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사회의 특별한 조건1-경직된 학교, 학교 폭력


[질문]


저 스스로 우울증을 치료하기위해 긍정적인 책도 읽어보았고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조언이 적혀있는 글도 많이 읽어보았지만, 우울증이라는 게 쉽게 낫지를 않아서 이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저자신이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고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저 자신이 한심하다고도 느낍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저는 학업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미친 듯이 공부를 해왔었습니다. 제 마음속으로 '이런 것도 단번에 못 푸니?' 하는 식으로 항상 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이것으로 성적이 많이 올랐긴 했었음.) 그것이 처음에는 잘 먹혀들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저는 저도 모르게 가족들과도 말이 많이 없어지고 어색해졌으며, 친구들과도 옛날과는 사뭇 다르게 어색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해졌습니다. 그런 생각에 공부를 하려고하니 도저히 공부에 집중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 들어서 전교등수가 30등 가량 떨어졌고 다음시험을 칠 때마다 등수가 계속해서 내려갔습니다. 그때는 제가 노력을 아직 덜해서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보니 저는 더욱더 무기력감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시험점수가 자신에게 실망할 만큼 떨어졌음). 아침에 알람을 맞춰놔도 못 일어날 때가 많고 학교에 가서도 야자가 끝날 때까지 피로가 풀리질 않습니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도 정말로 친해질 수가 없는 거 같습니다. 정말로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무기력하며 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까지는 정말로 지금과 같이 이렇지 않고 친구들과 매일매일 만나는 것도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것도 행복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상황에서 옛날의 '나' 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때의 행복했던 날들 정말로 그립습니다. 그때는 정말 이렇기 않았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처럼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것이 인간의 삶으로써 얼마나 값지고 보람 있는 것일까요. 다시는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1. "다시는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참으로 폐부를 찌르는 절박한 말이군요. 공감해요.


2.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다.


"지금 상황이 잘못된 건가? 틀린 건가?"


잘못되고 틀렸다면 반드시 그 판단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답이 분명하군요. 성적! 그래요. 좋습니다. 그러면 그 기준은 누가 세운 것입니까? *** 님 자신인가요? 그래요. 좋습니다. *** 님 자신의 그 생각은 누가 일으켜준 것일까요? 그것 또한 *** 님 자신일까요?


아닙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 시절에 그런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지녔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강한 마음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무기력하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앞의 기준이 외부에서 왔다는 사실의 증거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성찰하지 않은 기준에 얽매어 "채찍질하며 미친 듯이" 달려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러면 그 때 그 기준에 대해 스스로 성찰할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 님 자신이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이 상황을 놓고 자기 자신을 꾸짖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처음보다 열심이 식은 것도 아니고 기준이 가혹해진 것도 아닌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거기에는 필히 그럴만한 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잘못되었다, 틀렸다, 생각하는 한 사태는 절대 호전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령 지금 전교 석차 100등이라 합시다. 그 사실 때문에 화가 나고 우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100등이어서는 안 돼. 나는 10등 이내에 들어야 해."


바로 이런 금지와 당위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10등 안에 들어야 하는 필연적인 근거가 있는가?"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지요.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소망이지 근거가 아닙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 님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저는 *** 님이 왜 필명을 ***이라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도 잘 아시겠지요.


그러나 소망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절망한다면 이 세상에 과연 살아남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성공한 사람이 나중에 되돌아보며 이른바 사후논리로 미화한 긍정의 위대함은 많은 경우 허깨비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소망하는 대로 된다는 것보다 노력하는 대로 된다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더 이치에 맞습니다. 왜냐하면 내 노력의 주관성이 언제나 결과의 객관성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지요. 노력과 결과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어 개인이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그래요. *** 님의 우울한 마음, 공감 백만 제곱, 그대롭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격화된 것입니다. 심호흡 크게 하고 다시 한 번 제가 드린 말씀을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렇구나, 그렇다, 그랬어. 있는 그대로 현실에 귀 기울이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순간 평화와 안식이 찾아올 것입니다.


3. 근거 없는 비현실적 기준, 그것에 얽매인 미래 지향적 질주가 부질없는 일이듯 과거의 황금시대를 그리워하는 것 또한 허망한 일입니다. 잠시 그 퇴행이 아픈 현실을 위로해주긴 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다시 눈 뜨면 현실입니다. 고요한 마음으로 그 현실에 온전히 귀 기울이세요. 그러면 온갖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4. 끝으로 그야말로 현실적인 말씀 한 마디 드립니다. 이 문제를 부모님과 깊고 진지하게 의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전문가와 깊이 있게 상담하도록 권합니다. 굿 럭!


2009년 여름 고2 여학생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학교 성적, 대학 진학이 아이들을 얼마나 괴롭히는 독한 스트레스인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세상 어디에나, 성공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젊은 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공통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런 보편성을 가지고는 도대체 설명할 길 없는 기형적인 풍경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른바 일류대를 가기 위해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식한테 신경깨나 쓴다는 엄마들의 때 이른 “극성”은 점점 이 시기를 앞당기게 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죄책감 생겨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드는 불가항력적 흐름이 이미 생겨버렸습니다. 자식을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 문화가 애 저녁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살피고 돌보아준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낭만”이 되고 맙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붙여서 어찌했든 일류대를 보내 놓으면 나머지 인생이 그 학벌을 따라 흐르므로 자식 위해 할 노릇의 기본은 다했다고 생각하려면 무지막지하게 밀어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이 와중에서 아이들은 정서를 다치고, 발달의 심각한 불균형을 겪게 됩니다.


웬 과목이 그리도 많습니까. 도대체 이런 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허접하고 지엽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심지어 수학이나 논술도 암기과목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물색없는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공교육 기관의 교사들은 자신의 의무를 포기한 채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몰려가는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현상을 정부가 모를 리 없음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또 있을까요.


