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군화>를 리뷰해주세요.
강철군화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힘들었다. 나는 정치를 모르고, 관심도 없다. 좀 더 나은, 발전된 세상을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의 내 삶이 힘들어서... 이것저것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파서... 그래봤자 무엇이 바뀌나 싶어서... 이래저래 눈감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까닭은... 여러 이념들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고, 독특한 구성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강철군화>>는 27세기(책 속에선 B.O.M 419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B.O.M이란 the Brotherhood of Man, 즉 인류형제애 시대를 일컫는다.) 사회주의 시대에 앤서니 메러디스가 에이비스 에버하드의 원고(어니스트 에버하드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미래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니스트 에버하드라는 인물이 실존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현실성있는 존재감을 갖는다. 

그 이유는 책 속의 책 형식으로 마치 다큐멘터리나 역사서를 읽는 듯한 매우 사실적인 짜임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에버하드의 일대기는 1912년에서 1932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잭 런던이 이 책을 1905년에서 1906년에 집필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강철군화>>는 미래소설이라는 것! 

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주석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이 책은 주석 하나 빠트리고 읽을 수가 없다. 그 주석은 잭 런던의 설명이 아닌, 책 속의 27세기 인물 앤서니 메러디스가 덧붙인 설명이므로 그 주석 또한 소설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읽으며 책을 이해함으로써 난 참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다. 

어니스트 에버하드는 미국의 최하층 밑바닥에서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서로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지도자이다. 때문에 어니스트는 우매한 노동자들 앞에서... 자기들보다 약한 사람들에게서는 이윤을 추구하고, 더 센 트러스트들에게 뺏긴 이윤때문에 분노하는 중산계급들과도.... 나아가 자신들만의 권위를 차지하려는 과두지배계층들과도 숱한 토론과 논쟁을 벌이며 "자본주의의 폐단과 사회주의의 이점"을 설파한다. 이 어니스트의 말들 속에는 아마도 잭 런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잭 런던은 어니스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강철군화>> 속에는 과두지배계층과 사회주의자들, 노동자들로 극한 대립만 이루지는 않는다. 과두지배계층에 속하지만 여러 경험과 설득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는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모어하우스 주교와 에이비스의 아버지가 그런 인물들이다. 이들은 강철군화 지배 속에서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아래로 향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희망이 있음을, 꼭 사회가... 세상이 대중이나 지배계층에 의해서만 진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무려... 100년 전의 책이다. 미래소설이라고 해도 이렇게나 미래를 잘 예언할 수 있을까? 아직도 우리 주위엔 몇 퍼센트 되지 않는 부가, 권위가... 나머지 대중을, 노동자들을 지배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강철군화>>에선 23세기에야 통일된 사회민주주의가 이룩되었다는데... 실제 우리의 삶에선 언제쯤 되어야 모두가 진실로 평등하고 행복한 유토피아를 이룩할 수 있을런지...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정치에 대해, 사회 이념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노동자계급은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고 있어. 위선자들에게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난 신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지-그것 말고 내 평생 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데도 내 몸값은 50만달러나 되더군.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감자와 빵, 버터, 고기를 살 수 있는지 깨닫기 전까진 50만 달러의 의미를 알지 못했네. 지금은 더 많은 걸 깨달았네. 그 모든 감자와 빵, 버터, 고기가 내 것이었지만, 내가 그것들을 얻기 위해 일한 적은 없다는 걸 말이지. 그러자 모든 게 명확해지더군. 다른 누군가가 일해서 만든 것을 내가 빼앗았다는 사실을. 가난한 사람들 사이로 내려오니 그렇게 빼앗긴 사람들, 빼앗겼기 때문에 굶주리고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더군."...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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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아침에 TV를 틀면, 온통 불륜과 외도, 배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드라마의 주 내용이었던 이러한 주제들은 어느새 가족의 불화를 해소시켜준다는 목적(물론 주부들을 TV 앞으로 잡아끄는 목적이 가장 크겠지만..)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지고 있다. 가족이 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대화를 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점차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같이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이 나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가족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부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남남"이다. 사랑이라는 스파크가 튀어 온 세상에 단 둘만 있을 것 같은 시기엔 온전한 내 편이었다가, 어느새 사랑이 식고 쳇바퀴 돌듯 매일같은 하루하루가 지나다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내 님이 전혀 낯선 "남"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또다른 남을 찾아 떠날까?

