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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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동안 영화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정신 없이 사는동안 누리지 못했던 문화 생활을 한꺼번에 누렸던 셈인데, 그때 난 모든 사람들이 다 봤던 영화를 그제서야 찾아 봤고,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영화들을 찾아보았다. 그때 내 가슴을 적셨던 영화가 한편 있다. 제목은 <나 없는 내 인생>.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두 딸을 둔 23살의 앤이 시한부를 선고받고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10가지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때 그 계획 중 가장 중점이 되었던 것이 어린 두 딸에 대한 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그 영화에 그토록 많이 공감하여 울었던 이유는 젊은 나이에 죽을 수밖에 없는 그녀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죽음 뒤에 남을 어린 두 딸 때문이었다. 아마 내게도 두 딸의 나이와 비슷한 딸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난 내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오랫만에 그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책이다.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가, 엄마의 인생이, 의붓아버지와 딸들이 만든 새로운 가족의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네 딸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죽음을 앞둔 엄마가 이미 독립한 세 딸과 10대인 막내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일기를 남기면서 그 일기와 엄마가 돌아가신 후의 가족 이야기로 진행된다. 가족들은 엄마의 죽음을 겪으며 커다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다.

이 모든 슬픔과 눈물.....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아플 거라고는 생각하지못했다. 마치 무겁고 어두운 담요가 모두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숨 쉬기조차 힘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원히 계속된 것 같은 슬픔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53p

그리고 그 고통때문인지 각자의 삶에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는 풀기 어려운 매듭처럼 자꾸 꼬여만 간다.  

아내가 그들 곁을 떠난 뒤로 모든 게 어긋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니퍼한테, 그리고 자신한테, 한나한테, 지금은 리사한테 문제가 생겼다. 아내의 죽음이 자연적인 질서를 모두 깨뜨리고, 그들의 감성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듯했다. 모든 게 엉망이 되어갔다. 마치 저글링을 하던 공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바람아ㅔ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것 같았다.....372p

하지만 그들은 그 매듭을 하나 둘 풀어간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울고, 웃고, 슬퍼하고, 안도하고, 분노하고, 엄마를 애도하며...401p 그렇게 하나 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간다.

그와 그녀들의 행복 속에는 가장 단순한 진리가 있다. 서로를 믿고 지지해 준다는 것. 그것은 "엄마"라는 끈으로 이어진 무한하고 무조건적인 "사랑" 안에 있다는 것. 현실적인 엄마는 곁에 없지만 바람 속에, 눈 위에, 비 속에, 햇살 속에, 별빛 속에 그렇게 일상 속에 엄마는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이다.

엄마인 바바라가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꼭 내게도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많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네 딸들이 각자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공감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저절로 미소지어지는 그런 느낌.

나도 내 딸에게 이렇게 강렬한 사랑과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아직은 자신할 수 없다. 나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므로 그저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열심히 표현할 뿐이다. 정말로 사랑한다고. 너를 믿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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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키스가 연봉을 높인다 - 행복한 가정이 경쟁력이다
두상달.김영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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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키스가 연봉을 높인다>>라는 말은 곧 '가정이 화목해야 남편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은 아내들에게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읽다보면 아내들에게보다는 남편들에게 더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혹은 부부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 될 것이다.

처음 결혼해서 호르몬으로 유지되는 "사랑"의 3년과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고, 남편과 아내 즉 남자와 여자의 사고 방식에서부터 각자의 생활 패턴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대립구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남편들과 아내들이 자꾸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알고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면 결혼 생활을 승리와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 생활은 서로에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의 배우자는 나와 경쟁하거나 대립하는 존재가 아닌, 나를 돕고 내가 도와 우리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것만 잘 숙지하고 있다면 조금 마음에 안 들거나 불평, 불만이 있어도 잘 헤쳐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책의 앞부분은 남자와 여자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나로선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성격이 뒤바뀌었다고 할까? 그런데 남자들은 어떤 남자를 막론하고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한다니, "곰"같은 아내인 나는 정말 슬플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른 남편들에 비해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해주고 더 많은 집안일을 해주고 있는 남편에게 새삼스럽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도 난 마치 내가 남자인 양 우직하게 표현도 안하고 지내왔다.

