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의 2번째 읽은 책은 알렉산드로 푸쉬킨의 눈보라 이다. 원래 제목은 ˝벨킨 이야기˝라고 하나 이 책에 수록된 ˝눈보라˝를 표제작으로 해서 출판되었다. 나처럼 푸쉬킨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눈보라˝라는 제목이 더 좋을수도 있겠다. 파랑색 표지도 눈보라와 어울리고.

푸쉬킨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그래도 러시아의 대문호인데, 처음이라는게 나의 짧은 독서를 말해주는 것 같다 ㅜㅜ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만 찾아읽는 바보같은 나...) 이번 기회로 그의 소설도 찾아봐야 겠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장바구니에 들어있다 ㅎ)

책은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눈보라와 역참지기가 특히 좋았다.

눈보라는 세 남녀의 엇갈린, 하지만 극적인 만남을 그린 작품인데, 결말 부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눈보라로 덮인 숲의 묘사와 이곳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결국은 사랑도 놓쳐버린 블라디미르의 묘사가 좋았다. 그의 안타까움을 말과 행동에서 잘 느낄 수 있었다.

역참치기는 하층 계급으로 살아가는 아버지가 그의 전부인 딸을 귀족 장교에게 빼앗기는 이야기이다. 딸이 불행해질 거라 생각한 아버지는 딸을 데려오려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딸을 알게되고 혼자서 역참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혼자서 쓸쓸하게 떠난다. 읽고 나서 그의 심정과 딸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신분에 따른 차이가 행복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게 맞는건지, 부모를 버린 자식이 행복하게 사는게 맞는 건지도.

녹색광선 1번째 읽은 책인 피츠제럴드의 ‘행복의 나락‘이 매운맛(우울한) 이라면, 푸쉬킨의 ‘눈보라‘는 순한맛 이라 할 수 있겠다. (눈보라에 있는 모든 단편이 그런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요새 어두운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런 순한맛의 책이어서 좋았다.

녹새광선 시리즈 수집하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 ㅋ 이런 양장본 좋다.

(이건 이번 주말에 읽기를 목표로 한책)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 2021-03-12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눈보라>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네요. 주말에 저렇개 많이 읽으시다니요! 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1-03-12 22:20   좋아요 3 | URL
계획은 계획일 뿐입니다 ㅎㅎ즐거운 주말되세요^^

미미 2021-03-12 22: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푸쉬킨은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ㅋ 책이 예쁘기도 해서 샀는데 ‘눈보라‘ 참 놀라웠어요!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 이후로 <예브게니 오네긴>을 오디오북으로 초반만 들었는데(성우들이 녹음한 무료 어플)아주아주 기대되더라구요.^^
밀린책이 많은데 생각나 마저읽고싶네요.ㅠㅠ

새파랑 2021-03-12 22:23   좋아요 3 | URL
예브게니 오네긴은 바로 읽어봐야겠네요^^ 밀린책은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거 같아요ㅋ

붕붕툐툐 2021-03-13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랑님 완전 책 많이 읽으시네요~ 멋쪄멋쪄!!👍👍👍

새파랑 2021-03-13 00:19   좋아요 0 | URL
재미있다고 하는 책만 찾아읽는 수동적인 독자 입니다 ㅋ

scott 2021-03-13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눈보라는 새파랑님을 위해 출간된 양장본인것 같아요

새파랑 2021-03-13 00:20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파랑색에 양장이어서 마음에 듭니다 ^^

잠자냥 2021-03-13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요즘 재미난 책 많이 읽으시는 것 같은데, 시간 나시면 이 책 꼭 한번 읽어보세요. 후안 마르세,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창비). 정말 추천합니다.

새파랑 2021-03-13 10:39   좋아요 2 | URL
이런 추천 정말 좋은거같아요 ㅎㅎ 바로 장바구니로^^

coolcat329 2021-03-14 13:23   좋아요 2 | URL
아 저 떼레사 사놨는데 올해 꼭 읽어야 겠어요.

coolcat329 2021-03-14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참지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순한맛! 너무 적절한 표현이네요~~

새파랑 2021-03-14 13:46   좋아요 0 | URL
비슷한걸 좋아하신다니 왠지 뿌듯하네요^^

새파랑 2021-03-14 13:54   좋아요 0 | URL
저는 떼레사 담주에 구매해서 읽을려고 생각중입니다~(생각만..)
 

안젤라의 캐릭터가 매력있다.

마르트노프카는 고령화가 진행되어 하나둘 죽어 가는데 바다는 항상 똑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늘의 달빛만이 바다를 동요시킬 뿐이었다. 젊은이들은 높은 지대에 펼쳐진 바닷가에 모여들었고, 바다는 늘 똑같은데 사람들은 매번 바뀌었다.

(바다를 표헌하는 문장은 늘 좋다.) - P29

뭔가를 더 빨리 얻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해. 사람들이 들어 오라고 문을 여는 순간 너는 창문으로 들어가렴.

(정확한 표현이다. 이해됨 ㅋ) - P30

그녀 앞에는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빛나는 목표가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멋진 표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헤밍웨이 밑줄긋기) - P42

안젤라는 잠시 생각한 뒤 안나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무료함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녀는 킬리만자로의 눈 같은 목적도 없이 브론스키만 의지했던 것이다. 브론스키는 그런 그녀를 부담스러워 하고 그녀도 그런 자신이 싫었지만 다른 출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안나 카레니나 ㅋ) - P44

이를 테면 도스토예프스키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서 어떤 감정을 찾아 밖으로 끄집어낸다. 그러고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병적인 상상력을 말이다.