<<더 리더>>로 우리에게 알려진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다른 남자>>는 불륜과 외도, 배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가벼운(뭐, 이 주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만^^) 주제가 전부는 아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나 동서독 간의 이해관계, 반성과 책임, 자아성찰 등 어두운 주제와 맞물려 결코 쉽지만은 않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에는 총 6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소녀와 도마뱀>과 <외도>는 독일의 정치 상황과 한 가정의 외도가 맞물려 그들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다른 남자>는 아내가 죽은 뒤 알게 된 아내의 다른 남자를 찾아 복수하려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그 만남을 통해 오히려 남편은 자신이 생각했던 가족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반성하게 된다. <청완두>는 마치 SF 스펙타클 판타지 소설 같다. ㅋ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세 명의 여자를 둔 남자의 이야기인데, 그의 행동 자체가 너무나 터무니없고 우스울 정도다. 뒷부분의 <아들>과 <주유소의 여인>은 앞의 네 작품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불륜과 외도, 배신 보다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서... 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마지막 용기를 쥐어짠 주인공의 이야기라서 그런가보다. 

이 여섯 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실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 주위 누군가가 겪었을법한 이야기. 또한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할만한 이야기이다. 내가 이들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지 않던가. 똑같은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도 가정은 소중한 것이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이들은 책임을 느끼고, 반성을 하며 죄값을 치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심리묘사가 매우 뛰어나서, 모든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어떤 작품은 아주 무겁게, 어떤 작품은 즐겁게, 어떤 작품은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준다.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입맛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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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을 리뷰해주세요.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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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앉아 있는 멋진 청년의 사진을 보고서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처(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와 고통을 겪었을지,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을지... 

이 청년의 이름은 더스틴. 만 5살 때 "수막구균혈증에 걸려 양 팔과 양 다리를 잃는다. 운동신경이 뛰어나 야구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을 정도의 개구쟁이가 한순간에 양 팔과 양 다리를 잃었다.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할 수 없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된 어린 더스틴이 겪었을 고통은... 그 누구도 알수가 없다.  

하지만 수년이 흐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더스틴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모든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정상인들과 함께 시합하는 레슬링 선수이기도 하다. "어떻게?" ... 유투브에 올려진 그의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도 하기 힘든 운동을, 그것도 팔과 다리를 사용하는 기술이 많은 레슬링을 그가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숱한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을 어떻게 이겼는지... 정말 놀랍기만 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린 더스틴에게는 좌절이었고 삶의 끝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스틴은 워낙에 긍정적인 아이였나보다. 부모님의 격려와 보살핌 속에 곧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할 수 없는 일도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더스틴다운 일이었다."...58p 

그렇게 그는 식사하는 일에서부터, 계단을 내려오는 법, 글씨 쓰는 법, 면도하는 법까지... 하나씩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여나갔다. 더스틴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가족이나 친구들도 먼저 도움을 주려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레슬링"이다. 그의 방황기를 끝낼 수 있게 도와준 것도 레슬링이고, 더스틴이 조금 더 강하게, 좋은 마음으로 "희망" 가득한 삶을 살게 해 준 것도 레슬링이다. 더스틴이 레슬링을 시작하고 보여준 그의 노력은 그 뿐만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불편한 몸으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더스틴! 자신의 불편한 몸을 불행으로 탓하지 않고 그로 인해 만날 수 있었던 운동과 친구들, 코치들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그를 보며 희망과 꿈과 용기가 생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더스틴의 긍정적인,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을 읽으며 힘과 용기를 얻는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나 혼자만 가장 불행하고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더스틴을 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것을 깨달았어요. 우선은 '포기하지 말자. 항상 방법은 있다.'는 거죠. 더스틴이 항상 그런 식으로 자기 방식을 찾았기 때문에, 우리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간 해결 방법이 나온다는 걸 믿어요."...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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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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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스트 라이크 헤븐>>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아! 이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난 이미 이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2005년 리즈 위더스푼과 마크 러팔로 주연의 영화를 보았다. 아주 즐거웠던 영화라는 기억에 내 영화 리뷰 공책(제목과 주연, 간단한 감상평을 써 두는...^^)을 찾아보니...

