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월드>를 리뷰해주세요.
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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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심각한 길치다. 삼성역 앞에서 삼성역 찾는다고 1시간을 헤맸던 전력이 있으니, 말 다 했다. 분명 이 길이 맞다고 생각했는데(비록 남들이 볼 때는 얼토당토하지 않더라도) 알고보니 이 길이 아니었을 때의 낭패감! 그 순간 느껴지는 혼란스러움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이, 한순간에 뒤죽박죽이 되는 거다. 그래도 난 아직 집 안에서 길을 잃은 적은 없다.ㅋ  

<<인터월드>>의 조이는 그런 면에서 정말 강적이다. 집 안에서도 길을 잃을 정도이니. 조이는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낯선 도시에서 집을 찾아오는 도중 길을 잃는다.(길치인 조이에겐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하지만 그가 길을 잃을 때마다 낯선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 조이는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워커"였다.  

설정이 무척 재미있다. 우주엔 다차원이 존재하고 한 세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의식에 따라) 그 세계에 상응하는 또다른 세계가 생긴다. 이렇게 생겨난 세계에는 원래의 나와는 또 다른 나가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세계들은 마법과 과학의 의존도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발달된다. 그런 세계 속에 마법을 숭배하는 헥스와 과학을 숭배하는 바이너리가 전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싸운다. 이 두 악의 무리들에겐 뛰어난 워커가 그들의 동력원이 된다. 그렇게 조이는 이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SF라면 과학의 발달이 우선일텐데, <<인터월드>>엔 마법도 등장하므로 SF소설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겠다. SF와 판타지, 게다가 미국의 영웅 소설... 정도? ^^ 분명 소설의 시작에서 조이는 영웅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든 아니든간에 이 실타래를 풀 사람이 수백만의 조이 얼굴을 한 워커가 아니던가!  

'유한한 한 인간의 행복 혹은 인생이 무한한 세상의 운명보다 중요한가' ...212p 

그렇게 그는 가족과의 안락한 삶을 뒤로 하고 좀 더 넓은 의미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워킹을 한다.  

소설은 확실히 재미있다. 어렵지 않고 쉬워서 좋았고, 한 편의 TV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좋았다. 이 소설은 TV 작가들에게 보여주려고 씌여졌다고 한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스케일이 커질지 무척 궁금하다. "조이" 역을 맡은 배우는... 1인 수백만역을 맡아야하니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 너무 오버인가?^^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SF 판타지 소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 중 고생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마법'이란 우주가 무시해 버릴 수 없는 방식으로 말을 거는 것을 뜻한다.
어떤 세계는 그 말을 경청한다." ...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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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1>을 리뷰해주세요.
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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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가 되기 전 생각했던 "엄마"의 무게가 사뭇 다르다. 그 무게가, 책임감이.... 내 행동 하나가 내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직접 보고 나니 더욱 그렇다. 난 평소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던 것들이 때로는 나쁘게,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니 사실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옳을테지만, 나 또한 그냥 평범한 사람인지라 그렇게 잘 되지가 않는다.  

아이가 조금 자라 다른 세상(친지, 친구, 선생님 등)과 접하게 되면 엄마에게 받았던 나쁜 영향들도 다시 바르게 고쳐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게 된다. "관계"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배우고 점점 자라는 것이다.  

<<지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지로의 이야기"이다. 그 중 <지로 이야기 1>은 지로의 탄생에서부터 15살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로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의 독특한 교육방침(맹모삼천지교에 따라 학교 옆에서 자라라고)에 따라 유모에게 맡겨져 자라게 된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란 지로는 어머니 오타미가 바라는 이상형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어머니에게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할머니에게서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린 시절의 지로를 보면 아이에게 "사랑과 애정"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 수 있다. 항상 사랑에 목말라하고, 주위의 관심을 받기를 바라고, 자신의 관심을 반항으로 표현하니 말이다.   

<지로 이야기 1>의 소제목은 "세 어머니"이다. 지로를 낳은 어머니 오타미와 지로를 키운 유모 오하마 그리고 지로의 새어머니 오요시가 바로 이들. 지로는 어머니가 셋이나 있었으면서도 진정 그를 아무 조건없이 사랑해 준 사람은 단 한 사람, 유모 오하마뿐이었다. 오타미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관철시키느라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주지 못했고, 새어머니 오요시도 그저 윗사람(시어머니)의 말만 듣는 조금은 아둔한 사람이었다. 지로의 사랑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한 이들 대신에 아버지 슌스케라든가 외할아버지 마사키, 오마키 노인, 곤다와라 선생님이나 아사쿠라 선생님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지로를 바른 길로 가도록 자극한다.    

