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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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별 셋이다. 어느쪽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해야 하는지 한참이나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은 셋이다. 왜냐하면... 난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겠다고 했을 때, "OH! NO~~~!!"의 눈빛을 보내던 친구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난 이 책이 그저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던 거다.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그냥 좀 진지한 사랑 이야기. 

스토리가 얼마나 깊이 얽히고, 서술이 얼마나 농밀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의 몸짓이 혐오스러울 정도로 난무하다해도.... 그냥 사랑 이야기였다면.... 참아줄만 했다. 그냥 여자와 남자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아니, 오히려 영화 <박하사탕>을 보고 그 구성이 마음에 들어 따라했다는 이 이야기는 오직 한 가지 결점만 뺀다면 무척 흡인력 있고, 그 깊이를 잘 드러낸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 오직 한 가지의 결점... 그리고 이 한 가지가 이 소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유... 그건 하나의 내 남자가 바로 그녀의 친아빠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결손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다시 결손 가정의 아이를 만든다는 거? 그저 결손 가정에서 자랐다는 준고라는 남자는... 거의 악마... 같다. 게다가 점점 뒤로 가는 이야기는 도대체 원인과 결과를 따질 수가 없다. 누가 먼저이고, 누가 나쁜가...하는 문제는 뒤로 갈수록 얽히고 얽힌다. 그리고 사실 그 문제는 중요치 않다. 내가 무엇을 놓쳤나 불안해져 자꾸만 앞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 했다. 설마.... 설마....

"그 뒤엉킨 나무 두 그루 그림의 제목은 '체인 갱'이었다.
쇠사슬로 묶인 두 죄수라는 뜻이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나 상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뒤엉킨 채 비쩍 마르고 지쳐 간다. "...140p
"준고가 이 아이의 무언가를 계속 빼앗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형태는 없지만 소중한 어떤 것. 혼 같은 것을. 
빼앗기며 자라, 커다란 공동이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다시 빼앗아, 살아남는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른이지만, 성숙하지 않고 썩어 갈 뿐이다. "...347p

서로가 서로를 얽매어 서로를 파멸로 몰아가던 이야기는 ... 하나와 준고가 친부모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준고만의 몫으로 남은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난 11살 여자 아이를 그런 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한 작가에게 화가 난다. 아무리 숱한 고생을 하고 이미 어른의 눈빛을 가진 아이라 해도... 그래도 아이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이다. "여자"가 아닌 것이다. 

어째서 이 책이 나오키상 수상작인지는 묻고싶지 않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원래 이런 것에 관대한 나라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난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기분이 정말 드...럽...다...  기분이 다시 좋아질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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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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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나이에 비해 너무나 이해력이 좋은 분이 계셔서, 드라마를 끊은지 어언 3년.... 그런 내가, 요즈음 푸욱~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으니 제목하여 <미남이세요>가 되시겠다! 쌍커풀 수술이 잘못 되어 미국에 재수술하러 가 있는 쌍둥이 오빠를 대신하여 국내 유명 그룹 A.N.jell에 합류하게 된 고미녀양의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2년 전인가... <커피 프린스>도 본방 사수하며 푹~ 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왜 나(나뿐이 아닌 많은 여성들 또한)는 이 "남장 여자"들 얘기에 끌리는 걸까... ? 여자가 남자들 세계에 들어가 그들만의 세계에서 잘 버텨낼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희열을 느끼는건가? 아님 자신들만 잘난 줄 아는 그들에게 여자들도 남자들보다 훨씬 더 잘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건가? 어쩌면... 이런 남장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 남자들에게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건지도... 또한 현실에선 전혀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더 상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란 책의 페이지를 펼쳐보기 전까지는... 흔히 서점에서 보던 다른 팩션(역사와 소설을 함께 아우른)들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저 성균관 유생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책... 페이지를 넘기면 그야말로 포복절도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동생은 몸이 아파 어머니의 삯바느질만으로는 생활을 꾸려갈 수 없었던 윤희는, 양반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난해도 돈을 벌 수 없는 "여자"라는 위치를 깨고 동생의 신분으로 가장하여 필사 일로 가계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그녀도 동생도 혼인해야할 나이가 차고 돈벌이도 그나마 여의치않자, 동생인 척 과거 시험에 응시하는데 덜컥!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게 되고 성균관에 들어가게 된다.

