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멋진 문장이 많이 나온다. 이런게 하루키적인 감성?이기도 하고. 그래서 읽고 있으면 손을 놓을 수 없다.

Pretend you‘re happy when you‘re blue, It isn‘t very hard to do.
(Pretend 를 다시 찾아 들어 봐야겠다. 이 책에는 안나왔지만 A summer place도)


그녀에게는 주위 사람들에게 가벼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요컨데 ‘아 이 아이에게는 쓸데없는 애기를 할 수 없다‘ 와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뜻이다. - P16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일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돌이킨 수 없는 일이잖아. 이만큼 와벼렸으니 이제와서 뒤로 되돌아 갈 수 없잖아. 그렇지?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 P25

서로 손을 잡고 있었던건 기껏해야 10초 정도에 불과했지만 내게는 그것이 30분 정도로 느껴졌다.

(손을 잡는다는 것의 의미) - P27

그리고 나는 오랜동안 그녀에게 내 마음속의 특별한 부분을 열어두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를 위하여 그부분만을 남겨두었다. 시마모토와 만나는 일은 이제 두번 다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출간된 "여자없는 남자들" 단편집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 아주 멋진 문장이 나온다. 단편 제목은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 - P30

"왠지 요즘, 이따금씩 껍데기가 없는 달팽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겁나"
"왠지 이따금씩 물갈퀴가 없는 개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P45

장소가 바뀐 것만으로 시간이나 감정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 P60

나는 그걸 제대로설명할 수 없고, 또 설명하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더이상 묻지 말아줘. 너도 네 눈으로 직접보면 알 수 있을거야.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 해. - P126

모두 점점 사라져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떤 것은 끊어져 버린 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떤것은 시간을 두고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사막뿐이다. - P128

"난 그 옛날의 너를 아주 좋아해서 지금의 너를 만나 실망하고 싶지 않았어" - P143

그녀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떤 유의 말은 언제까지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남는 법이다. - P158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는 원상회복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건 그때 그 장소에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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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장편 다시 읽기 5번째 시작.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지만 (일단 표지가 안예쁘다ㅜㅜ)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루키 작품중에 재미 없는게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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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1-02-20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몰표합니다 ㅎ

여흔 2021-02-20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 제일로 치는 하루키 장편소설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ㅎㅎ

미미 2021-02-20 13: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단편모음도 괜찮은데 역시 인지도는 낮은 <반딧불이>중에서 ‘반딧불이‘는 특히 잘썼는데 영화 <버닝>의 원작이예요. 장편이었음 좋았겠다 하고 아쉬웠어요^^

새파랑 2021-02-20 1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ㅜㅜ 제일 안좋아 하는 작품을 꼽는게 쉬울꺼 같아요 ㅎ
제일 많이 읽은 책은 ˝상실의 시대˝ 인거 같고, 즐겁게 읽은 책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태엽감는새˝이고, 추천하는 책은 ˝해변의 카프카˝, ˝1Q84˝ 이고... 다 비슷하실듯 ㅋ
너무 어렵네요

새파랑 2021-02-20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편도 엄청 좋습니다!!
(에세이는 저는 상대적으로 안땡기더라구요)

mini74 2021-02-20 1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양사나이가 나오면 참 좋더라고요 *^^*

scott 2021-02-20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 표지 (˃̣̣̥᷄⌓˂̣̣̥᷅)

여흔 2021-02-20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ㅎㅎ
 

기 드 모빠상 단편집. 정염에 관한, 강렬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의 짧은 단편들.

머리채는 ˝두 친구˝에도 실려 있는데, 다시 읽어도 몽환적이다.

팽귄북은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세트로 살껄 후회중)

그녀의 흐릿한 시선은 멀리 전원 지역으로 끝없이 내닫는데, 광막한 숲을 지나 젊은 날의 정경들을 뒤쫓는 듯 하다. - P8

착한 신께서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주셨고, 그것이 삶의 유일한 매력이야. 그 사랑에다 우리 인간이 사랑놀음을 가미하였으며,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도락이야. - P10

우리의 삶에 있어서 진정 좋은 것은 오직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사랑이란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망가뜨려서, 종교의식처럼 엄숙한것, 혹은 옷처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것으로 변질시켰어.

조심해라.. 가엾은 아가. 내가 만약 그따위 미친 소리들을 믿는다면 너는 큰 불행에 빠질 것이다. - P13

그런데 이제 그런 일이 벌어졌어. 사랑도, 어떠한 이유도 없이. 단지 어느 날 밤, 뤼쎄른느 호수 위에 달이 떴기 때문이야.


