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3일의 생존 기록
김지수 지음 / 담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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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특별한 아주 소중한 책《3923일의 생존 기록》을 만나보았다. 3923일이면 10년이 넘는 긴 세월이다. 아마도 그 긴 세월 동안의 '자기개발' 기록이 담긴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제가 알려주고 있듯이 이 책은 우울증과 공존하며 힘들게 버텨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엄청난 노력을, 열정을 쏟아붓던 저자는 어느 순간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트에서 '번개탄'을 집고 있었다. 우울증, 공황장애는 그렇게 저자의 삶에 젖어들었고 천천히 저자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저자는 의료전문기자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자신의 병을 너무나 지혜롭게 받아들였다.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기에 곁에 두고 달래며 함께 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책이 《3923일의 생존 기록》이다.


저자 자신의 치열했던 삶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이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주위 사람들이 포기하는 이유가 대부분 약을 먹으면 '멍'하다는, '무기력' 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저자 김지수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디테일하게 알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살던 저자에게 왜 공황장애가 찾아온 것일까?


이 책은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우울한 김지수와 열정적인 모습으로 꿈을 향해 달려나가던 파워풀한 김지수를 만날 수 있는 행복을 담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김지수는 생존 의지를 불태우는 김지수에게 주연 자리를 빼앗긴다. 하지만 문득문득 주연 자리를 넘보는 우울한 김지수 때문에 열정적인 김지수는 항상 자신의 상태를 주시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입원을 감행한다. 그렇게 반복된 입퇴원은 저자의 삶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3923일을 살아낸 흔적의 기록을 만나보기 바란다. 오늘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한 까닭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p.73. 어쩌면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종착역 인근에 와 있을 수 있다. 그 시점을 알 수 없기에 현재의 삶,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담은 에세이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전혀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흐름을 유지한다. 진실성과 성실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인생을 살고 있는 작가 김지수가 마지막으로 발휘한 기자 정신이 이 책이 담은 이야기를 곧게 세운 지도 모르겠다. 우울한 김지수의 투병기와 씩씩한 김지수의 자기개발기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소중한 희망을 선물하는 책이다.



"도서출판 담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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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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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그렇게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에 그 구정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2022년『저주 토끼』로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정보라 작가의 연작 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를 만나보았다. 처음 만나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언제나 첫 문장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고는 한다. 물론 연작 소설집이라서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첫 문장이었다."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p.9) 분명히 누군가가 이 문장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이 소설집의 주된 흐름이 될 것이다.


연작 소설의 배경은 외딴곳에 위치한 '연구소'이다. 무엇을 연구하는지도 모르고 연구실 안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런 연구소에서 경비 업무를 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나, 선배 그리고 부소장 등. 소리가 들리면 무시하고 무엇인가 본 거 같아도 무시하고 그냥 앞만 보고 걸으면 되는 연구소 순찰이 이들의 업무다. 순찰인데 눈 감고 귀 막고 다니라니 무언가 이상한 연구소가 분명하다. 조금씩 연구소의 실체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이야기에 더욱더 깊게 빠져들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상처 입은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큰 이야기 모음집이다. 연구실 302호에 있는 「손수건」에 담긴 사연이 안타까웠고, 「양의 침묵」의 부소장님이 어렵게 살아온 삶이 서글펐다. 「푸른 새」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에 엄청난 서사를 담아내고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고양이는 왜」에서 만나게 되는 남자는 '괴물'이다. 그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은 조금씩 변해가는 인류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는 점점 멀어지고 집착에 가까워지는, 타인과의 사랑이 아닌 자기애에 빠진 인류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약자는 양도 고양이도 아닌 우리들 인간인듯하다. 연구소에 보관된 물건들이, 동물들이 보여주는 두려움보다 인간이 드러내는 악한 기운이 더욱 두렵다.


