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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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와 재미를 담은 미스터리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렇게 문학 계간지 《MYSTERY》 2023 봄호를 만나보았다.책은 계간 미스터리의 편집장이 '미스터리 장르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인가'를 통해서 이 책이 담고있는 내용들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특집'인구 구조는 어떻게 한 사회의 범죄를 바꾸는가'는 고령화 등과 같은 사회 구조 변화가 만들어내고 범죄 유형과 앞으로의 추이를 예측해보고 대책에대해 들려주고 있다.


스토킹, 가스라이팅,관계망상형 범죄.이번호에 실린 작품「로드킬」(여실지)과 함께 읽어보라는 편집장의 추천을 따랐고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특집 기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로드킬」을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계간지 《계간 미스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심도 있는 다양한 글들은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매력들중 하나가 작품들에대한 평론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인상 응모작들에대한 전체적인 심사평을 통해서 당선작은 물론 당선되지 못한 작가들에대한 평도 함께 싣고있어서 좋았다. 신인상 수상작 「설곡야담雪哭野談」 작가 고태라와의 인터뷰는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있다.


「설곡야담」은 산속 별장을 찾은 이들에게 찾아온 불행으로 어디선가 본듯한 스토리구조를 가지고 있다.하지만 그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한다. 즉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을 만날수있는 작품이다. 토속신앙, 폭설로 고립된 산장, 한정된 용의자 그리고 괴짜 탐정을 만날 수 있다. 기발한 트릭을 더 기발한 추리로 밝혀내며 흥미를 더한다.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모두가 개성넘치는 독특함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단편소설 네 편과의 만남은 이 책이 주는 즐거운 선물 중 가장 큰 선물인듯하다. 물론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등의 특별한 글들이 전해주는 지적 즐거움도 행복했지만 역시 미스터리 소설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마트료시카」(홍선주)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새기게하는 멋진 이야기를 담고 있고, 「타인캡술」(홍정기)에서는 진실이 주는 엄청난 무게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게하고, 「코로나 시대의 사랑」(김형규)은 사랑스러운 밀당이 사회문제속에 함몰되어버린 듯해서 안타까웠다.


미스터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추리덕후도, 미스터리를 접한지 얼마되지않은 초보 미스터리덕후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충분한 읽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나비클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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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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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와 밈이 보여주는 인류사가 어떤 모습일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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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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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Science Fiction) 단편소설 여섯 편을 담은 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온 작가 여섯 명이 '얼음'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책을 접하기 전부터 흥미로웠다. 얼음과 과학 그리고 미래가 이어지는 부분이 무엇일까? 제일 먼저 연상된 것은 '빙하기'이다. 여섯 명의 작가(곽재식,구병모,남유하,박문영,연여름,천선란)들은 얼음을 어떻게 조각해 놓았을까?


일단 빙하기의 도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었고, 냉동인간을 이야기한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입혀 시간을 정지하는, 시간을 얼려버리는 괴생명체를 등장시킨 작품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워낙에 신선한 스토리와 뛰어난 구성 능력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들이어서 재미나게 얼음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슬픔과 아픔을 만날 수 있다. 재미와 흥미로 잘 포장된 삶의 의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얼어붙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머리에 다섯 개의 뿔을 가진 괴생명체(생사귀)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시간을 멈춘다. 그러고는 주인공에게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 이 녀석이 좀 이상하다. 인간의 생명에 관여하려면 인간에 대해 조금은 알고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죽음의 순간 살고 싶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그런데 생사귀의 설명을 들으면 질문해야만 할 것 같다. 어쩌면 이 질문은 자신의 삶을 허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 같았다.


「채빙」은 세상에 빙하가 모두 녹아 대부분 물에 잠긴 미래의 지구 이야기이다. 냉동기술의 발달로 냉동되었던 인간들이 대부분 소실되었는데 높은 얼음산 정상에 냉동인간의 캡슐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냉동인간을 신처럼 모시는 먼 미래의 인류와 캡슐 속 냉동인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특히 의식만 있는 냉동인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얼음을 씹다」에는 빙하기가 도래한 미래에 인류가 걱정해야 할 가장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식량. 엄청난 추위도 문제지만 먹을 것이 없는 세상은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바꾸어 놓았다. 남유하 작가의 「양꼬치의 기쁨」을 읽어보았기에 조금은 덜 부담스러웠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야기이다. 미래의 지구에 닥칠 재앙이 이 모습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재미나게 쓸 수 있는 걸까?


왜 어떤 이는 규범에 순응하고, 어떤 이는 규범에 저항하며, 어떤 이는 규범 위에 군림할까? 「얼음을 씹다」中


「귓속의 세입자」에는 귓속에 들어가는 작은 생명체가 등장한다. 들어가기 전 정중하게 승낙을 받은 멋진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도 조금 이상하다. 자기가 들어가고 나올 때만 시간을 멈춘다. 딱 두 번. 자신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인간에게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럼 이 녀석은 왜 등장한 걸까?


