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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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존재,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문제작”

…이라는 책 소개글을 읽고 떠오른 것은 영화 <아일랜드>와 책 << 쌍둥이별>>이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인간의 존엄성을 성찰했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스칼렛 요한슨과 멋지구리한 이완 맥그리거의 스릴 넘치는 액션에 치중되어 있었고, <<쌍둥이별>> 또한 클론이 아닌 형제의 장기 이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무래도 가족 간의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나를 보내지 마>>는 좀 더 구체적인 SF 소설로서 미래에 우리의 난치병과 불치병을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인 위치의 클론을 앞세워 그들의 인생을 조명하고 있을까?
 
난해하다. 이 책을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며 우주선이 떠다니고 의술의 한계는 없는, 일반적인 SF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대략 난감할 것이다. SF 소설이면서 SF 소설이 아닌 책… 그것이 바로 <<나를 보내지 마>>이다.
 
서른 한 살인 캐시는 십일 년째 간병사로 일해오고 있다. 소설은 캐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헤일셤을 추억하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모르고 지나쳤던, 혹은 알면서도 묵과했던 사실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캐시와 루스, 로라 그리고 한나 등… 캐시와 친구들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평범하다. 유년시절을 기숙사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만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기증”이니 “근원자”이니 하는 단어들만 뜬금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밑도끝도 없이 나타나는 단어들 때문에 평범한 유년 시절은 그 저변에 깔린 무언가를 추적하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이 이 소설을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헤일셤에서의 루스와 캐시의 관계는 어린 여자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우정과 질투 사이를 오고간다. 매일 밤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터놓을 수 있는 우정을 과시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들에게 친구보다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우수해 보이고 싶은 그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하고 있을까 내내 감탄했다.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가 위대해 보이는 이유이다.
 
헤일셤에서는 아이들의 특별한 예능 능력을 장려했고, 그것들을 가려 뽑아 “화랑”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보내곤 했다. 아이들의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기숙 학교와 별반 다를 것은 없었지만, 유난히 외부와 차단되어 있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지식 이외의 것은 전혀 제대로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라온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 대해 특별히 의구심을 갖지 않았지만, 캐시와 토미만은 달랐다. 캐시는 항상 주변을 관찰하고 그 사람이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고, 토미는 자신만큼은 가지고 있지 않은 예술에 대한 재능을 어떻게 해야 향상시킬 수 있는지 몰라 루시 선생님과 직접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 둘은 어려서부터 서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더하고 추론하고 가설을 세우고 상황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세상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헤일셤의 위치, 진실에 대한 탐구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또한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많았고, 각자의 생활과 생각으로 바빠 진짜 진실을 파헤치지는 못했다.
 
“너희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미래가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얼마 안 있어 헤일셤을 떠나야 하고, 머지않아 첫 기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119p
 
헤일셤에서 감추어진 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 캐시가 이야기 한 기억으로 볼 때 이 아이들이 아픈 이들의 장기 이식을 위해 만들어진 클론임은 분명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사실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신들이 태어나게 된 배경과 역할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가 책을 읽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충격이다.
 
누군가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옳은가!
 
분명 이 책이 클론에 대한 것임을 알고 시작했음에도 내가 이렇게 충격을 받은 것은… 아마도 작가가 구도적으로 만든 미로에 빠져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냥 머리 속에서만 상상하던 클론이라는 이미지와 이 소년 소녀들의 이미지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캐시와 토미, 루스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옆집 아이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들 또한 하나의 삶을, 정신을,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단지 클론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다른 삶도 인정되지 않고 기증하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이 상황에 어찌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작가는 이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그저 우리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알고는 있지만 모르는 척, 내 편한 대로 하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되도록 너희 존재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단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너희가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지. “…360p
“나는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걸 보았어. 그걸 가슴에 안고 그 애는 결코 자기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지. 나는 그 장면을 바로 그렇게 본 거란다.”…372p
 
소재 자체는 SF이지만 전혀 SF답지 않은 내면을 지니고 있는 이 소설은, 캐시와 루스, 토미를 통해 그 나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를 상당히 자세히 묘사하며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그와 더불어 이들이 다른 클론들보다 더욱 좋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통 받는 클론으로서의 자아 정체성과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지만 책을 놓을 수 없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가 궁금해진다. 영화 <남아있는 나날>의 원작자라니 더욱 그렇다. 사람이 생각할 때 그저 지나치기도 하는 그 마지막 하나까지 아주 잘 묘사할 수 있는 작가인 것 같다. 그의 또다른 작품을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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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이상한 소리 - 일본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서은혜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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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이 모자라다!

