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인이 된 후 다시 책에 슬슬 취미를 붙이기 시작할 무렵,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엔 "책에 대한 책"을 처음 읽었을 때였고 내가 읽은 책이 많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책은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책이 어떤 책이고 남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가 궁금해진 것이.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그 책 속에 나온 책을 다시 리스트로 만든다. 결국 다른 일에 쫓겨 그 리스트의 대부분을 읽지 못하고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상한 편집증인가?^^

 

얼마 전 읽었던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가 너무나 큰 행복을 준 덕분에 다시 "책에 대한 책"을 집어들었다. 남들은 책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애정하며 어떤 책을 읽고 큰 감정을, 큰 변화를 겪었는지 다시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탐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이미 넓은 마당발에 탄탄한 지식을 담고 있는 작가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한 권의 책을 물어보고 그들의 인생과 함께 엮어본다.

 

"책을 통해 '진짜 사람들'을 찾고 만나는 일. 이 책의 목적은 그 지점에 있다."...8p

 

어떤 이에게 영향을 끼친 책 자체에도 관심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인생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살아온 길 위에 어떤 책이 더해져서 더욱 확고하게 어떤 길로 뻗어나오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일. 그러므로 이 책은 엄밀하게 "책에 대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10인의 전문가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보다는 조금 더 깊고 진지하지만 한 사람의 책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탐독>에는 우리가 잘 아는 한국 작가 김영하, 은희경, 정유정, 김중혁에서부터 외국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와 조너선 프랜즌, 무용가 안은미와 영화감독 김대우, 사회학자 송호근, 요리 연구가 문성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슷한 듯 다른 한국 작가들의 인생 이야기도 조금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올해 초 세상을 떠 너무나 놀라게 했던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조너선 프랜즌의 인터뷰를 읽고는 그의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다짐도 해본다.

 

"무엇이 한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빈손으로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가? 우리는 왜 죽음 이후의 세계로 자발적으로 넘어가는가?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서도 단지 지금 여기에 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향해 출발할 수 있는 것일까?"...28p

 

소설가 김영하가 꼽은 <달과 6펜스>를 이런 식으로 읽지 않았다. 그저 고갱을 소재로 썼다는 그 소설을 읽으며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며 읽었을 뿐. 어쩌면 김영하는 자신과 같은 열정을, 아무리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던 그 꿈틀거림을 그 책에서도 찾았던 것은 아닐까.

 

책은 사람마다 다르게 읽힌다. 누군가에겐 내 인생의 책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는 시간 낭비의  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읽을 책을 고를 땐 남들이 많이 읽었다는 베스트셀러도, "책에 대한 책" 속 추천 도서로 무조건 고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책에 대한 책"이 끌리는 이유는, 사람을, 동시에 책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글북 비룡소 클래식 39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 비룡소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러디어드 키플링을 처음 알게 된 건, 신기하게도 <정글북>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분명 책은 <정글북>을 어렸을 때 먼저 읽었겠지만 그 때에는 작가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아이와 함께 본 "고양이는 왜 늘 혼자 다닐까?"라는 뮤지컬을 통해서였다.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의 뮤지컬이었고 노래도 아름다웠지만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분장이나 분위기가 무척 원시적이었고 그런 것이 아이에게는 다소 무서웠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무척이나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 받은 책 한 권. <열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 속에는 집에 있던 그림책 한 권도 들어있었다.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아 그림책으로는 거의 집집마다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 때도 이 <열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키플링에게 푹 빠졌던 기억이 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답게, 창의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아주 오랫만에 <정글북>을 다시 읽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만화책, 편집본이 아닌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이다. 원작 그대로 살려내는 이 시리즈는 다소 두껍지만 그렇기에 어떤 의도 없이 작가가 그려낸 그대로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읽은 <정글북>은 역시나 몇 년 전에 읽었던 <정글북>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고전은 몇 년에 한 번씩 읽으면 더 좋은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 다른 교훈, 다른 뜻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글북> 첫 장을 펼치면 러디어드 키플링의 서문이 먼저 나온다.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글이다. 이 <정글북>은 우리가 아는 <정글북>, "모글리"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모글리 이야기가 세 편, 그 외에 <하얀 물개>나 <리키티키타비>, <코끼리들의 투마이>, <여왕 폐하의 신하들>등 작가의 다른 단편도 들어있다.

