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키즈 Wow 그래픽노블
베티 C. 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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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의 소원은, 해외 여행을 한 번 가보는 것이다. 제주도를 간다고 비행기를 타 보기는 했지만 해외로 나간 적은 없기에 반 친구들이 방학마다, 학기 중에 미국을, 캐나다를, 베트남을, 일본을...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게 졸라댔다. 그런 둘째를 데리고 해외 여행을 간다는 명목을 내세워 미국으로 간 뒤, 너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는 거야~ 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우리 둘째는 버텨낼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다. 실제로 둘째는 <낙하산 키즈>를 읽고 엉엉 울어댔다. 어떻게 부모가 아이들만 두고 자기네 나라로 돌아갈 수 있냐며...!

"낙하산 키즈"라는 말은 부모님이 있는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나 친척 집에 "맡겨진" 아시아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작가의 모든 경험이 <낙하산 키즈>의 내용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낙하산 키즈가 되는구나 싶었다.

지아시, 켄가, 펑리는 엄마, 아빠와 함께 부모님의 친구들이 계시는 로스앤젤러스로 관광을 왔다. 하지만 며칠 후 부모님은 너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비자가 없으니 잠깐 돌아갔다가 다시 비자를 받아 돌아온다고 약속한 후 떠난다.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 오롯이 셋만 남은 아이들(아이들도 비자 만료가 끝나기는 마찬가지. 결국 이들은 불법 체류자로 최대한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고 지내기로 한다.)은 각자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집안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언어도 되지 않는 상황에 그곳에서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반항적이었던 켄가가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집안일과 대학 시험 공부에 지친 지아시도, 영어가 가장 늘지 않아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한 펑리도 모두 지쳐간다.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래픽노블"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읽었는지 모른다. 가장 나이가 많은 지아시가 겨우 16살. 가장 큰 누나라고 많은 짐을 혼자 맡기엔 아직 어린 나이다. 부모님이 최대한 빨리 오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고 국제 전화는 값이 비싸니 연락을 자주 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혼자 유학을 보내면 나쁜 길로 빠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펑리의 스스로 서려는 의지와 세 명의 돈독한 형제애 덕분에 이들은 점차 적응해 나간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인 세 형제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은 짠하면서도 애틋하고 응원하게 된다.

"가족과 떨어져 외국에 사는 모든 아이들에게.

사는 게 힘들 때마다 꼭 기억해요.

여러분은 해낼 수 있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에요. 여러분을 위해 이 책을 썼어요."...(마지막 장)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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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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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첫 TV 화면은 대규모 군인들의 발 맞춘 엄청난 행렬이었다. 척척 발을 잘도 맞추어 행진하던 그들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도대체 무슨 날이기에 저런 행사를 하는 걸까 궁금했다. 곁에 할머니가 계셔 어쭤보니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취임식이라고 하셨다. 어린 생각에도 대통령이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저렇게 커다란 행사를 하다니 말이다. 조금 더 커서 그 사람이 전두환인 걸 알았다.

나는 격정의 시대를 조금 지나 태어난 사람이다.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은 모두 내가 너무 어릴 때나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일어났으니, 이제 좀 알 만한 대학생이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으로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편안히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노력했구나...하는 것이 비로소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벌써 전에 구비해 두고 읽지 못하고 있던 건, 또 한 번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어야 함을 알고 있었음이다. 하지만 노벨문학상까지 탄 이 마당에 더 미뤄둘 수 없어 책을 집어들었다.

처음엔 제 1장의 2인칭 시점에 당황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적인 문장에 또 당황하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너무나 입체적인 이 책의 구성에 놀라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다. 소문만큼 엉엉 밤새도록 울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눈물을 흘릴 만큼 흘렸고 속상하고 가슴 아팠다.

책은 제 1장 2인칭 시점으로 동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중 3, 친구의 누나를 찾으러 친구와 함께 나왔다가 친구마저 잃어버린 후 사람들을 돕는 동호. 그리고 1인칭 시점의 동호 친구 정대, 동호와 함께 사람들을 도왔던 3인칭 시점의 은숙, 다시 1인칭 시점이지만 동호를 챙기던 김진수와 함께 시위대였던 누군가, 은숙과 시체를 담당하던 1인칭의 선주, 1인칭의 동호 엄마, 에필로그엔 그 동호를 따라 되짚던 작가의 시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처럼, 고백처럼, 누군가를 관찰하는 이야기로... 하나의 사건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동호가 있다. 아직 중 3의 어린, 그럼에도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으려 그 한복판에 있던 동호.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114p

학생들에게 꼭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의 편안한 삶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도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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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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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과학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특별히 과학 책을 챙겨 읽는 것은 아니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과학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겐 아직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익힌 과학적 지식이 남아 있고 조금의 호기심이 있기 때문에 과학과 관련된 기사나 글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나의 직업적 지식도 한몫 한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나의 과학적 지식들이 "교양"이냐...고 물으면, 한참 모자라다고 대답할 것 같다. 일단 편협적이고 얕기 때문인 데다 정확한 어휘나 과정 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교양>이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아래 부제도 아주 적절했다.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두 가지 학문에 대한 교양이라니 왠지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뭐든 술술 대답할 수 있게 될 것만 같지 않은가!

