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내 짝꿍 - 저학년 즐거운 책 읽기 01
조성자 글, 남궁선하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못생기고 지저분한 같은반 아이를 싫어하고 미워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3학년 겨울 전학 간 그곳에서 매일 오줌을 싸는 너무나 더러운 아이와 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짝 하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전 영악하게도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고, 영웅심에서 비롯된 자존심으로 손까지 들어가며 제가 짝을 하겠다고 했죠. 겨울방학까지는 겨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남은 일주일까지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두번다시 나서는 일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특별히 그 친구를 꼬집는다거나 직접 대놓고 나쁜 말은 하지 못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제발 겨울방학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빌었죠.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책 <곱슬머리 내 짝꿍>. 이 동화를 쓴 작가 조성자님은 어린시절 직접 피해자의 입장에서 경험을 하신 듯 합니다. 그런 경험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옳지 않은 것인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민성이는 같은 반에 예쁘고 옷을 잘 입는 윤지를 좋아해요. 새로운 짝을 결정하는 날, 민성이는 윤지와 짝이 되기를 원하지만, 곱슬머리에다 뚱뚱하기까지 한 소미와 짝꿍이 되고 말지요. 민성이는 그런 소미와 짝꿍이 된 게 창피하고 싫지요. 그래서 책상에 3/2 지점에 금을 그어 못넘어오게 하고, 넘어올 때마다 소미를 힘껏 꼬집고 괴롭히지요. 하지만, 착한 소미는 민성이가 아무리 괴롭혀도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마음을 옥죄는 시커먼 물체 같은 것이 눈 앞에 터억 나타나더라고요. (24p)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어요. 내 마음에 쪼그만 새끼 악마가 사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래서 자꾸 소미를 꼬집게 되는 걸 거예요. (59p)

아이들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요. 죄의식이 들고 그 죄의식 때문에 괴롭지만,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사실을 깨우쳐 주는 것이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른들조차 겉모습과 그 사람의 환경으로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곤 하죠.

민성이는 소미의 입원을 계기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스스로 밝히며 진정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한가지씩은 있고 그 사람이 예쁜 점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큰 실수를 했지만,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괜찮습니다.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이 더 문제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옆에서 바로 일어났음직한 이야기로 더 쉽게 다가갑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성할 수 있고, 소미의 용기와 민성이의 반성에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또래의 이야기를 읽으며 거울을 보듯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동화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있어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엄혜숙 옮김, 사사메야 유키 그림 / 보물상자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거지?"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걸까요?

아이에게 물으니 살아 있다는 건 움직이는 것이랍니다.

<살아있어>는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야자나무가 있고, 온갖 동물들과 연못의 물고기, 드넓은 초원과 야생 동물들, 온갖 과일과 신기한 풀과 꽃이 자라는 곳을 돌아보며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나가고 있죠.

살아있다는 건 숨쉬는 것인 줄 알았는 데, 숨 쉬는 소리를 들어보니 살아있다는 것은 소리를 내는 것이고, 물고기는 숨을 쉬지 않으니 그 다음 살아있다는 것은 헤엄치고, 뛰어오르고, 날고, 달리고...결국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우리 딸과 같은 결론이 나죠.

하지만, 풀과 나무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움직이는 것만 살아있는 건 아니구나~. 그럼 살아있다는 건 뭘까?"

자신은 움직이는 것이 살아있다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답니다.

풀과 나무는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그리고 시듭니다.

"살아 있어 살아 있어 시들었어

아, 살아 있다는 건 시드는거네."

워낙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는 같이 눈물을 글썽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활발히 움직이고 화려하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만이 아니라고 얘기해줍니다.

"와, 살아 있는 벌레를 물고기가 먹었어

와, 살아 있는 물고기를 새가 먹었어

와, 살아 있는 새를 짐승이 먹었어"

  

그리고 짐승은 나무 아래에 죽어 나무에 커다란 사과가 열리고 사과는 따서 우리가 먹습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시 같은 운율로, 이렇게 짧은 글로 거대한 철학을 알려주는 이런 책이 또 있을까요?

마치 노래를 부르듯 읽다 보면 살아있다는 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시드는 것이 안타까운 일만은 아니라고, 시들고 죽어서 또 다른 존재에게 도움이 되고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리 연못의 비밀 - 파브르북 자연관찰 4 파브르북 자연관찰 4
브라이언 폭스 엘리스 지음, 마이클 S. 메이닥 그림, 원지인 옮김 / 파브르북(북공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아주 좋은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처음 "작가의 말"에서 "이 책에 나온 것들은 전부 사실이에요."라고 읽어줄 때만 해도 ’뭐, 그런가보다.’했지요.

먹이사슬에 대한 과학책 같기도 하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알려주는 인생의 의미가 담긴 책 같기도 한 이 책 한 권을 모두 읽고 뒷장을 넘기니 작가의 어렸을 적 사진이 한 장 나옵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정말 이 동화책이 "사실"이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지요.

