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이 씨를 내버리고 자기를 구하러 와 준 아버지를 하루히코는 어떻게 생각할까?" - P390

갑자기 열네 살 먹은 남자아이의 아버지가 되면 역시 생각할수밖에 없죠. 어떻게 해야 아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 P391

가능성은 더 낮을 테지만 내가 더 빨리, 최소한 구급차라도 불렀다면 사와이는 살 수 있었을까? - P392

처음부터 내내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이었던 거예요. - P393

하루히코는 당첨이 든 약병인 걸 알면서도캡슐을 꺼내 멋지게 삼켰어요. 시미즈 씨는 차마 하지 못했던 일을, 사와이 씨는 꼴사납게 실패한 일을 하루히코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거죠. - P394

하루히코는 아는 겁니다. 그때 어떤 표정이었는지. 괴롭힘에시달리던 하루히코는 욕실을 죽을 곳으로 골랐죠. - P395

시미즈 씨가 소중하게 여기는 하루히코는 세계의 끝의 마지막에 이를 수 있을까요? 혹시 세계의 끝의 마지막 직전에 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을 지켜볼 수도 있을까요? - P396

아버지잖아, 당신은.

하늘이 나를 삼켰다. - P397

전혀 몰랐다. 상상할 수 없었다.
괴로웠겠구나, 하루히코, 너는 내내 괴로웠던 거로구나. - P398

"아쉽군, 당신이 오기 좀 전에 저 녀석은 세계의 끝의 마지막까지 가 버렸어……."
우에다 유타로의 목소리였다. - P399

"기다리고 있었어, 세계의 끝을." - P400

"전부터 이야기했어, 우리는, 세계가 언제 끝날지, 세계가 정말로 끝날지, 우리가 그 순간을 놓치지는 않을지..…" - P401

"우리는 만났어."
하루히코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P402

"함께 세계의 끝을 보자고 약속했지." - P403

오히려 그게 더 현실감이 있을지도 모르지. 뭐 나는 7년 전에그걸 온 세상 사람에게 가르쳐 준 셈이지만. - P404

우에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어. 하루히코도 우리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니까." 타이르는 느낌이 섞인 목소리였다. - P405

미래를 상상하는 벡터랄까, 그게정반대였지. 우리 두명만. - P406

우에다는 조금 전보다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는, 가족이야." - P407

단지 그것만으로도 내 눈에 보이는 세계는 요란하게 금이 가고 부서져 내린다고 말해 주고 싶다. - P408

내가 소리쳤다. "왜 너 혼자 죽지 않았지? 왜 반 친구들을 끌고 들어간 거야!" - P409

하루히코는 당신의 아들일지 몰라도 당신은 하루히코의 아버지가 아니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 P410

"세계는 참 끈덕지게 끝나지 않네." - P411

자기 목숨을 내던지려고할 때, 열네 살 소년은 이리도 싸늘한 표정이 되는 건가? - P412

그런 식으로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자기 세계가 끝나는 순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 P413

우에다 유타로라는 인간의 세계는 끝나더라도 우에다 님이라는 존재는 영원히 살아남게 될까? - P414

"시미즈 씨, 안타깝게도 당신은 하루히코를 구할 수 없어요." - P415

간단한 논리다. 왜 여태 깨닫지 못했을까. 아버지가 자기 목숨과 바꾸어 아들을 구한다는 건 결국 그런 것이다. - P416

도저히 어쩔 수가 없어서, 궁지에 몰려서, 승산도 없고 도망칠 길도 없어져서…. 넋이나가는 거지. - P417

내가 ‘당첨‘을 뽑느냐, 하루히코에게 ‘당첨‘ 이 남느냐. - P418

"잊지 마. 우리는 목요일의 아이야. 멀리 떠나갈 운명을 지녔지. 그게 우리의 긍지였을 텐데." - P419

의기양양하다. 그럴 만하다고 나도 인정한다. 나는 졌다. - P420

그 전에 나는 내 손으로 게임을 중단시켜야만 한다. 나는 아버지니까. 하루히코가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이 아이의 아버지는 나뿐이니까. - P421

