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 구겐하임 문학상 작가 앤 라모트의 행복론
앤 라모트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 앤 라모트를 만든 과거와 그녀의 생각, 현재의 그녀 모습을 담은 수필이다. 
어린 시적부터 부모의 사랑을 갈망했다.
사랑은 있으되 마음껏 아이들에게 표출하지 않았던 부모에게 애니는 언제나 사랑을 목말라했다.
워낙 환경이 좋지 않아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되어 살아왔다.
그러한 구렁텅이 같았던 삶에서도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이 있었으니, 그 존재는 그녀 친구들의 엄마였다.
그녀에게 예쁘다 해주고,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동화책을 읽어주었던 그녀들.
그런 진짜 엄마 같은 존재가 없었다면 그녀가 한 사람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에는 작가 앤 라모트의 알코올 중독, 싱글맘의 생활, 신앙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어려서부터 무절제한 생활을 해 온 그녀에게 어떻게 "신"이라는 존재가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가 덤덤하게... 하지만 진실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젊은 나이였음에도 아버지를 떠나보냈고, 친구를 떠나보냈다.
숱한 사랑 속에서 단 한 번도 진실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듯하다.
이 끝없는 나락 같은 운명 속에서 그녀의 삶이 밑바닥이었음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 교회를 만났고, 어떤 존재를 인식했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녀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다.
또, 샘이라는 그녀의 희망, 아들을 얻기도 한다.

그녀의 이야기들 속엔 진리가 있다.
슬픔을 잊기 위해선 그것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나 어떤 문제가 한꺼번에 닥쳐올 때의 마음가짐 등.

"고통을 잊기 위해 무슨 일을 하건, 그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이 주는 선물을 앗아가 버린다는 점이다. 집착은 당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정의해 주고, 당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환상을 가져다줄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은 사실상 붕괴되었을지 모른다. 용감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그러한 환상에서 깨어나고자 할 것이다. 실컷 몸부림치고 고함 지르고 울부짖는 것부터 시작하라. 계속 울음을 쏟아내라. 그러면 결국 슬픔은 당신에게 '온유'와 '깨달음'이라는 최상의 선물을 남겨주고 끝난다."...86p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잘못되는 까닭은,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요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그 중요한 무언가가 최대한 완벽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당신의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119p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수필만큼 진실하진 않겠지만(이 책에서 그녀는 진실할만큼 진실했으므로.) 훨씬 더 그녀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그녀의 소설들이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여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데에는 정말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이 신의 도움이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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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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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 번 다시.... 제목만 보고 책 읽겠다고 다짐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한 책이다.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라는 제목은 정말로 늙어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빛이 되는 제목이었다. 
나도 어느덧 30대 후반... 나이듦에 대하여 조금씩 생각하게 되는, 그런 나이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읽고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던가!
무언가 내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기를... 그런 책이기를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는지...

"광고 크리에이터 이노션 김혜경 상무와 여성 8인의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 이지만... 이 여성 8인 자체가 너무나 편파적이고 끼리끼리여서 도무지 일반인인 나로서는 공감되지 않았다. 
또한 열심히 일하고 번만큼 너무나 럭셔리한 일상과 휴가를 보내는 그들의 이야기에 위화감까지 느껴졌다면... 이건 나만의 열등감일까?

편집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글과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생뚱맞은 사진들... 그리고 분명 본문에서 읽었던 내용을 사진과 다시 한 번 강조한 글들은 읽고 있는 이로하여금 흐름도 끊어낸다.
"글"만 보자면 재미있다.
그런데 이 생뚱맞은 편집에 좀 화가 나려했다.