나 말고도 "세계 문학 전집"이라면 눈에 힘이 들어가고 힘이 불끈! 솟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출판사마다 100권이니 180권이니 하며 계속해서 출판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중에서도 창비 세계 문학이 더욱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는, 장편이 아닌 단편들을 각 나라별로 묶었다는 점과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각 나라의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을 엄선하여 담았다는 데 있다.  

그렇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소장 가치는 확실하다. 특히 일본편인 <<이상한 소리>>의 경우 10편의 소설 중 9편이 국내 첫 번역본이 된다. (출판사 소개글에는 10편 모두라고 나와있으나 시마자끼 토오손의 <클 준비>의 경우 <성장준비>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적이 있음이 "더 읽을거리"에 명시되어 있다.) 메이지 시대 이후부터 전후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이 작품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쯔메 소오세끼와 카와바따 야스나리 외에 쿠니끼다 돗뽀, 시가 나오야, 미야모또 유리꼬,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시마자끼 토오손과 오오오까 쇼오헤이까지 일본의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중,단편들이다. 특히 나의 경우 이 책을 통해 "미야모또 유리꼬"라는 작가를 발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큰 기쁨이라 하겠다. 

<이상한 소리>나 <망원경과 전화>, <삽화>, <산다화> 등은 채 10페이지가 넘지 않을 정도로 짧은 단편이지만 그토록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미묘한 인간 심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한 체험이었다. 이 콩트들은 나쯔메 소오세끼와 카와바따 야스나리의 작품들인데 역시 대가들의 포스가 느껴졌다. 그동안 너무 짧아서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작품들이라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본편 <<이상한 소리>>는 각각의 작가들의 작품을 따로 떼어 읽어도 좋겠지만 역시 한 번에 읽어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좋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 문명의 유입과 기독교의 확산에 따른 정신적 충돌과 고민이 아주 잘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가 나오야의 <오오쯔 준끼찌>의 경우 서양 문명에 따르는 것이 교양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기독교 교리에 따라 충실하고 싶지만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미야모또 유리꼬의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는 도저히 십대 소녀가 쓴 글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베푸는 자의 위치와 베풂 자체에 대한 의미,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깨닫고 고민하는 주인공이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때로는 TV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과 선덕여왕의 대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지주의 딸인 "나"가 가난한 자들의 무리에게 동정을 느끼고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려는 시도와 좌절 그 이후의 성찰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상과 다른 현실을 보며 수치심과 교만했던 점을 반성하면서도 끝까지 그 교만함을 놓지 않는 소녀의 이상주의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경험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인 듯한데 이 일본편 전체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자연주의이다. 

작품이 끝나면 "더 읽을거리"를 통해 작가의 다른 국내 번역서를 소개하고 있다. 독서가들에게는 마음에 드는 작가의 경우 작가를 따라 작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척 반가운 페이지가 아닐 수 없다. 미야모또 유리꼬의 경우 국내 번역서가 하나도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단편이라고 보기엔 꽤 긴 작품부터 극히 짧은 작품까지 엮였지만 길면 길수록, 짧으면 짧을수록 한 작품 한 작품마다 개성이 돋보인다. 짧지만 담백하고 그러면서도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잘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한 권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다른 나라 작품들도 읽고싶어졌음은 당연하다. 

별 넷이 될뻔했던 이유! 