교육을 관장하는 정부가 그 미래주체들의 우울증과 죽음에 손을 놓고 있는 “어이 털린” 나라. 이 땅에 태어나 자라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횡액인 나라. 저 또한 고등학생인 딸아이를 두고 있는 아비이기에 절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내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와락 겁이 납니다. 새벽 같이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그 어린 가슴 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목이 멥니다. 


이렇게 깊이 병들어 가면서 다니고 있는 학교. 이 학교 자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교라는 사회, 그 제도가 이상하리만큼 극도로 보수적인 집단으로 고착된 지 오래입니다. 아마도 식민지, 군정을 거쳐 군부 통치를 겪으면서 굳어진 폐해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 학생 인권 조례가 제정되는 등 일단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부작용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이들 상호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학생폭력이나 이른바 왕따 문제가 그것이지요.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중3의 한 여학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심하게 왕따를 당했습니다. 진짜 아무 이유 없이요. 제 물건을 훔쳐가고, 제 뒤에서 "잰 죽었으면 좋겠어. 왜 사냐?" 막 욕설을 하고요.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1학년 때 친구가 6년 친구입니다. 중학교도 초등학교 친구들이고요. 4학년 때도 어김없이 왕따를 당했고요. 이제 5학년 되니 저하고 다른 애들을 왕따 시키더라고요? 저와 왕따 당하는 애랑 놀면 갑자기 다른 애를 왕따 시키고. 그래서 간신이간신이 6학년 땐 단짝도 생기고 친했죠.


중1때 다른 학교에서도 애들이 조금씩 오거든요. 근데 저희 학교가 유일하게 수가 많아요. 어느 한 학교는 폐교 되서 2명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다 같이 친해지자는 의미로 제가 폐교된 애들하고 놀게 되니깐. 제 초등학교 친구들이 "헐, 재 왜 그러냐?, 너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 뒤로 폐교된 친구 한명하고는 단짝이 되서 개랑 다니게 됐는데 저랑 걔가 지나가기만 하면 "재 머리 봐봐, 양말 봐봐."등등 자꾸 트집을 잡더군요.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별 수 없더군요.


이학년 때 저 혼자 2반이 되었어요. 근데 1학년 때 단짝은 이제 제가 없으니깐, 자기 초등학교 애랑 놀더군요. 1학년 때 단짝이 막 저를 왕따를 너무 자주 시켰어요.

제가 2반인데 2반인 애들이 1학년 때 괴롭힌 친구들이였거든요? 그리고 갑자기 2학년 올라오니 애들 눈빛이 달라졌고요. 갑자기 패가 갈라졌어요.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도 말도 안 걸어주고 완전 왕따였죠. 말 그대로 거기서 막 남자 한명이 “어 재 웃는다. 왜 웃냐?” 라는 둥 별 트집을 다 잡거군요. 그래서 너무 힘든데 거기가다 단짝이 절 왕따 시키고 둘이 같이 다니더군요. 그러면 전 매일 같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하고 다시 다니면 또 왕따를 시키고 전 다시 사과하고....... 이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결국엔 제가 물었어요. "너 왜 나 자꾸 왕따 시키냐?" 물었더니. '"나 너 왕따 시킨  거 맞다." 자기 입으로 말하더군요. 그래서 개한테 화도 못 내고 혼자 학교 화장실에서 울고 혼자 다니고 1년이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한바가지가 나옵니다. 그칠 줄 모르고요. 너무 기분이 너무 다운 되서 병원에 가봤더니 우울증이라는.......그래서 지금까지 약을 복용 하고 있어요.


3학년 때는 같은 반인데 불구하고 아예 저랑은 안다닙니다. 계속 왕따죠. 저는 1학년 때 단짝이 너무 싫습니다. 죽이고 싶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왜 절.......그리고 너무 싫었던 것은 2학년 때 담임 이 계속 저보고 애들 보고 다가가라고 해서 무서움을 참고 다가갔는데 결국엔 싫어하더라고요. 홈피에 와서 악플까지 써놓고 너무 생각하기 싫은 기억입니다.


진짜 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지쳐서 눈물이 안 나와요. 우울증에다가 불면증까지 겪고 있답니다. 불면증은 작년에 부터 있었는데 그냥 병원에 안 갔죠. 별거 아닐 거 같아서. 요즘 일주일에는 불면증 완전 심해졌습니다. 낮과 밤의 활동이 바뀌었습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돌아다니고....... 요즘 일주일은 밤을 샌 적이 2~3회됩니다. 잠자리에 들려면 한 시간 이상은 눈이 떠져있어요. 그리고 학교만 생각하면 죽고 싶고 회피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교, 친구, 집 생각하면 죽고 싶고, 불면증이 슬슬 옵니다. 낮에도 활동하는데 밤에는 잠이 하나도 안 오죠.


거기다가 제가 또 장염을 앓고 있습니다. 이제 곧 병원에 가려고 합니다. 저 어떡하면 될까요? 정말 어떡하면 이 상황을 견뎌내지요? 너무 힘든 나머지 매일 거의 자살생각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쉽게 우울증이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네요. 이제 벌써 4개월 동안 복용합니다. 정말 전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답변]


1.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난감합니다. 이 고단한 어린 영혼에게 어떤 말이 위로와 치유의 에너지가 될까.......


2.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인데 어째서 그 의사분하고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궁금하군요. 물론 신경정신과 의사들이 피상적인 상담만 하고 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깊이 있는 상담을 하시지 않은 것 같아 드린 말씀입니다.


약만 먹고도 마음의 병이 다 고쳐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병은 삶의 한 가운데서 일어난 것이므로 삶이 변화해야 고쳐집니다. 그 변화는 상담을 통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상담치료를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3. '왕따' 당하는 현실은 물론 그것을 통해 심각하게 상처를 입는 마음의 깊은 곳에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자긍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지, 무엇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거기서 근본적인 치료가 시작될 것입니다.