(와 내가 생각했던, 말로 표현못한 도스토예프스키 설명. 공감) - P45

인간은 어린 시절, 유년 시절,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서 쇠퇴기로 향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어요. 그 후에는 자신이 차지한 공간을 비워 주는 거죠.

(아직은 나는 인생의 황금기라 생각한다. 생각하고 싶다 ㅎㅎ)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금방 읽어 버렸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 P73

그녀는 여기서 알렉세이를 기다려야 했딘. 그녀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는데 왜 그런지는 본인도 몰랐다. 하지만 젊은 시절 우리들의 철부지 장난에 수반되기 마련인 두려움이야 말로 그 장난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했다. - P1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사다 지로의 겨울이 지나간 세계를 읽었다. 읽기 전에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책의 내용을 정말 임팩트 있게 표현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퇴임식 후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의식을 잃은 65세의 ‘마사카즈‘를 중심으로,

그를 사랑하는 실제세계의 가족, 친구들의 현실 이야기와,

오래전에 해어진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마사카즈‘ 옆에 누어 혼수상태에 있는 ‘가쓰오‘ 가 등장하는 ‘환상(심연?)‘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그려진다. ‘환상‘이라고 표현하는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북플님 리뷰(줄거리가)가 너무 잘 써있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ㅎㅎ

주인공인 ‘마사카즈‘는 출생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계열사 임원으로 퇴직하는 날까지 성실히 살았다. (그런데 퇴임식날 쓰러지다니ㅜㅜ 건강이 우선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지신의 괴로웠던 과거를 지우려고 하고,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을 가지며, 먼저 떠나보낸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았다.

하지만 쓰러진 후 그는 현실세계에서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그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며,

환상세계에서는 (나이에 따라 변하는) 어머니와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면서 어머니가 왜 그를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되고,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아름답게 그린 마지막 6장 ‘흔적‘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인, 먼저 떠난 아들 하루오가 아버지(마사카즈)에게 백살이 된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싶다고(백살까지 살아달라는 이야기), (현실세계로) 잘 다녀오라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현실세계를 넘어선 영혼이 있는 환상세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의 육체는 단지 영혼을 담은 그릇일 뿐이고. 그래서 먼저 떠난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좋을텐데.

혼수상태의 ‘마사카즈‘가 환상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의 상상이 아닌 진실이길 바라며,

또한 그가 깨어났을 때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가 아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 있는 (겨울이 지나간) 현실 세계이길 바래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3-11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읽고 싶네요!

새파랑 2021-03-12 00:13   좋아요 2 | URL
잔잔하고 좋아요. 나쁜사람들이 안나옵니다^^

mini74 2021-03-11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새파랑님 이건 읽어라! 읽어야 하느니라 는 계시인거죠 *^^*

새파랑 2021-03-12 00:14   좋아요 2 | URL
전 평점을 막 퍼줘서 믿으시면 안됩니다 ㅜㅜ

demianee 2021-03-12 0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본 작가예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1-03-12 00:30   좋아요 1 | URL
저도 이분 책 많이 본건 아닌데 읽으면 잔잔하고 좋습니다^^

scott 2021-03-12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나랑 비슷 평점 별 가득 색칠하는 1人 ^,^

새파랑 2021-03-12 00:32   좋아요 2 | URL
스콧님 리뷰 보고 우선읽었는데 ㅎㅎ 완독한 책은 애착이 가서 별을 낮게 주기 힘든거 같아요ㅜㅜ
 

다 읽고 나서 주위사람들을 돌아보고, 후회없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워하지도 말고.

목욕만이 아니야. 요즘은 툭하면 당분을 줄여야 한다, 염분을 줄여야 한다, 칼로리를 줄여야 한다...참 한심한 세상이 되어버렸지. 맛없는걸 먹으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진 않네만.

(완전 공감한다. ㅎㅎ) - P211

죽음은 허무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도중에 시간에서 해방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겨우 몇분일 지라도, 죽는 사람에게는 수십년이나 또 하나의 인생이라고 할 만큼, 아니 영원으로 여겨질 만큼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정말 그렇다고 믿고 싶다.) - P241

사람과 해어진 뒤의 기분은 그런 법이다. 상대가 애인이든 친구든, 한순간의 이별이든 영원한 작별이든,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것이 분명하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다. 그런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 P258

아버지와 고지마 씨가 남이 아닌 경우를 상상해 보았지만 의외로 시시했다. 남녀의 끈적끈적한 이야기는 하나도 재미가 없다. 그보다 남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로맨틱 하지 않은가. - P305

우리는 너무 어렸고,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예감으로 인해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했다. 과거도 미래도 말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만을 확인하면서, 인간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인 꽃이나 곤충처럼 순수하게 서로를 갈구했다.

(그랬었던 적이 있나 생각해 본다.) - P330

당신을 미워하지 않인. 그러니까 당신도 뒤돌아보지 마.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에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니까. 나도 당신도 행복해져야 해. 누가 봐도 최악의 선택이지만 우리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이 어찌할 수 없는 밤을, 적어도 우리밀의 성스러운 밤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이 찡했다. 어쩔수 없이 소중한 걸 버릴수밖에 없는 사람과, 결국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사람.) - P4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