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의 노래>를 리뷰해주세요.
굼벵이의 노래
황원교 지음 / 바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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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라는 문학을 읽은 지가...참 오래된 것 같다. 다른 문학과 달라서 풍부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을 때에 고요하게 앉아 음미하듯 읽어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듯한 문학. 결혼하고 아이 키우다보니 어느덧 그렇게 정적인 것들에 조금씩 멀어졌다. 한때는 나도 시집 몇 권 품에 안고 틈날 때마다 읽곤 하였는데 말이지... 시를 읽는 사람도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일텐데, 그 시를 쓰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을까. "시인"들에게는 무한정의 존경과 경외심이 드는 것을 어쩔수가 없다. 

황원교 시인을 책으로 만났다. 문학인을 꿈꾸고... ROTC 장교로 역임하다가 제대 후 열심히 일하시던 분. 결혼 1주일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다 한다. 7년간 온갖 수발을 들어주시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이 그를 더욱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자살할 수도 없는 처지... 어쩌면, 황원교님은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불행을 겪고도 살아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굼벵이의 노래>>는 어둡고 음침한 책이 아니다. 견디기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 주위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이 그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위로해주고 함께 슬퍼해주고 함께 기뻐해준다. 그렇게 황원교 시인은 삶의 불행과 행복, 기쁨과 슬픔... 희노애락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누릴 수 있었다. 

며칠씩 집에서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어도 마루창을 통해 보이는 앞산을 보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기도 하고... 자신의 힘으로는 어느것 하나 할 수 없는 그이지만, 전국 팔도에 살고 있는 선배, 후배, 친구로부터의 초대에 응해 그곳을 방문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런 입장이라면...그렇게 살 수 있을까. 혹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그렇다면 내가 이분의 가족과 친구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렇기에 이분과 이분의 가족들이 더욱 부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더 나은 생활과 더 나은 무엇인가를 위한 삶보다... 어쨌든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기뻐해야 한다는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잊고 사는 우리는 얼마나 바보인가. 

우리 가족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 곁에 있어줘서.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함께 해줘서...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살아있다는 사실에..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뻐하게 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황원교 시인의 삶과 생각을 알고 싶으신 분.  절망 속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고 싶으신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이렇게 몇 날 며칠, 때로는 몇 달을 집안에 갇혀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때의 산책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 해 여름, 가족의 그늘을 과감히 벗어났던 용기 또한 그립다. 언젠가 조건 없이 나의 산책에 동행할 사람 하나 있다면 화양동 그 계곡이 아니라도 어디 양지바른 곳에 빈 집 하나 얻어놓고, 알콩달콩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풀뿌리에 이슬만 먹으면 어떠하랴. 해질 무렵 반바지에 티셔츠차림, 슬피퍼를 끌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노을빛과 산들바람을 맘껏 쐬며 들길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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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1 - 아사키유메미시
야마토 와키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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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모노가타리>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언젠가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1000년 전에 지어진 방대한 양의 대하소설이라는 점이 그렇겠고,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인 동시에, 천하의 카사노바 같은 인물인 "히카루 겐지"의 연애담이 가득 담긴 소설이니 말이다. 

3대에 걸쳐 70년 동안 전개되는 이 소설은, 11세기 초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궁녀가 쓴 54권의 소설이다. 이 엄청난 양의 소설 속에는 귀족들과 왕가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궁녀가 쓴 글이니 이 소설 속 인물들의 행태에(특히 겐지의 경우..) "이렇게까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어쩌면 그당시 일본 궁정에서는 그런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겐지는 천황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어머니의 신분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신하계급으로 격하된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왕가 사람들의 암투와 시기 속에 묻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른 어머니의 죽음. 이 어머니의 죽음은 천황과 겐지 두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고, 두 사람 모두 죽은 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특히 겐지로서는 어머니와 비슷하게 생겨 황후가 되는 후지쓰보 노미야를 사랑하게 되는 운명에 놓인다. 

<<겐지 이야기 1>>은 겐지의 탄생 배경과 후지쓰보 노미야와의 만남, 성장한 후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겐지가 갖게되는 여성편력은 아마도 어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것 같다.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느꼈던 후지쓰보 노미야를 사랑하는 것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므로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이는 것. 이런 모습들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겐지의 겉모습 속에 숨겨진 정치적으로 소외된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여성을 찾아 헤매며 풀어내려 한 것은 아닐까. 