아침 키스를 받고 출근하는 남편은 그렇지 않은 남편보다 연봉이 20퍼센트나 더 높다는 선진국의 통계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화목하고 안정된 가정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남편들이 직장에서도 더욱 효율 높은 능률을 보이는 것이리라.

가정은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잘 이루어질 수 없다. 함께 공통의 취미를 찾고 많은 대화를 하려 노력하며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마음은 있으되 표현하지 않는 것.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내 마음을 몰라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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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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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호시 신이치의 책은 두번째다. 그런데 전에 읽었던 <<요정 배급 회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다. <<요정 배급 회사>>는 타임머신과 우주선 등 미래적인 요소들이 함께 어울려 있다면, <<흉몽>>은 미래와 결부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 현실 그 자체에 대한, 그야말로 "나쁜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을 생각나게도 한다. 그 느낌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기분 나쁘고 끈적끈적한 것이 다를 뿐이다. 요정이나 요괴, 혹은 망령, 부적 같은 것들이 등장하고 그런 것들에 의해 사람들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결국은 그 자신의 행동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욕심, 자만, 허세 같은 것으로 가득 찬 인간 내면을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내로서, 주부로서 가장 공감된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깊은 사이>다. 성공을 향해 달려나가던 남자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 사람의 딸과 결혼하고 일과 사랑 모두에서 만족할만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결혼 후 5년 정도가 지나자 가정과 아이에게만 매달려 있고 살도 찐 아내에게서는 점점 흥미를 잃고, 주위의 다른 여성에게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쿨한 그녀에게서 또다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여성들과 '깊은 사이'가 된 그는 어느 날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깊은 사이'가 되었던 그 모든 여성들이 사실은 부인의 또다른 분신이었다는 것을.^^

이 얼마나 멋진 결말인가! 끝도 없이 다른 스타일의 여성을 탐하던 그는 결국 모두 "아내"라는 울타리 안에서 놀아난 것이 되었다. 부인은 마음껏 즐기라고 하지만, 더이상 어디서도 누구와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 그는 그야말로 모든 아이러니에 빠져 있다. "완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서.

<마이너스>라는 작품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속 깊은 곳(이기심)을 건드린다. 우연히 "마이너스"라는 부적을 갖게 된 그는 계속해서 마이너스되는 일만 일어나고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는데, 나름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는 사람에게 부적으로 주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것이 "플러스"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성공하게 된 사람이 부적을 돌려주러 왔으나 그 사람은 받지 않는다. 욕심이 없다는 말에 스스로 하는 말.

"당치 않으신 말씀. 욕심은 지나칠 정도로 있다. 다만 결단력이 없을 뿐이다."...104p

누구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좋은 점보다는 특히 더 나쁜 점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 나쁜 점에 대해서는 함구해버린다. 나 자신은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인 것이다. 그런데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런 치부가 드러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무리 겉으로는 착하고 쿨한 척 해도, 결국은 나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누구나 그런 것을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게다가 미래나 요괴와 망령이 등장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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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게리 스탠리 지음, 김민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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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들은 의도하건 하지 않건 아이에게 인생을 알려주고 그 의미를 일깨워준다.

아버지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 교과서의 이름은 '아버지의 삶', 그래서 모든 아버지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우리가 깨달은, 그리고 지금 깨닫고 있는 그 모든 것은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위대한 유산이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것 중에 가장 크고 좋은 것은 돈도 재물도 아닌 함께 한 시간 속에 녹아 있는 겸험과 추억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완벽한 아버지에게서 오랫동안 함께 하며 배우는 것이 아니어도 그 어떤 사람이든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배우고 바로 깨우칠 수 있다.