애벌레가 변태하여 나비로 탈바꿈하듯 천방지축 지로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변의 가르침에 자극 받아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놀랍다. 아이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갖추는 과정이 무척 담담하게, 세세하게, 그 내면까지 잘~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어떤 운명과 맞닥뜨려도 겁나지 않아. 앞으로 어떤 일을 겪더라도 내 힘으로 헤쳐나갈 거야.' ...615p 

15살의 지로. 이제 2편에서 어떤 모습으로 더욱 성장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시대와 맞물려 한 "남자"의 성장 이야기를 무척이나 자세하면서도 감성적, 이성적 무게를 잘 맞춰 그려내고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헤매는 남자 청소년들에게 권한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어떤 사람이 훌륭한 건지 아니?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싫어하는 곳도 없는 사람이야. 어떻게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싫어하는 곳도 없을 수 있을까? 그건 용기가 있기 때문이란다. 용기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당해도 헤쳐나갈 수 있어. 너처럼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으면, 그건 비겁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4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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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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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있어 "가난"이란 얼마나 절망적이고 외롭고, 괴로운 상황인지... 어른들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더욱 더 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부담과 짐을 혼자 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아이들은 돈을 벌어 누군가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과 짐이 없어도, 누추한 자신의 집과(혹은 집이 없거나) 남루한 자신의 옷과... 그로서 빚어지는 친구 관계로 인해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좌절과 절망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나이때엔 그 자존심이 세상의 전부가 될 수 있으므로.

조지나가 개를 훔치게 된 사연은 바로 "가난"이다. 어느날 하루아침에 돈 몇 푼만 남겨놓고 떠난 아빠때문에 집에서도 쫒겨나고 자동차 생활을 하게 된 조지나 가족. 하루에 2건의 일을 하며 비쩍비쩍 마르고 엉망진창인 엄마의 애틋한 얼굴을 보는 것보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난 후 자신과는 대화도 하지 않으려는 친구나 자동차 생활 자체가 더 싫은 열한 살 소녀가 바로 조지나이다. 500달러만 있으면 집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개를 찾아주겠다는.... 정확히 말해 개를 훔쳤다가 그 개에 현상금이 붙으면 그 개를 돌려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조금은 엉뚱한 소녀!

집도 없는 비루한 생활을 견딜 수 없어 부자집 개를 훔치기로 한 조지나는 그 개를 데리고 있는 동안 그 개를 위해 더욱 비루하고 남루한 생활을 해도 뻔뻔하게 버틸 수 있는 당당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결코 옳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조지나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조지나의 뱃속은 양심이 찔릴 때마다 꿈틀! 꿈틀댄다.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저지르는 양심에 위반된 행동과 사랑스러운 개를 볼 때마다... 사실은 부자가 아니었고 윌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카멜라 아줌마를 대할 때마다 조지나는 양심과 한판승을 벌인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너한테도 신조가 있냐?"...200p

조지나는 정말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난보다 더욱 비참한 것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게 된다. 열한 살인만큼 당돌하고, 순수하고, 어린.... 가족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보단 자신의 처지를 더욱 못참아하는 적당히 이기적인 조지나가 그래서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등장인물들이 거의 모두 그렇다. 조지나의 엄마.... 하루아침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집까지 잃고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에 2건의 일을 하고 끝까지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항상 바른 엄마도 아니다. 좌절하면 소리도 지르고, 짜증도 부릴 줄 아는... 무척이나 인간적인 엄마이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있기에 조지나와 토비는 바른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던 상황도... 하루 하루 엄마의, 조지나의(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토비의 생활로 이어져 내일로 이어진다. 당장의 편함과, 안락보다는 그 과정이, 최선의 생활이, 자신 앞의 당당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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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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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희귀병에 걸려 제대혈을, 림프구를, 과립구를, 골수를 필요로 한다면.... 그것도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꼭 자기와 같은 것을 필요로 한다면... 나도 "맞춤 아기"를 조작하여 임신하도록 선택하게 될까? 내가 직접 그 일을 당해보지 않는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맞춤 아기가 좋은 유전자만을 취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단지 먼저 태어난 아이의 회복을 위한 선택이라해도 그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정당화된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혹은 방법이 있는데... 아이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동생을 출산함으로서 먼저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부모로서 역시나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제대혈(태어난 아이에게서 버려지는 탯줄에서 체취되는 것이라 도덕적, 윤리적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으니)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증여가 이루어진다면... 받는 쪽도, 주기 위해 태어난 쪽도 괴롭기만 할 뿐이다. 

한 가정에 아픈 사람, 특히 한 자녀가 병을 앓을 때에는 그 가정의 세계는 아픈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부모도 모르는 새 버림받은 아이는 상처 받고, 부모에게 관심받기 위해 발버둥친다. 온갖 비행을 저질렀던 제시처럼. 하지만 제시는 제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자신의 것을 동생에게 나누어주고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병원으로부터 거절받고 부모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 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가 선택한 행동이 비행이다. 