참으로 제목 그대로가 내용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속내용을 알기 전의 느낌과는 180도 다르다. 이 소설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코믹 로맨틱 팩션"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조 시대의 당파 싸움을 잘 표현해내고 있고, 성균관이라는 기관 안에서 유생들이 그냥 놀고 먹었던 것이 아니라(그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도) 그들 나름대로의 지식과 교양을 키워나갔던 그 나날들을 아주 잘 표현해내고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하면 10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으하하하하!!!"하고 크게 웃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남장 여자의 역할을 잘 해낸 윤희나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일 것 같은 자상한 남자 선준, 까칠하나 속은 따뜻한 재신, 망나니처럼 굴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용하... 이들 "잘금 4인방"의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기에 더욱 생생하게 성균관의 나날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성균관 안에서의 "호"이다. 대물, 가랑, 걸오...등 인물의 특징을 딱 잡아내는 이 호가 소설 속 내용에 감칠맛을 더하는 듯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조선시대는 무척이나 딱딱하고 융통성이라곤 조금도 없을 듯한데, 이 책 속에선 안되지만 모든 것이 윤허되는 상황도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전혀 임금같지 않은 정조의 모습이나 엄하지만 학생들과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이나 당파싸움을 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타협도 할 줄 아는 선준, 재신의 아버지들이나.... 그저 읽는 내내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든다.

정말 밝은 책이다. 드라마도 울고 찍고, 싸우는 것보다는 항상 밝고 짜릿하고 신나는 게 좋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 읽으며 미친듯이 웃고, 얼굴 벌게지고 혼자 가슴 벌렁벌렁 거리며 읽은 것이 얼마만인지!!!^^

‘빌어먹을 임금 같으니! 대신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지금 내 어깨에 부딪치는 건 가랑 형님의 것이었을 텐데. 제엔자아앙!’ ...2권 52p
뭐라고? 미치고 팔짝 뛰겠다. 없는걸 어찌 떼 달라는 건가? 만약에 있다손 치더라도 떼 줄 수 있는게 아니잖은가. ...2권 168p
응? 보통 사내는 아니라는 말인즉슨, 저 폭포수 아래는 지금 남자 엉덩이들의 각축장? ...2권 283p

난... 이런 문장들이 젤로 좋더라! ...라고 밝힐 수 있는 건 아줌마의 특권이다!!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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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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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나이에 비해 너무나 이해력이 좋은 분이 계셔서, 드라마를 끊은지 어언 3년.... 그런 내가, 요즈음 푸욱~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으니 제목하여 <미남이세요>가 되시겠다! 쌍커풀 수술이 잘못 되어 미국에 재수술하러 가 있는 쌍둥이 오빠를 대신하여 국내 유명 그룹 A.N.jell에 합류하게 된 고미녀양의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2년 전인가... <커피 프린스>도 본방 사수하며 푹~ 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왜 나(나뿐이 아닌 많은 여성들 또한)는 이 "남장 여자"들 얘기에 끌리는 걸까... ? 여자가 남자들 세계에 들어가 그들만의 세계에서 잘 버텨낼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희열을 느끼는건가? 아님 자신들만 잘난 줄 아는 그들에게 여자들도 남자들보다 훨씬 더 잘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건가? 어쩌면... 이런 남장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 남자들에게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건지도... 또한 현실에선 전혀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더 상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란 책의 페이지를 펼쳐보기 전까지는... 흔히 서점에서 보던 다른 팩션(역사와 소설을 함께 아우른)들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저 성균관 유생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책... 페이지를 넘기면 그야말로 포복절도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동생은 몸이 아파 어머니의 삯바느질만으로는 생활을 꾸려갈 수 없었던 윤희는, 양반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난해도 돈을 벌 수 없는 "여자"라는 위치를 깨고 동생의 신분으로 가장하여 필사 일로 가계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그녀도 동생도 혼인해야할 나이가 차고 돈벌이도 그나마 여의치않자, 동생인 척 과거 시험에 응시하는데 덜컥!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게 되고 성균관에 들어가게 된다.