경치가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서로 포옹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해요. - P17

그것 봐, 언니,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남자가 아니고사랑 그 자체야. 그리고 그날 밤에도, 언니의 진정한 연인은 달빛이었어! - P20

어쨌든지, 그녀는 너무나 손쉬운 이상을 추구하였고, 너무나 원초적인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너무 소박한 것을 원하였어요. 멍청한 여자임에는 틀림없어요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그녀가 행복했는데. - P31

그녀의 정염이 격렬했던 만큼, 그녀의 잘못도 용서할 만하다고 하였다. 극단적인 감정들이라는 것은, 그 격정으로 인해 영웅적으로 변하며, 따라서 그 속에 내포된 단죄받을 것들도 항상 용서받는 법이다. - P39

그 이후 저는 해마다 이곳에 옵니다. 그리고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되, 저 사람 앞에서는 죄인처럼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며, 그가 항상 저를 용서하는 것 같습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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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읽었지만 여운이 정말 많이 남는다. 최근에 읽은 책중에 가장 좋았다. 별이 10개 만점이면 10개. 닐의 시점을 중심으로 읽었는데, 메리언의 시점으로도 다시 읽어야겠다. 아름다운 포레스터 영지가 그려지고, 부인의 평범하지만 굴곡진 인생에 마음이 아팠고, 오랜 시간 후의 닐의 감정변화에 공감이 갔다. 마지막은 해피 앤딩이라 하고 싶다.

창틀로 몸을 기울였다가 일으킨 그 짧은 사이에 그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잃었다. 이슬이 미처 마르기도 전에 아침이 망가졌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모든 아침도 망가졌다고ㅈ그는 씁쓸하게 되뇌었다. 그의 삶에서 꽃처럼 피어 있던 존경심과 충성심이 끝장난 날이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었다.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꽃의 신선함처럼 영영 사라졌다. - P102

안타깝게도 그건 아름다운 꿈일 뿐이에요. 그래도 우리 계속 꿈을 꾸기로 해요. - P113

내가 없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 P114

그의 가슴을 싸늘하게 식히는 그 의혹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을까? 그날 아침 그가 장미꽃을 내던진 그 진흙탕 속에? - P117

예의를 중시하고 의리에 목숨을 걸던 이들은 공격에는 강했지만 방어에는 약했고, 정복은 할 수 있되 정복한 땅을 지키지는 못했다. 그들이 일구어낸 드넓은 영토의 운명은 이제 평생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 P125

자기가 아직 젊게 느낀다는 등 이야기를 여자들이 할 때는 그들 안에서 무언가 부서졌다는 뜻이 아니었나? - P146

그는 그녀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예상하며 각오했었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녀의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장난스러우면서 다정하고 친근한 그 목소리는 다소 의례적인 말도 따뜻하게 감싸고 진부한 표현조차 오팔처럼 다채롭게 빛나게 하는 유쾌한 열정으느 듣는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 P154

인생의 평화로운 끝자락에 다다른 대령과 시간을 보낼수록 닐은 대령이 포레스터 부인을 어쩌면 그녀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알기에 대령은 그녀를 아꼈다. - P165

마치 무언가를 털어 버리려는 양 손끝으로 이마를 쓸어내렸다. 그녀가 털어 내려는 것이 과거일까 혹은 현재일까.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 P191

닐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고 그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기 까지 몇년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에, 그녀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모르게 되었을 때, 그녀가 돌아왔다. 환히 빛나는 아련한 기억으로. - P196

그러나 그녀에게는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훨씬 사랑스러운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한 송이 꽃의 향기가 달콤한 봄을 연상시키듯.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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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토니아 처럼 풍경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가 정말 좋다. 스윗워터의 포레스터 타운에 온 기분~ 여기가 아닌 스윗워터에서의 겨울은 지낼만 할 듯 하다. 그리고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진 포레스터 부인까지 좋다. 아껴서 읽어야 겠다.
(표지 일러스트와 책에서 표현한 이미지 사이에 약간 괴리감이 든다...)

그녀는 여름과 함께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즐거움이었다. - P40

사람이 날마다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 있으면 결국에는 이루게 될 거라는 겁니다. 네 마음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일을 결국 이룰거야. - P67

포레스터 부인이 있는 곳에 지루함은 존재할 수 없다고 닐은 믿었다.

그 매력은 그녀의 눈에서 반짝이는 빠른 이해력과 목소리 본연의 생기에서 발산되었다. - P84

그가 몹시도, 몹시도 무료하고 만사가 지겨워 졌을 때, 그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그 부인의 웃음소리를 다시 한번 들을수만 있다면 자신이 즐거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곤 했다. - P86

그들은 정문을 조용히 빠져나가 갓 내린 눈 맛이 나는 차가운 공기 속으로 들어갔다. 눈에 묻힌 타운 위로 파르스름한 빛과 장미빛이 선명한 아치를 그리며 서녘 하늘을 물들였다.

(눈 맛이 나는 차가운 공기라니~) - P92

이따금 그는 자신이 그녀를 알고 지낸 이래 그녀가 누릴 수 있었던 삶과 실제로 그녀가 선택한 삶을 비교하곤 했다. 바로 그 차이에서 그녀의 가장 미묘한 매력이 샘솟았다. 자신이 준수하는 관습을 한껏 조롱함으로써, 그녀는 모순이라는 마력을 물려받았다. - P94

이슬을 머금고 고개를 떨군 풀을 헤치며 나아가다 보면 무릎까지 젖었다. 둥글게 이슬이 맺힌 설악초가 차가운 은빛 이불처럼 습지를 덮었고, 스왐프 밀크위드에서는 산딸기색 꽃이 납작하게 무리지어 흐드러졌다. 신선한 아침 공기와 보드라운 하늘과 이른 새벽의 이슬에 젖어 은은하게 빛나는 풀과 꽃에서 거의 종교적인 순수함이 느껴졌다. 살아 숨쉬는 모든 것에 평온과 생복이 깃들어 있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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