「차가운 파수꾼」은 지구가 뜨거워져 동토에 건설했던 건물들이 붕괴하기 시작한 시점이 배경이다. 얼었던 땅이 녹아서 아파트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지키고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외톨이였던 주인공에게 친구가 생긴다. 그런데 친구가 주인공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운조를 위한」에서는 주인공 운조가 바라는 삶이 어느 시간, 어떤 공간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운조는 수의사이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생명체를 죽이는 일을 자주 맡긴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 때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어느 시간, 어떤 공간으로 떠나게 되었을까? 「나인」에서 보여준 천선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재미와 흥미로 잘 포장된 삶의 의미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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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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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서 제목과 작가 정도만 알고 있는 책들이 정말 많다. 그중에 한 작품《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나보았다. 1950년 무렵부터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작이다. 총 7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가 1909년 말부터 1922년 죽기 전까지 집필했다고 한다. 엄청난 집념이 담긴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는 소설이 아니라 깊이 있는 생각을 들려주는 철학 책으로 느껴진다.


이번에 만나본《한 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전편의 방대한 분량을 발췌해서 국일미디어에서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전편을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전편을 11권으로 완역했던 역자 김창석은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유지하면서 프루스트의 생각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들을 발췌해서 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문장 한 줄 한 줄이, 단어 하나하나가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전편 완역본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물론 무모한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멋진 작품은 평이한 문장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p.9)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음부터 이어지는 호흡이 긴 문장의 늪에 빠져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벅차다. 속도감 있는 짧은 문장에 길들어져 있어서, 눈으로만 읽어도 충분한 가벼운 단어들에 익수해져있어서 좀처럼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듯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화자인 '나'가 자신의 기억을, 삶을 보여주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인데 그 기억을 들려주는 단어와 문장들의 깊이가 상상을 초월한다.


결국 프루스트의 마들렌 향을 조금 맡아보다가 국일미디어의 친절에 기대보았다. 권말에 수록한 '작품 해설'을 먼저 만나보고 다시 프루스트의 깊은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본 것이다. 7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작품 해설은 프루스트라는 작가를 알고 그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래도 작품을 이해했다고, 프루스트의 생각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책이 한 권 늘었다.


'나의 마르셀','나의 소중한 마르셀'(p.499)이라는 문구가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스토리의 흐름보다는 스토리 속 '나'의 의식 흐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프루스트가 담고 싶었던 생각을, 사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책을 덮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일리에라는 실제 지명을 공브레라는 소설 속 지명으로 바꾸게 한 위대한 작품《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명작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도, 프루스트의 생각에 다시 한번 빠져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마들렌의 짙은 향을 선물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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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범죄 대책과 시라타카 아마네
가지나가 마사시 지음, 김은모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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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편소설 《조직범죄 대책과 시라타카 아마네》'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 작가 가지나가 마사시의 대표작이자 드라마<하쿠타카 시라타카 아마네의 수사 파일>의 원작 소설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형사 시라타카 아마네가 범인 검거에 조금씩 접근해가는 활약상을 담고 있다. 짧은 문장들로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게 이어지지만 그렇게 쉽고 빠르게 지나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깊이 있는 내용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실종되었던 레이나가 1년 뒤 싸늘한 죽음으로 강변에서 발견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공원에서 발견된 피에로 분장을 한 시체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스토리를 풀어낸다. 공원에서 발견된 시체의 목에는 전기 충격기 흔적이 있었고 사인은 테트로도톡신에 의한 독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을 눈여겨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피에로 복장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았고 목격자를 찾는 것도 힘든 상황이 수사를 난항에 빠뜨린다. 그리고 두 번 더.


세 명의 희생자가 같은 독으로 비슷한 연출로 사망한다. 범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연쇄살인사건 피해자의 공통점은 근무지나 자택이 기치조지에 있다는 것뿐인 상황에서 경찰 내에서 '매의 눈'이라 불리는 시라타카 아마네는 다른 형사들과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사건에 접근한다. 그렇게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네 번째 범행 대상은 결찰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다음 대상이 왜 경찰일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옛사랑과의 재회, 커다란 가방을 메고 다니는 독특한 후배 파트너, 상사와의 악연 등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소설에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범인 검거 장면이다. 악인이 될 수 없었던 악인.


그녀가 밝혀낸 진실은 슬픔과 아픔이다. 범인이 사용한 독 테트로도톡신은 복어의 독이다. 그런데 이 독은 4단계에 걸쳐 증상이 발현되는데 그 마지막 단계에는 의식은 있는데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바로 옆을 지나가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끔찍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범인은 왜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일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하지만 막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은 슬픔과 아픔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방관자 효과가 떠오른 소설이다.



"나무옆의자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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