'왕따' 당해서 우울증이 생긴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우울증적 소인을 안고 살아왔기 때문에 '왕따' 당했거나, 당했다고 느낄 수 도 있습니다. 이 가능성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상담치료가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턱대고 항우울제, 수면제를 주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지요.


우울증이 어려운 병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4개월 동안 약 먹어도 안 낫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치료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엄청난 상처 때문에 반응성우울증에 걸린 한 젊은 여성이 한 달 가량의 치료로 행복한 삶을 되찾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희망적으로 생각하세요.


4. 사는 곳이 시골이라 하셨는데.......쉽지는 않겠지만 부모님과 상의하셔서 어떤 경로를 통하든 상담치료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힘!


이 소녀는 그 뒤 직접 연락이 되어 ‘놀토’에 서울로 올라오게 해서 치료비를 받지 않고 밥까지 먹여 가며 몇 차례 상담을 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 이것은 결코 대책이 아닙니다. 지금은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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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는 왜 우울할 수밖에 없나요?


(1) 보편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질문]


제가 중2때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학교에서 우울증이나 심리상태 검사를 하면 항상

다른 애들보다 높게 나왔어요. 근데 엄마는 그냥 사춘기라서 그런 거라고 다 크면 나아질 거라고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저 정말 힘들어서 중3때부터 자해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거 보고 아빠는 차라리 죽으라고 혼내기만 하고 엄마는 하지 말라고만 하네요. 아빠는 제가 정말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걸로 엄마아빠 협박하려고 그런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자꾸 공부만 하라고 하면서 제가 스튜어디스한다고 일본어 배운다고 하면 그걸 네가 어떻게 하냐면서 학교공부나 좀 열심히 하라고 하고 제가 피아노를 치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정말 잘 친다고 칭찬 듣는데 부모님한테는 한 번도 칭찬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유일하게 잘하는 것도 요즘에는 계속 안치고 있고 너무 짜증도 심해진 거 같고 성적도 자꾸만 떨어지고 너무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정말 어떻게 고치고 싶은데 자꾸 심해지는 것 같아요. 자해하는 건 엄마아빠가 알고 못하게 하는데도 자꾸 슬퍼지면 생각이 자꾸 나고....... 너무 힘드네요. 이러면 불효라는 거 아는데도 자꾸 죽을 생각만 하고 있어요. 저 진짜 어떡하죠? 정말 집에서 인정받고 살아가고 싶은데 집에만 가면 동생이랑 비교하면서 항상 무시당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해요. 저 그때마다 정말 차라리 이렇게 살 거면 죽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생각 들어요. 정말 힘들어요.


[답변]


허, 이것 참.......

요즘 들어 청소년들의 절규가 부쩍 크고 가깝게 들리는데

정작 실제로 치료 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렇게 온라인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것에서 한 발짝도 더는 못나가니

그저 안타깝고 민망할 따름입니다.


청소년들이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고통을 호소할 때

부모가 보이는 정형적인 반응을 여기서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사춘기라 그래 시간 지나면 절로 괜찮아진다.......

그러니 공부나 열심히 해라.......

네 동생을 봐라.......


설혹 사춘기 현상이라 하더라도

일상이 무너지면 상담을 포함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감기 걸렸다고 하면 감기약은 사다주면서

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버텨라, 공부나 해라 하는지, 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우울증 여부를 떠나서 사춘기 현상도 일종의 질병입니다.

마치 갱년기증후군과 같이 말입니다.

어른의 경우는 병이라 하고 청소년의 경우는 아니라 하는 것은

성인중심의 그릇된 사고의 소산입니다.


진실은 이러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리 흘러가지요.

진지하게 대화하고 어필해도 부모가 요지동인 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길은 없는 겁니다.

혹시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여 부모님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없는지

알아보면 어떨까요?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요.......


일단 급한 대로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말씀드립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자신에게 소리 내어 자꾸 말하세요.

그리고 그것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표현한 고통과 표현하지 못한 고통은 하늘과 땅만큼 다릅니다.

표현하면 그 고통은 곧 바로 치유의 길로 들어섭니다.

진지하게 들어주고 보아줄 사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스스로 그리 하시는 겁니다.

잘 안 되더라도 거듭해서 시도하세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독서도 큰 도움이 돼요.

성장소설 몇 권을 추천합니다.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 김려령의 <완득이>,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2010년 여름 중3 여학생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상담은 부모의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임을 전제하고 풀어나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해서 시간에 맡겨두면 자연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발생 자체가 어떤 보편성을 띠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우치지 않는 관점을 지녀야 하니까요.


[질문]


특별히 우울증에 걸릴만한 엄청난 상처를 받거나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너무너무 우울하고 괴롭거든요.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상처받고 힘들고, 예를 들어서 친구랑 싸우게 되면 그게 너무 두려워서 가슴이 답답하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까지 되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이 조금만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면, '역시난 이거밖에 안 돼. 이 사람은 날 좋아할 리가 없어' 하면서 계속 자기비하를 하게 되고....... 친구가 적은 편은 아닌데, 자꾸 혼자라고 생각하면서 답답해하고 울고

정말 너무 힘들어요. 조그만 문제라도생기면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져버리니까, 그걸 잊기 위해서 컴퓨터를 계속하고, 그러다보니깐 중독증상까지 생겼어요.

 

가족들에게 계속 짜증을 내고 소리도 자주 질러요. 또 한 번은 ‘과호흡증후군’ 때문에 학교에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어요. 근데 그게 정신적으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기진단을 해봤는데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나오고.


그런데 제가 직접 병원 가서 상담받기가 너무 두려운 게, 보통 우울증은 막 큰 상처가 있거나 아픈 기억이 있거나, 근데 전 그게 아니거든요? 정말 상처받는 일들도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사소하고 정말 별 거 아닌데도 전 아무 일도 못할 만큼 우울해지고 괴로워져버려요. 또 보통은 우울증이면 잠도 잘 못자고 식욕부진도 온다던데 전 그렇지도 않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정말 너무 힘들어요. 괴로워요.


