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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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아주 오랫동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헷갈렸다. <노인과 바다>을 세 번 읽고 나서야 제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도 오랫동안 나는 <모비 딕>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읽었다고 착각한 거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현대지성의 <모비 딕>을,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완역본을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페이지만큼이나 너무나 거대한 작품이다. 문장 하나하나 술술 읽히지만 그렇게 술술 읽으면 안될 것 같아서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37p


정말 강력한 한 문장이다. <모비 딕>을 한 문장으로 간추리자면 어디에나 알려진대로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와의 싸움으로 말할 수 있지만 이 이슈메일부터 잇따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은 상징과 비유로(주석이 없었다면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을...ㅠㅠ) 가득하다. 19세기 작품임을 가정할 때 너무나 현대적인 사상 또한 충격적이다. 이교도인 퀴케그에 대한 이슈메일의 애정이나 이슈메일의 서술 속에 등장하는 여러 생각들은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이다.


책의 뒤편 해제를 통해 소설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좋다. 하지만 누군가의 해제를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는 역시 스스로 읽고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 소설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다. 그러므로 <모비 딕>은 한 번 읽고 마는 소설이 아니다. 읽고 또 읽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흰 고래"가 의미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내 인생의 "흰 고래"는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고전은 언제나 흥분케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고전을 찾아 읽게되는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모비딕 #현대지성 #현대지성클래식 #허먼멜빌 #고전 #명작 #흰고래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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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09-2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저만 헷갈리는 건 아닌가 봐요. 저도 <모비 딕>을 생각하면 늘 헤밍웨이가 떠 오르거든요.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ilovebooks 2022-09-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니까요~ 읽고 나서야 제대로 구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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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알기 전에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를 먼저 알았다.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 보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바로 그 예고편에서였다. "줄리엣 투 레터스"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이탈리아 소도시에 흠뻑 빠져있었던 터라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이탈리아의 한 도시 골목을 느긋이 걸어다니는 장면 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언제나 책이 먼저, 영화가 나중이라는 내 신념에 따라 바로 보지도 못하고 벌써 몇 년이나 흘러버렸다. 이후 한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찾아나갔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겨우 도서를 준비하고 막상 읽어나가보니 그저 머릿속으로 그리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다. 그럼에도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뉜다. 이탈리아를 거쳐 인도로,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며 쉬고 수련하고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 긴 여정을 떠나게 했을까. 책의 꼭지는 모두 108개의 이야기이다. 마치 108개의 염주알을 의미하듯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숫자로 비유한 것이다.

책이 시작되면 리즈의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 이유. 그건 남들같은 일반적인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해왔던 "가정"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부터이다. 이 가정이 아이와 함께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는 남편과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그러니 이제 이 가정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그 과정은 지난하고 무척이나 괴로웠고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견딜 수 없기 전에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온전한 쾌락과 즐거움, 쉼으로의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고 편안한 상태로 마음을 진정시킨 리즈는 이제 자신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인도의 아쉬람으로 떠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자기 자신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균형을 맞춰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그리 쉽사리 연결되지 않고 각 여정마다 (특히 인도에서) 또다른 어려움을 만나고 난처해지지만 리즈는 그 자신조차 가만히 들여다보고 맞선다. 그러니 이 책은 한 여성의 성장 에세이이다. 책은 둘로 읽힌다. 우선은 쉬기 위해서든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든 이렇게 훌훌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그걸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 자체의 부러움이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또한 작가 본연의 성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그렇게 읽으면 작가와 나 사이에는 무한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고 싶어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그것이 꼭 여행을 통해서건 독서를 통해서건, 신에게 가까이 가든 아니든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과정 자체에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제 영화가 남았다. 영화도 책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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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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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대부분 작가를 믿고 선택하는 편이지만 몇 권의 책을 접하며 시리즈 혹은 출판사의 편집 능력에 감탄하며 무조건 믿고 선택하게 되는 책도 생긴다. "작가와비평" 출판사의 일본문학 컬렉션이 그렇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 명의 일본 천재 작가의 단편선에 이어 앞선 시각으로 일본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일곱 명의 여성작가의 단편선, 그리고 이번엔 미스터리 문학에 접근하는 다섯 작가의 단편선이 그것이다. 한 작가의 단편을 모아 한번에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이 한데 담기는 것도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이렇게 주제별로 묶어 소개해주는 소설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우선은 각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에 같은 주제에 대해 각각의 개성이 돋보인다. 또한 한 주제의 내용을 이어 읽다 보니 여러가지 면으로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일본문학 컬렉션의 3번째 이야기 <비밀이 묻힌 곳>은 탐정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쓴 다섯 작가의 작품을 담고 있다. 이 분야에 이름을 널리 알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부터 이 작가가 이런 작품도 썼나? 싶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와 나쓰메 소세키의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사실 이전에 꽤 많은 권수의 일본 탐정,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나선 한동안 그 분야의 독서를 끊은 터였다. 계속해서 읽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본 문화를 비롯해 선을 넘는 듯한 표현들이 난무한 작품들도 있어서 내겐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컬렉션 속 작품들은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탐정, 미스터리 소설들이 탄생하게 된 밑바탕이 된 작품들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비밀"과 나쓰메 소세키의 "불길한 소리"가 가장 인상깊었다. 우선 "비밀"은 감정과 세부 묘사가 무척 뛰어났다. 때문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그가 분한 모습, 그가 지나간 거리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그런 묘사들은 줄거리상으로는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것들을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불길한 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포를 전혀 느끼지 않는 한 남자가 불길한 소리들을 연이어 들은 후 느끼는 공포감을 너무나 공감가게 조금씩 몰아간다. 그 공포의 대상은 끝까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분위기만으로 읽는 독자마저 무언가 있을 것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유명 작가들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익히 알던 스타일의 글만이 아닌, 전혀 다른 타입의 글도 이렇게 유려하게 쓸 수 있구나, 하고. 이제 가을이 왔구나...싶다가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요즘, 아주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비밀이묻힌곳 #일본문학컬렉션 #작가와비평 #다니자키준이치로 #다자이오사무 #에도가와란포 #사카구치안고 #나쓰메소세키 #추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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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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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며칠간 푹~ 빠져버린 책이다.


