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여름호 - 78호
전현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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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미스터리2023년 여름호를 만나보았다. 봄에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설렘은 줄었지만 이 책에 담긴 즐거움과 행복을 알기에 기대감은 몇 배 늘었다. 봄호에서 만났었던 '신인상' 작품처럼 신선한 풋풋함을 가진 이야기들에 대한 '심사평'도 기대되고,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깊이 있게 알려주고 있는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와의 만남도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호는 처음부터 기대감을 부응하며 '역시'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계간 《미스터리》의 선발투수는 '특집-르포르타주' 길고양이 킬러를 추적하다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언론계와 출판계에서 이미 발달한 '이야기 논픽션 narrative nonfiction'장르를 소개하고 있다. '팩트는 언제 스토리가 되는가?(p.8)에 대한 답을 통해서 '이야기 논픽션'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나게 된다. 역시 계간지 미스터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늘 앞서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멋진 책이다.


이번 여름호에는'신인상'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지만 《MYSTERY》에 대한 신뢰는 더없이 커졌다. 신인상 작품을 만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재미난 미스터리는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서 직접 풀어보길 바란다. 선발투수들이 흥미를 고조시킬 때 드디어 중간 계투들이 엄청난 재미를 담은 이야기들을 마구 던지기 시작한다. '단편소설'에서 소개하고 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자기만의 매력을 제대로 뿜어내고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정말 커다란 세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봄호에서와는 다른 포지션으로 돌아온 백휴의 작품은 다음 가을호를 기다리게 한다. 문학평론이 아닌 소설 작가로 자리를 바꾼 작가 백휴는 여전히 멋진 글을 보여주고 있다. 어사 박문수가 아닌 '탐정 박문수'로 제목부터 흥미를 끄집어내더니 '성균관 살인사건 ①'은 폭발적인 흡인력으로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한자로 만나보는 '미스터리迷始攄理(미시터리)' '미팅微㯑(미탱)'은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무언가 커다란 어둠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불안은 미스터리에 스릴을 더해서 즐거움을 배가倍加시키고 있다.


무엇인가 멋진 일을 하고 싶다면 그 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멋진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다면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계간지 《미스터리》와의 만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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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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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라는 생소한 책을 만나보았다. 유소의 『인물지』라는 책을 처음 접하는지라 시작부터 기대 반 우려반이다. 조조의 인사(人事)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유소의 인재 등용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논어』와 『도덕경』의 핵심만 담은 인사(人事)의 정수라는 부제는 우려로 다가섰다. 요약해 보면 《이한우의 인물지》는 유소의 『인물지』라는 인사관리에 관한 책을 논어 등반학교에서 고전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 이한우가 공자의 시선으로 풀어내 설명한 책이다.


책은 특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인물지』본문의 글을 해설하고 원문을 보여준다. 저자의 해설과 『인물지』를 최초로 주해한 유병(劉昞)의 '주석'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주석도 따로 싣고 있어서 본문의 분량만큼 주석이 보인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는 있는 책이다. 친절한 저자의 해설을 읽고, 저자의 주석을 먼저 읽고 유병의 주석을 읽어보는 순서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한우 해설, 유병 주석 - p.37. 귀 밝고 눈 밝음이란 음과 양의 정수(精髓)다.【이괘(離卦)는 눈이고 감괘(坎卦)는 귀이니 보고 듣는 것은 그로부터 말미암는다.】9

이한우 주석 - 9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따르면 8괘를 사람 몸에 비유할 때 건괘(乾卦)는 머리, …(중략)…태괘(兌卦)는 입이다. 이괘는 남방의 괘이니 보는 것을 주관하므로 눈이 된 것이고, 감괘는 북방의 괘이니 듣는 것을 주관하므로 귀가 된 것이다.

원문 - p.39. 聰明者 陰陽之精【離目坎耳 視聽之所由也】

《이한우의 인물지》 본문 구성 순서.

총 12장으로 구성된 책은 제1장 아홉 가지 징후(九徵第一)로 시작해서 제7장 사람을 알아보는 법 접식 제7(接識第七), 제10장 사람을 살피는 데서 흔히 저지르는 일곱 가지 잘못 칠무 제10(七繆第十)을 지나 제12장 다투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석쟁 제12(釋爭第十二)로 끝을 맺는다. 필자는 『인물지』를 『논어』 지인지감(知人之鑑)의 확장판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대 영웅들에게 인사정책의 중요함과 지인(知人)용인(用人)의 지혜를 알려준 『인물지』의 바탕은 공자의 사상과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논어』와 『도덕경』 그리고 『인물지』에서 언급한 사람의 인간 됨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지보다 어떤 이를 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 더욱더 흥미로운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인재 등용을 위한 교과서로서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올바른 대인관계를 위한 교본으로서도 꼭 만나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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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일의 생존 기록
김지수 지음 / 담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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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특별한 아주 소중한 책《3923일의 생존 기록》을 만나보았다. 3923일이면 10년이 넘는 긴 세월이다. 아마도 그 긴 세월 동안의 '자기개발' 기록이 담긴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제가 알려주고 있듯이 이 책은 우울증과 공존하며 힘들게 버텨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엄청난 노력을, 열정을 쏟아붓던 저자는 어느 순간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트에서 '번개탄'을 집고 있었다. 우울증, 공황장애는 그렇게 저자의 삶에 젖어들었고 천천히 저자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저자는 의료전문기자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자신의 병을 너무나 지혜롭게 받아들였다.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기에 곁에 두고 달래며 함께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책이 《3923일의 생존 기록》이다.


