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그림 (리커버)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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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제일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타샤 튜더"라고 대답하겠다. 처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와 <<타샤의 정원>>이 출판되고 몇 달을 별렀다가 그 두 권의 책을 구입했을 때만 해도 이 소박한 할머니에게 이렇게 푹~ 빠져버릴 줄은 몰랐다. 그저 정원이 너무 예뻐서 대리만족이라도 할 생각으로 골랐던 책이었다. 그때는 타샤 튜더라는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 줄도 몰랐고 그냥 돈 많은 할머니가 넓은 땅을 구입해 예쁜 정원을 만들었구나...하고 생각했다.

우연히 중고 책방에 갔다가 <<나는 지금 행복해요>>를 발견했고 거의 새책이어서 얼른 데려왔다. 또 올 3월에는 <<타샤 튜더 나의 정원>>을 한정판으로 판매한다(분명 한정판이랬는데, 아직도 판매하고 있다. 조금 속은 듯한 기분이...)는 문구를 보고 얼른 구입했다. 이렇게 그녀의 책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더이상은 돈 많은 할머니가 취미로 만든 정원이 아니라고,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정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권이 있다. <<타샤의 그림인생>>은 그녀의 본업이었던 삽화를 중점으로 다룬 책이다. 지금은 자급자족하고 1830년대 의상과 요리법의 라이프스타일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녀는 본래 직업이 삽화가였으니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까지는 누군가와 공동작업을 하기는 했어도 글은 "타샤" 본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올 6월 타샤 튜더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이후 기획되고 출판된 책이어서 그녀의 그림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그녀 옆에서 전시회 등 여러 작업을 같이 해 온 해리 데이비스가 그녀의 인생과 그림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녀가 어린 시절 겪었을 외로움에서부터 초상화 화가였던 엄마 로라 옆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부모님의 이혼  등을 통해 그녀가 왜 그토록 1830년대에 집착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그림책에 조그맣게 들어가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삽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그녀 자신의 인생이 녹아들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그녀는 소망하는 세상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을 즐겼지만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면도 있었다. 환상적으로 살면서도 현실에 주목하는 능력이 뛰어났기에 그녀의 그림은 그럴듯했고, 그녀가 꿈꾸는 삶도 실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139p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코기빌> 시리즈를 통해 담아내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는 그 열정이야말로 그녀의 삶, 그 자체이다. 

"코기빌은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려는 그녀의 시도였을지 모른다. 코기빌 주민들은 자유의지를 지녔으면서도 - 마음먹으면 간사하고 악해질 수도 있다 - 저자인 타샤처럼 아이같이 순수하다."...183p

그녀의 그림들엔 매우 우아한 테두리가 있고, 그 테두리에는 리본과 꽃으로 장식하지만은 않는다. 크리스마스 엽서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물들이 테두리를 차지하고 있고, 때로는 장난감과 책들이, 때로는 요리 기구들이 차지하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런 하나하나 작은 장식들이 그녀의 재치와 유머감각을 나타내는 것 같아 미소지어진다.

다른 그림보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그림에 대한 타샤 자신의 "자신감"에 따라 그림을 폐기하거나, 동화 속 주인공인 동물들을 그리기 위해 지하 냉동창고에는 동물 시체들이 가득하다는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그녀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취미가 아닌 생계를 위해 더 많은 그림을 그려야했던 타샤 튜더를 그래서 더욱 존경하게 된다. 네, 다섯명이 분주하게 하는 일들을 그녀 혼자 오랫동안 즐기면서 생활해왔다. 그만큼 그녀는 부지런하고 자기 자신만의 확고하고 투철한 마인드가 있었다. 비록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그녀의 책들은 볼 수 없지만 그녀의 그림들과 라이프 스타일은 오래도록 여러 사람의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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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소비 심리학 - 경제 원리에 숨겨진 부자들의 소비 비밀 당신의 재무주치의 2
엄성복.이지영 지음, 제윤경 감수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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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소비 심리학>>은 한마디로 "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비의 유혹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런 유혹을 넘어 행복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지를 가장 쉽게 알기 위한 방법은 바로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나도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5년 전부터 꾸준히 가계부를 써 오고 있는데 새는 돈을 막기에는 역시 가계부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뭔가 불편한 느낌때문에 꺼려지기도 하지만 딱 한 달만 쓰게 되면 한 달의 지출 내역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또 쓰게 되고 가계부는 나에게 맞게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된다.