"미소짓게 만드는 영화. 이사가게 된 집에서 그 전 세입자의 영혼을 만나게 되는 남자. 서로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게 되는 그들."
...이라고 씌여 있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것은... 딱! 거기까지...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헉! 영화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영혼과 남자가 만나 아웅다웅 다투는 와중에 서로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그리고 결국엔 해피엔딩이었던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그 과정(정확히 얘기하면... 코마 상태의 로렌(영화에선 엘리자베스) 영혼이 어떻게 자신의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는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나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하...하...하... 아마도 내용이 조금... 다른가보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물이어서 아주 가볍게 터치했다면... 소설의 경우 "아더"의 과거와 마음 변화 등을 예민하게 다루고 있다. 어째서 아더는 로렌에게 집착하리만치 그녀를 도와주기를 원했는지(그녀를 사랑했다는 이유 외의 또다른 이유), 어떤 일에든 흥분하는 일 없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그의 트라우마가 무엇이고 그것을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로렌과 아더의 진정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과거의 한 부분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로렌에겐 자신의 삶을 포기할만큼 사랑해주는 아더이기에... 아더에겐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용기를 줄만큼 성장시켜준 로렌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겐 진실로 필요한 존재였다. 

사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잘 생각나진 않지만, 역시 영화에 손을 들겠다. 나중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에. 하지만, 역시나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함께 읽어볼 가치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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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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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불 같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같던 사람과 조금씩 조금씩 애정을 쌓아 사랑을 이루기도 한다. 그 시작이야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몸 속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분비 기간과 같다고 했던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완벽할 것만 같던 사람의 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타이치와 미오카의 만남은 처음부터 매우 강렬하다. 22층 옥상 위 펜스를 넘어 자칫하면 목슴을 잃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위태로운 곳에 미오카가 서 있다. 그곳은 미오카만의 공간이다. 위태로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곳이고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펜스를 넘어 아슬아슬한 그녀의 공간으로 넘어 온 타이치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타이치의 행동은 마지막 미오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용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미오카의 결정에 따라100% 신뢰해 주는 것. 

미오카는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이다.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손을 대고, 실연당한 여자애를 위로해주다 키스를 하는...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닌다. 하지만 타이치는 바로 그런 미오카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니지만, 그때만큼은 네가 막 닦아낸 유리처럼 투명해 보였다. 더러움도 상처도 그늘도 없이,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고 곧게 살아가는 모습. 나는 그런 강인함이 눈부셨던 거야."...90p

삶과 인생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모습, 하루하루를 정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타이치는 끌렸던 걸까.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 미오카는 이기적인 유치함을 가진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이 언제 끝나는지 알고 있는듯한, 어찌보면 처연하게까지 보이는 모습...

삶을 사랑하지만, 더욱... 계속해서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절망감을 안고 있을지. 타이치는 그런 미오카의 옆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밉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까지도 껴안아주는 것. 때론 그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까지도 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줄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들의 사랑은 용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 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고 이해해주고 이해받았다. 살아가기 위해 사는 법을 미오카에게 배운 타이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나 안타깝고 슬프지만, 폭풍 같은 삶을 살았던 미오카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내 머리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보여지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거리낌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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