[답변]


1. 마음의 고통은 객관적 표준에 따라 그렇다, 아니다, 정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것과 타인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요. 마음이란 본디 사건 자체가 아니고 '관점'이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해서 어떻다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플 만해서 아픈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해요.


큰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잠 못 자는 것도 아니고, 밥 못 먹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군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인도 그렇고요. 또한 원인이 굉장한 사건이면 우울증이 더 깊고 별 것 아닌 원인이면 우울증도 가볍고, 그런 게 아닙니다.


청소년우울증일 경우 성인과는 달리 분노조절 장애, 폭력성 또는 공격성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요. 물론 핵심적인 증상인 자기모멸, 즉 자긍심의 결핍은 공통된 증상으로 본인 스스로 이미 인지하고 계신 부분입니다.


2.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계/혼란의 시간입니다.


생애 최초로 존재하지 않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관념적 허무에 떨어지기 쉽습니다.


사유의 폭과 양이 커질 뿐만 아니라 몸도 걷잡을 수 없이 변하고 자라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모순 속에서 무력감, 절망감이 밀려듭니다. 이래서 작은 일에도 깊이 상처 받고 분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난 직후 급격하게 죄책감에 빠져들고 그것은 자기모멸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부모님을 포함한 주위 어른들은 대개 '어린 것이 무슨.......?'이라고 반응합니다. 결국 '아,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으로까지 치달아 가고 마는 것이지요.


3. 아주 이상한 일 아님을 아시겠지요? 누구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넉넉하게 하시고 지금의 자신을 따스하게 받아주세요. 그 다음 차분히 치료 받으시면 됩니다.


자, 심호흡 한 번 하세요. 그리고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가세요.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시고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세요.


"그래! 그래! 그래!"


2008년 여름, 이 또한 중3 여학생과 나눈 대화입니다. 보통 사춘기라고 말하는 이 시기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 낀 시간입니다. 그 때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생애 최초로 존재하지 않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관념적 허무에 떨어지기 쉽습니다.


사유의 폭과 양이 커질 뿐만 아니라 몸도 걷잡을 수 없이 변하고 자라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모순 속에서 무력감, 절망감이 밀려듭니다. 이래서 작은 일에도 깊이 상처 받고 분노하게 되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힘과 생물학적 몸은 빠른 속도로 어른이 되어 가는데 막상 사회적인 처지를 보면 여전히 “미성년자”의 틀에 묶인 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전혀 없습니다. 엄청난 모순이지요. 이것은 모든 청소년에게 주어진 보편적 숙명입니다.


그래서 보통 부모는 “남들도 다 그러고 사는데 왜 너만 징징대느냐?”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하지만 사춘기에는 누구나 그런다, 그러니 견뎌라, 하는 이 말은 매우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다음 경우를 예로 들면 그 말이 얼마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퍼하는 친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법 아닌가. 너무 상심하지 말고 견디게나.” 그야말로, 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보편적 현상에 대한 바른 이해란, 청소년기는 기본적으로 우울증이라는 조건을 깔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해주는 간단한 통계가 있습니다. 미국 것입니다만, 최근 45년 동안 우울증은 10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그 가운데 최초 발병의 90% 이상이 청소년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앞의 상담 사례에서 제가 말씀드렸듯, 엄밀하게 따지면 우울증 여부를 떠나서 사춘기 현상도 일종의 질병입니다. 마치 갱년기증후군과 같이 말입니다. 어른의 경우는 병이라 하고 청소년의 경우는 아니라 하는 것은 성인중심의 그릇된 사고의 소산입니다. 이를테면 사춘기증후군이라는 표현과 그에 부합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뇌 과학의 진실을 알고 나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즉 청소년기에 뇌는 전체적으로 재조정됩니다. 왜냐하면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모델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은 여성의 경우 25세 전후, 남성의 경우는 물경 30세가 되어야 끝난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의 뇌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 아이들이 무조건 반항하고, 폭력적이 되고, 우울증에 빠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 감정을 조절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 분비기 어른에 비해 40% 가량 줄어든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어른들은 이 문제를 아이들의 성격이나 윤리 문제로 처리합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무지입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일깨움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보편적 접근에서 보이는 성인들의 반응이 고통을 겪는 청소년 스스로 하면 약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의 한가운데 빠져 있을 땐, 나 혼자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짐을 지고 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 백만 제곱이지요. 하지만 심호흡 한 번 하고 주위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만 그러고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어? 전혀 안 그럴 거 같은 쟤도? 바로 이 지점에서 고통의 보편성을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자기 고통을 상대화할 수 있는 여백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새로운 생명 감각을 얻는 것입니다. 아, 내 고통은 세상 고통의 일부로구나! 그렇습니다.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참 어른으로 가는 기품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이거, 어른이 훈계할 문제 아닙니다. 훈계는 아이들의 염장을 지를 뿐입니다. 깨달음을 가로막을 따름입니다. 아이들의 심리적 현실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인정해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 그리고 흔쾌히 깨닫는다는 사실을 명심,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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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우울상태 얼마나 심각한가요?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우울증 끼가 있었던 거 같아요. 밖에서는 활발하고 명랑했지만 집에만 오면 모든 게 짜증났고요. 자살시도도 했었습니다. 무서워서 중간에 그만뒀었지만 매우 여러 번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2,3학년 때 특히나 심하게 자살하고 싶어 했고요. 최근 들어 갑자기 우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우울해서 제 자신이 너무 못나보여서 하루 종일 울었었어요. 그 다음날 되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옛날엔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겠고 물건 던지고 싶고 뭔가 부러뜨려야 성에 차고........또 화도 너무 자주 납니다. 짜증나고 신경질 나고....... 엄마랑 사사건건 부딪히고요. 몇 마디 대답하면 엄청나게 뭐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엔 엄마 역정 제가 다 받아주는데....... 이렇게 한번 싸우고 나면 갑자기 세상이 싫어지고 그냥 죽고만 싶고 어디론가 꺼지고 싶은 느낌입니다. 잠자기 전에도 이대로 침대 밑으로 꺼져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요.