사라는 케이트만을 위해, 오로지 케이트의 건강만을 중심으로 하루를 사는 엄마이다. 가장 약한 아이에게 더 많은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러한 행동이 때로는 케이트나 제시, 안나에게까지도 더 많은 부담과 족쇄가 되지는 않았을까. 안나가 기소한 소송으로 재판을 거치며 그제야 사라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모두 사랑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부모로서 자신이 택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한 아이를 버리고 다른 아이를 살리기보다는 두 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선택해 왔음을, 그 선택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든 자기 가족에게는 옳은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렇다면 안나는 어떤가? 13살의 나이에, 태어나면서부터 13년동안 언니의 건강 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피와 골수를 기증해 온 동생으로서 .... 그녀는 왜 부모에게 의료 해방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550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장편에서 후반에 이르기까지 난 그 이유를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13살 소녀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안나의 부모를 비롯한 다른 어른들처럼 말이다. 

"나도 언니가 죽는 걸 원치 않아. 하지만 언니가 이렇게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언니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도 알아." 나는 엄마가 내 눈길을 피하는 데도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난 늘 언니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이었어."...507p

안나가 제기한 소송으로 재판을 거치며 안나네 가족 구성원들도... 안나의 변호사를 맡은 켐벨도 어떤 식으로든 모두 성장한다.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해 오던 가정의 밑바닥이 드러나고 고름이 터져버리면... 새 살이 돋고 깨끗하게 아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들 성장하기 위한 재판이었다. 

"이제야 알겠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다. 때로는 그 시간이 우리가 기대했거나 바랐던 만큼 길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 아이들을 가지지 않았던 것보다 훨씬 낫다. "...515p

가끔 부모는 자식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완벽한 소유물이었다가 점점 자라며 아이의 자의식이 자라고, 독립심이 강해질 때면 아이와 부모가 마찰을 일으키는 거다. 아이의 의견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주고 어디까지 강제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항상 어렵다. "좋은 부모"이길 원하지만 부모도 배워가는 중이라 틀린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족"이어서 행복하다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 추억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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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지혜>를 리뷰해주세요.
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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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당나귀라곤... 바로 이녀석!! 뿐이다.

 

고양시 한 동물원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아이들에게 만져지러 동물원을 한 바퀴 산책을 하는  당나귀이다. 그때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많이 유순한 모양이라고... 유순하지 않더라도 교육을 받았고, 조련사가 옆에 있어 이리 얌전한가 보다...정도로만 생각했다. 당나귀를 안아볼 기회가 생긴 아이들은 얼마나 기뻐하는지! 자신이 큰 특혜라도 받은 양 우쭐댄다.

<<당나귀의 지혜>>를 읽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하고, 가장 총명하고, 가장 사려 깊고, 가장 고통받는 동물"(...20p)이라고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의 감독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말했다. 가장 연약해 보이고 가장 온순한 이 동물이 다른 어떤 동물들에 뒤지지 않게 많은 짐을 지고, 주인들에게 혹사당해도 결코 고통을 밖으로 내보이지 않는... 그런 동물이라고. 지금껏 당나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니, 당나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문인들은 "당나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었나 보다. 

<<당나귀의 지혜>>는 저자 앤디 메리필드가 당나귀 그리부예와 함께 프랑스 시골 이곳저곳을 여행한 여행기이며, 그만의 사색 에세이이기도 하다. 처음 당나귀에 사로잡히게 된 계기부터 그리부예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 한 "당나귀"와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아름다운 프랑스 풍경과 함께 고즈넉하게 그려진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놀라운 천성을 지닌 당나귀에 대해 놀라고, 수많은 작품들을 언급하는 저자에게 놀란다. 눈에 고칠 수 없는 병이 나도록 많은 독서를 하고 공부를 했다는 저자가 말하는 작품들은 모두 당나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쩌다 내가 길을 잘못 들더라도 그리부예는 절대 불평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특정한 장소를 향해 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의 모험에 충실할 뿐이다.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는 ...... 음, 그저 여행하고 있으니까 여행하는 것이다." ...178p

 인간이 아닌 동물과 호흡을 맞춰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가! 아니, 오히려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이 아닌 "당나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 외롭지도 않고, 너무 고독하지도 않은... 서로의 사색에 잠겨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은 저자에게 사색의 길이 되고, 치유의 길이 되었다. 

당나귀를 새롭게 보게 된다. 이 책이 서술되는 내내 언급되었던 <돈키호테>가 읽고 싶다. 프랑스 시골로 여행하고 싶다. 그리고... 그리부예 같은 당나귀도 만나고 싶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느긋한 여행, 느긋한 사색을 즐기고 싶게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느긋함"과 "전원스러움"을 만끽하고 싶으신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마음 속의 모든 것을 비우고 속도를 늦춘다. 당나귀와 함께 있을 때는 뭐든지 천천히 해야 한다. 마치 허리까지 오는 물속에서 걷는 것처럼 천천히 일관성 있게 움직여야 한다. 사려 깊고 느린 동작은 당나귀에게 신뢰감을 준다.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단계를 찬찬히 밟아나가야 한다."..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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