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멈춤 - 삶을 바꿀 자유의 시간
박승오.홍승완 지음 / 열린책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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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꽤나 오래전에(아마도 10년 전쯤?) 한동안 자기계발서를 좀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러 권 읽어보고 나서 느꼈던 건,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좀 게으른 사람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을 지닌 사람도 아니다. 아주 천천히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 금방 읽고 바로 잊혀지는 자기계발서가 나에겐 잘 맞지 않았다.

 

<위대한 멈춤>의 선택은, 사실 실수였다. ㅎㅎ 목차를 훑어보는데 "독서"라는둥 "글쓰기"라는둥 하는 글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이 책을 받아들기 전까지 이 책이 "책에 대한 책"인 줄 알았던 것이다. 서문을 읽고서야 대강의 이 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고 작가들(박승오, 홍승완)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덮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서문과 1부 "부름, 삶이 내게 말을 걸오올 때"에 있었다. 어디선가 읽은 듯한 내용이었는데 예전에 내가 읽었던 많은 자기계발서 중 유일하게 내게 감응을 준 책 <시크릿>을 생각나게 했다. 딱 한 번 밖에 읽지 못했음에도 나는 가끔 그 책 내용을 떠올린다. <위대한 멈춤>을 읽다 보니 어쩌면 나는 그 책을 곁에 두고 때때로 읽었어야 했나 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게 떠오르는 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대한 멈춤>은, 그러니까 인생의 위기에, 잠깐의 멈춤의 시기에 그냥 멈춰서서 좌절하며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멈췄던 인생이 그냥 그렇게 원래대로 흘러가든가 그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멈춤의 시간 덕분에 아주 새로운 "나"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앞서 서문엔 이 책의 원리와 흐름, 1부에선 멈춰서 있는 동안을 성공할 수 있는 "전환기"로 부르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도구를 간단히 설명한다. 2부는 그 도구 9개에 대해 각각의 2명의 위인들의 예를 들어 실제 전환기를 설명하고 적응법에 대해 설명한다. 3부는 그 전환기를 잘 마친 후의 일상생활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이다.

 

인생에 멈춤 없이 마구 앞으로만 달리는 사람은 없다. 어떤 식으로든 누구나 멈춤의 시기가 온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 해야만 하는 일을 두고 경제력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을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추구하는 의지다.닥쳐올 공허감과 고독, 숱한 시련을 모른 척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고 정면으로 똑바로 응시하고 걸어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내면의 영웅성과 마주하게 된다."...40p

 

내가 가끔 살면서 느낀 감응들, 현상들, 상징들을 허투루 지나버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책이 방법이라면, 자꾸만 떠오르는 책은 곁에 두고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야겠다. 최근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지금이 멈춤의 시기는 아니지만 언젠가 찾아올 그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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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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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이 끝나갈 즈음 엄마는 집에 있던 동화 전집을 세계 명작 전집과 교환하셨다. 맨날 책만 파고 있는 첫 딸을 위한 배려셨고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날은 세계 명작 전집이 막 집으로 온 날이었고 현관 입구에 세로로 죽~ 쌓여있었다. 지금까지 읽던 책과는 다른 책,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제인 에어>나 <테스>, <폭풍의 언덕> 같은 작품을 읽을 생각에 들떠있던 내게 가장 첫 번째 책으로 찍힌 책은 어이없게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었다. 퇴근하시던 아빠가 쌓여있던 책들 맨 위에 얹혀 있던 그 책을 보시곤, "아직 저 책은 읽으면 안되는데!" 하셨기 때문이다. 그 말씀을 듣지 않았더라면 관심도 끌지 못했을 책이 그 한 마디로 내게 가장 읽고 싶은 책으로 둔갑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 하면서.

 

비단 호기심 왕성한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금서"로 찍힌 책들은 오히려 은밀하게 유통되고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결국 금서의 벽을 뚫고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금서가 왜 금서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하는 안일한 수긍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좋은 책은 결국 살아남지 않을까...하는 긍정을 가장한 무관심이었을 것이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는 금서들에 대한 책이다.

 

"책이 세상에 나와 금서가 되었다가 다시 해금되는 이 투쟁은 사회 진보와 시대 변혁의 과정이었다. 금서와 권력의 전쟁을 통해 사상이 진보하고 문명이 발전했다. ... (중략) ... 한마디로 금서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자유의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다."...13p

 

금서는 일반인들에게 정말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해지지 않는다. 정부나 종교와 같은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잣대로 일반인들에게 숨기고 싶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는 금서를 통해 우리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작가는 작가를 여러 기준으로 나누어 이 책이 왜 금서로 지정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금서에서 풀려날 수 있었는지 일화 등을 통해 설명한다.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 명작이라거나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로, 풍기문란이라는 누명을 쓴 금서도 있다. 지금은 우리가 명작이라고 일컫는 책들이다.