 

이번에 모글리에 대한 세 편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것들은 그 주변의 배경, 동물들에 대한 묘사 부분이다. 마치 눈에 그려지는 듯이 묘사된 이런 설정들은 마치 독자가 직접 그 정글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 "정글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글의 모든 것이 다 네 것이다. 그리고 힘만 있으면 뭐든 다 잡아도 된다. 하지만 너를 살려 준 황소를 생각해서라도 늙은 소든 어린 송아지든 절대로 소를 죽여서도 안 되고 먹어서도 안 돼. 그게 바로 정글의 법칙이란다."...35p

 

모글리를 교육했던 발루와 바기라에 의하면 정글의 법칙은 정글 안에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정글 속 모든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한 법이다. 그리고 그런 정글의 법칙은 모든 인간들이 지켜야 하는 예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 약속 같은 것들이다. 가장 연약했던 아기, 모글리가 가장 난폭한 시어칸을 제압하고 동물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지켜준 것이 바로 정글의 법칙이었다. 동물들도 회의를 하고 그럴 때마다 법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얀 물개>는 사실 처음 읽는 단편이었다. 이 단편은 다른 책들을 많이 떠올리게 했는데 물개의 이야기였기 때문인지 독도의 강치도 생각났고 안도현님의 <연어>는 구성이나 스토리 면에서 무척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환경, 인간의 욕심 등 가슴 아픈 교훈이 들어있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쓴 이야기는 사실 그 의인화 된 내용 때문에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키플링의 작품을 읽다 보면 왠지 진짜 동물들이 그렇게 살아갈 것만 같다. 그들의 생태와 상상이 적절히 조합된 결과이리라. <리키티키타비>같은 귀여운 이야기도 좋고, <하얀 물개>처럼 진지한 이야기도 좋다. 더 다양한 그의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나의 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6
조 놀스 지음, 최제니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산뜻한 노란색 표지와 <꿈꾸는 나의 집>이라는 희망적인 제목이 주는 느낌이 있다. 밝고 긍정적이고 명랑할 것 같은,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하지만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나가며 조금 당황하게 되는데 책 속 누군가의 죽음 때분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떤 반전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꿈꾸는 나의 집>은 그 죽음을 둘러싼 가족의 붕괴와 그 가족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이 사춘기 소녀의 마음의 성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언니와 오빠의 동생으로, 막내였던 펀은 그럼에도 엄마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아본 듯한 느낌이 별로 없다. 단 한 번 엄청나게 열이 많이 났을 때에는 엄마가 자신을 간호하며 자신의 행동에 칭찬과 사랑을 보냈다. 그때에는 정말로 사랑받는다는 느김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펀은 자신에게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늦둥이로, 보물처럼 어느 날 뚝! 떨어진 찰리는 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집은 모두 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어떤 변명과 이유도 찰리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집에서 투명인간처럼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써 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펀은 이런 찰리가 너무나도 귀찮다.

 

책의 앞 상당 부분은 이런 펀의 가족 내에서의 위치와 그것을 느끼는 펀의 감정, 그리고 홀든의 동성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족 모두 느끼고는 있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홀든 때문에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학교에서 홀든이 얼마나 많이 외로움을 느끼는지, 그런 상황을 알게 된 펀의 행동 등.

 

"나는 오빠가 언제나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빠 그대로의 모습으로."...120p

 

사실 책을 읽으며 펀이 홀든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무척 인상깊었다. 물론 놀라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오빠를 먼저 걱정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옮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시선이나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상관없다. 그저 그것이 오빠 본연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집에 일어난 비극은 그야말로 참극이다. 늦둥이 막내 찰리는 각자의 생활에 파묻혀 하나하나 흩어질 수 있었던 이 가족의 유일한 끈이었던 것이다. 화가 났더라도 찰리의 애교에 풀려버리고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 속에서도 찰리의 말 한 마디면 스스륵 풀려버린다. 하지만 그런 찰리가 없다. 가족들은 정말로 각자의 슬픔에 잠겨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펀은 자신의 죄책감과  슬픔을 엄마가 달래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엄마에게 화가 나도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아 내면으로 꾹꾹 담아놓는 것이다. 그 슬픔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나서야 펀은 조금씩 성장하며 비극을 극복해 나아간다.

 

"나 혼자 즐거운 것보다는 차라리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게 낫다."...301p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가장 많이 상처를 줄 수 있는 상대이다. 아이들이 자라고 사춘기가 되어 독립할 준비를 할 때에는 세대간의 갈등이 고조되며 가족은 해체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우리 집에서도 그런 위기를 극복하게 해 주는 존재가 늦둥이 둘째이다. 아이 이야기를 함께 하며 웃는다. 둘째에만 신경써서 마음을 다칠까 걱정되어 첫째도 더욱 챙기게 된다. 세심하지 못한 엄마와 사춘기 딸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이 책에 공감되었는지 모르겠다. 가족이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어떤 좌절과 고난이 닥쳐도 나를 두둔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존재. 사랑한다, 나의 가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음식의 사회학 - 음식 속에 담긴 세상을 배우다
폴라 에이어 지음, 김아림 옮김 / 그린북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아니 사람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 생명이 있는 무언가라면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는 그것이 바로 음식이다. 사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음식의 역사, 변화, 과정, 이유를 통해 인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음식의 사회학>은 그런 뜻에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힘겨운 노력을 통해 겨우 얻을 수 있었던 구석기 시대의 음식에서부터 오히려 남아 버려지기까지 하는 오늘날의 음식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도 있다. 먹고 산다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이기에 환경에 따라 사회에 따라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를 거듭해 왔다.

