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문지아이들 58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코코 다울리 그림,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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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들이라면 아마도 EBS의 "생방송 부모 60분"을 목숨 걸고 보는 시기가 조금씩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고,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는 시간이랄까.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지은양이 3~4살 때, 어느 정도 아이에게 목메달만큼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육아에 완전히 편안해질 때도 아닌 그 시점에 나는 그 프로그램을 만났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엄마들에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육아에 대하여 하나씩 배워나가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특집으로 아이들에게 "철학"을 쉽게 가르쳐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날 소개된 책은 4~5권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는데 다른 책들은 생각이 나지 않고, 한 권은 <<오른발, 왼발>>이었고 다른 한 권이 바로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였다. 이 책을 소개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이 책의 일러스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던 장면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미국 사람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여서 크리스마스 카드나 달려에도 이 분의 그림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는 것. 

   

하지만, 이런 어여쁜 그림보다도 나는 그 내용에 심장이 쾅! 내려앉았다. "저 책은 꼭 사야해. 꼭 살거야" 얼마나 다짐을 했는지 모른다. 어린 아이에게 철학을 이해시키기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나 자신도 어려운 여러가지 문제를 아이에게 던져놓는다니 정말 우스울 따름이다. 하지만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는 그런 어려운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매일 일어나는 일들...땅에서 밀이 자라고, 그 밀이 빵이 되고... 혹은 씨앗을 심어 정성껏 기르니 하얀 울타리 위로 새빨간 장미가 올라가는 일. 그렇게 아름답고 멋진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이 모든 좋은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단다.
놀라운 일들은 생기고, 생기고,
또다시 생기니까.

파이랑
고양이랑
사과랑
시계랑
차랑
새랑
강아지랑
담쟁이덩굴이랑
밀이랑
복숭아랑
그리고
너!   "


작가가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나?" 하고 되묻는다. 그러면 작가는 다음 페이지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리고 알려준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았던 네가 "빵처럼, 새처럼, 비처럼...그렇게 생겨난 거라고. 그리고 울타리를 따라 어여쁘게 자라나는 새빨간 장미꽃처럼 너는 그렇게 놀라운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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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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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저 CSI의 그 어떤 시리즈보다 가장 좋아하는 라스베가스 시리즈의 길 그리섬 반장이 "법의곤충학자"이고 같은 법의곤충학자인 마르크 베네케가 실제 범죄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여기서 함정은 "곤충"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곤충이래봤자 개미, 파리, 모기..정도이고 화면(정확하게는 CSI 안에서)에서  보아왔던 곤충들도 만든 것이려니...하는 생각에 별로 징그럽다거나 역겹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책장을 넘기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있는 사진들과 그림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온통 징그럽기 그지없는 구더기떼(한 마리가 아니다.), 시체, 그리고 해골들까지... 비위가 강한 편이라 이런 것들을 잘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곤충들 사진은 정말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사진과 그림들을 굳이 실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법의곤충학자가 겪은 사건들을 풀어내어  해결하는 과정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 밝히고 있지만, 저자는 흥미 위주의 서술이 아닌 다양한 시점의 관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곤충들(특히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와 파리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과 수를 자랑하는 곤충들 중에는 죽은 동물이나 시신을 갉아먹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곤충에 의해 빚어지는 신체의 부패는 물론 보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구더기의 기생으로 인한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명의 순환과정은 멈추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 생명을 빚을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24~26p )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죽은 자의 신체를 이루고 있던 물질이 다시 생명의 순환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구성 물질로 해체되기 위해 곤충들에 의해 먹힌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임무.... "법의곤충학자"로서 마르크 베네케는 개인적으로 죄의 유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임무가 현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므로 유죄냐 무죄냐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시키는 것 같다. 또한 유죄냐 무죄냐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다 보면 전체 진실을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피의자의 죄가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 상황에 맞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가장 최우선에 두는 것이다. 때로는 진실이 죄인을 풀어주게 되는 일이 있거나, 죄가 없어도 당시 상황의 진실에 따라 근무 태만 등으로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과학자는 판사가 아니므로 "진실"을  밝히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낡은 범죄생물학에 대한 생각.... 그가 독일인이기에 진실에 가감없이, 오히려 더욱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 같다. '인종학'과 '범죄생물학'의 이름을 쓰고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으로 요리된 나치즘.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인지를 그 당시의 여러 과학자들이 내놓은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책들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오류들에 대하여 말하고 왜 그들은 양심도 없이 그렇게 정치와 손을 잡았는지 비판한다. 과학을 잘못 받아들였을 때, 그것을 미끼로 얼마나 큰 잘못들이 정당화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묻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학자라면 유행 이론에 휩쓸릴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불편할지라도 사실적으로 정확한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양심은 가져야 한다.