 

금서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금서로 정해지고 작가가 탄압을 받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명작들을 읽을 수 있었을까, 작가뿐 아니라 출판사들이나 편집인, 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 끝에 지금 우리 곁에 이 명작들이 남아있었을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갓 스무 살이 되어 읽었던 두 권의 책이 있다. 한 권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한 권은 한국 작가의 책이었는데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두 권의 책은 그야말로 극과 극 체험이었다. 약 한 달 사이를 두고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포르노와 명작의 차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책이었다. 금서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억지로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하지 않는 순진한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읽지 못하게 함으로 대중은 더욱 집중한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속 책들 중 읽은 책도, 읽고 싶었던 책도 있지만 더욱 더 읽고 싶어진 책이 많았던 것이 아주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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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년에 카페를 3개나 열었다 - 우리들의 로망, 전창현의 카페 창업 성공 스토리
전창현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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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참, 직설적이다. 우리집엔 케이블 TV도 없고, 자기계발서도 그리 좋아하지 않다보니 전창현이라는 전문 강사이자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텐데, 자신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데다 굉장히 도전적인 제목이다. 자신이 이룬 사실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는 듯하면서 자랑하는 듯도 하고 따라올테면 따라와~하는 분위기도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카페 창업의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와~ 도대체 어떻게? 한 번 읽어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표지 속 소제목의 "우리들의 로망"이라는 문구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카페 창업을 꿈꾼다. 다른 많은 장사보다 왠지 쉬워보이기도 하고 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우아함이나 편안함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 안에서 앉아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첫 챕터에 가장 쓴소리를 뱉는다.

 

"CHAPTER 1 내 카페에서 책 읽고 싶은 당신, 낭만부터 버려라."

 

솔직히 아니라고 못하겠다. 우리집 근처에 한 치킨집이 어느날 카페로 변신하고 사람이 없어보이는 날, 참 많은 시간에 자리에 앉아 독서하시는 모습을 보며 난 돈 내고 카페 가서 책 읽는데 저분은 저렇게 자기 카페에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좋겠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 동안 지켜보며 저 사장님은 저 빌딩 주인이신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됐는데 혼자 책 읽으시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도 망하지 않고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어서다.

 

작가는 이미 커피 시장은 레드 오션이며 많은 카페들이 창업했다 문을 닫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카페는 존재한다는 사실, 그렇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점만 바라보는 낭만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창업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 그 무엇보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하고 보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책은 카페 창업에 대해 꽤나 구체적이다. 본인이 이미 1년 동안 카페 3개를 창업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 과정 자체와 과정 동안 일어난 실수들, 자신이 만든 시스템, 좋은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둘이서 시골에 자리잡고 카페 하나 열어 책도 읽고 여생을 보내자며 지나가듯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또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지 한동안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우리집 근처 카페를 보고 걱정했듯이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만큼 한가하다면 그 카페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꼼꼼하지 못하고 게으른 사람은, 얼른 그 꿈을 접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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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 - 워킹맘 박대리의
박선영 지음 / 렛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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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욕심이 많다. 읽고 싶은 책을 다 구입할 수도 없고 다 읽은 책을 무한정 쌓아놓을 수도 없으니 한때는 도서관을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십상이고 느낌은 남아서 다시 찾아보고 싶은 책은 결국 꼭 있더라는 것. 그 다음부터는 남길 책을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기증하거나 처분한다. 집중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첫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나가기 시작하면서였다. 아이 책을 고르다가 내 책도 함께,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어느새 내 하루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정말 많은 책을 읽었고 읽고 있지만 내가 읽는 속도보다 출간되는 책이 많다 보니 욕심 많은 독자로서 '어떤 책을 읽느냐'는 중요한 화두이다. 그래서 가끔 책에 대한 책을 읽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책이 도움이 될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짬 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는 제목 앞에 "워킹맘 박대리의"라는 문구가 덧붙는다. 전문가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일개 직장인이 쓴 독서레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가 아니라 오히려 나와 비슷한 워킹맘이기에 다른 자리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보통 평범한 사람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을까가 정말 궁금해졌다.

 

가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시간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말해도 아니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저자 박대리는 어쩔 땐 야근도 불사하고 주말도 출근해야 하는 바쁜 직장인이다. 게다가 어린 아이도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우먼 워킹맘. 그럼에도 그녀는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시간 나는 짬짬이 책을 읽는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읽은 책에 대한 피드백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메일링하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들도 함께 적는다.