그리고 3월 달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도 모르는 이유 없는 통증이 계속됩니다. 온몸에 통증이 있고요 진짜 아파요. 그러다가 또 기분 좋아지면 안 아파지고....... 가끔 어지럽기도 하고요. 과체중이고요.


또 제가 친구가 많은데 최근 인간관계가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다 때려치우고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상당히 많았어요. 성격은 그게 아닌데....... 제가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냥 그런 건지, 아니면 저에게 심각한 우울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가진단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나왔어요. 상담 드려요. 저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2008년 초여름, 고2 여학생이 올린 글입니다. 이 친구는 여러 번 자살기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치명적이지 않은 자해 정도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가벼운 자해라 하더라도 죽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심리적 상처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좀 더 객관적인 상황 이해를 통계자료로 제시해 보겠습니다.


통계자료(1) 


2010년 10월 15일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 공개된 2008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우울증상(2주 내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낌)을 경험한 중·고교생 비율은 38.8%로 나타났다. 또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중·고교생은 18.9%였다. 결국 중·고교생 10명 중 6명가량이 최근 1년간 우울증상을 경험했거나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상 경험 비율은 여학생이 44.3%로 남학생(34%)보다 높았고, 학년별로는 중1(34.2%)에서 고3학년(47.3%)으로 올라갈수록 크게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학생의 우울증상 경험 비율이 40.5%로 가장 높았고 대전 40%, 광주 39.7%, 전남 39.6%, 경남 39.4%, 경기·전북 39.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 비율 역시 여학생(22.9%)이 남학생(15.4%)보다 높게 나왔고, 학년별로는 중2학년이 19.5%로 최고치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20.1%, 광주·대전·전남 19.8%, 경기 19.7%, 충남 18.9% 등 순이었다.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학생은 전체의 4.7%였다.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중학교 400곳, 고등학교 400곳의 중1~고3 학생 총 7만5천238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통계자료(2)


중·고교생의 절반 정도가 ‘우울’ 성향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5명 중 1명은 ‘우울증’ 또는 ‘자살 생각’ 위험그룹에 속했다. 입시위주 교육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5월 5일 인천시 정신보건센터가 지난해 인천 지역 중/고교생(각각 1739명/391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우울 및 자살 사고의 심각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 중 46.5%가 우울 성향을 보였다. 이 비율은 중학생보다는 고교생이 높았다.


조사 대상 5653명의 학생 중 19.2%는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에 대한 정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살에 대한 생각의 척도를 묻는 설문에서는 ‘또래보다 자살 생각이 많다’는 경우가 전체 학생 중 8.7%였다. 이 중 심한 자살 생각을 보이는 비율은 3.9%로 나타났으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우울증과 자살 생각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810명의 학생에 대해 집중 검사를 한 결과 23.5%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중학생(33.2%)이 고교생(19.4%)보다 훨씬 높았다. 자살 생각에 대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 28명 중 자해를 시도한 경험은 46.4%, 과거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25%나 됐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재발성 우울증 장애 진료실적’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 수는 2004년 1038명에서 2005년 1143명, 2006년 1207명, 2007년 137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의 경우도 8월까지 집계된 인원만 775명이어서 연간 1400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자료(3)


10대 사망 원인 1위인 자살 건수를 보면, 2005년에 135명, 2006년에 108명, 2007년에 142명, 2008년에 135명, 2009년에 202명이다.


자살한 청소년을 학교 급별로 보면(2002년도) 고등학생 140명(69%), 중학생 56명(28%), 초등학생 6명(3%)이다.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 69명(34%),  우울증 27명(13%), 성적 23명(11%), 이성 관계 12명(6%), 질병/신체결함 7명(3%), 폭력/‘왕따’ 4명(2%) 순이다.


시기별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가장  많고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이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실제 상황은 이런 통계 수치보다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이런 유의 통계는 부풀려지기보다 진실의 일부를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런 추정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자살률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정치세력은 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자랑하지만 내실을 보면 이렇게 참담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문제의식과 대책은 개인 차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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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지금 죽어가는 거, 맞죠?



(1) 이걸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 해결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 괜찮다고, 이젠 즐기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아닌가 봐요. 여전히 남들에게 짐만 되는 거 같고, 남들에게 폐 끼치는 것만 같고, 난 뭘 해도 남들 발뒤꿈치도 못 따라 가고....... 맨 날 얻어먹는 건 친구의 짜증과 잔소리. 진짜 힘드네요....... 세상에 저 혼자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희 엄마랑 아빠는 제가 4살 때 이혼하셨어요. 이혼하시고 나서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오셔서 전 그분이 제 엄만 줄 알고 살았거든요. 근데 제가 초2가 될 때 아빠 카드를 1억인가 2억 정도 쓰고 도망갔어요. 그 후 엄마랑 다시 만나고 학교는 10번 정도 이사 다니다가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정착하구요. 그리고 5학년 때 확실하게 이혼하셨습니다, 두 분. 아빠랑 둘이 살고 있는데, 아빠가 굉장히 착하셔요. 착하셔서 그게 더 슬퍼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애들한테 거의 하루하루 매일 맞았어요. 싸대기에 종아리, 어깨, 주먹, 발차기....... 진짜 수도 없이 맞았습니다. 멍이 새파랗게 들 정도로, 선생님들이 때리는 것보다 훨씬 더 세게....... 엄마나 아빠에게도 그렇게 맞아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맞으면서 하루하루 공포로 살았습니다. 아빠가 굉장히 소심하시고 착하셔서 스스로 나서는 걸 꺼려하시고 뒤로 피하시고 그래서 제가 말씀 제대로 드리기도 꺼림칙해지고.......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6학년 때, 이제 막 중1 올라갈 때 풀려났거든요. 그리고  중1때 진짜 행복했어요. 진짜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때를 말하라면 중1 때를 말할 정도로 너무 행복했어요. 중2로 올라와서, 악몽이 다시 시작된 거죠....... 중2 끝나갈 쯤에 친한 친구에게 배신 맞고, 또 여기저기 맞고.......그러고 나서 칼을 들었거든요? 식칼을 들고 손목도 긋고 약도 30알정도 무식하게 삼켜대고....... 근데도 안 죽더라고요. 도중에 식칼로 심장 찌르려다가 무서워서 떨어뜨리고....... 전 진짜 인생 낙오자인가 봐요.


