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4020

˝내 세계와 현실 세계는 하나의 평면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조금도 접촉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현실 세계는 이렇게 움직이며 나를 남겨둔 채 가버린다. 심히 불안하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소세키의 <산시로>는 뭔가 풋풋했다. ‘미네코‘라는 신식(?) 여성을 둘러싼 ‘산시로‘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도대체 다른 것들에는 솔직하던 지식인들이 왜 사랑앞에서는 그렇게 망설이게 되는지, 그냥 포기하게 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학문 보다도 어려운게 사람의 마음인가 싶다.


시대는 바뀌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면 그냥 망한다. 이 작품에서 ˝스트레이 십(미아)˝은 ‘미네코‘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산시로 포함)


역시 소세키라는 감탄을 다시한번 해본다. 재독이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무미건조하고 얌전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흥미로운건지 ㅋㅋ 그래서 다시 한번 소세키의 책탑을 쌓아봤다.


저번에 <그후>를 읽고 나서는 <그후>가 가장 좋았는데, <산시로>를 읽고 나니 <산시로>가 가장 좋다. 아마 다른 책을 읽으면 또 바뀔듯 싶다. 모든 작품이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소세키 히면 딱 네작품을 추천하겠다. <산시로>, <그후>, <행인>, <마음>.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4-03-11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선생 전집의 자태가 영롱하네요.

저도 한 두권씩 사서 모으고 있답니다.
물론 읽기는 언제나처럼 더디구요.

새파랑 2024-03-11 16:58   좋아요 1 | URL
저도 야금야금 하면서 겨우 모았습니다 ㅋㅋ 평생 소장각 입니다~!!!

수이 2024-03-11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멋지다! 양손 엄지 척척!! 저도 읽어볼게요, 추천작 위주로 먼저.

새파랑 2024-03-11 17:00   좋아요 0 | URL
추천작들은 다 좋습니다~!!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수도 있지만요~!! ㅋ

페넬로페 2024-03-11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시로는 정말 풋풋했어요.
전에 읽은 느낌이 그대로 있네요.
미네코와 산시로의 밀당도 재미있었고요.
저도 남은 소세키 작품 읽어야하는데 ㅎㅎ

새파랑 2024-03-11 21:43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은 잃시찾 읽는것 처럼 하시믄 금방 전작 하실겁니다~!!!

coolcat329 2024-03-1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책탑이 너무 아름다워요.
저는 저 시리즈 세 권 가지고 있는데, 나머지도 새파랑님처럼 야금야금 구비해놔야겠어요.
저도 영화든 책이든 두 번째 보고 읽을 때가 더 좋던데 책을 두 번씩 읽기엔 인생이 참 짧은 거 같아요.

새파랑 2024-03-12 12:55   좋아요 0 | URL
현암사 시리즈로 꼭 모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작품은 재독해야 하는거 같아요. 전 올해 재독을 좀 많이 해볼까 합니다 ㅋ

moon 2024-03-12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글 너무 좋죠^^

새파랑 2024-03-12 15:5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소세키는 다 좋습니다!!!

그레이스 2024-03-13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역시 현암사 이 전집은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근데,,, 전에 완독하시지 않았나요?
그럼 재독?!
새파랑님은 소세키, 하루키,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암튼 전작읽기 달인이시군요!

새파랑 2024-03-14 07:46   좋아요 1 | URL
아 ㅋ 전에 읽고 다시 한번 더 읽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자주 읽어줘야죠~!!

달인은 아니고 한번 읽고 이해 못했던걸 두번읽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

희선 2024-03-15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도 《산시로》 읽고 이게 가장 좋다고 쓰신 게 생각나네요 이번에도 같은 말을... 시간이 지나도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희선

새파랑 2024-03-15 13:29   좋아요 1 | URL
가장 좋은 책은

방금 읽은 책인거 같습니다 ㅋㅋ

Calcutta 2024-03-15 0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책탑 은은하고 예쁘네요. 저는 아직까지는 행인이 가장 좋았는데 산시로를 읽으면 바뀔 수도 있겠군요. 기대합니다!

새파랑 2024-03-15 13:30   좋아요 0 | URL
저도 행인 좋습니다 ㅋ 풀배게부터 순서대로 다시 읽으려고 합니다~!!!