하지만 쉽지 않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여기서 헤매고, 저기서 헤매고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처음엔 그래도 원근법이니, 기하학이니 정도여서 이해할 만했는데, 뒤쪽으로 가니 알 수 없는 이름들과 이론들, 과학이라기보다는 수학인 것 같은 해설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설명이 과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술과 과학을 함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을 빌려 이해해 보기도 한다.

책은 과학사를 중심으로 그 이론에 걸맞는 미술 작품과 화가를 통해 설명하고 과학자와 이론으로 연결된다. 나름 많은 미술 작품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 들어가는 말에서 밝힌 듯이 처음 보는 그림이나 화가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그 점이 즐거웠다. 그럼에도 이 책의 1/10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디까지나 기초 지식이 부족한 내 탓이다.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거기에 의미를 두겠다. 평소 과학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해 보시길~!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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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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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만난 건, <빅 픽처>를 통해서다. 한창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있다가 조금 시들해진 쯤이었는데, 당시에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고 읽히다 보니 그저 그런 유행을 선도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다 궁금해서 읽게 된 <빅 픽처>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너무 재미있는데,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 뛰어나서 정말 숨도 못 쉬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 "빅 픽처"가 그 빅 픽처인 것을 알고 뒤늦은 깨달음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원더풀 랜드>라는 제목이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의 눈에 띄는 제목들보다 조금 평이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 문장에 "2036년,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악몽을 꾸듯 섬뜩한 미국의 미래 이야기!"라는 문구를 보고 나면 너무나 읽고 싶어질 수밖에~.

진짜다! 책을 펼치면 미국 지도가 한 페이지에 나오는데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거기에 중립지대가 표시되어 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지도를 잘 살펴보고 도대체 미래의 미국이 어떻게 됐다는 건지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올해가 2024년,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사실 2036년은 몇 년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미국이 둘로 갈라진다고? 이게 가능한가? 싶은데, 읽다 보면 막~ 수긍이 간다.

작가는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 흘러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펼쳐낸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상상한 것이다. 그러니 읽는 독자는 진짜 그럴지도~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정말 놀라웠다.

"트럼프는 상스럽고 거칠고 마구잡이로 떠드는 저질 백인 남성의 언어를 구사했고,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라는 허울뿐인 슬로건을 내걸었다."...49p

그러니까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표방하는 연방공화국(하지만 사생활이 일일이 감시당할 수 있다)과 완전 보수를 꿈꾸는(그들의 정치 체제를 위해서 역사 왜곡도 전혀 게의치 않는) 공화국 연맹으로 나뉜다. 각각의 사회는 장단점을 가지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 사회가 좀더 나아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묘사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주인공 샘 스텐글을 통해 첩자로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심리 묘사도 아주 뛰어나다. 그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고 자신의 사생활 따위 까발려지고 깨끗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샘은 중심을 잡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이 때론 애처롭게, 때론 강인하게 느껴지면서 이 소설에 홀딱 빠져들게 한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던 작가가 좀더 큰 세상 속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함께 평화를 논할 수가 없다. 서로 원하는 가치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바로 그 모습조차 바로 우리, 이 땅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진정 우리가 꿈구는 원더풀 랜드는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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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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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로 많이 읽히는 것 같아서 선택한 책으로, 몰랐는데 막상 읽으려고 펼쳐들며 보니 유은실 작가의 책이다. 유은실 작가는 일찍이 <멀쩡한 이유정>과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통해 한때 완전 좋아했던 작가다.

하지만 읽다가 책을 내던질 뻔~ㅠㅠ

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책 속 1군들(주인공의 가족으로 중학생 수림을 키우지도 않았으면서 모지리로 치부하고 똘똘 뭉쳐 이상한 짓거리, 창피한 짓거리, 지들이 세상 잘난 줄 아는 인간들)이 너무너무 짜증나서.

그래도~ 청소년 소설이니 결국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직진~!

<순례주택>에서 희망은 순례주택에 사는 이들이다.

잘 살지 못해도, 잘 살아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

잘났다고 자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가 몸에 벤 사람들.

그런 이들 사이에서 자란 수림이는 1군들보다 훨씬 훌륭한 아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못된 1군들을 버리지 못하고 감싸안는 모습까지.

책이 소문난 이유를 알겠다.

재미와 교훈과 감동까지 갖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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