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네에 따뜻한 인사 건네는 법

내 마음이 보일지도 몰라 - 그림지도로 엮은 나의 마을 탐험기
김경화 지음, 이화정 그림 / 다림 / 2020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모님의 결정으로 갑자기 낯선 부산 땅에 이사를 가게 된 영우가 살게 된 동네를 탐험하면서 적응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적응하는 방법이 특이하다.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김춘수시인의 시 '꽃'에서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한 떨기 꽃이 되었다더니. 산꼭대기 도서관에서 시작된 동네 탐험은 유난히 기다란 계단으로, 덩치 큰 🐕개로, 색깔 고운 🏘집들로 이어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열심히 온 동네를 탐험하던 영우는 자신만의 기호가 담긴 그림지도를 완성하게 되고 온전히 그 동네에 동화돼 간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는 '피란 수도 야행'을 떠난다. 부산 임시 수도 청사와 비석마을에서 한국전쟁 당시 집 없는 피란민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던 부산에 대해 배우면서 자신의 동네를 좋아하게 된다.

동네 지도, 숨은 비석 찾기 지도, 우리 마을 이야기 지도 등 자신만의 독특한 지도를 만들던 영우는 아빠가 일하는 시장에서는 아빠를 위해 '아주 특별한 신발 진도'를 만들기도 한다.

학교 다닐 때 사회는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수업으로 기억되는데 요즘 우리집 아이들 사회를 같이 공부하다보면 지도 보는게 그렇게 재미있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사회를 배울때 모듬친구들과 직접 동네탐험하는 과제가 매단원 다양한 모양으로 주어졌던 첫째때와 달리 둘째는 코로나때문에 철저하게 글로만 배우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 한가득이었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지난학기에 옆동네로 이사까지 온 탓에 자꾸만 과제로 내주는 동네 지도 그리기를 어려워하고 투덜대던 일이 떠오른다.
찬찬히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언니가 학교 가 있는 동안 동네 산책 겸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지도를 함께 만들어봐야겠다.

상처입은 아이들 마음에 붙이는 반창고같은 책

AI 명심보감 - 책상 위의 비밀 친구
인정림.강정화 지음, 국민지 그림, 강민경 기획 / 휴먼어린이 / 2020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학년2반 친구들은 운동회 1등 상으로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받는다.

그런데 뭐든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는 똑똑이 스피커와 달리 어딘지 이상하다. 이름부터 옛스러운 '명심'이와 '보감'이다.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 이것저것 다 눌러봐도 역시 소용이 없다.

알고보니 '명심'이는 이름 그대로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등불같은 존재"로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어두운 마음이 생기면 반짝반짝 불을 밝히며 깨어난다. '보감'이는 보배로운 거울로 "마음을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신기하게 그맘때 아이들이 겪을만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책읽기 숙제가 싫어 독후감을 베껴오거나 체육시간에 다른 반과 대결경기에서 유독 실수를 많이 한 친구를 탓하거나 친구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기저기 옮기는 등 실제 우리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에 대해 다룬다. 엄마인 나는 특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두고 휴대폰 때문에 실갱이하는 부분을 감정이입까지 해가면서 읽었다. 우리 집 아이들 역시 학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휴대폰이 없는 아이에 속한다.

마치 내 이야기인양 감정이입해서 읽다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명심이와 보감이에게 상담을 하며 어느정도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질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사자성어, 명심보감에 나온 옛 성인들의 이야기를 배우고 따르다보면 좀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매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 명심보감 한 구절을 싣고 필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마음가짐을 새로이 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다.
어휘력이 자라는건 덤이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학교 생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엿볼 수 있어서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대리만족 ‘사이다‘ 같은 책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일적인 부분보다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특히 그 관계가 상하 수직관계인 상사나 회사 사장과의 문제라면 더더욱 난감하다.

세상은 넓고 이상하거나 무식하거나 얍삽하거나 야비한 사람이 어딜 가나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같은 회사 사람이라면 나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해 줄 것 같지만 이미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더 최악으로 회사가 일만 시키고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면, 직장을 박차고 나올 것인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포기하고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그 회사를 떠날 것인가.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의 저자 김봉석 평론가님은 과감하게 잘못됐다고 반기를 들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무조건은 아니다.
회사에 다니는 이상 회사의 룰을 따르는 게 원칙이다. 혹은 못되고 무능한 상사여도 무작정 덤벼서는 안된다. 조용히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때를 기다려라. 물론 준비란 평소의 인성이나 태도에 대한 평가여서는 안 된다. 절대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부족함이거나 거짓됨이어야 한다. 여기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재밌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대도 이 책처럼 살아낼 자신은 없지만 대리만족으로 속이 뻥 뚫린다.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직장 생활의 좋은 길라잡이가 돼 줄 것 같다. 월급에서 오는 안정감과 연차에서 오는 안일함으로 퇴사와 멘붕 그 사이 어디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경력자들에게는 잠재돼 있는 전투력을 깨어나게 해 줄 것 같다.
꼭 이런 직장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나 보이지않는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위고하, 직업유무를 막론하고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특명- 깜냥경비원, 아파트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ㅣ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비 오는날 아파트 경비실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고양이 깜냥이 바쁜 경비 아저씨를 대신해 아파트의 이런저런 민원들을 해결한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 층간 소음, 택배까지 한 번쯤 뉴스에서 봤음직한 사회 문제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무심한 듯 세심한 고양이 깜냥이의 활약으로 아파트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서로 다정해 진 것 같다.

퇴근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못하는 엄마를 대신해 형제와 놀아주고, 혼자서 춤 연습을 하는 여자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깜냥'이. 나 또한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워냈기에 '깜냥'은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 위로가 되고 기댈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또한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가 될 것 같다.

지금은 '경비원 깜냥'이로 우리 곁에 왔지만, 앞으로 다양한 직업과 에피소드로 만날 수 있다니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위로와 즐거움을 선물할 지 기대가 된다.

[100자평]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ㅣ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처음엔 뭐 이런 무대포가 있나 싶었는데, 무심한 듯 세심하게 아이들의 친구도, 보호자도 돼 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깜냥이의 속마음잉 느껴져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마음을 치유해 주는 좋은 친구가 돼 줄 것 같아요. 그리고 저 귀여운 엉덩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