참으로 제목 그대로가 내용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속내용을 알기 전의 느낌과는 180도 다르다. 이 소설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코믹 로맨틱 팩션"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조 시대의 당파 싸움을 잘 표현해내고 있고, 성균관이라는 기관 안에서 유생들이 그냥 놀고 먹었던 것이 아니라(그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도) 그들 나름대로의 지식과 교양을 키워나갔던 그 나날들을 아주 잘 표현해내고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하면 10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으하하하하!!!"하고 크게 웃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남장 여자의 역할을 잘 해낸 윤희나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일 것 같은 자상한 남자 선준, 까칠하나 속은 따뜻한 재신, 망나니처럼 굴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용하... 이들 "잘금 4인방"의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기에 더욱 생생하게 성균관의 나날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성균관 안에서의 "호"이다. 대물, 가랑, 걸오...등 인물의 특징을 딱 잡아내는 이 호가 소설 속 내용에 감칠맛을 더하는 듯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조선시대는 무척이나 딱딱하고 융통성이라곤 조금도 없을 듯한데, 이 책 속에선 안되지만 모든 것이 윤허되는 상황도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전혀 임금같지 않은 정조의 모습이나 엄하지만 학생들과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이나 당파싸움을 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타협도 할 줄 아는 선준, 재신의 아버지들이나.... 그저 읽는 내내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든다.

정말 밝은 책이다. 드라마도 울고 찍고, 싸우는 것보다는 항상 밝고 짜릿하고 신나는 게 좋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 읽으며 미친듯이 웃고, 얼굴 벌게지고 혼자 가슴 벌렁벌렁 거리며 읽은 것이 얼마만인지!!!^^

‘빌어먹을 임금 같으니! 대신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지금 내 어깨에 부딪치는 건 가랑 형님의 것이었을 텐데. 제엔자아앙!’ ...2권 52p
뭐라고? 미치고 팔짝 뛰겠다. 없는걸 어찌 떼 달라는 건가? 만약에 있다손 치더라도 떼 줄 수 있는게 아니잖은가. ...2권 168p
응? 보통 사내는 아니라는 말인즉슨, 저 폭포수 아래는 지금 남자 엉덩이들의 각축장? ...2권 283p

난... 이런 문장들이 젤로 좋더라! ...라고 밝힐 수 있는 건 아줌마의 특권이다!!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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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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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하기 싫고, 부모님 잔소리도 듣기 싫고, 그저 하루하루 특별히 이룬 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고나면 무언가가 되어있을까... 싶어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고, 번듯한 자신이 되어있을 자신이 없어 어른이 되고 싶지 않기도 한, 막연한 불안감만이 지배하는... 그대들의 이름은 바로 청소년이다. 무언가에 매달려보고 싶지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앞은 온통 안개투성이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되고, 한순간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친구가 부러워지기도 하는 나이.

<<꼴찌들이 떴다!>>는 정말 생생하다. 딱~ 그 나이의 공고 3학년생들을 데려다 그들의 이야기를 써놓은 듯하다. 그들이 불안해하는 것, 그들이 느끼는 것, 그들이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행동했을 법한 그대로의 이야기여서 글은 생동감 있고, 사건은 스피디하다. 

처음엔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비록 그들이 학교에서 꼴찌들이긴 하지만 꼴찌라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니... 그들이 사흘만에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했을 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봤음직한 그런 인신매매인 줄 알았던 것이다. 뭐,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인생의 목표도, 목적도 없던 재웅이, 기준이, 호철이와 성민이는 공고 3년생으로 실습을 나가게 된다. 기계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일하게 된 곳은 오지 산골의 송전탑 기초 공사였다. 처음엔 전혀 버틸 수 없어보였던 이 일이 한 달, 두 달이 흘러 몸에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시골 생활에 적응해 나아간다. 

