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기술 - 21세기 생활의 신 패러다임 제시!
다츠미 나기사 지음, 김대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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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수납 공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 같다. 밖으로 지저분하게 보여지기를 꺼리는 주부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많은 수납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것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자주 사용되는 것일까? 자주 이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주부들 여럿이 모여 하는 얘기 중에는 이사하면서 수납장 안에 정리해 놓은 것들을 다음 이사할 때에 그대로 들고 간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게 된다. "해야 되는데, 언제 하지? 영 틈이 안생기네.."와 같은 말들. 분명 필요해서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 것 같아서 잘 정리해 두었는데, 결국 이사를 가게 될 때까지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또 장소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버리는! 기술>>에는 이렇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했던 수많은 행동들 때문에 쌓이고 모이는 쓸모없고 사용되지 않는 것들을 버리는(처리하는) 다양한 방법과 기술에 대하여 아주 자세하고 치밀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껴안고 사는 데에는 아직 사용할 수 있으니 버리기에는 ’아깝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물건이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 사용하는가 사용하지 않는가의 판단에 따라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린다.’고 발상하는 것이 바로 ’버리는 기술’---14p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실천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어떤 물건이 우리 손에 있을 때 이것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사용하는지 사용하지 않는지 판단할 때에 우리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언젠가’..이다. ’언젠가는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갑자기 필요하게 되었을 때, 없으면 안되잖아.’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일단’ ’임시로’ 어딘가에 다시 두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버리는 기술>>에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이런 생각의 고리를 끊게 해 주는데, 버리기 위한 테크닉을 10단계로 나누어 어떤 상황이나 어떤 물건이든지 바로 생각하고 버릴 수 있게 도와준다.

’버리는’ 것은 자연 환경 문제도 또한 생각나게 한다. 내가 많이 버림으로써 매일같이 환경을 외쳐대는 요즘같은 시대에 나는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버리는 기술>>에서 ’버린다’는 쓰레기로 배출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버린다’는 ’내 주변에서 없앤다’는 뜻이다. 따라서 각 종류에 따라 분리수거 하거나 재활용센타,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거나 다시 되파는 방법까지 아주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자, 이제 읽었으면 실천할 때이다. ’그 많은 걸 언제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주 조금씩 지금 내 눈 앞에 띄는 것부터 습관을 들이게 되면 언젠가는 아주 깨끗한 내 주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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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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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조정의 특별한 명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있던 최북. 드디어 '부엉이의 구슬'을 받아 조선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뒤에선 닌자들이 뒤쫒아오고, 최북은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닌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부엉이의 구슬'을 빼앗긴 채...

첫 장면부터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새하얀 눈밭과 새빨간 피가..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고 그 긴박함이, 그 긴장감이 책을 잡은 두 손에 땀을 배게 한다. 불과 처음 두세장을 읽을 때였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그 처음 두세장이 다였다. 책의 반을 넘도록 사건 하나 없고 도대체 책의 절정과 클라이맥스는 어디일까..기다리고 기다리며 읽었다. 그렇다고 책이 지루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단원 김홍도가 신가권(신윤복의 본명)을 밀사로 키우는 장면이라든지, 옛날 에도의 풍경(특히 뒷골목) 등을 느끼기에는 더없이 즐겁다. 다만 책의 첫 앞부분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긴장감을 기대하게 된 것이랄까.

우연히 비슷한 때에 비슷한 한국형 팩션 두 권이 출간되었고, 나도 같은 시기에 두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왕의 밀사>>가 큰 살인사건을 가지고 정치적인 갈등을 그려낸 남성적인 팩션이라면, <<색, 샤라쿠>>는 우리가 잘 아는 두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인생과 사랑을 마음껏 상상해보는 여성적인 팩션이다.

따라서 <<색, 샤라쿠>>는 긴장과 큰 사건, 조선,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읽기보다는 그냥 가볍게, 신윤복의 일생이나 그의 사랑,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 등을 마음껏 상상하며 읽으면 좋다. 책에는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마다 두 사람의 그림을 옆에 실어놓고 있어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비록 그 탄생 비화가 사실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박물관에야 가야 볼 수 있는 그림들을 여러 이야기와 함께 읽으며 보니 훨씬 즐겁다.

큰 갈등 구조가 없어도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신윤복이 인생에 대해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게 되는 여러가지 일화이다. 망나니같은 삶을 살아오던 천재 화가는 단원 김홍도를 만나 그림을 그리는 진정한 기쁨을 배우게 되고, 일본으로 건너가 간자(밀정) 노릇을 하면서도 일본인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게 된다. 그리고 윗사람들은 알 수 없고, 알아도 모른척하는 진정한 밑바닥의 생활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간자는 나라를 위한 일에 쓰이다 버려지는 도구에 불가하다. 이유를, 결과를, 과정은 몰라도 된다. 아니 모르는 게 의무다. 알려고 드는 것조차 하극상이다. 가권은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양이나 에도나 교토나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 어디가 더 낫고 말고가 없다. 가난하고 힘없는 하층민들은 불행하게 하루하루 살았고, 상류층은 지배 계급으로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서민이나 빈민들이 지식을 얻고 서양학, 종교를 받아들이는 일을 금했다. 그들이 문맹일수록, 미신을 신봉할수록 다스리기 편하니까."....360p

한 사람으로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이토록 오래 이름이 남겨질 화가로 남게되는 힘이 된 것일게다.