부제가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인데 너무 뻔한 광고 문구처럼 들리지만 글쓰기에 어떤 힘이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궁금해졌다. 거기엔 겉표지 속 한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진이 한 몫 했다.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만 모인 반, 그 반을 맡은 에린 그루웰 선생님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아이들을 변화시켰는지 말이다.


만약 이 책이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변화시켰는지를 서술한 에세이였다면 다소 작위적이면서 거짓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맡아 1학년부터 4학년,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이들 스스로 변화시켰던 글쓰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의 목소리로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지고 어떤 활동을 했으며 그런 수업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직접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거짓없이 4여년의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책을 읽지도, 당연히 글을 쓰지도, 수업에 참여하지도 않고 스스로의 삶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아이들은 끈질기고 정열적이며 절대로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 처음엔 당황하고 반항하다가 호기심이 생기고 책을 읽어내고 급기야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그냥 친구로서가 아닌, 이 세상을 함께 해나갈 가족같은 사이로 발전하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렇게 써 놓으니 너무 뻔한 이야기같다. 하지만 각각의 익명이 보장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로 현실 속 이야기일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삶은 절망적이다. 언젠가 보았던 에미넴의 <8마일> 영화처럼 그런 동네, 그런 가족,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책"을 만나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음을, 한 발 한 발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떻게 이런 선생님이 있을까 싶었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매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렇기에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교육법에 더욱 감동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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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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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마 미리의 몇 번째 책인지 세는 것을 그만 둠. ㅋㅋ

수필은 만화보다 별로였다고 하면서 발견하는 족족 계속 읽는 나는 뭐라냐~, 대체.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겠지~

또한 아무때나 잠깐 짬 내서 읽을 수 있는 간단하면서 쉬어가는 책이라서!


이번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마스마 미리의 무척 솔직한 환상을 엿볼 수 있다.

그 환상은 대부분 학창시절 꿈꾸던 것들이다.

가사 시간 만든 빵 등을 남자친구에게 전해주는 것,

하교 후 패스트푸드점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것,

연약한 척 쓰러지거나 그럴 때 공주님 안기를 당해보거나~ 뭐 그런 거.

와~ 진짜 일본스럽다 싶었는데

음~ 나도 학창시절 나름 환상을 키우던 사람이었음에도 어쩜 그렇게 하나도 공감이 안되는지...ㅋㅋㅋ

그럼에도 어쩜 이렇게까지 솔직한가~ 싶어서 재미있었고

그런 환상을 하나도 이루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과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여전히 두근거리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름 흐뭇해서 역시나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뭐, 또 그렇게 읽었다~! 하고 남기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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