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 - 사람이 모이는 가상공간은 무엇이 다른가
김지헌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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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대세를 이루기 전에 한동안 핫했던 '가상현실' 메타버스에 대해 들려주는 흥미로운 책《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를 만나본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케팅 박사인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김지헌 교수가 쓴 책이다. 과학자가 아닌 마케팅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메타버스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이 책에서 다룰 아홉 가지 주제에 대해 언급한다. '심리학 관점에서 인간이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제(p.9)'를 다루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용어들을 쉽고 편안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가상현실을 나타내는 비슷한 표현들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그리고 확장현실XR. 가상으로 만들어낸 공간이 가진 의미를 과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본적인 과학 이야기는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심리적 관점의 가상세계 연구란 무엇일까?(p.33)'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를 조금 더 실용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심리적인 관점으로 접근한 가상공간은 경제적인, 마케팅적인 관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형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을 하는지, 각진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하는지에 따라 설득 정도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음악이나 색, 감각 등의 아홉 가지 주제가 들려주는 심리학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롭다. 가상공간을 과학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가상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회의실의 천장 높이는 낮아야 할까? 높아야 할까? 심리학으로 풀어보는 가상공간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과학적인 이론보다는 심리학적인 효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편안한 책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에게는 가상현실에서의 마케팅을 조언해 주고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가상현실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멋진 책이다.



"도서출판 갈매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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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되는 주문 저스트YA 4
단요 지음 / 책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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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도 그래서 죽었어.

『다이브』로 처음 만났던 작가 단요의 장편소설《마녀가 되는 주문》을 만나본다. 청소년 성장 소설『다이브』의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물에 잠긴 서울이었다면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학교다. 영재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아이들만이 다닐 수 있다는 특수 학교. 『다이브』에서 보여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이들의 심리를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마치 아이들의 표정을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깊이 있는 심리 묘사는 아이들을 넘어 우리 어른들의 심리 이야기로 이어진다. 학교가 배경이지만 더 큰 사회가 담겨있어서 부조리한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의 호의는 모든 이를 덮을 수 없기 때문에 따뜻한 만큼 가혹해진다.


이야기는 17살 서아가 죽음을 그리며 옥상 난간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직 어린 서아는 무슨 까닭으로 삶의 경계에 서있던 것일까? 현실에서는 며칠 전 또 어린 친구가 학폭 피해를 호소하며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긴 지옥을 지나왔을까?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다행히도 주인공 서아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성인 이유는 학폭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한 가지 성적, 진로 문제가 서아를 옥상 난간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자신을 '마법 소녀'라 칭하는 선배와의 만남.


마법 소녀 현이와의 만남은 서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선택받았다는 희망은 선택해야 하는 절망이 되고 졸업 후 미래에 대한 설렘은 과거와 현재에 발목 잡혀 불안이 되고 만다. 신비로운 느낌의 표지는 페이크이다. 신비로운 마법 소녀를 상상하게 만들지만 이 학교에서 만나게 될 마녀는 조금 더 무서운 존재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어린 마녀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아니 선택의 무게이다. 어린 마녀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알지 못하는 것에는 고민도 책임도 필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외면하는 데는 변명이 필요했다…….


어찌 보면 스토리 전개는 단순하고 너무나 익숙하다. 가상 공간의 게임에서 목숨을 잃게 되면 현실의 세계에서도 죽음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 관리자들을 통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을 난해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려는 것일까? 게임 관리자인 마녀들은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읽는 동안 불안하고 답답했다. 어른들이 만든 부조리가 아이들에게 더 큰 아픔으로 발현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마법 소녀 현이의 선택과 초보 마녀 서아의 호기심이 찾아가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미래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책이다.



"책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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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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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 대학교에서 분자 생물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탁월한 과학 저술을 인정받아서 많은 상을 수상한 칼 짐머가 들려주는 유전 이야기를 들어본다. 칼럼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 호평받는 과학 저술가인 저자가 보여주는 유전학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우리들 삶이다. 그래서 엄청난 두께의 벽돌책이지만 《웃음이 닮았다》는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쉽게 읽을 수 있는 보기 드문 특별함을 가진 과학 책이다.


《웃음이 닮았다》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유전'이라는 딱딱한 과학 이야기를 재미나고 흥미로운 우리들 이야기로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아내와 딸의 너무나 닮은 웃는 모습에서 이 책의 제목을 떠올렸다고 한다. 실생활 속에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들려주는 '유전학'이야기는 흥미와 재미에 더해 과학적인 의미 또한 덤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눈길을 사로잡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아주 두꺼운 책의 두께를 잊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표지이다. 솔직히 도서 설명을 읽지 않고 표지만으로 이 책의 내용을 가늠해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예술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제목이나 표지보다는 '유전'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더 유전에 다가갈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5부 19장으로 구성된 책은 유전이라는 단어의 어원부터 유전학의 현재까지 유전에 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들려주고 있다. 700여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을 담은 책이지만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 유전이라는 과학 이야기를 담은 과학 책이지만 마치 우리들 삶을 담은 편안한 에세이처럼 읽혔다. 왜 저자가 그 수많은 과학저술상들을 수상하게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던 멋진 책이다.