김홍도와 신윤복, 그리고 그의 여인...세 사람, 아니 조선과 일본의 수많은 백성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은 아주 감동적이다. 무엇이 감동적이냐고 묻는다면...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하루하루 열심히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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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의 집들이 교과서 - 조미료를 거부한다~ 건강식으로 차리는 손님초대 요리
웅진리빙하우스 편집부 엮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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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갑자기 온 집안 행사를 떠안게 되었다. 집안 늦둥이 막내 며느리로서 별 하는 일도 없이 편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이게 왠 날벼락이람!! 그래서 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 친정 어머니께 매달려볼까 했더니 어머니도 올해부터 집안 행사를 맡게 되셔서 당신 혼자도 몹시 벅차시다. 정말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그러니 내가 매달릴 곳은 책밖에..

겉표지 큰 제목 위에 조그마한 소제목

"조미료를 거부한다~ 건강식으로 차리는 손님초대 요리"

이 제목이 가장 나의 눈길을 끈다. 이제껏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조미료를 써본 일이 없으니 손님상 차린다고 갑자기 조미료를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맛없는 음식을 그냥 내놓기도 민망하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법이라니 내가 하던대로, 만들던대로 방법만 보고 따라하면 되니 그야말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요리책이 아닐까 싶다.

<intro>에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야만 잘 차린 초대상이 아니라고 위로해 준다. 알맞은 가짓수와 알맞은 요리의 양.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웰빙 밥상. 마음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요리를 모두 모았단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책은 모두 10개의 큰 단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손님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필수요리, 초보 주부들의 집들이 상차리기, 술맛나는 집들이 상차리기, 집들이 베스트 메뉴, 여자친구 초대하기, 중국요리로 손님상 차리기, 스피드 초대요리, 김은경 스타일 집들이 메뉴, 밑반찬과 국, 찌개, 요리밥..등으로 되어 있다. 정말 알찬 메뉴들만 모아 구성되어 있고, 그 구성들도 아주 잘 나눠놓은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9단원 밑반찬과 국, 찌개 부분인데 우리 시댁에서는 상 위에 육, 해, 공..그리고 밥과 반찬, 국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그것까지 한 권에 묶어놓으니 따로 다른 요리책을 뒤적거릴 필요도 없고 한 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딱!이다.

요리들을 보면 우리가 평소 손님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리들부터, 아주 간단히 쉽게 만들 수 있는 쉽지만 세련된 요리까지 아주 다양하다.

   

    

구성 또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여러 tip으로 따로 떼어내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곁들이고 있고, 다른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요리 과정 중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 등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간단한 초대에서부터 제대로 된 손님상까지 다양한 레시피를 담고있어 여러모로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요리부터 아주 간단한 초스피드 메뉴도 갖추고 있어 전체 상차림을 짤 때 아주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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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강의 왕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20
존 러스킨 지음, 최지현 옮김, 야센 유셀레프 그림 / 마루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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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난 우리집에 있는 세계 명작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왜 우리집에는 나와 감수성을 함께 나눌 자매가 없는지 한탄했고, <<밤비>>를 읽으면서는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밤새도록 울기도 했다. 아직도 내게는 침대 한쪽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세계 명작 책을 읽으며 나만의 세계에 빠졌던 그때가 가장 행복하던 때로 남아 있다. 그렇게 행복했던 이유는 책의 내용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빽빽한 글자 속에 간간이 나오는 작은, 혹은 한페이지 전면에 펼쳐진 그림들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상상속의 세계에 빠져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되었다고 글씨만 잔뜩 들어간 책을 읽으란 법은 없다. 아름답고 섬세한 일러스트는 책의 내용과 함께 아이들을 한층 더 자라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데 싫증을 느끼거나 지루해 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더 책에 흥미를 가지게 할 수도 있다. <<황금강의 왕>>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다. 크기 자체도 일반 동화책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유아, 유치 때 읽던 그림책 크기에, 고급스러운 종이 질, 세밀화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자랑한다. 항상 같은 류의 동화책만 읽던 아이들에게 일탈의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황금강의 왕>>의 작가 존 러스킨은 예술비평가와 사회사상가로 유명한 분인데, 그림 형제와 찰스 디킨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동화는 마치 옛날 신화나 전설의 이야기와 같은 구조를 띤다.