이런 양심은 현대의 범죄생물학자도 꼭 갖추어야만 한다. 깔끔하게 증명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 최후의 보루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의견과 이해관계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과학이라는 게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당하는 지극히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치욕까지 불러온다. "    ...397p

단순한 과학 수사에 대한 책이 아니다. 그만의 철학이 가득하다. 내가 그동안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엔 비록 역겨울 정도로 징그러운 사진들에 기겁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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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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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가와 정치가가 항상 증명 가능한 사실만 가지고 일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직업의 본성 탓인지 모른다. 이들은 분위기도 띄우고 희망의 불을 지피며 의견 차이도 고려해야만 한다. 게다가 언제나 잘 몰라서 낯설기만 한 상황에 직면하는 탓에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과학의 논리작인 설명만 가지고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으랴.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도 하면서 사회 상황을 배려하기도 해야 한다. 과학의 잣대와 사회적 우연 사이의 조화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 정치고 판결이 아닌가. ....(중략).....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묻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학자라면 유행 이론에 휩쓸릴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불편할지라도 사실적으로 정확한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양심은 가져야 한다.
이런 양심은 현대의 범죄생물학자도 꼭 갖추어야만 한다. 깔끔하게 증명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 최후의 보루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의견과 이해관계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과학이라는 게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당하는 지극히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치욕까지 불러온다. " 396~397p

-396~3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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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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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어떤 사건도 재미있게, 즐겁게 그려낸다는 거였다. 소설 내용은 "경쾌, 통쾌, 유쾌"하여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그런 느낌 말이다. 제목은 비록 <<최악>>이지만, 작가가 바로 오쿠다 히데오였기에 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최악>>에는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아버지나 누나나 언니, 그리고 동생일 수 있는 그런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너무 평범해서 조금 지루해질 즈음, 난 생각했다. '혹시 이 이야기는 이 평범한 세 사람이 우연히 한 시점에서 만나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 영화가 몇 있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삶 중간에 서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이 사건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다르다. 신지로, 미도리, 가즈야.. 이 세 사람의 상황이 각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다. 

신지로라는 인물은 영세공장의 사장이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아무런 모험 없이 살아온 신지로는 거품 경제도 최악의 경제 상황도 모두 이겨냈다. 그 근본은 그저 성실히 모험을 벌이는 일을 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만 일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스크가 적은 대신 주문을 내리는 위의 원청회사에 항상 굽실거려야 하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 

미도리는 은행원이다. 은행 습성 상 여자는 승진이 거의 없고 불이익을 볼 때가 많다. 매일 같은 일만 되풀이해야 하니 정말 비오는 날과 월요일엔 끔찍하게 나가기가 싫다.

가즈야는 이제 막 스물살이 된 청년. 별다르게 하는 일도 없이 파칭코를 전전하고, 돈이 없으면 나이프로 위협해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불량하고 건달이라고 생각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최악>> 오케스트라 같았다. 조용히 시작해서 점점 최악의 강도가 높아진다. 신지로는 신지로대로, 미도리는 미도리대로, 가즈야는 가즈야대로... 서로 만나거나 접촉하는 일 없이 각자의 삶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다. 잘 해결해보려 하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어째서 늘 일이 이렇게 꼬이는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그보다 몇 배는 나쁜 일이 덮쳐들었다. 마치 인간의 운명을 갖고 놀듯이 어딘가에서 악마가 킬킬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지겹다. 죽어도 상관없다.  ........(중략)......
이제 됐다. 포기했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서 목숨을 건져봤자 앞으로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건가. 있을 리가 없다.
생에 대한 갈망이 슬슬 사라지고 있었다. 살아갈 기력이 완전히 시드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321p