현재는 중3인데요. 친구고 뭐고 이제 친구 따윈 어떻게 되도 상관없어요. 아빠가 많이 아프셔요. 올해 53세이시거든요? 다른 애들이 볼 땐 할아버지죠.^^ 근데 어깨도 아프시고, 일하다가 많이 다쳐서 돌아오기도 하고....... 그런데도 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5학년 때....... 그 무서운 걸 전 못 이겨서, 공부엔 손도 못 댔고요. 지금까지 고등학교를 포기할까 도 수십만 번은 생각했어요. 자퇴 하고 그냥 알바나 하면서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볼까, 하면서 아빠 돌아가시면 저도 따라죽으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어요. 진짜 사람들한테 미움 받는 것도 너무 싫고 대인기피증에, 무대 공포증이 있거든요. 얼마 전에 노래 비슷한 것을 나갔는데 진짜 올라서는 그 순간에 다리가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정말 심각하게 떨리는 거예요. 다리가 너무 심하게 떨려 가지고 앞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정도로.......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은데 제 주변은 절 그렇게 안 둬요. 제가 죽으면 애들은 고소해 할까요, 안 그래도 전교에서 미움 받는 저인데 진짜 너무 힘들어요. 안 그래도 돈도 없어가지고 공부도 못하고 친구들도 이렇고 가정문제도 이렇고 건강문제도 이렇고....... 진짜 죽고 싶을 만큼 너무 힘들어요. 너무 죽고 싶어요. 각오는 되어 있어요. 근데 제 주변인들이 절 가만히 안 둬요. 죽고 싶은데 못 죽겠어요. 저 같이 쓸모없는 인간이 또 있을까요? 학교에선 그저 애들 내신이나 깔아주는 멍청한 년....... 진짜 살기 싫어서 너무 힘들어요. 이 우울증 치료 할 방법이 없을까요?


2009년 여름 올려진 글입니다. 한 마디로 “죽고 싶어도 못 죽겠어”서 이어지는 시간의 고통을, 16세 소녀가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네 살 때 마음을 다친 이후 거듭되는 상처로 이 소녀의 영혼은 몇 개의 화석으로 존재할 따름입니다. 지금 여기 생기발랄하게 자라고 있어야 할 16세 소녀 아닌, 상처 받을 때마다 거기서 성장을 멈춘 어린 영혼들의 화석이 이 소녀의 내면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화석은 흔적일 뿐입니다. 화석은 생명이 아닙니다. 이 소녀는 사실상 죽어 있습니다. 생물학적 생명도 시나브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연은 다르지만 울부짖는 아이들의 생명은 성장을 멈춘 채 그저 어떤 기능만 유지되고 있을 뿐입니다. 설혹 우울증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서 그 아이가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더라도, 전체적 인격이 자라지 않고 특정 기능만 발달하고 완성된 다음 멈춘다면, 그게 다라면, 그 아이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적어도 사람으로서 산다는 것은 결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무엇입니다.


그럼에도 부모는, 어른들은, 그들이 움켜쥔 이 사회는 한사코 아이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습니다. 일등, 일류대학, 대기업, 부자, 권력자, 유명 스타.......이런 것들만이 가치라고 세뇌하고 있습니다. 남을 짓밟고 죽여서라도 이런 것들을 누리는 것이 인간의 덕목이라 설교하고 있습니다. 그 누림이 곧 인격이라, 인간의 근본이라 훈계하고 있습니다. 그 틈새에서 우리 아이들은 병들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2) 인격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면 그건 죽어간다는 뜻 아닐까요?


참으로 물색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실 테지요. 그러나 의사로서, 특히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는 사실 만큼은 부인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모든 정신적 고통은 인격 발달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입니다.


인격은 한 사람이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하여 관계 맺을 때 풍겨 나오는 향기입니다. 그 향기는 내면이 꽉 들어차서 밖으로 넘쳐 나오는 것입니다. 참되고 착하며 아름다운 체취입니다. 그것은 돈으로 명예로 권력으로 취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지배 신념은 돈이, 명예가, 권력이 바로 인격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없으면 인격이 없는 것입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세속종교가 인간의 격을 파괴한 자리에 극단적 성공 프로세스를 가져다 놓습니다. 그 극단적 성공 프로세스는 극단적 기능을 추구합니다. 인격 발달의 균형을 무참히 깨뜨립니다.


아이들이 삶의 한가운데서 이런저런 상처를 받을 때,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흔들릴 때, 생명의 전체적인 관점을 통해 균형을 잡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어른들이 도리어 공부, 피아노, 노래, 발레, 골프....... 이런 기능으로 아이들을 내몰아버립니다. 어른이 되면 “그까이 꺼” 인격쯤은 다 저절로 된다고 부추깁니다.


하지만 이렇게 깨져버린 균형은 결코 저절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이 어린아이인 채, 화석인 채, 아니 죽은 채 기괴한 어른으로 변해 갈 따름입니다. 사실, 그 부분이 너무나 소중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살아 있으나 죽은 “좀비”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 악마적 문명의 가장 큰 희생으로서 우울증이 존재합니다. 그 우울증이 목하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맹렬한 기세로 덮쳐가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돈, 명예, 그리고 권력을 쥐는데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치명적 염증입니다. 그 염증은 이들을 더욱 깊은 자기모독의 늪으로 끌고 내려갑니다. 대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어떻게 이 치명적 염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인지.......