새는 돈...분명 항상 알뜰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분명 새는 돈이 있다. 그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소비의 유혹을 받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면 1+1이(같은 가격에 2개를 살 수 있으니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된다), 백화점에 가면 Sale이라는 문구가(싸게 산다는 기쁨에..), 옆집의 누가 너무 좋다고 하는 무언가의 물건.. 등등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쁜 소비와 현명한 소비는 그래서 더욱 타당하게 들린다.
"잘못된 소비, 나쁜 소비는 금액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얼마나 계획적으로 가치 있게 사용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80p
"계획적인 소비란 소비에 대한 욕망을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소비를 지연시킨 후 최종적인 소비에 이르기까지 기간을 두고 합리적인 돈 모으기 게획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렇게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일정 정도 기존의 소비를 줄이고 통제하는 자기희생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97p

미래를 위해, 인생의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굵직굵직하게 돈이 들어갈 때를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시 현실의 조그만 행복 또한 포기하기 힘들다. 문구점에 들어가면 조그마한 수첩이나 펜을 사고 싶고, 조그만 인형을 보면 딸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바로 눈 앞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이다. 경제전문가가 보기에는 "새는 돈"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무엇이나 중용과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가끔 이런 경제서를 읽고 자극을 받는 건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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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부 부자들 - 서툰 재테크는 부채만 남긴다 당신의 재무주치의 1
제윤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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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이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으므로 시작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는 비교해야 합니다. 출발이 남들보다 뒤처졌지만 최고의 결과를 원하는 당신에게 재무주치의 시리즈를 권합니다."...6p

이 첫문장에 힘을 얻어 "그래! 한 번 해보는거야!!"라고 외쳐야하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실의에 빠지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시작(이 책을 읽는 바로 이 순간부터가 시작이라면..)은 남들보다 한~참, 아주 한~참 뒤쳐진 듯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 맨 처음 시작은 그렇지 않았을텐데 나름 재테크를 해본답시고 여러가지 시도했던 것들이...제윤경 작가가 말하는 온갖 실패의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운 좋게 결혼 전부터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되어 돈 벌었다며 떠들고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아파트를 얻기 위해서는 융자를 얻어야 했고, 그 아파트 가격이 2배로 오르고나니 다시 나의 고향 "송파"로 돌아가겠다며 같은 시세에 평수까지 줄이게 되었다. 결국 융자는 조금 더 늘게 되었고 우리는 아직도 융자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펀드는 또 어떤가. 남들 다~ 들고나서 시작한 펀드는 이제 마이너스 20~30%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 부자들>>은 제 1장에서 <가짜 부자 열풍으로 흔들리는 가정경제>로 어떤 계기로 각 가정들이 위기를 맞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제 2장에서 <강남엄마 따돌리기, 가계부를 집어 들자>로 어떻게 위험을 안지 않고 차곡차곡 성실히 살아갈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1장의 가정 위기 내용들이 모두 다 내게 맞아떨어지니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하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과감히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렇게 쉽지가 않다. 2장의 내용은 인생 설계에서부터 아주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어 그대로만 하면 분명 아주 탄탄하고 성실한 삶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 목표는 .... "돈을 펑펑 쓰지는 않지만 돈이 필요할 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전부 다 하면서 살지는 못하지만 꼭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 수 있다. 평생에 걸쳐 소박하나마 꼭 하고 싶은 분명한 꿈들이 있고 그 꿈을 쉽게 달성하지는 못하지만 계획을 세워 하나씩 이뤄가며 산다."(....107p)이지만, 딱 그만큼만 살고 싶어도 그것 또한 역시나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집"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어떻게 마련한 집인데.."라는 생각이 적지 않고 그 생각을 깨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내용이 옳고 그르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일단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더 번다고 더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마다 삶의 목표를 두는 곳이 다르니 나름대로의 인생 설계를 짠 후에 그에 맞춰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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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 談畵
조용헌 지음, 이보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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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점'을 보러 다니지 않는다. 누구누구가 어디에서 점을 보았는데, 너무 신통하더라...라는 말을 들어도 그때만 반짝 호기심이 일 뿐, 그건 그 사람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결혼할 때, 그 '점'으로 너무 심한 반대를 당한 탓이다. 관심은 있으되 이미 부정당한 것을 거슬렀으므로 내 그 운명을 이겨내 보이리라~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힘든 때가 오면 역시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데없이 왜 '점' 이야기인가. <<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는 음지의 동양학인 강호동양학, 즉 사주와 풍수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사주와 풍수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는 책이다. 사주와 풍수는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간단히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매우 철학적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어느 정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도사, 신선 등이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조용헌님의 이야기는 강호동양학의 뿌리에서부터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에서의 배경, 제산 박재현과 야산 이달처럼 아주 유명했던 분들의 이야기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주 그리고 명문가의 산실 이야기까지 마치 여행하듯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내게도 신기가?"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평소에도 종종 느끼곤 했던 것이 있다. 유독 책에 관련하여 내가 며칠 전 읽어 둔 책들이 다음 책에 인용된다거나 관련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일이 잦다. 따라서 나는 그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달과 6펜스>>의 이야기가 나왔고,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의 <정감록>의 내용이 그러했다. 내가 두 권의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몰랐을 내용이므로 읽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면 그만큼 이해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나는 조용헌님의 이야기에 더욱 더 감화되지 않을 수 없다. 난 아무래도 이런 쪽에 능력이 탁월한가 보다.ㅋㅋ

