p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적 삶을 살던 장 발장에게 세 번째 삶의 전환기가 찾아온다. 시장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다시 장 발장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팡틴의 딸 코제트를 찾아 다시 은둔의 삶을 사는 시기. 코제트로 말미암아 장 발장은 인류의 사랑을 몸소 깨닫고 실천하게 된다.

 

누군가로부터 깨달음을 받았다고 그대로 실천하며 사는 삶이 가능할까. 그렇게 본다면 장 발장은 위대한 사랑의 실천자이다. 물론 미리엘 신부로부터 받은 실천력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리엘 신부는 또한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니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의 순환 같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

 

<레 미제라블>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때문에 장 발장이 주인공이지만 장 발장 만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 그들의 삶을 통해 그 당시 프랑스 사회의 일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서야 5권짜리 원작을 그대로 번역했다는 책을 읽을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이 정도의 책이 딱 알맞을 것이다. 이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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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 - 상식을 뛰어넘는 29가지 육아법
헤더 슈메이커 지음, 김정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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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외동을 키우면서 주변 엄마들에게 듣던 얘기가 있다. 아이가 둘, 셋이 되면 그 아이 하나하나가 모두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두 다르듯이 형제도 그렇겠지... 그저 남의 얘기처럼 들리던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났다. 11년 만에 둘째가 태어난 것이다. 무엇이든 앉아서 조용히 시키는 대로 했던 큰애와 달리 호불호가 확실하고 자기 고집 센 둘째를 키우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고집을 꺾어야 기어오르지 않나?, 아니면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건지 그러다 버릇 없는 아이로 자라면 어쩌나 매 순간이 고민이다.

 

이럴 때 만난 <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는 저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원래부터 욕심이 많으니 그냥 이대로 잘 받아주면 되는 건가? 그동안 해왔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았다.

 

우선 이 책은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있는 한 유치원의 40년 이상 된 노하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 유치원을 나온 저자가 자라 다시 아이를 낳고 아이들의 유치원을 고르는 과정에서 다시 SYC를 떠올리고 그 노하우를 다른 부모들과 공유하기 위해 책으로 쓴 것이다. 책은 크게 29가지 상식을 뛰어넘는 법칙들을 담고 있는데 한 문장의 황금률로 정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나 남의 물건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것. ...20p

 

29가지의 법칙이 차례대로 소개되어 있으므로 목차를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읽어 숙지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황금률의 법칙을 기본으로 해서.

 

내 몸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이나 남의 물건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육아 법칙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무엇이든 괜찮다니, 정말 모두 괜찮은 것일까?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그것이 왜 괜찮은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 아이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내 아이가 새로운 생각과 자신감, 포용력까지 생긴다면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법칙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 오던 방식과 전혀 다른 육아 방식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다른 환경을 찾아보라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놀이에 '괜찮다'고 대답할 방법을 찾도록 하라."... 50p

 

각각의 상황에 대한 조언을 읽다보니 공통점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자격이 있다는 것.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미리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충분히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정받고 나면 아이들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도 사례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기존의 가치관을 바꾸는 일, 가족 내의 구성원들과 의견을 맞추는 일, 아이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일, 상황마다 잊지 않고 조율해야 하는 등 엄마의 노력이 너무나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그렇게 하루종일 아이를 쳐다보고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달라며 떼를 쓸 때 그 상황을 무시하고 내버려둘 수는 있지만 끼어들어 다른 방향으로 돌리게끔 할 자신이 솔직히 없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조금 관대한 허용과 포용력을 준다면 다양한 융통성을 가지고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마음껏 표출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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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사건편 - 믿을 수 없는, 때로는 믿고 싶지 않은 서프라이즈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제작팀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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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방송되는 한 프로그램이 있다. 재연배우들과 외국인 배우들의 다소 세련되지 않은 화면으로 세계의 궁금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이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까? 사실일까? 싶은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 차서 여러 이야기 중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까를 고르기도 하고 당연하지 않은 사건의 의혹에 대해 주목하여 이슈화 시키기도 한다. 내게는 한동안 열심히 보았던 프로그램인데 아이가 무서워해서 지금은 좀 멀어졌던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책으로 나왔다. "사건편"과 "인물편"으로 나누어 지금까지 방송되었던 것들 중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아 회자된 한편 우리가 다시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편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하였다고 한다. TV로 챙겨보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접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기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로만 풀어내어 어떤 이미지들이 필요한 순간에 직접 찾아보거나 상상만으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TV 속 화면들을 조금 구성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 봤다.