삼 형제가 보물의 계곡에서 살고 있다. 위의 두 형은 못생기고 성격도 포악하며 '부'를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막내 글룩은 생김새나 성격 모두 형들과는 딴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마치 신데렐라처럼 형들이 부리는대로만 해야 한다. 이런 삼 형제에게 위기(재산을 모조리 잃게 되는)가 오고, 다시 기회(황금강이 내는 미션!^^ 풀면 거대한 부가 따라온다.)가 찾아오게 된다. 삼 형제는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요정'이 등장하고 그 요정은 "황금강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신과 같은 권위를 가진다. 이 "황금강의 왕"이 다른 이들에게는 조금의 인정도 없는 아주 못된 두 형들을 벌하고, 착한 막내 글룩에게는 부를 준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멋진 배경을 충분히 세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고, 인물의 성격에 대해서도 그 인물의 생김새를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이 글씨가 많은 동화책을... 마치 그림책처럼 보였는지 우리 딸이 갖고 와서 읽어달란다. 무려 70페이지에 달하는 그림 몇 장 없는 이 책을 꼬박 30분이나 걸려서 읽어주었다. 6살짜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걱정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자 우리 딸이 하는 말...

"그러니까 사람은 항상 착하게, 베풀면서 살아야 된다는 거지~ 막내처럼!!"

오옷~ 장하다!!^^ 오랜 시간 목이 쉬어라 읽어준 보람이 있구나~

 

<<황금강의 왕>>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과 일러스트가 조금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용을 읽고 책장을 넘겼는데, 그 내용이 바로 뒷장의 일러스트에 나오는 것. 아주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림을 보기위해 책장을 넘겨야 하고, 그림을 보고 다시 앞장을 들춰야하는 조금은 책읽기를 방해하는 점이었다. 그런 것을 조금 더 신경써 주었다면 훨씬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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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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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년(효종 3년)  일본의 4대 쇼군 이에쓰나가 즉위하고, 열한 살의 어린나이에 즉위한 쇼군을 노부쓰나 로주와 전대 쇼군의 이복동생인 호시나 로주가 보좌하고 있다. 막부가 어수선한 틈을 타 유이 쇼세쓰라는 낭인이 막부 전복의 음모를 꾸미다 발각되는 일도 일어난다. 쇼군의 위엄이 실추된 가운데, 즉위 2년 후 이에쓰나 쇼군은 쓰시마 번주를 통해 조선에 정식으로 습직 축하 사절단인 통신사를 요청한다. 조선통신사의 내방을 통해 막부의 권위를 다시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통신사는 당시 어떤 의의를 가졌을까. 중국 심양에서 8년이나 볼모로 잡혀 있었던 효종은 명의 멸망을 지켜보았고 누구보다 청을 잘 알았으며 국제 정세도 잘 알고 있었다. 효종은 명나라가 멸망한 결정적인 원인을 무력한 군사력으로 판단하고 조선에서도 무신을 요직에 등용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효종은 북벌 정책을 마련하고 있었으나 그 전에 생각해야 할 문제는, 임진왜란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므로 일본의 동태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소설의 무대가 흥미롭다. "한국 팩션"이라는 이름을 걸고서 소설의 배경 대부분이 일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통신사는 가는 데만 6개월이 걸린다는 데, 무려 48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며 과연 아무 일도 없을 수가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소설인 것 같다. 실제로 1764년 조선통신사 사행길에 상방도 훈도 최천종이 살해된 일이 있고, 이 사실 하나로 작가의 머릿속을 상상하게 만들었다니 매우 흥미롭다.

게다가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하나.

"초가집도 사는 사람이 바뀌니 아기 새의 집이로다."

작가는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하이쿠를 자신의 상상과 잘 버무려 놓아 아주 밀도 있고 치밀한 추리소설을 만들어냈다. 실제 사건보다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상상의 사건. 바로 조선통신사의 방문 중에 일본 막부 쇼군의 고케닌 기요모리가 살해된 것! 그것도 범인은 조선통신사의 종사관 남용익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 하나로 일본과 조선은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소설은 3인칭 시점이지만 중간중간 역관 명준의 꿈을 통해 1인칭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난 이 부분이 참 좋았다. 명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 인물의 성격과 생각, 심리를 아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꿈을 통해 명준은 자신을 다른 이들과 오버랩시키며 다른 이들의 심리도 함께 알 수 있게 해 준다.

어떤 사건이든 사건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처음부터 진중한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입장만 표명하고 혼자 생각해서 결론을 내기 때문에 오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왕의 밀사>>가 바로 그런 사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새벽이 석양 같고, 석양이 새벽 같구나! 아아, 새벽의 여명이란 잔광으로도 느껴질 수가 있구나..... 삶이란 가변적이고, 무엇을 바라보는 시각 도한 처해 있는 입장이나 애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일 수 있기 마련이구나!"  ----204p

사실 처음 앞부분에선 익숙치 않은 일본의 역사와 전설 등으로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뒷부분 부록 부분에 짧지만 중요한 부분만 설명해 놓은 출판사의 배려 덕분에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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