[질문]


정말 주체할 수 없이 우울해요. 우울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18살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는데, 처음에는 우울증인지도 몰랐어요. 학교 다니는 것, 일상생활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가는 것도 너무 싫고 친구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싫고 활동하는 것도 너무 싫고 그냥 모든 게 다 싫었어요.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친구들 보면, 이해가 안 갔어요, 신기하기도 했고요. "뭐가 저렇게 즐겁지?" 그러다가도 그런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저렇게 행복하면 좋겠다, 라고요.


도대체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느 것 하나도 즐겁거나 재밌지도 않고, 항상 기운이 다 빠져서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눈도 또렷하게 뜨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항상 눈에 힘이 풀려있었고, 모든 게 다 지겨웠고 회의감마저 들었어요. 정말 학교에 있을 때면 매순간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너무 우울해서 집에 가고 싶어도 10시까지 야자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공부에 집중도 못하고 10시까지 버텨내느라 힘들었어요. 고3때에는 너무 우울하다보니까 대학에 관심도 없었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모의고사 점수에 연연하지도 않았어요. 수능 전날도, 수능 당일 날도 저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선생님의 권유로 수시, 정시 합해서 13군데 대학에 원서를 넣었는데, 작년에 비해 수험생이 10만 명 정도 많아진 탓에 입시혼란이 일어난 거예요. 그래서 적정 하향지원이라고 했던 학교에서 다 떨어지고, 13군데 다 떨어지고, 결국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적어도 1군데는 붙고, 단계별 전형에서도 1차 합격은 다 한 번씩들 해봤는데, 그래서 면접도 보러가고 그랬는데, 저는 1차 합격조차 한 번도 못해봤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내신 성적도 조금 높고, 상향 지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절망감에 빠지고 좌절하고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나는 왜 이럴까, 구제불능이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자꾸 이렇게 힘들어지기만 하는 거지? 사는 게 너무 싫었어요.


학교를 안 다니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학교를 안다녀도 여전히 너무 힘들어요.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뭔가 응어리가 있는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럽고 찌뿌듯하고, 너무 예민해져 있고, 정신이 하나도 없고, 감정기복이 너무 심하고,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에도 항상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있고, 생각하는 대로 말이 딱딱 안 나오고,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속은 뭔가 우울하고, 매사에 의욕이 하나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사는 것 자체가 너무 귀찮고, 무엇보다도 매순간 기분이 너무 이상해요. 정말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우울해서 진짜 미쳐버릴 것 같을 정도예요. 기분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지금 재수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공부하는 건 하나도 안 힘들어요. 대학 간 친구들 부러워서, 대학 간 친구들처럼 놀고 싶어서 힘든 점은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너무 힘든 건, 이런 제 자신이 죽도록 싫다는 거예요. 우울해서 공부에 집중도 안 되고 의욕도 없고, 그런데 남들한테는,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서, 나약해 보일까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데, 그러는 것도 너무 힘들고 지쳐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정말 이런 제 증상들 다 치료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고, 또 내년에는 원하는 대학가서 즐겁게 대학생활도 하고 싶어요. 저도 꿈을 향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답변]


"정말 주체할 수 없이 우울해요."

우울감에 대하여 참으로 선명한 울림을 남기는 표현입니다.

천만 번 공감해요.

우선 따뜻한 가슴으로 그 마음을 ‘꼬옥’ 안아드립니다.


최근 2~3년 동안 일어난 일, 그리고

거기서 비롯한 마음의 움직임을 소상히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쓰셨다는 것 자체가 크낙한 축복이란 사실을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런 글쓰기가 바로 치유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또한

"저 좀 도와주세요."

이 한 마디는 ** 님이 그 누구보다 기품 있는 내면을 지녔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증명해주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도움을 청하는 일이야말로 매우 성숙한 사회행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 님은 이런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시는군요.

"내 자신이 증오스럽고 너무 싫었어요."

"이런 제 자신이 죽도록 싫다는 거예요"

"그냥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거듭되는 자기혐오, 듣는 사람의 심장마저 후벼 파버리네요.


아서! 그러지 마세요.

지금 현실을 슬퍼하고, 슬퍼하고 또 슬퍼하더라도

제발 스스로 꾸짖고 때리지는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상처가 나 있는데

그 상처를 다시 쑤시면 어찌 살 수 있겠습니까. 

자신에게 자비와 친절을 베푸시는 일부터 시작하세요.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꿈을 향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라는 희망을

말할 수는 없지 않나요?

있는 그대로, 어디든 쓸모 있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세요.


거울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세요.

"**는 **인 **다!"

그렇습니다.

그 누구의 **도 아닌 자신만의 **입니다.

하여, **는 그 누구보다 먼저 은아 자신의 연인이어야 합니다.

**는 그 누구보다 먼저 **에게 연애 감정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현존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요.

해석도 평가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지금 여기 자신을 지지해주세요.

틀린 것, 잘못된 것, 전혀 없습니다.

지금 여기 자신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점입니다.

왜냐하면 기준은 오로지 자기 기준, 즉

자기가 처한 현실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오른손을 들어 심장 위에 얹으세요.

그리고 다음 다섯 마디 말을 따라하세요.


하나, **야, 널 아프게 해서 미안해.

둘, 그런 나를 받아들여줘.

셋, 받아들여줘서 고맙다.

넷, 고마운 **, 사랑한다.

다섯, 사랑하는 네게 삶을 모두 맡길게.


밤에 잠들기 직전, 아침에 잠에서 깬 직후,

다정한 목소리로 한 번씩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적은 일상의 밖에서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혼자 힘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짐작이 갑니다.

