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심리학 - 상담학 총서 상담학총서
존 웰우드 지음, 김명권.주혜명 옮김 / 학지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사람이라 하면 대뜸 정신과 의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적 스승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부류의 사람들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들은 영적 스승들에게 없는 방법론적 측면을 염두에 두고 말하며, 영적 스승들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염두에 두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동시에 틀린 말입니다.

인격의 문제를 다루는 정신과 의사는 상대주의(色)의 틀에 갇혀 있으며 존재의 문제를 다루는 영적 스승은 절대주의(空)의 틀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개별적 생명체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도정에서 인격 문제를 구체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아야 하는 한편 인간 생명의 개별적 차원을 넘어서는 보편적 존재론적  차원이 있다는 사실 또한 여실히 보야야만 하기 때문에 진실은 바로 이 둘 사이 경계의 시공간에서 포착해야 하는 것입니다. 

존 웰우드는 이런 점에서 그의 삶의 경험이 그러하듯 정확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의 병, 특히 우울증 치유를 삶의 최고 화두로 삼는 사람으로서 의학의 한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경험을 할 때마다 이른바 영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존이나 그리스도처럼 절대적 수준의 관통치유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아픈 이의 마음을 온통 감싸안고 통짜배기로 고쳐내는 내공을 향해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에 도달하면서 의학과 깨달음의 통합을 모색하던 차에 우연히 존 웰우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기회에 쓴 글을 모으고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책이라 유기적 통일성과 뒷심이 떨어지는 흠을 안고있습니다. 우울증을 포함하여 부분적으로 함량이 떨어지는 곳이 더러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흠보다 내용이나 자세가 제시하는 이익이 워낙 커서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아, 마냥 가볍지는 않다는 점 또한 기억해 두십시오. 읽다가 책을 덮고 그 의미를 머리에서 끌어내려 가슴으로, 몸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뇌과학적 접근이 신속하게 퍼지면서 마음의 치유 문제는 점입가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뇌과학자들과 달라이라마가 함께한 학술 모임이 지성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사회가 어떤 수준에서 이런 흐름과 관계를 맺을 것인지 제 개인 능력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의사로서 어떻게 반응하고 독자적인 인식과 실천의 얼개를 마련해야 할까, 생각은 온통 거기에 쏠려 있습니다. 어쨌거나 마음 치유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면서 어떤 울림과 공유가 일어날지 자못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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