극히 짧은 단편으로 시작했던 책 읽기가 무르익어 점점 흥분되고 깊이 빠져들어갈 무렵... 낯선 문장을 만났다. 아니, 어색하다. 이해하려면 이해못 할 문장은 아니지만 뭔가 입에 착착 달라붙지 않는 듯한 느낌! 거슬린다. 왠지 이 문장을 그대로 일본어로 작문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장이다. 맥이 쫙~ 풀렸다. 그렇게 한 문장을 만나고 예민해진 나는 적어도 <오오쯔 준끼찌> 만큼은 깊이 몰입하지 못했다. 또 그런 문장을 찾고 있는 내가 있었고, 그런 문장이 나올까봐 긴장하는 내가 있었다. 왜 유독 그 단편만 그랬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정말 옥의 티다. 

창비 세계 문학의 일본편은 발음 표기가 다른 일본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된소리가 그대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일본어 표기법에 익숙해져 있던 독자들은 아무래도 좀 거슬릴 수도 있겠다. 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출판사 자체 소개에서 알 수 있었는데 ...

"창비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표방하고 있는 영어 중심의 일방적인 표기법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각 언어의 독자성에 대한 존중을 취지로 수년 전부터 모든 외래어에 대해 원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한글표기방식을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란다. 물론 좋은 취지임에는 확실하나 다다미라고 알고 있던 것을 느닷없이 타따미라고 만났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은 어찌할까. 지금이 과도기라면 얼른 정착되기만을 바랄 뿐. ...


별 넷이 될 뻔했으나 결국, 다섯이 된 이유는.... 역시 그 어디서도 읽을 수 없는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겠다. 또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심사숙고하여 골랐다는 것이 읽는 이에게 전해졌음이다. 이 작품들을 고르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아주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다른 나라들의 작품들은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아무래도 한 권 한 권 사서 모으게 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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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2-0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창비문학세트인 프랑스편을 읽었는데, 사실 조금 어려웠어요. 하지만, 프랑스 문학의 향기에 푹 빠진 느낌은 있습니다. 님의 서평을 보니, 일본편을 읽어보고 싶네요. 다음 책은 일본편으로 해야겠네요.

ilovebooks 2010-02-05 22:28   좋아요 0 | URL
저는... 음... 영국이나 미국편을 읽은 후에 프랑스편으로 넘어가고 싶답니다.^^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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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빌려준다고 했을 때, 얼른 받아 읽어볼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정이현 작가의 전편을 읽었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쉬웠을까? 드라마로만 이해한 그 책과는 너무도 달라 보이는 <<너는 모른다>>를 나는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소설엔 읽기 쉬운 소설과 읽기 어려운 소설, 이해하기 쉬운 소설과 잘 이해되지 않는 소설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조합으로 굉장히 좋았던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나뉘는 것이다. <<너는 모른다>>는 내 기준으로 읽기 쉬우나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소설이다. 이러한 조합의 소설들은 내 머리가 눈을 쫒아가지 못해 머릿속엔 혼란만 가득하고 책장을 덮으면 한숨이 나온다. 그 이후, 난 어째야 하지? 하는 생각과 함께...
 
가족이 있다. 아빠, 엄마, 언니, 오빠와 여동생.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산다는 동네 강남에서, 겉으로 보면 단란해 보이는 이 가족은 부서질 듯 위태위태하다. 시작은 막내딸의 실종이었다. 이 위태롭던 가족들을 하나의 문제로 뭉치게 하면서도 살짝 덮여있던 문제들을 모조리 꺼내게 한 것은. 세상의 모든 부모가 아이를 잃으면 그러하듯 제정신이 아닌 상호와 옥영, 은성과 혜성까지... 그들은 각자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저마다 갖고 있는 비밀들이 유지의 실종으로 인해 조금씩 드러난다.
 
아무리 불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해도 자신의 딸이 실종된 마당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상호의 결정에는 끝까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평소 그의 성격과는 다른 결정이라는 문장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옥영은 어떠한지...... 옥영 또한 이것은 가족 문제라고 떠넘기며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한다. 이 때 드는 내 생각은... 실제 부모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뿐이다. 아마도 저자는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않았나보다..하는 생각.
 