구름모모 2024-03-15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 흔들리네요. 요즘 눈독들이는 세트^^

새파랑 2024-03-16 09:26   좋아요 0 | URL
소세키에 관심(?)이 있다면 현암사 세트는 소장각 입니다~!!
 
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24019 역시 믿고 읽는 최진영 작가님의 작품. 2인칭 시점의 이야기는 에세이 느낌이 드는 짧은 단편이지만, 어느 작품보다도 우울이 깊다. 책을 읽고 나면 무작정 제주도로 사라지고 싶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걸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을수 있었을까? 사랑은 감출수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4-03-08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울이 깊은 것은… 빨리 술 드링킹 요망.

새파랑 2024-03-08 17:40   좋아요 0 | URL
어제 과음해서 책을 못읽어서...오늘은 안됩니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역시 믿고 읽는 최진영 작가님.


연극은 끝났다.
객석은 텅 비었다.
배우의 잘못을 아무도 모른다. - P50

비밀이 필요했어요. 사람들이 내 모든 것을 안다는 거, 끔찍하잖아. 하지만 알고 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가 비밀이었어. 당신은 누군가의 비밀이 되어본 적 있나요? - P56

비밀은 묻어버려야지.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왜 전화를 받지 않습니까?
들키면 안 되니까.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 P56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 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 P57

죽어야 묻지.
묻어야 살아요.
새는 왜 죽었을까요.
땅이 그리웠나 봅니다. - P57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전원을 끈다. 전원을 꺼버리는 방법도 있음을 이제야 깨달은 사람처럼. 그뿐인가. 그의 전화번호를 차단할 수도 있었다. 전화를 받지않고 답장을 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너는 계속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너를 여전히 찾고 있음을. 그러므로 이 낯설고 커다란 섬에 숨으면서 네가 진짜 원했던 것은...... 어쩌면 기다림.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겨진 삶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24018

"자거라, 자, 이건 꿈이야, 꿈속의 애무, 꿈속의 입맞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나를 알 수는 없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꺼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또 내가 꺼내놓은게 진실인지도 상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숨겨진 삶을 가지고 있다.


연인의 마음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지, 내가 과거에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나의 마음속에 어떤 금지된 욕망이 있는지, 내가 진정 원하는게 뭔지, 그 누가 알까? 신?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작가라는 존재가 있고 이렇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속마음을 보여주나 보다.


이번에 처음 접한 '실비 제르맹'의 작품인 <숨겨진 삶>은 이런 숨겨진 삶의 이면을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첫페이지를 넘기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한자리에서 읽었다.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이제서야 읽다니 깜짝놀랐다. 역시 소설강국 프랑스라는 생각을 했다.


줄거리가 상당히 특이하다. 주인공 사빈과 남편 조르주, 그들에게는 네 아이가 있었는데, 부부는 그렇게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어느날 남편 조르주는 복권에 당첨되는데, 이 복권을 방에 놔두고선 못찾는거다. 남편 조르주는 아내에게 찾아내라고 뭐라하고, 아내 사빈은 이게 뭔 헛소리야 하면서 무시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주고 받는다. 이후 남편 조르주는 열받아서 차를 몰고 뛰쳐나간다. 그런데 차 뒷좌석에는 딸 마리가 숨어있었다. 남편은 온갖 욕설을 하면서 미친듯이 운전하고, 딸은 숨죽여 있었는데, 도저히 못참겠어서 결국 아빠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깜짝 놀란 아빠 조르주는 왓? 이러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즉사한다. 딸 마리는 한쪽 발목이 짤린다. 복권의 불행인건가?


남편이 죽고나서 그의 물건을 정리하던 아내 사빈은 당첨된 복권을 발견하고(응?), 게다가 내연녀가 있다고 의심되는 물증을 발견한다. 그리고 남편에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누굴까? 해마다 남편의 차 사고가 난 나무에 꽃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사람이 그 내연녀일까?

[투명한 필름지를 덮어 반창고 쪼가리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고정한 나선형으로 말린 여자의 긴 진갈색 머리카락 한올, 뱅자맹 라비에 책의 책장처럼 첫사랑 소녀에게서 슬그머니 절취한 기념품일까. 아니면 소녀에게서 직접 건네받 은 사랑의 담보물? 어쩌면 조르주 자신도 답례로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을 주었고, 세상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그 가소로운 전리품 역시 서서히 추억이 되어 망각속에 잠겼는지도. ] P.32



이후 아내 사빈을 둘러싼 사람들의 '숨겨진 삶'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읽다보면 충격에 빠지게 된다. 겉으로 봤을때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상처와 아픔, 그들의 욕망들. 독자가 봤을때는 뭔가 삐뚤어져 보이지만 어느 누가 그들의 '숨겨진 삶'을 비난할 수 있을까?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숨겨진 삶'이 있는데 말이다.