저도 우리 아이도 갑자기 감동 모드입니다.^^

"와~ 엄마, 이런 책 처음이다. 그치? 멋지다!!!" 랍니다.

 

잠자리가 많은 "잠자리 연못"으로 아빠와 함께 낚시를 간 주인공은 그곳에서 애벌레가 잠자리가 되는 과정을 보게 되지요.

수풀이 우거진 연못이라 모기가 매우 많은데,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를 귀찮아하는 것을 본 아빠는 죽이지 말고 쫒아버리기만 하라고 하셔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잠자리 성충이 잠자리가 되고, 그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고 알을 낳으며, 그 잠자리는 개구리에게 먹히고, 개구리는 큰입우럭에게 그리고 ’나’는 그 큰입우럭을 잡아 저녁식사로 먹죠.

그 하루동안에 체험한 것들로 주인공은 먹이사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요.

"내 피 속에는 새들의 노래, 모기의 윙윙 소리가 흐르고 있어요. 내 안에는 잠자리의 날갯짓 소리, 개구리의 노랫소리, 큰입우럭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있어요. 그리고 내가 모기에게 내 피를 주었기 때문에, 내 생명이 가진 무언가가 그 모든 것들 속에 흐르고 있지요."

작은 것 하나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로는 잔인해 보이는 것도 모두 뜻과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는 책입니다.

 뒷장에 "각각의 주인공들에 관해 더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먹이사슬'을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림책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인간"을 설명하며 작가가 어렸을 적에 잡은 물고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나오지요.^^

우리 지은양, 낚시 배우고 싶다고 난리 났습니다.

그림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로 나오며 더욱 마음에 와 닿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크레용 그림책 34
에바 에릭손 그림, 울프 스타르크 글,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하고 책을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우주에 관련된 과학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고나선, 아직도 나에겐 많은 편견이 있구나...하고 생각했죠.^^

 

아빠가 우주를 보여주겠다고 하고선 두 부자는 산책하듯 이곳저곳을 지나 한 들판에 이릅니다.

아들은 이곳이 우주냐고 묻죠.

아빠는 그렇다고 해요.

그리고 둘러본 그곳엔...^^

돌 위를 꼬물꼬물 기어가는 작은 달팽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보리, 엉겅퀴꽃, 그리고 작은 웅덩이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아빠를 보고 이 모든 것이 우주일 것이라고 생각하죠.

아빠는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하고 많은 별자리들을 설명해주시지만, 아이는 그것들은 무엇인지 잘 몰라요.

오히려 아이가 처음 느꼈던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우주라고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겠죠.

이 책을 읽는 제게도 그렇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럼 아빠는 왜 아이에게 우주를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아빠는 네가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라고 말하는 아빠의 처음 의도와는 조금 달랐지만,

"난 오늘 아빠가 보여준 우주를 영원히 기억할 거예요."라는 아들의 대답처럼 아이는 아빠의 마음을 전부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을 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빠들은 아이와 이런 경험을 많이 하고 계신가요?

매일매일 바쁜 일상으로 지쳐 주중엔 얼굴도 못보는 날이 많고, 주말엔 쇼파에 누워 TV 보는 모습만 보여주고 계시지는 않는지...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라고 아빠에게 내밀면, 아빠들은 싫어할까요?^^

아이와 아빠들이 더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하는 인형 미라벨 그림책 보물창고 3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유진 옮김, 피자 린덴바움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여자아이들이 홀딱 반할만한 이야기를 가진 그림책입니다.

표지를 보니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그림책이라고 되어 있네요.

'말괄량이 삐삐' 만큼이나 신기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상상이 되지요?

8살인 '나'는 2년 전 6살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죠.

인형이 너무나도 갖고 싶었지만, 인형을 사 줄 형편이 되지 않았던 가정형편 때문에 말도 못꺼내고 갖고 싶다는 소망만 간직하고 있던 '나'는 어느날 낯선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고 황금 씨앗 하나를 받게 되지요.

할아버지는 텃밭에 씨앗을 심고 물을 흠뻑 주라고 해요. 신기한 일이 생길거라면서요...

'나'는 매일 무엇이 자랄까~ 궁금하여 아침 점심 저녁 정성들여 물을 주고 돌보게 되죠.

무엇이 자랄까요?^^

어른이 되어버린.... 제가 봤을 땐... ' 엑... 뭐야...어떻게 보면 징그럽다....ㅋ'라고 생각했지만,

열광적인 딸아이의 반응 때문에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습니다.

밭에서 인형이 자라다니요~^^

게다가 다 자란 그 인형은 둘만 있을 때, 말까지 합니다.

말괄량이 삐삐처럼 무척 말괄량이이지만 외롭고 쓸쓸했던 '나'는 인형 미라벨을 돌보면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겠지요~.

너무나 귀여운 그림과 설정에 우리 딸 푹~ 빠져버렸습니다.

엄마 목 아픈건 생각하지도 않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계속해서 읽어달랍니다.

자기도 황금씨앗 받아서 말하는 인형 받고 싶다나요?^^

<말하는 인형 미라벨>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씨았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