자상하고 깊은 상담이 필요할 것 같군요.

함께 그 길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2009년 봄 제게 전해진 한 소녀의 죽음 같은 삶의 보고서입니다. 이 소녀의 삶, 인간으로서 그 품격의 표현은 오직 하나. 대학, 그것뿐입니다. 모든 감정, 모든 사유, 모든 결단이 한 곳에 집중된 까닭에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삶을 단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겪는 시련이라 좋게 말하고 넘겨야 할까요? 과연 그렇기나 할까요? 이 소녀, 인격을 이토록 처참하게 박제로 만들고도 일류대학 가서 돈 잘 벌면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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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쌤, 진짜 드릴 말씀 있어요!



[질문] 


안녕하세요?

초등학생이 우울증이라니 실감도 안 나네요.

자가진단 21개 다 중증 우울증으로 나와요.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라고 하기에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려다가

아무래도 말해야 할 거 같아서

엄마한테만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운동을 쳐 안하니까 그런 거라고

네가 우울증이면 난 우울증 말기환자다 이래요, 헐~!

순간적으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우울증 원인도 살펴보고 정보란 정보는 다 수집해서 봤거든요?

가정불화 때문인 거 같네요.

왜 엄마는 제 말을 믿지 않는 건가요?

내가 우울증 증상 반대로 행동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엄마는 정신상태가 썩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어이 털려!

어떡하죠?


[답변]


초등학생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어린 게 무슨......." 식의 생각은 어른들의 편견일 뿐이지요.


"정신상태가 썩어서 그렇다"는 엄마의 반응도 전형적인 편견입니다.

우울증은 결코 정신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명백한 질병입니다.

상담과 약으로 치료해야 할 대상입니다.


엄마 말고 주위에 의논할만한 어른이 안 계신가요?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는 어른이 도와주셔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자가진단만으로 우울증 여부를 확정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본인이 고통스럽다면 전문 의료인에게 진단을 받아 봐야 하겠지요.

설혹 우울증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자상하고 깊은 상담을 받을 필요는 충분합니다.


어렵더라도 엄마를 포함한 어른들께

되풀이해서 간곡하게 말씀드리세요.

지금 상태를 그냥 넘기는 것은 여러 모로 보아 좋지 않을 듯합니다.


2010년 여름 어느 날 제가 우리 나이로 13세인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와 온라인으로 주고받은 상담 내용입니다. 어머니가 이 소녀의 손을 잡고 치료 받으러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없죠, 천만에, Never, 0%!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문제 삼고 나름대로 고민하는 수준은 지금 이미 “설마, 내 아이가.......?” 이럴 단계를 지났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는, 사실은 대학 초년생까지 포함해야 되지만, 이른바 사춘기 아이들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는 어른은 없을 겁니다. 다만 내 아이는 아닐 거라고 ‘믿기’에 팔짱끼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아이가 그런 말을 해 오면 이 소녀의 엄마처럼 반응하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 동안 꽤 오랜 세월 동안 마음 아픈 분들과 함께 했는데 가장 안타까운 경우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치료에 접근하는 일 자체가 잘 안 됩니다. 바로 거의 모든 어른들이 이 소녀의 엄마와 같은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지요. 치료 받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모가 인정하지 않으면 당장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치료비입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수능을 앞둔 19살 고3여학생입니다.


요즘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우울합니다. 저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 정신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중략>


.......만약 제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해도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진단을 받기 전에 부모님과 상담하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확신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정신과 진단을 받겠다는 소리를 들으시면 정색하시면서 쓴 소리만 하실 테고, 부모님이 제 걱정 하게 될 걸 생각하면 더 우울해집니다.


그런데 걱정인 건 진료비가 저한텐 부담될 거 같은데요. 진단받는데 얼마 정도가 드나요? 정신과 병원도 보통 병원처럼 진단받는데 오륙천 원 할 줄 알았는데 몇 만원이 드는 것 같더라고요. ㅠㅠ 집안 형편이 좋지 않고, 게다가 부모님 몰래 간다면 제가 돈을 구해서 진료비를 내야 해서 걱정이 됩니다. 저 어떡해야 하나요? 너무 힘듭니다.


[답변]


1. 고3,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은 너무나 우울한 나라입니다. 그 우울함의 한 가운데 서 있는 ** 님의 심경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공감과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중략>


....... 제 생각에는 지체 없이 부모님께 진지하게 말씀드리고 상담을 포함한 치료 방책을 찾는 게 좋을 듯합니다. 더군다나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부모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부모님 걱정을 지나치게(!) 하는 그 자체가 우울증의 한 요소임을 아셔야 합니다.


인생의 긴 여정으로 보았을 때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더 중요한 시기가 어느 때이고, 그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무언가 중요한 고비임을 직감할 때 최선을 다해 그 시기를 통과하는 게 참다운 삶의 자세 아닐까요?


4. 이런 일이 무망하다 판단하다면 바로 앞의 답 글 맨 마지막 부분을 읽고 실천에 옮기십시오. 글쓴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믿을만한  발언이거든요.^^ 홧팅!


바로 앞의 답 글 맨 마지막 부분 내용은 이것입니다.


....... 어머니 태도로 미루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안 되면 학교 상담실이라도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법 없을 때는 두 눈 딱 감고 0000한의원 찾아가세요. 설마 강 원장, 그 사람이^^ 상담치료비 없다고 고3 학생을 문전박대 하겠습니까?^^


실제로 이렇게 해서 무료로, 심지어 밥까지 사 먹여 가면서 상담을 해준 예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대책이 아닙니다. 예외일 따름이지요. 더 이상 긴 이야기 드릴 계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 노릇을?

지금 이 시각에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저를 향해 울부짖고 있습니다.


쌤, 진짜 드릴 말씀 있어요!”


아이를 데리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실 겁니까? 아님,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까?


“우울증?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게, 무슨....... 공부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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