사실 큰 작품을 만화책으로 읽어 작품 자체를 100%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방대한 양의 소설이었고 글로는 표현되는 것을 그림으로는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만화책 <<겐지 이야기 1>>은 주인공 겐지 자체의 당위성이 조금 떨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겐지 모노가타리>를 읽는 많은 일본인들이 중도에 포기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일단 만화책으로는 이 3대에 걸친 재미난 이야기를 끝까지는 읽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붙지 않을까...생각해본다. 작가 자신이 권하듯이 이 긴긴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고 나면, 이번엔 소설로서의 <겐지 이야기>를 읽고싶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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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토피아 - 소외와 편견이 없는 유토피아
키티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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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의 여파가 너무나 커서...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렇게까지 절망적이고 잔인하며 슬픔을 가득 담은 이야기로 전개시켜야만 했을까.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혹은 소외자가 세상과 소통하는 데 이렇게까지 커다란 고통을 짊어져야만 하는걸까. 작가는 왜 이렇게 큰 절망과 고통을 이들에게 짊어지게 했을까...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게 될 때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떤 경우에서건 무조건...아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로인해 삶이 망가지고, 가장이 파탄나게 될 때 곧잘 부모는 아이 탓을 하게되나보다. 한 부모의 끝없는 원망과 저주 속에서도 잭은 어렸을 적 아빠의 사랑의 말들을 기억하며 너무나 순수하게, 올곧게 자라났다. 바깥 세상으로부터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부모의 부재로 잭은 땅 속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돼지 부류로 생각하고 돼지야말로 가장 똑똑하며 정직하고 순수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잭은 그렇게 돼지와 함께 사는 온전한 세상, <피그토피아>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잭은 인간같은 돼지와는 다른 돼지같은 인간이다. 돼지보다는 인간에 가깝기에 자신처럼 순수하고 맑은 홀리 록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혼자이기에 갖게 되는 "외로움". 자신과 돼지들의 세상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은 분명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잭은 위험을 무릎쓰고 홀리를 초대한다.

"얼마 후 홀리가 와서 우리와 함께 플루트를 연주해주고, 나는 이해한다. 이제 궁전에 오는 일은, 나나 돼지들한테 그런 것처럼 그애한테도 성역을 갖는 의미라는 걸. 우리는 하나의 끈으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부족이다. "...129p

다른 걱정같은 것 하지 않고 엄마의 보호 아래서 있고만 싶은 홀리에게도 아무걱정없이 편안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 필요했다. 소녀에서 어른이 되려면 알 수 없는 고통과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기에 그냥 그자리에 머물고 싶었던 홀리. 어른들의 부조리함과 잣대를 홀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잭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홀리가 함께 하고 싶은 유일한 어른이다. 

하지만...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이와 장애자가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들에게는 "밖의 현실"이 무척이나 두렵겠지만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할수밖에 없다. 잭은 처음부터 홀리와의 만남이 자신과 돼지들에게 끼칠 안좋은 면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홀리와의 소통을 원했다. 바깥의 다른 인간돼지들보다 더욱 총명하고 올곧았던 그는, 자신과 홀리의 앞날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고 결정할수밖에 없다. 

잭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그에 대해 말해준다. 이들이 겪은 고통과 절망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들을 자라게 해주었다. 인간들 틈에서는 그렇게 살수밖에 없음을 홀리와 잭은 깨닫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 수 없음을... 하기 싫어도 해야되는 일이 있음을... 

마치..호러 소설같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피그토피아>>는 우리들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토록 절망적이고 아픈 경험을 겪고나서 홀리도, 사만다도, 콜린도... 그리고 잭까지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더 넓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위해 온전히 희생한 잭을 기억하는 한 홀리는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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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를 리뷰해주세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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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청소년 도서로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던 <<완득이>>를 기억하는지. 제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완득이>>를 이어 제 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아니,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국내에서도 이렇게나 훌륭한 청소년 문학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기뻤으니 말이다. 

주인공 "나"는 정말로 너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6살때 엄마에게 버려진 경험, 이후 엄마는 자살... 새엄마와의 불화. 게다가 동생을 희롱했다는 누명까지. 어떻게 더 나빠질 수 있을까...싶던 나는 결국 궁지에 몰려 도망치다 자신의 단골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로 피신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점장과 점원은... 이른바 마법사와 파랑새이다. 게다가 이 빵집은 온라인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빵을 판매하고 있다. 

너무나 비극적인 이야기와 판타지, 미스테리, 성장소설이 한데 섞여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런 구분이 모호하고 전개가 스피디해 정신없이 빠져든다. 