 

책을 읽고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 그래서 뭔가 활동이 필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독후감 같은 서평을 적어 남겨놓는 것인데, 이 경우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조금씩 사라지곤 한다. 그보다 같은 주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나눌 수 있으면 그 책은 더 오래 가는 편이다. 때문에 나는 두고두고 펼쳐볼 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대리의 책 읽는 습관, 독서 레터 등을 보니 정말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책을 깨끗이 보지 않고 읽으며 생각나는 단편들을 책에 적는 것, 사람들에게 정리해서 다시 피드백,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책을 추천받고 연계도서로 이어지는 활동들을 보니 진짜 독서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많은 시간을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하며 보냈는데, 박대리는 스스로 손에 잡히는대로라고 했지만 확실히 주제를 가지고 책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고 많이 반성하게 됐다. 물론 책을 교훈으로만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좀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방식을 좀 바꾸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겹치는 책보다 읽고싶어지는 책들이 훨씬 많아서 좋았다. 다시 리스트만 세워놓고 장바구니만 잔뜩 채워놓은 뒤에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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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지식의숲 K
메튜 베틀스 지음, 강미경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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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3,4 학년 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1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아주 오래 된 학교였다. 외관도 고풍스러웠고 책상이나 복도, 교실 바닥 등도 아주 오래 된 마루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아주 인상적인 기억은, 그 학교의 도서관이다. 큰 도서관은 아니었다. 복도 가장 끝 교실에 들어가면 1층 책장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 2층으로 올라가는 아주 좁은 나선형 나무 계단이 있었다. 그 위쪽도 낡은 책장과 책으로 가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는 그 계단 아래 구석. 그곳에 앉아 고른 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딴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곳이 내가 경험한 첫 도서관이다.

 

도서관과의 첫 만남이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인지 내게는 도서관이 언제나 동경하는 곳이다. 가까이 두고 자주 찾아가고 싶은 곳. 그래서 아이에게도 그런 도서관을 가깝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다행이 아이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도서관에서 자신의 꿈을 찾겠다고 한다. 그런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다. 도서관의 역사라고 해봤자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기본 지식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내게 무한한 충격을 준 것 같다. 그나마 세계사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이나 책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이 책을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었을까 싶다.

 

책은 도서관이라는 곳을 정의내리면서 시작한다. 어떤 곳인가...하는 물음으로. 그렇게 시작된 도서관의 역사는 그야말로 "소란스럽다". 처음에 어떻게 도서관이 생겨나기 시작했을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책을 읽어가며 "지혜, 지식"의 창고로 만들어진 도서관이 권력을 위한, 자신만의 소유욕으로 시작했다는 것과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불타버리는 도서관들까지, 도서관들의 발전과 사서들의 위치, 그들의 목표와 발전까지 이해할 수 있다.

 

몇몇의 선구적인 사서들로 인해 도서관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비록 그 시대에는 지탄받고 배제될지언정 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주위의 만류나 비난에도 꿋꿋이 일 했던 밴틀리나 편집증적인 효율성을 강조했던 듀이 같은 사서들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도서관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은, 사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도서관 자체의 이미지는 과연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변했는가...이다.

 

"결국 문제는 하나로 압축된다. 즉, 사람들이 좋은 책을 읽으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238p

 

도서관엔 많은 책이 모여 있고 이런 책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는가. 1년 동안 단 한 권도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의 힘을 빌려서라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그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는 사서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처음엔 그냥 단순하게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과연 아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방대한 양의 지식에 눌리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인 매튜 배틀스는 현재 하버드 대학교 사서이며 작가이기도 하다.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끝도 없이 연관된 지식들이 줄줄이 연결된다. 저자의 어마어마한 지식이 그저 존경스럽다. 다양한 지식에 오랜만에 자극을 받았다. 아직도 내겐 공부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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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omi 2016-11-1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도서관에 가고 싶네요.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없어서 아쉬워요. 도서관에 가면 서가에 꽂힌 책등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곤 했는데, 그 분위기와 느낌이 떠오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ilovebooks 2016-11-22 01:21   좋아요 0 | URL
전 가까운 곳에 도서관을 두고서... 좀 멀리 중고서점으로 가는 것 같아요.ㅎㅎ
책 소유욕이 더 크다고나 할까요. 그 책장들 사이 누비면서 어떤 책을 살지, 그냥 바라보며 어떤 책이 있는지만 생각해도 막~ 행복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