그동안 글담이라는 출판사에 알게모르게 애정을 품어왔던 나로서는... 출판사의 믿음까지 무너뜨리는... 그런 책이었다.
아아~ 두 번 다시 제목만 보고 읽지 말아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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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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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정말 재미있었다. 
조금은 황당하고 몽환적인 엄마 마르게리타와 아주 평범한 아들 알베르티노, 너무나 깜찍하고 똑부러지고 영특한 막내 파시오나리아, 그리고 이 조금은 특별한 가족 구성원 속에서 아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아빠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유쾌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죽은 후에 상속받을 물건을 미리 정하느라고 쟁탈전을 벌이고, 새로 이사한 집에서 문에 적응하지 못해 몇 번이나 담을 넘어다니고... 1000리라 가짜 지폐를 처리하기 위해 먼 시골에까지 가서 바꿔오는 이야기 등 이 가족들의 이야기는 전혀 까칠하지 않고 유머가 가득하다. 
하지만, 조금 더 읽다보니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새 자라 아버지를 관찰하는 아들을 발견한 아빠의 이야기나 학교에 입학하고나면 모든 개성을 잃어버릴 것을 걱정해 하루만의 개혁을 꿈꾸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 등은 바로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이야기이며 모든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내를 어떻게해서든 밖으로 이끌어지고 이해하는 남편의 이야기와 어떤 일이든 함께 의논하여 가족만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가족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다. 

하지만 군데군데 거슬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부인은 남편을 존중해주거나 존경해주지 않고,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어 종종 남편의 일을 망치기도 하고, 아이들은 조금은 제멋대로인데다가, 아빠만이 온전한 사람으로 남아 이들의 사고를 무마하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작가가 아빠인데다가 조금은 과하게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꾸미다보니 만들어진 상황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이 책을 미소를 짓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딸 파시오나리아 때문이었다.
자신의 주장이 확실하고 자신만의 주관도 갖고있는, 정치적 전략적으로 매우 뛰어난 8살 아이.
아마도 내가 우리 딸에게 바라는 이상형이 아니었나...싶다.^^
엄마가 숙제를 도와준데도, "다른 사람의 6점보다 내 4점이 더 나아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점이 말이다.

"무엇 때문에 나는 언제나 여러분에게 나와 내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하는가? 
바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평범하고 진실한 사람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과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사소한 일상적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함께 미소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그 사소한(비록 같으로는 커 보이더라도 사소한) 문제들을 우리 영혼 속에만 감춰 둘 경우 혹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우울한 비극의 그림자를 없애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이다." ...작가의 말

그렇다. 
<과레스키 가족일기... 까칠한 가족>은 비록 과장되어 있지만 바로 우리의 가족 이야기이다.
이 소설이 1950년대에 씌여졌음에도 우리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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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엄마>를 리뷰해주세요.
고마워, 엄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유모토 카즈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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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토 가즈미의 소설 몇 편을 통해, 이제는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작가가 그녀라면.... 무조건 재미있고, 감동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또한 매 편마다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듯... 책을 읽으며 내 어린시절을 추억하고 돌아보게 되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작스레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 후 엄마는 잠이 들었다. 나, 치아키는 여섯 살.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부엌 선반에 있던 연어 통조림으로 끼니를 떼울 수밖에 없었다. 사나흘인지, 일주일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엄마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 이후 치아키와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전철을 타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떠돌아 다닌다. 

"아빠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내게로 전해져 왔다. ...(중략) ... 그러나 그때쯤에 이르러서는,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장막이라도 쳐진 듯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위 세계에 대한 엄마의 분노와 거부가 나에게 전염되었던 것이다."...12p

아이도 생각이 있고, 나름대로의 계획과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큰 사건이 있어났을 때에는 아이에게 그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도 때론 흔들리고, 중심을 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치아키와 치아키 엄마 사이에 흐르는 이 미묘한 감정이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전철 여행 중에 마주친 코코 포플러.. 포플러장. 이 연립주택으로 세들어 온 치아키와 엄마는 조금씩 예전의 생활로 돌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아이에겐 이미 너무나 큰 짐이 지워져 있다. 엄마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아이여야 한다는 생각과 어디서나 반듯하고 스스로도 잘 해내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이 짐은 여섯 살 아이에겐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또 있다. 아빠처럼 엄마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강박증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여러 스트레스들은 결국 밖으로 표출되어 치아키는 열이 오르내리는 나날이 계속된다.