"누군가의 전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서기에는 자신감이 2프로 부족한 나이. 지구에서 가장 한심스러운 숫자 열여섯." ...63p

견딜 수 없는 가족에게서 탈출하여 홀로서기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열여섯살의 나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의 빵을 사가는 손님들과의 경험을 통해 한발짝, 한발짝 성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미 일어나고 지나간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과 만약 되돌린다면 그만큼의 댓가가 따른다는 사실(자연 질서에 따른 현상이다)을 알게 된다. 또한 "나"와 상관없이 일어난 듯 보이는 현상들도 결국은 나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으로서 계속해서 피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늗다. 

"나"에게 있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지낸 "마법의 세계"는 나의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인 동시에,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직은 어린 소년이기에 제대로 된 상황판단과 행동을 할 수 없으므로 조금 더 성숙할 필요가 있었던 것. 마법사와 파랑새에게서 가족에게 받지 못했던 진심어린 걱정과 위로를 받음으로서 "나"는 조금씩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결전의 그날.... 청소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놀라울 정도의 반전이 기다린다. 그리고 놀라운 구성!!! <Y의 경우>와 <N의 경우>라는 제목의 의미는.... 끝까지 다 읽고나서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얼마나 놀랍던지...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마법이라는 것 또한 언제나 선택의 문제였을 뿐 꿈속의 망중한이 아니었다.
..... (중간 생략)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210p

아마도 책을 읽는 독자마다 선호하는 결말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든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파격적인 내용만큼 놀라운 무게와 가르침을 준 소설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미스테리한 판타지와 성장소설이 함께여서 매우 재미있고 스피디하게 읽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런 것이 설령 있다 한들, 이미 일어난 일 가운데 무엇에 도움이 되며 무엇을 돌이킬 수 있을까."
...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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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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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후세에 남기기를 원했다.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것보다 더욱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고, 그렇게 글자가 만들어졌으며 벽에 새겨진 그림 벽화가 발견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이 남긴 지식은 후세의 우리들이 다시 그들의 생활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곤 한다. 

여기 책 한 권이 있다. 아니, 사실은 한 권만은 아니다. 어쨌든 이 한 권의 책에는 아주 오래전부터의 지식이 쌓이고 덧붙여져 있다. 다만... 그 지식을 공유할만한 시대가 아니기에 이 지식들은 요리 레시피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요리사에서 요리사에게로 전해지는 <비밀의 요리책>. 

사실 이 책에서는  <비밀의 요리책> 속의 지식이 어떤 것들인지 확실하게 밝혀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페레로 주방장이 루치아노에게 해주었던 가르침으로 유추해볼 때, 이 요리 비법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만하는 지혜와 철학적인 삶의 태도...등이 숨겨져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뿐이다. 

단백질에 열이 가해지면 굳는다는 사실이 마치 마술이나 마법처럼 보여지듯이 "기술"과 연금술과 같은 "마법"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어지던 16세기 유럽이다. 르네상스가 시작되어 수많은 문화가 만들어졌지만, 그만큼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암흑의 길을 걷던 시기가 이 책의 배경이다. 

눈 앞에 보이는 사건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어렵고,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때이니 인간답게 살기 위한 책 같은 것들은 가치가 없다. 하지만 "수호자"들은 이 책들을 지키기 위해 은밀하게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이 비밀스러운 책은 그렇게 소문이 부풀어 금을 만들어내는 비법이 있다거나, 영원한 생명을 위한 방법 등이 적혀져 있다고 알려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지. 믿음이 사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단다."...451p

진실이 무엇이건 자신이 원하는대로 믿고싶어 하는 것. 그렇게 "그 책"은 권력자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이 책은 루치아노의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겠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얼굴에 있는 모반때문에 모든 이들로부터 꺼려지는 루치아노가 주방자아에게 발탁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끝도 없는 나락만이 자신의 길일 것처럼 생각하던 루치아노에게 페레로 주방장은 빛이고, 희망이었다. 잠자리와 먹을 것을 주었을 뿐 아니라, 직업도 주었다. 그뿐인가. 끊임없이 루치아노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가. 거리의 부랑아였던 루치아노가 결국 어엿한 주방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인 아버지이자 몸소 삶의 철학을 보여준 페레로 주방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치아노가 페레로 주방장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전통이 피로 연결된 가족에서 가족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 정신적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어떤 부자들보다 더 진한 정신적 결속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후세에게 남겨주려는 지식과 지혜들이 이들을 통해 다시 되살아난 듯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비밀의 책" 한 권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팩션과 한 소년의 운명에 빠져들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요리와 팩션의 접목. 이 두가지 중 하나라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지. 믿음이 사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단다."...4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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