저자 자신의 치열했던 삶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이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주위 사람들이 포기하는 이유가 대부분 약을 먹으면 '멍'하다는, '무기력' 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저자 김지수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디테일하게 알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살던 저자에게 왜 공황장애가 찾아온 것일까?


이 책은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우울한 김지수와 열정적인 모습으로 꿈을 향해 달려나가던 파워풀한 김지수를 만날 수 있는 행복을 담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김지수는 생존 의지를 불태우는 김지수에게 주연 자리를 빼앗긴다. 하지만 문득문득 주연 자리를 넘보는 우울한 김지수 때문에 열정적인 김지수는 항상 자신의 상태를 주시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입원을 감행한다. 그렇게 반복된 입퇴원은 저자의 삶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3923일을 살아낸 흔적의 기록을 만나보기 바란다. 오늘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한 까닭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p.73. 어쩌면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종착역 인근에 와 있을 수 있다. 그 시점을 알 수 없기에 현재의 삶,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담은 에세이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전혀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흐름을 유지한다. 진실성과 성실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인생을 살고 있는 작가 김지수가 마지막으로 발휘한 기자 정신이 이 책이 담은 이야기를 곧게 세운 지도 모르겠다. 우울한 김지수의 투병기와 씩씩한 김지수의 자기개발기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소중한 희망을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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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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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그렇게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에 그 구정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2022년『저주 토끼』로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정보라 작가의 연작 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를 만나보았다. 처음 만나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언제나 첫 문장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고는 한다. 물론 연작 소설집이라서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첫 문장이었다."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p.9) 분명히 누군가가 이 문장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이 소설집의 주된 흐름이 될 것이다.


연작 소설의 배경은 외딴곳에 위치한 '연구소'이다. 무엇을 연구하는지도 모르고 연구실 안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런 연구소에서 경비 업무를 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나, 선배 그리고 부소장 등. 소리가 들리면 무시하고 무엇인가 본 거 같아도 무시하고 그냥 앞만 보고 걸으면 되는 연구소 순찰이 이들의 업무다. 순찰인데 눈 감고 귀 막고 다니라니 무언가 이상한 연구소가 분명하다. 조금씩 연구소의 실체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이야기에 더욱더 깊게 빠져들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상처 입은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큰 이야기 모음집이다. 연구실 302호에 있는 「손수건」에 담긴 사연이 안타까웠고, 「양의 침묵」의 부소장님이 어렵게 살아온 삶이 서글펐다. 「푸른 새」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에 엄청난 서사를 담아내고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고양이는 왜」에서 만나게 되는 남자는 '괴물'이다. 그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은 조금씩 변해가는 인류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는 점점 멀어지고 집착에 가까워지는, 타인과의 사랑이 아닌 자기애에 빠진 인류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약자는 양도 고양이도 아닌 우리들 인간인듯하다. 연구소에 보관된 물건들이, 동물들이 보여주는 두려움보다 인간이 드러내는 악한 기운이 더욱 두렵다.


연작 소설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짧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어서 작가 정보라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나본 후에 접하는 작가의 말과 문학평론가 박혜진의 작품 해설은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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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에 특서 어린이문학 2
이도흠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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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서주니어특서 어린이 문학 두 번째 작품《엄마는 어디에》를 만나보았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교수의 글과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다은 작가의 감성 넘치는 그림이 함께 만들어낸 정말 따뜻하고 의미 있는 동화책이다. 국문학자가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생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과학(이성) 영역 같지만 인문학(감성)이 들려주는 자연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인 '엄마'를 중심으로 풀어낸 성장 동화인 《엄마는 어디에》의 주인공들은 물속에 산다. 개울에서 태어난 어린 물고기가 먼바다 여행을 통해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은 성장 동화이다. 개울을 떠나 먼바다를 거쳐 회귀하는 연어의 모습을 정말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다 이름도 아름답다. 얼음 둥둥 바다. 강물 이름은 더 감성적이다. 보드라운내. 국문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사전을 찾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많다. 한 단어 한 단어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육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힘들게 알을 깨고 나왔는데 엄마가 없었던 어린 연어 삼 남매 아리, 마리, 이든은 냇물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고 '엄마'를 찾아 먼바다로 향한다. 냇물에서 어린 연어 삼 남매는 물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을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배운다. 마치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보는 듯하다.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곳에서도 보인다. 최고의 가치이지만 최선을 다해야지만 이룰 수 있는 것.


p.152."여러분! 이걸 '당신 눈 안의 나'라고 불러요. 이것을 바라보는 순간에 너와 나 사이의 울타리가 무너집니다. 왜 우리 연어를 은연어와 백연어,왕연어로 나누나요?


저자의 욕심이 기후 위기, 불평등 그리고 학교폭력까지 정말 폭넓게 담아내고 있는 동화책이다. 가끔 어른들이 읽는 동화라는 문구를 접하고는 하는데 이 책은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하는 동화 같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라면 정말 커다란 울림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교육자로서 교육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89. 이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경쟁은 곧 야만이며 교육과 인류 문명사회에 대한 부정입니다. 필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교육은 공감·협력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너무나 좋은 동화책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자세를 알려줄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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