그들이 그 산골에서 겪는 사건들은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탄탄하고 빛나게 해준다. "나"는 결국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해보기도 하고, 어떤 것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배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재웅이는 잠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청년의 모습을 꼼꼼히 살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야윈 목덜미, 구부정한 허리, 깡마른 다리......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자꾸 횡설수설하는 모양새가 직업도 없이 그냥 막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몇 년 후의 자신의 모습 같기도 했다. 어쩜 자신도 끝내는 저렇게 오그라들고 말지도 몰랐다. "...204p

그동안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꼴찌라는 위치 때문에 더욱 위축되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사회나 가족, 친구들에게 더욱 반항적이었으나 추동리에서의 생활과 경험이 그들을 조금은 당당하게 만들었다. 또한, 꼴찌도 어떤 일정한 수준의 사회에 들어가야 꼴찌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깨닫는다. 한층 성숙해진 그들은 여전히 실수 연발이지만 마음 밑바탕에는 따뜻한 가족애가 깔려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게 된다.

"성, 나이, 키, 생김새, 옷차림, 성격 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도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 그동안 보고 겪었던 어른들이 한 명 한 명 머릿속에 나타났다. 참다운 어른이란 크든 작든, 잘났든 못났든, 자기 자리를 찾아 열심히 땀을 흘리며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야."...339p

사실 이 책엔 선과 악이 분명치가 않다. 나쁘게 보였던 사람이 사실은 속이 따뜻하고 올바른 사람이기도 했고, 누구든 도와주고 싶어했던 사람은 돈 때문에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여러 형태의 어른들을 보며 자신들이 되고 싶은 어른에 대한 이상향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어른이 되기가 망설여졌던 아이들은 그럼으로서 어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세상은 어둡고 차가운 면보다는 밝고 따뜻한 면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더덕 도둑은 누구였던걸까?^^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는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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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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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몇 번... 이라고 하기도 무엇할 정도로 뉴스에선 자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나 성추행 사건이 보도된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딸을 둔 엄마로서, 그리고 내 안의 어린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세상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내 아이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째서인지도 모른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진과 유진"은 6살, 유치원에서 바로 그런 일을 당한다. 언제나 자상하고 다정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원장 선생님에게 그저 이쁨을 받는 줄 알았던 그 일이 왠지 부끄럽고, 불쾌했다. 작은 유진이 엄마가 먼저 눈치 채고 사건은 불거져 원장은 감옥에 가지만... 아이들의 상처는 그것으로 지워지는걸까? 물론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다. 상처를 입은 그 아이들이 덧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아이들에겐 아무런 죄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

"내가 말해 보았자, '네 잘못이야'라는 대답을 듣게 될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터 그랬다. 초등 학교, 아니 더 전인 것 같다. 그때부터 내 편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53p

같은 사건이 있었고, 같은 상처를 입었지만... 작은 유진이와 큰 유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달랐다. 큰 유진이의 부모는 사랑한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 반면... 작은 유진이의 부모는 모든 걸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그저 기억하지 못하기만을 바랬다. 그리고 그런 일이 알려져서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 것만을 걱정했다. 작은 유진이에겐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큰유진이는 뚜렷이 그 일을 기억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엄마는 우는 날 왜 때렸을까? 왜 그렇게 살같이 벗겨지도록 몸을 닦았을까?"...130p
"나는 이미 여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깨진 그릇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른들은 깨진 조각들을 모아 불안정하게 형태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체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186p

<<유진과 유진>> 속의 두 아이는 둘이면서 하나이다. 같은 상처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하나이면서 상처를 치유한 방법이 다른 면에서 둘이다. 하지만 결국 이 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 주면서 작은 유진도, 큰 유진도 자신들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조금씩 치유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195p

상처가 치유된다고 해서 그 다친 기억까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문득 문득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있다면 그 기억에 또다시 상처받는 일은 없지 않을까? 작은 유진이가 비로소 상처가 덧나 아프고 힘들더라도 자신이 기억하며 아물게 하는 편을 원했던 것처럼. 

때론 부모도 언제나 아이를 바르게 지켜줄 수 없음을 깨닫곤 한다. 부모 또한 완벽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아이를 키우며 내면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아이에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한다. 그 뒤엔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 또한 알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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