"운명"이란 것을 믿지 않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과연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숙명대로 살라고 하지만은 않으니 더없이 좋다. 나의 사주팔자를 바꾸는 법!!!  

"첫째는 적선, 둘째는 명상, 셋째는 풍수를 공부해서 명당을 잡는 일, 넷째는 독서, 다섯째는 지명(知命 : 운명을 아는 일)이다. 팔자 고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금을 막론하고 적선이다. 가진 것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 한다." .....147p

적선...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따지지 않고 남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니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위에서 실제로 많이 보아왔던터라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는데도 실천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많은 변명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이 책에 이렇게 감화되어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 이상, 정말 실천만 남았다. 

나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공덕을 쌓아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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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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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저 CSI의 그 어떤 시리즈보다 가장 좋아하는 라스베가스 시리즈의 길 그리섬 반장이 "법의곤충학자"이고 같은 법의곤충학자인 마르크 베네케가 실제 범죄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여기서 함정은 "곤충"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곤충이래봤자 개미, 파리, 모기..정도이고 화면(정확하게는 CSI 안에서)에서  보아왔던 곤충들도 만든 것이려니...하는 생각에 별로 징그럽다거나 역겹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책장을 넘기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있는 사진들과 그림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온통 징그럽기 그지없는 구더기떼(한 마리가 아니다.), 시체, 그리고 해골들까지... 비위가 강한 편이라 이런 것들을 잘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곤충들 사진은 정말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사진과 그림들을 굳이 실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법의곤충학자가 겪은 사건들을 풀어내어  해결하는 과정을 많은 사례들을 통해 밝히고 있지만, 저자는 흥미 위주의 서술이 아닌 다양한 시점의 관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곤충들(특히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와 파리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과 수를 자랑하는 곤충들 중에는 죽은 동물이나 시신을 갉아먹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곤충에 의해 빚어지는 신체의 부패는 물론 보기에 좋지 않다. "하지만 구더기의 기생으로 인한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명의 순환과정은 멈추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 생명을 빚을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24~26p )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죽은 자의 신체를 이루고 있던 물질이 다시 생명의 순환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구성 물질로 해체되기 위해 곤충들에 의해 먹힌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임무.... "법의곤충학자"로서 마르크 베네케는 개인적으로 죄의 유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임무가 현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므로 유죄냐 무죄냐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시키는 것 같다. 또한 유죄냐 무죄냐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다 보면 전체 진실을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피의자의 죄가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 상황에 맞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가장 최우선에 두는 것이다. 때로는 진실이 죄인을 풀어주게 되는 일이 있거나, 죄가 없어도 당시 상황의 진실에 따라 근무 태만 등으로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과학자는 판사가 아니므로 "진실"을  밝히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낡은 범죄생물학에 대한 생각.... 그가 독일인이기에 진실에 가감없이, 오히려 더욱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 같다. '인종학'과 '범죄생물학'의 이름을 쓰고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으로 요리된 나치즘.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인지를 그 당시의 여러 과학자들이 내놓은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책들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오류들에 대하여 말하고 왜 그들은 양심도 없이 그렇게 정치와 손을 잡았는지 비판한다. 과학을 잘못 받아들였을 때, 그것을 미끼로 얼마나 큰 잘못들이 정당화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묻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학자라면 유행 이론에 휩쓸릴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불편할지라도 사실적으로 정확한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양심은 가져야 한다.

이런 양심은 현대의 범죄생물학자도 꼭 갖추어야만 한다. 깔끔하게 증명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 최후의 보루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의견과 이해관계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과학이라는 게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당하는 지극히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치욕까지 불러온다. "    ...397p

단순한 과학 수사에 대한 책이 아니다. 그만의 철학이 가득하다. 내가 그동안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엔 비록 역겨울 정도로 징그러운 사진들에 기겁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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