 

책은 "사건편" 답게 역사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고대 문명의 신비에서부터 중세 유럽 속의 놀라운 이야기,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근대로 오면서 사건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주제 형식으로 묶여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조금 공부했던 사람이어서 무척 흥미롭거나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도 많아서 정말 사실일까...싶은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서프라이즈>는 어떤 결론을 내놓지는 않는다. 정말 의혹이 있고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우리가 직접 밝혀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발 외과 의사의 유래에서부터 생겨난 이발사의 삼색 기둥 이야기라든가 거지 면허증 같은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중세는 우리와 많이 다른 문화를 가졌기에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 시대의 놀라운 이야기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북돋워준다. 그런가 하면 근대 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물질만능주의가 판치기 시작한 이후의 강대국들의 다양한 행태는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혐오감을 일으킬 정도이다.

 

영화 "배트맨" 속 조커 같은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입을 갖게 된 것일까. 17세기 후반 영국 귀족들 사이에선 사치와 향락을 일삼았고 일부에선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소년들을 구입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콤프라치코스라는 납치단은 어린이들을 납치하여 아이들을 일부러 기형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소련의 원자폭탄 개발을 두려워하여 방사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해 국민들 몰래 생체실험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 피해자들은 부랑자들, 정신질환자들, 지적장애아들이나 경제적으로 치료 받는 것이 힘들었던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연일 가정폭력이 뉴스화되고 있다. 그 희생자는 어김없이 어린 아이들이다. 그런 인면수심의 부모는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우리는 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 자국민들에게, 혹은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에 행한 사건들은 더욱 큰 피해를 낳고 그들의 힘으로 사과만 한 뒤 어떤 보상이나 처벌도 없이 덮어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나 우방국이라며 두둔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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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 - 낯선 장소로 떠남을 명받다
염은열 지음 / 꽃핀자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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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죄인들은 곤장을 맞고 봉두난발한 채 칼을 차고 수레에 타 호위병들의 감시를 받으며 유배를 떠난다. 너무나 일관된 장면들 때문인지 당연히 유배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겼다. 조선시대의 유배는 거의 정치범들이 받는 형벌이고 따라서 그렇게 엄중한 감시 속에 무섭고도 위험하게 떠나는 여행이라고. 그랬기 때문에 유배에 대해 호기심이 없었다.

 

<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이란 책에선 과연 무엇을 다룰까. 그저 죄인이 형벌을 받는 것인데 무슨 이야기가 필요할까. 책은 우선 유배라는 형벌의 위치와 의미, 유배자에게 있어 어떤 삶이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극적으로 다른 두 유배자의 유배가사를 통해 유배라는 형벌 속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사오항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음을 알려준다.

 

사실 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인 유배는, 유배지로 가는 동안은 힘들고 괴로운 여정일지라도 유배지에 도착해서는 조금은 할 일 없이, 갇힌 듯한 생활일지라도 여가를 가질 수 있는 휴식의 기간은 아니었을까, 란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사형 이전의 아주 엄중한 형벌인 만큼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배자들은 졸지에 떠나와 낯선 곳에서 당장 먹고 자고 입는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며,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혹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풍토와 문화에 적응하고 인간관계를 새롭게 맺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유래반 유배자에게 '죄인의 신분으로 익숙한 장소가 아닌 낯선 공간에 적응하라'는 일종의 미션이자, '살아남기'나 '적응하기', 혹은 '버티기' 시합에 가깝다."...26p

 

우리는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쉽게 하지 못한다. 지금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면 더 그렇다. 낯선 곳에서 가족이나 도움을 주는 이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다. 하물며 생활 능력이라곤 거의 없는 양반들이라면 그 생활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유배자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임금을 칭송하며 자신의 유배가 끝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유배가사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 유배가사 두 편의 선택이 아주 절묘하다. 한 편은 안도환의 <만언사>이고 다른 한 편은 김진형의 <북천가>이다. 한 사람은 부유한 중인 출신으로 사치와 허위허식으로 벌을 받아 주위의 위로나 동정 없이 너무나 극심하게 힘든 유배생활을 했고 한 사람은 입바른 소리의 상소문을 올려 유배형을 받았기 때문에 주위의 환대와 큰 도움을 받아가며 유배생활을 했다. 같은 유배형이지만 유배 죄인이 누구이고 해배의 가능성이 있는지, 그 사람의 위치에 따라 유배 생활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접을 받고 심지어 기생과 여행 놀음을 하며 지냈다고 해도 낯선 곳에서의 홀로 된 삶은 여전히 외롭고 그리움의 연속일 것이다. 또한 죄인의 이름을 쓰고 있으므로 잘 지낸다 해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을 터이다. 유배가 사형 직전의 무기징역임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 길거나 짦은 시간 동안의 마음의 동요와 시간적 여유가 이들에게 좋은 문학을 만들게 해준 것은 아닐런지. 잘 모르던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게 되어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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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부키 2016-01-20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 사람들의 행복(?), 삶의 기준이 지금과는 많이 다를테니 완전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네요.

그래도 상상하자면 아둥바둥 자신이 꿈꾸던, 계획하던 것들을 버리고 초연해지지 않았을까요.

ilovebooks 2016-01-20 23:50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바로 초연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해배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제나 저제나 기약없는 기다림을 기다렸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럼에도 그곳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