저자의 아버지는 저자가 불과 13살일 때에 돌아가셨다는데, 저자는 그 13년간의 기억을 아주 소중히 잘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추억 하나하나에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떤 것들을 가르쳐주셨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보편적인 가르침들을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아버지가 항상 올바르고 완벽한 가르침만을 주시지는 않았다. 때론 세상의 보통 아버지들처럼 도움이 되지 않을만한 도움(글짓기 숙제를 도와준다거나 직접 해주는 것)을 주기도 하고, 자신의 양심에 위배되어도 일단 아들편(나뭇가지 화석 공원에서 화석들을 슬쩍 해오는 것)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아버지의 그런 작은 실수(?)들조차 사랑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 있다.

"우리가 아버지를 인간으로서 이해하길 원한다면, 아버지의 좋은 점과 나븐 점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또한 성장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앨든 나우랜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어른들의 불완전함을 깨달으면 청소년이 된다. 어른들을 용서할 줄 알게 되면 어른이 된다. 그리고 자신을 용서할 줄 알게 되면 지혜로운 자가 된다." 아버지는 무조건 자신을 존경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버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당신을 넘어 더욱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우리들이다. "  .........254p

이제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내가 내 아이에게 전해줄 때이다. 내가 받은 만큼의 반만 해주어도 성공할 것 같은데, 난 아직도 한참 모자란듯이 느껴진다. 완벽한 부모가 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부모는 되고 싶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꼭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것 보다는 함께 하며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간다면 아이는 언젠가 우리를 이해해줄 만큼 성장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행복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을 읽으며 나마저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껏 놀고 즐기고 여행했던 그에게 아버지의 이른 죽음이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을지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그 어떤 가르침보다 내 아이 곁에서 건강하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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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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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위기의 주부들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 위기의 청소년들하고, 위기의 아이들 편도 있던데. 내일 자기사 제목은 위기의 가장들이라고 예고까지 했어. 결국 모두 다 위기인 거야. 모두 다 위기면, 아무도 위기가 아니란 얘기지."...37p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엔 정말 "위기의 ~"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만큼 모두 불안하고 초조하며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뉴스에서 과장하고 포장하여 부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위의 노시보 형의 말대로 모두 다 위기면 오히려 아무도 위기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무중력 증후군>>는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 문화재가 불타버리거나 네티즌들끼리의 파벌 싸움, 인터넷에서의 섹스 파문, 묻지마 살인 등등.. 어제나 수일 전에 뉴스에 등장했음직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서도 일어나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진 이 소설이 현실성을 갖게 된다.

어느 날, 한 개이던 달이 두 개로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두 개이던 달은 세 개, 네 개, 다섯 개를 거쳐 여섯 개까지 늘어나게 되고 달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는 무중력자들이 생겨나고 여러 사건들(자살, 폭력, 히스테리, 살인 등)이 달에 의해(그렇게 추정될 뿐이다.) 일어나게 된다. 주인공 노시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립"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소심하고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그는 그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데, 그런 그야말로 6개월 동안 148회나 병원을 찾을 정도로 여기 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무중력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무중력 증후군"이란 달이 번식하면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호흡곤란을 느끼는 질벙이라고 한다. 이 새로운 질병은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질병들을 모두 포함하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앓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노시보는 잘 치료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또 다른 병원을 전전한다.

"...치료되고 있다는 것이 불안했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제일 불안했다. 나는 커피숍에 가는 대신 병원에 갔다. "....251p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에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는 노시보는 바로 우리 자신인 것 같다. 외로워서,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외롭고 허전해서 그 이유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돌려대지 않으면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질 것 같아서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그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어떤 사건이 하나 터지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사건에 대해 모조리 알아야 안심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기가 싫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들는 더욱 더 새로운 이슈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모두 주인공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엑스트라일 수밖에 없는 사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50개 이상의 동호회에 가입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진정한 실수나 잘못으로 추궁받지 못하고 엉뚱한 사회의 이슈에 따라 잘리는 장관들. 이런 사회의 부조리함과 위선을 너무나 잘 꼬집고 있다.

간결하고 위트 넘치는 문체로 우리의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이야기한 윤고은이라는 작가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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