1장부터 19장까지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와 재미난 경험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리처드도킨스에게 '밈(meme)'이있다면 다윈에게는 '제뮬(gemmule)이 있었다. 또 왕가의 혈통을 유지하려고 행하던 혼인 전통은 '합스부르크 턱'등의 유전병을 만든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펄 벅이 들려주는 딸의 유전병 이야기, 노예무역의 정당화를 위해 만들어낸 유전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로웠다. '인종차별'이 왜 의미가 없는지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느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우리는 유전이라는 어휘를 우리의 필요나 두려움이

반영된 정의가 아닌 유전의 본래 특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 더 광범위하게 재정의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많은 과학적 실험 그리고 역사적인 분석을 통해서 유전을 재정의하자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유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정의해야 하는 까닭을 알게 될 것이다. 과학을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이용해온 인류에게 커다란 숙제를 던지고 있는 듯하다.


유전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웃음이 닮았다》와의 만남을 주저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유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이렇게 쉽고 편안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사이언스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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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5-2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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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조용준은 유럽과 일본 도자문화사를 정리해서 각 3권씩 6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7대 조선 가마』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내용에 일본 왕실에서 사용한 아리타 자기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일본의 도자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의 역사를 '도자기'를 통해서 만나보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조용준을 처음 만난 것은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를 통해서이다. 그 책을 통해서 임진왜란으로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당시 유럽이나 중국 등 전 세계의 최첨단 산업은 자기 산업이었다. 그리고 그 산업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했다. 그때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던 명나라와 조선은 쇄국이라는 늪에 빠져 일본 도자기의 유럽 선점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탄생은 도자기 산업과 함께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책에서도 일본에서 가마 기술을 처음 펼친 것은 조선의 사기장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해적이나 전쟁을 통해서 인질로 바다를 건넌 이들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가마의 위치가 규슈 지역에 편중된 까닭도 알려주고, 조선의 사기장들이 인질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본에 왔다고 말하는 이유도 예측해 보고 있다. 책의 내용은 일본을 대표하는 8개 가마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자기 가마들이 시작은 조선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금 현재는 우리의 기술을 넘어선 것 같다. 각각의 가마가 가진 특색 있는 전통을 현재까지 이어서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장인 정신이 놀라웠다. 그들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작품들에 대한 촘촘한 설명과 많은 사진들이 이 책의 가치를 끝없이 높여주고 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가치는 'TIP'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최첨단 산업의 기술자들을 다수 빼앗긴 조선이 그들을, 포로를 교환하려 했을 때 그들은 왜 조선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을까? 저자의 추측을 공감하며 여전히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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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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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프랑스 문학 최고 영예인 공쿠르상 등 많은 상들을 수상하며 곧장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을 만나보았다. 이 소설은 공쿠르상을 수상한 『오르부아르』의 후속 작품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커다란 두려움이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오르부아르』에서처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문자로 그림을 그리듯이 인물도, 배경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이 한편의 영화처럼 느껴지는 흥미로운 경험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 슬픔의 거울》의 스토리는 평범한 선생님의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루이즈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의 한쪽 자리를 토요일마다 차지하고 있던 의사가 루이즈에게 색다른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거절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루이즈는 20년 이상 한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다 돌아가는 의사가 궁금했다. 아니 그 제안의 진의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만든 해프닝은 사건이 되고 만다. 루이즈의 삶을 완전히 뒤틀어버린다. 자신의 뒤틀어진 삶도 버거운데 갑자기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의 불륜이 튀어나온다.


소설에는 루이즈와 연결된 인물들의 삶이 하나 둘 펼쳐진다. 이어질 듯 멀어지고 또다시 가까워지며 이야기는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속을 뒤집어놓는 빌런이 등장하고 알 수 없는 시원함을 선물하는 사기꾼도 등장한다. 군대에서 착한 상사 가브리엘을 기만하는 빌런 라울 랑드라드가 주는 답답함은 권위주의 사회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데지레 마고를 통해서 시원하게 뚫린다. 외과의사, 변호사 그리고 항공기 조정사이기도 한 데지레 마고의 진짜 직업은 무엇일까? 에필로그에서 데지레 마고는 또다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준다.


p.49. 어떤 식물이 불안스러운 향기를 남겨 놓듯이, 랑드라드가 지나간 뒤에는 항상 어떤 불순한 파동 같은 것이 느껴졌다.


p.83. 이 데지레 미고의 진정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찾고 자신의 사랑을 찾는다. 그런데 그 배경이 인류의 가장 비극적인 상황인 전쟁이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인 아픔과 고통이 조금은 희화된듯하다. 전쟁 중에 엄마의 불륜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도 돌아가신 엄마의 불륜. 그 불륜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지만 루이즈의 경우는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다. 왜 돌아가신 엄마의 불륜이 루이즈에게 중요하게 되었는지《우리 슬픔의 거울》을 통해서 알아보길 바란다.


p.330. 모두를 죽이고 있는 것은 바로 기다림이었다. 그것은 두려워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두렵게 하는 사람들까지 죽이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미나게 풀어낸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매력적인 벽돌 책이다.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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