'실비 제르맹' 이라는 작가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되다니~!!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더 찾아 읽어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4-03-08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비 제르맹 문장이 넘나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책 재소환해주셔서 감사! (왜 내가...ㅋㅋㅋㅋ) 명작인데 숨겨졌어...ㅠㅠ

새파랑 2024-03-08 17:10   좋아요 1 | URL
몇년전(제가 북플 안할때) 이미 잠자냥님이 강추하셨더라구요 ㅋ
표지처럼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4-03-08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는다 읽는다 하고는 아직까지~~
숨겨진 삶의 이면이 넘 궁금합니다^^

새파랑 2024-03-08 17:10   좋아요 1 | URL
제가 써논건 빙산의 일각...
잠자냥님 리뷰가 완벽하신데, 그건 또 스포일러 라서...

미미 2024-03-09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에 대해선 더욱 그렇겠죠.^^
술파랑님 문체가 달라지신 것 같아요.
워낙 좋은 소설을 많이 읽으셔서?! 저도 이 책 찜해둡니다

새파랑 2024-03-10 08:37   좋아요 1 | URL
앗... 저에게도문제 라는게 과연 있을까요? ㅋㅋ

잠자냥님도 인정하신 책이니 읽으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대박! 다 읽고 나서 깜짝 놀람. 뭐 이런 이야기가 다있고 이게 이렇게 연결되다니...


투명한 필름지를 덮어 반창고 쪼가리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고정한 나선형으로 말린 여자의 긴 진갈색 머리카락 한올, 뱅자맹 라비에 책의 책장처럼 첫사랑 소녀에게서 슬그머니 절취한 기념품일까. 아니면 소녀에게서 직접 건네받 은 사랑의 담보물? 어쩌면 조르주 자신도 답례로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을 주었고, 세상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그 가소로운 전리품 역시 서서히 추억이 되어 망각속에 잠겼는지도. 사빈은 잡동사니 물건들과 엽서들을 상자 속에 다시 넣고 괴로운 작업을 이어갔다. - P32

그들이 나누는 짤막한 문장들은 입가에서 올이 풀려 말없음표가 된다. 말은 혀에 올라앉는 순간 무효화되거나 부적절한 것이 되어 입안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말은 와해되고, 생각은 분산되고, 시간은 초시간의 괄호 안에서 흔들린다. - P51

어쨌거나 세상에서 별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건 행운인지 모른다. 너무 눈에 띄지도,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홀가분히 지낼 수 있다면 그래서 환멸과 상처에도 덜 노출된다면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제 갈 길을 갈 수 있겠지. 단조롭긴 해도 평화로운 길임이 틀림없다. - P94

"자거라, 자, 이건 꿈이야, 꿈속의 애무, 꿈속의 입맞춤..." - P135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창조물과 창조자 사이의 교감이 끝나는 순간, 그림은 신비로운 대상이 되어버린다. 창조자는 이방인이 되어버린다. 누구나 나중에 경험하는 일이지만, 그에게 그림은 영원토록 친숙한 욕구의 해소다. 그림을 통해 이 욕구가 유례없는 방식으로 예기치 못하게 해결된다." - P221

굳게 결속된 이 ‘우리‘를 통해 그가 동시에 깨달은건, 셀레스트가 그를 용서했다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 첫날부터 그가 유약하고 비겁하고 경솔하게 안겨준 실망과 고통을 셀레스트는 모두 용서한 것이다. 그의 죄를 사해준 것이다. 그녀는 그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다. 거짓과 위선에 굴하지도, 체념하지도 않았으니까. 그가 감히 도전해볼 수 없었던 것을 몸소 체험할 용기를 냈던 여자였다. 자신이 선택한 대로 사랑하고, 욕망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는 것. 그녀는 그 길을 끝까지 좋았고, 그 결과 아이를 낳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를 그는 경탄해마지않았다. - P2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