“옥영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수화기를 그냥 내려놓은 까닭을 밍에게도 말하지 못하리라. 이 집 밖의 누구에게도 그러하리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것은 ‘가족’의 문제라는 것을. ”...271p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가족 관계 내의 단절? 재혼 가정, 다문화 가정 게다가 장기 매매까지... 사건의 전말은 마지막까지 읽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만큼 미스터리하지만 그 미스터리함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씁쓸하다. 각자의 비밀이 우선되어 유지의 실종이 뒤로 밀린 듯한 인상이, 뒷부분에선 갑자기 그 순위가 뒤바뀌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지나 보다.
 
읽기에 재미는 있지만 자꾸 주저하게 만들었던 이 책을, 아주 찝찝한 기분으로 내려놓는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이해했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몰라 우울하다. 그래서 난 그저 이 책은 미스터리 책이었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 이렇게 리뷰를 적어놓고 보니... 저 제목은 아마도 내게 하는 말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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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고양이의 수상한 방 -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
윤경령 지음 / 나무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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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 나타나서 날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아 싫어하던 고양이가, 친구 따라 한 권... 두 권...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귀여워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아파트를 어슬렁 거리던 녀석들이 이 엄동설한에 얼어죽지는 않았나 걱정이 되니 말이다. 

그렇게 만난 또 한 권의 고양이 책,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은 그 어떤 책(지금까지 읽었던 고양이 책들)보다 웃기고, 귀엽고 산뜻한 책이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온라인상에서 전하던 작가가 그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는데... 그야말로 리얼 고양이 라이프가 펼쳐진다. 사진과 만화와 글이 어우러진... 독특하면서도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에서부터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 고양이들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의 용어 그리고 저자 필냉씨가 키우는 동거묘 소개와 이들의 아기자기한 관계, 함께하며 벌어지는 생활상을 그대로 묘사한 이야기까지... 은근 미소 지어지고, 저절로 웃음이 나고, 마지막엔 코끝이 시큰해지기까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100% 공감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나까지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으니 말이다. 

  

어떤 애완동물이라도 키워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각각의 개체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들 사이에서도 질투와 시기, 암투, 사랑, 우정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그래서 이들의 생활도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착착 와서 앵기지 않아도 힘들 때 힘이 되고, 위로도 받는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아주 잘 전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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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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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제목부터가 참으로 자극적이다. 이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그럴 체력과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사실은 수도없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 저자인 앨리스 스타인바흐는 이십년 동안 일해오던 기자라는 직업을 잠시 접고 자신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세 가지 열망(배움, 여행, 글쓰기)을 향해 세계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 이 책은... 결국 여행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듣고 보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여행이다. 

앨리스가 선택한 여행 방법. 그것은 한 나라가 대표하는 그 무엇인가(이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기도 해야 한다)를 직접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방법이나 스타일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언가를 남에게 배우는 것 자체가 내 스타일이나 내 방법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앨리스는 정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앨리스의 재능은 배움과 그 배움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관계를 거의 같은 비율로 중요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한 나라나 한 문화를 알아가는 데 있어 더욱 쉽게 해주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리츠 호텔에서 쿠킹 클래스를 듣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양치기 개를 길들이는 법을 배우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예술 강좌를 듣고, 영국 윈체스터에서 제인 오스틴에 대해 알아본다. 일본 교토에서는 전통 춤과 다도를 배우고 체코 프라하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프로방스식 정원에 대해 공부하기... 이 모든 것이 일년 반 사이에 모두 이루어졌다. 

앨리스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고 취미를 가질 수 있었을까. 워낙에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만남이 있을 수 있지만 앨리스는 특히 배움을 통한 만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앨리스는 배우는 여행을 통해 일어나는 각 사건과 경험으로 그 나라에 대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직접 몸으로 익히게 된다. 

"사람이 아무리 멀리 여행을 떠나도 자신과 비슷하고 잘 통하는 사람들을 늘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284p
"나는 이 밤, 이 식사, 이 여성들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었다."...289p

"배움"이라는 코드를 통해 그녀만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부러움을 느낀다. 나야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취미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소심하기도 해서 여건이 된다해도 이런 여행 계획을 짤 수는 없겠지만 앨리스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구 한 바퀴를 다 돈 듯한 느낌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를 그대로 실행한 작가에게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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