연작 소설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짧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어서 작가 정보라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나본 후에 접하는 작가의 말과 문학평론가 박혜진의 작품 해설은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퍼플레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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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에 특서 어린이문학 2
이도흠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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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서주니어특서 어린이 문학 두 번째 작품《엄마는 어디에》를 만나보았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교수의 글과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다은 작가의 감성 넘치는 그림이 함께 만들어낸 정말 따뜻하고 의미 있는 동화책이다. 국문학자가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생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과학(이성) 영역 같지만 인문학(감성)이 들려주는 자연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인 '엄마'를 중심으로 풀어낸 성장 동화인 《엄마는 어디에》의 주인공들은 물속에 산다. 개울에서 태어난 어린 물고기가 먼바다 여행을 통해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은 성장 동화이다. 개울을 떠나 먼바다를 거쳐 회귀하는 연어의 모습을 정말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다 이름도 아름답다. 얼음 둥둥 바다. 강물 이름은 더 감성적이다. 보드라운내. 국문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사전을 찾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많다. 한 단어 한 단어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육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힘들게 알을 깨고 나왔는데 엄마가 없었던 어린 연어 삼 남매 아리, 마리, 이든은 냇물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고 '엄마'를 찾아 먼바다로 향한다. 냇물에서 어린 연어 삼 남매는 물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을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배운다. 마치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보는 듯하다.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곳에서도 보인다. 최고의 가치이지만 최선을 다해야지만 이룰 수 있는 것.


p.152."여러분! 이걸 '당신 눈 안의 나'라고 불러요. 이것을 바라보는 순간에 너와 나 사이의 울타리가 무너집니다. 왜 우리 연어를 은연어와 백연어,왕연어로 나누나요?


저자의 욕심이 기후 위기, 불평등 그리고 학교폭력까지 정말 폭넓게 담아내고 있는 동화책이다. 가끔 어른들이 읽는 동화라는 문구를 접하고는 하는데 이 책은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하는 동화 같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라면 정말 커다란 울림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교육자로서 교육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89. 이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경쟁은 곧 야만이며 교육과 인류 문명사회에 대한 부정입니다. 필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교육은 공감·협력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너무나 좋은 동화책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자세를 알려줄 아름다운 책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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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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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시리즈 서른 번째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이라는 부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는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감정'이란 무엇인지 또 우리 삶에서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이성(생각)과 감정(정서)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p.22. '감정 affection' 어떤 대상에 개인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느낌 상태를 말한다. 특정 환경 자극에 의해 유발되어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기분 상태인 정서 emotion나, 강렬함이 비교적 낮고 확산적이면서 지속적인 느낌 상태를 말하는 기분 mood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지금껏 인간의 감정, 정서를 부정적으로 보아왔을까?(p.106)라는 질문에 하나하나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어서 편안하고 쉽게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정서'는 어떻게 유발되는지 뇌과학적인 접근도 보여주고 있고, 인간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며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말보다는 인간을 감정(정서)을 통해서 이해하려 하고 있는 특별함이 보이는 책이다.


p.100. 억제는 절대 정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


심리학 책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마시멜로 테스트'를 비롯해서 다양한 실험과 연구 결과들도 책을 읽는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패스트푸드 식당의 수와 그 지역 사람들의 행복도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내용 등 흥미로운 연구들이 이야기를 더욱더 풍부하게 하고 몰입감도 많이 높여주고 있다.


1부 나는 감정을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3부까지 감정과 정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 4부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감정들에서는 우리들 삶에서 가장 커다란 의미라고 말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감정은 표출보다는 억제가 미덕이라 배웠던 까닭에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행복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또 집단 간 '정서 편견'이 만들어낸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감정과 정서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는 소중한 책이다.



"21세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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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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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9. '덕후'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에 희망을 안겨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킨다.

-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강유주)


북폴리오에서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 제2회 수상작품집《오늘의 덕질》을 만나보았다. 제1회 수상작품집 『이웃 덕후 1호』에서 만나본 다섯 덕후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덕질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덕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다양한 분야에서 덕질을 만날 수 있어서 놀라울 때가 많다. 이번 작품집에도 놀라운 '덕질'들을 만날 수 있다.


p.64. 어차피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좋아하는 거고, 기쁘자고 덕질하는 거니까요. -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책들(조소영)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니아를 넘어 직접 참여하고 심취하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덕후'라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덕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사회가 중년의 아줌마라고 이야기하는 40대 중반의 아줌마들이 걸그룹을 좋아하고 발레리나를 꿈꾸며 발레를 배운다. 거기에 식충식물을 정성을 다해 키우는 덕후도 있다.


p.119. 새로운 세상이란 어떤 장소가 아니라 나의 상상하는 마음이고, 내가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강유주)


수상작품의 선정이야 글 솜씨나 스토리텔링 능력도 고려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46세의 나이에 발레리나에 도전하고 있는 발레 덕후의 이야기를 담은 「워킹맘 발레리나의 덕후 권하는 사회」를 가장 흥미롭게 만나보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발레를 배우다가 무릎에 이상이 생겼고 재활하고 있는 발레덕후는 발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멋진 삶인가. 40대에 발레를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취미가 아닌 발레단 입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대 후반에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덕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꿈과 용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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