학교에 가지 않고 이부자리에 누워 생활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치아키는 점점 연립주택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엄마 대신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집 할머니와 이층에 세들어사는 사사키씨나 니시오카씨와도. 

"그렇게 외부 세계를 향해 말을 하기 시작하자, 바깥에서도 나를 향해 여러 가지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42p

<<고마워, 엄마>>는 갑자기 아빠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엄마와 이웃집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그 어디에도 쏟아놓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 조금씩 감정을 토로하고 이 치아키의 행동은 엄마에게도 전해져 함께 슬픔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포플러장에서 보낸 시간은 비록 3년뿐이지만 그 3년동안의 기억이 치아키의 밑거름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포플러장을 나온 이후 엄마와의 관계가 애증의 관계가 되었지만 결국 후에 다시 포플러장을 방문하면서 치아키는 엄마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린 딸을 너무나 큰 슬픔으로부터 지켜내려 했던 엄마의 진심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아키는 말한다. "고마워, 엄마!"

엄마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엄마라는 존재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도 아이에게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얼마나 힘쓰는 존재인지를 직접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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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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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소설"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들어왔다. "시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아름답고, 절제되어 있고, 많은 뜻을 함축한 말...이라는 의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시어로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달에 울다>>는 중편소설 2편을 묶은 책이다. 따라서 위의 문구, "천 개의 시어가 빚어낸 한 편의 소설"은 이 책 속의 <달에 울다> 한 편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또다른 한 편인 <조롱을 높이 매달고>와 <달에 울다>는 무척이나 닮아 있다. 

<달에 울다>를 읽다보니 조금 혼란스럽다. 내가 읽고 싶었던... "시어"는 어디로 간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서로 읽었다면 그 느낌이 좀 더 잘 전해져왔을까? 번역하는 와중에 아무래도 이 단어들이 풀어진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 끝까지 읽고보니, 역시나 아름답다. 짤막한 문장으로 이어진 이 소설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10살, 20살, 30살, 40살이라는 나이와 함께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내용보다는 주변 풍경을 묘사함에 있어서,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함에 있어서 이 시어들이 사용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살의 소년과 봄 병풍... 소년은 항상 병풍을 바라보며 잠이 든다. 그당시 마을에 일어난 미친듯한 사건에 소년은 부모님을, 마을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고 그 피해자로 생각하는 야에코만을 생각한다. 20살의 청년과 여름 병풍은 청년과 야에코의 사랑을 표현한다. 마을 사람들과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과 야에코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사랑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떠졌고 마을 사람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데 자꾸만 화가 난다. 30살의 가을 병풍은, 3년간의 사랑을 떠올리며 사는 삶이다. 세상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변했다.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놓인다. "...67p

세상과 타협하진 않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안다. 마을 밖에서는 개발이 시작되어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마을 밖에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지하수는 오염되고, 마을은 조금씩 죽어간다. 40세의 나와 겨울 병풍은 여전히 마을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나'를 이야기한다. '나'를 대신해 방랑하던 병풍 속의 법사는 죽어가고 나는 이제 병풍 없이 잠들 앞으로의 생활을 생각해본다.

읽고나니, 무척이나 시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읽을 때에는 몰랐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스피디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를 여러 번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듯이 이 작품 또한 여러 번 읽고 그 숨은 뜻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처음 읽을 때엔 그냥 지나쳤던 수많은 단어들이 두번째에는 또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와 <달에 울다>가 닮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두 작품 모두에서 현대화 되어 황폐화되어가는 마을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체된 가정과 그 속에서 갈길을 잃은 40대의 남성... 이들은 결국 더 나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는 삶을 매일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의존하여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자신도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처지를 한탄한다. 그리고 매일을 그렇게 살아간다. 

무척이나 구도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마루야마 겐지를 들여다 본 것 같다. 이렇게나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사는 주인공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다니, 매우 의외이다. 다음엔 그의 수필집을 읽어보고 싶다. 특히, 정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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