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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 1~2 세트 - 전2권 - 문학사를 바탕으로 교과서 속 문학 작품을 새롭게 읽다 ㅣ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
채호석.안주영 지음 / 리베르스쿨 / 2017년 12월
평점 :
언제부터인지 한국 소설을 피하게 됐다. 하나같이 팔짱 끼고 노려보며 당연히 생각해 볼 문제라며 강요하는 듯 해서이다. 가끔은 쉬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로는 즐겁게 헤헤거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시종일관 인상 쓰고 "이 현실을 보라"며 세뇌시키는 듯한 느낌이 너무 싫었다. 간혹 읽던
청소년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다른 나라의 청소년 소설과 비교하여 왜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가정
문제 등 결핍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를 선택한 건 이런 우리나라 현대 소설을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 직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중3이 되는 큰딸도 읽힐 참이었다. 워낙 "보다" 시리즈의 위용을 잘 알고 있었기에 큰 고민도 없었다. 그리고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현대 문학사"이다 보니 책은, 현대 문학의 정의부터 내린다. 격동의 시기였던 우리 역사에서 과연 언제부터, 무엇부터 현대 문학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딱히 여기부터!라고 할 수 없으니 그 과도기적 작품도 설명해 준다.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세트 중 1권은
개화기부터 광복까지의 문학을 다룬다. 그러다 보니 1권에서 접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가 공부하며 접했던 것들이다. 때론 반갑기도 하고 아직 못
읽어 본 작품의 설명을 보며 딸과 함께 읽어 볼 작품 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작품이 만들어지던 시대의 역사 설명과 작가의 일생, 작품의 내용과 해석, 아쉬운 점까지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그 설명에 필요한 그림이나
사진 설명이 덧붙여짐은 물론이다. 그래서 읽다 보면 역사 공부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지루함은 전혀
없다. 워낙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 틈틈이 사진 설명이 있어 하나하나 머리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일방적 설명이 아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부분까지 언급하고 있어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광복 이전까지를 읽으며 충격적이었던 점은, 이광수 정도로만 알던 친일 작가들에 대한 설명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작가들의 행적에 너무
놀랐다. 물론 절대로 있어선 안되는 일이었지만 가난으로 인해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이후 반성했던
작가들과 끝까지 강자에게 아부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다.
2권에선 광복 이후부터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문학을 만날 수 있다. 1권에선 공부하며 많이 접했던 작품들이 많지만 2권에선 확실히
익숙한 작품들과 그렇지 못한 작품들로 나뉜다. 평소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6.25 작품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이후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작품들은 극히 일부라는 것. 내가 무겁기만 해서 읽기 싫다고 제껴 놓았던 작품들이 사실은,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고스란히
담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한국 현대 문학사를 보다>를 읽으며 제일 좋았던 것은 소설에만 치우치지 않고 시나 수필, 희곡까지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시는 어렵다고 잘 읽지 않게 되고 희곡 분야도 자주 접할 수 없는 분야였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같은 주제라도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작가들의 그 노력과 열정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정말로 한국의 현대 문학이라는 지역을 어행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역사와 함께 우리 문학사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한 번으로 모든 것을 기억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두고두고 찾아보고 직접 한 권 한 권 읽으며 그 여행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중, 고등학생들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도 저 높은 곳에서 우리 문학사를 훑어보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