 

가장 큰 변화의 기본이 되는 사건이 "산업혁명"이다. 기계가 발명되고 인구는 도시로 집중되고 다양성과 개성이 우선시되던 사회는 사회적이고 일원화된 사회로 변화되었고 이런한 일원화는 우리의 미래에 적신호를 켠 것이나 다름없다. "감자"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웟다.

 

"현재 우리가 먹는 소고기는 모두 열 가지 품종의 소에서 얻고, 미국에서 희색달걀의 대부분은 한 가지 품종의 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돼지는 두 가지 품종만 남고 모든 품종이 사라질 위기에 놓쳤고요. 식품 산업에서 이렇게 특정 품종만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48p

 

책을 읽는내내 이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우선 다양한 품종이 아닌, 특정 품종만을 재배하는 이유는 기업이, 농부들이 팔기에도 쉽고 농사짓기도 쉬운 방법으로 재배하기 때문이다. 1800년대 아일랜드에선 한 가지 품종만으로 길러지던 감자가 곰팡이균으로 멸종위기에 놓였고 결국 수백 만의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한 가지 식재료에 의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식재료로 알맞은 조리를 통해 밥을 먹게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선택하고 행동하게 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에 대한 대규모 농장이나 저인망 어선 등은 그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얼마나 환경을 생각지 않고 행동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먹거리도 건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단지 유기농 채소를 섭취하라는 말이 아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먹는 것, 먹어야 할 것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더욱 욕망에 충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책을 통해 내 주변에서만이 아닌 이웃으로, 나라로 사회로 생각을 넓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와 아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0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이강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부모들과 다르지 않은 러시아의 부모들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처음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직업상 본의 아니게 이 책을 1년에서 1년 반에 한 번씩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 새로운 생각, 새로운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런 책을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책은 한 아버지가 아들을 기다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학 공부를 하는 동안 멀리 도시에 나가있던 아들. 그 아들이 공부를 마치고 3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3년 만에 보는 아들에 대한 생각으로 아버지는 다소 긴장하고 흥분된 상태로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리고 드디어 아들이 도착하고 아들 곁에는 친구 바자로프가 함께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배경은 19세기 중후반의 러시아이다. 유럽의 중심지들보다 늦은 산업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시민 혁명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제정권에서 더없이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들과 농노들. 유럽에서부터 밀려드는 자유주의에 맞서기 위해 차르는 농노 해방(1861)을 단행한다. 어느 나라이건 위에서부터의 개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아래 민중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중심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노들은 해방되어 자유를 얻었지만 땅을 살 만한 돈도, 사지 않고 다시 빌려 좀 더 나은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힘들다. 책은 그런 19세기 중후반의 러시아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원제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다. 그러니 어떤 한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가 아닌, 세대와 세대 간의 충돌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다. <아버지와 아들> 속 네 주인공 파벨과 니콜라이, 아르카디와 바자로프는 둘둘씩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면서도 이 네 명은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며 러시아 속 다양한 군중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다. 가장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인물들은 파벨과 바자로프이다. 전제 국가 당시 러시아의 귀족을 대표한다. 낭만과 예절, 지켜야 하는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정신 등. 파벨과 반대쪽에 서 있는 바자로프는 일명 허무주의자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 무언가 개혁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하며 모두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자. 바자로프는 사실과 증명된 것이 아닌 것은 믿지 않는다.

 

"우리 같은 구시대 사람들은 네가 말하듯 신앙처럼 떠받드는 원칙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거든. 그런데 너희가 그 모든 것을 다 바꿔 버렸어. 그래도 너희 나름대로 잘 살겠지. 우린 그저 너희를 지켜볼 뿐이고....... "...41p

 

반면 니콜라이는 아버지이지만 어느 정도 개방되어 있다. 아들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생각을 쫓아가려 마음을 연다. 다만 그 간극을 줄일 수 없어 가슴아파 할 뿐이다. 아들 아르카디 또한 젊은 혈기로 바자로프의 사상에 동화되어 들떠있지만 곧 자신만의 생활과 생각으로 돌아와 가족을 아끼게 된다. 그 외에도 <아버지와 아들>에는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는 선봉장에 선 듯 행동하지만 게으르고 행동하지 않는 쿠크시나나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며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오딘초바 등. 이반 투르게네프는 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그대로의 러시아를 재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훌륭한 작품이다.

 

바자로프와 아르카디의 세대인 청소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두 인물에 동화되어 공감한다며 읽으면 좋으련만, 사실 이 작품을 잘~ 읽기란 쉽지 않아서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아버지들의 세대와 아들들의 세대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징검다리 클래식이 좋다. 뒷부분의 지식배경과 작품 해설을 읽다보면 이 작품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이 <아버지와 아들>은 부모와 아이들 세대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