내가 최악의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일까. 저 죽고 싶다는 말이 정말로 공감된다. 나도 그순간 그렇게 생각했었기에 최악의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이도저도 싫으니 그냥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최악은 또다른 최악을 부르고... 음악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세 사람이 만나면서 쾅! 하고 터진다. 그 상황 자체가 또 다른 상황의 "최악"이다. 아무리 상황이 나쁘고 안 좋았다고 해도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한 댓가는 치르게 되어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냥 그렇게 담담히 서술한다. 어떤 개입도 없이 그저 상황을 알려줄 뿐이다.

재미있는 소설만 쓰는 줄 알았던 오쿠다 히데오가 이런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 대한 내 편견을 확! 깨는 작품. 너무 나쁜 상황으로만 흘러가는 내용 때문에 읽는 내내 우울하고 마음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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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와 꽃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0
메리 머피 지음, 윤여림 옮김 / 한솔수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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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집에서도 읽고, 저집에서도 읽는다는, 그래서 우리아이가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베스트셀러"를 고르게 되죠. 그래서 유독 그림책에는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베스트셀러라고 사다 놓아도 엄마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아이가 너~무 싫어해서 절대로 읽지 않는 책들이 나오곤 하죠. 결국 엄마와 아이 취향 문제라는 거에요.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말이죠.

그래서 전 제가 좋아하는 책 30%(거의 대부분이 지식책인 것 같네요.), 지은양이 좋아하는 책 30%(지은양은 또 어찌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감성적인 책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여기저기서 추천하는 남들이 들으면 다~ 알만한 책 40% 정도로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지식책을 선호하는 지에 대해서는...아무래도 더 많~이 알고 똑똑해졌으면..하는 바램이 담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취향에 맞춰가다 보면 둘 모두가 좋아하는 책이 생기게 되는데 그 시리즈가 바로 제 그림책 리뷰들 여러편에서 등장하는 한솔수복의 "마음씨앗 시리즈"입니다. 그림도 아기자기 예쁘고, 일러스트도 다양한 데다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재미있는 구성과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교훈이 가득 담긴 이야기까지...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고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코알라와 꽃>>은 뭐든지 단순하게 생각하고 무조건 자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오소리와 너구리가 등장하고, 그에 비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코알라가 함께 등장합니다. 오소리와 너구리가 코알라보다 더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늘 자신이 없는 코알라이기에 둘 다 자기들이 코알라보다는 훌씬 많이 안다고 알고 있죠.

---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오소리와 너구리의 그림은 배경과 함께 흑백으로 등장해요. 그래서 그림은 귀엽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답답하죠. 자신들만의 세계에만 빠져있는 오소리와 너구리를 표현한 것 같죠?



어느 날, 코알라는 산책을 하다가 노란 꽃 한 송이를 발견하게 되죠. 꽃에 대해 잘 모르던 코알라는 오소리와 너구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꽃을 꺾어오게 되고 물이 없는 병에 꽂혀있던 꽃은 시들어버리게 되요.

--산책을 하며 꽃과 만나는 부분에서 코알라는 색깔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여쁜 꽃이 시들어버리자 어떻게 꽃을 다시 피울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죠. 자신이 옳다고만 생각하는 오소리와 너구리와는 달리 코알라는 자신이 모르기때문에 배워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세계가 아닌,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코알라는 되어 있어요.

잿빛 당나귀를 만나 "도서관"이라는 곳을 알게 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코알라는 세상에 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궁금증을 풀고 싶어 하는 동물들이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어요. 
거의 모든 동물들이 자기가 뭐든지 다 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줄도 몰랐어요.
 
페이지 : 19  

그리고 코알라는 드디어 꽃을 피워냅니다.



스스로 궁금해하고, 스스로  그 궁금증을 풀어낼 책을 찾아내어 지식을 얻고, 그대로 행동했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냅니다. 코알라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되찾고 뿌듯하겠지요. 자신이 스스로 해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도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탐색을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나는 오소리나 너구리처럼 나만의 지식을 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동물은 스스로 알아낼 수 있도록 인도해 줄 당나귀인 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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