떠듬떠듬 말이 나왔다.
"엄마가 기다려..… 아버지랑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 P422

"아직 멀었어!"
우에다 님이 외쳤다. - P423

"캡슐을 …… 아버지에게 전부 줄래…..…?" - P424

우에다는 소리치며 캡슐을 삼켰다. 몇 개인지 모르게 계속 삼켰다. - P425

손바닥에 있던 캡슐이 다 없어졌다. 하지만 우에다의 세계는끝나지 않았다. - P426

나는 우에다를 덮쳐 누른 채 경찰관이 옥상으로 달려올 때까지 울고 있었다. - P427

그렇지만 나는 그 어리석음을, 이제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 P428

목요일의 아이는 멀리 떠난다. 그러나 아이는 언젠가 집으로돌아온다. - P429

아사히가오카에 있는 우리 집에 만든 서재에서 하루히코와 내가 평온한 휴일을 보내는 것은 언제가 될까. - P429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 줘.
어서 와‘라고 해 줄게. - P430

이번에는 진짜 가족의 시간을 시작하자.

나는 네 아버지야. - P430

사람들에게 죽이고 싶은 사람 명단을 적어 내라고 한다면, 그 안에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역자 후기 - P432

시게마쓰 기요시는 굳이 이력을 소개할 필요가 없을 만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 P432

『목요일의 아이』 역시 현대 가족이 주제입니다. - P432

7년 전 여름.
7년이 지난 지금. - P433

추천사
우리 안의 악마, 목요일의 아이 - P436

『목요일의 아이』는 독자를 ‘왜?‘ 라는 질문에 집중하게 만든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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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루히코의…….아버지니까." - P326

"아버지라면 아들이 죽을 곳으로 고른 장소가 어딘지 알고 싶지 않아요?" - P327

오타니 마야에게 하루히코 이야기를 들었죠. 와타나베 마리코가 살던 집에 우에다 유타로를 똑 닮은 녀석이 이사 왔다고. - P329

후지미다이를 나와 아사히가오카로 이사해 괴롭힘에서 벗어났을 하루히코가 왜 다시 철로에 올라가고 싶어졌는지. 생각해 보라고요. - P330

 죽이고 싶은 상대의 이름을 적은 수많은 쪽지가 한밤중 ‘약속된 땅‘에 내려 쌓였다가 춤추며 하늘로 올라간다. - P331

당신은 어떻죠? 당신은 하루히코를 위해 뭔가 해 준 적이 있어요? 당신은 아버지로서 자기 자식의 미래를 제대로 지켜 주고 있는 겁니까? - P332

그리고 우리는,
하루히코가 원한다면,
당신을 처형할 수도 있다. - P333

하루히코. 넌 지금 기쁘니?
너를 그토록 괴롭힌 세 명이 죽어서 넌 이제 내일을 기다릴 수 있게 된 거니? - P335

전화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면서요?" - P337

"이번에는 좀 더 가까이 올 때까지 견뎌 줘야겠어. 아까처럼 백미터나 남았는데 도망치면 하루히코가 웃을 거야." - P338

후지미다이 하이츠, 문 만듦새도 공동 우편함도 다 낡은 오래된 건물이었다. - P340

"언제 방에서 나간 거지?"
"처음부터 없었어. 난 어디에도 없거든." - P341

저곳은 후지미다이 거리다. 가나에가 살던 단지와 가까운 곳의 풍경이다. - P342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망설이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목숨을 건 게임을 즐긴다는 흥분도 느껴지지 않았다. - P344

"목숨이란 최후의 무기지. 어쩔 도리가 없어서 목숨을 무기로 세계와 싸울 수밖에 없는 녀석도 있기 마련이야."
그게 바로 하루히코라고 우에다는 말했다. - P347

"하루히코와 나는 눈이 닮았대. 눈 생김새나 눈빛 같은 게 아니라 더 깊은 곳."
세계의 끝을 본 눈이야. 다카기는 우에다에게 이렇게 말했다. - P348

"당신들은 하루히코를 절망의 늪에서 구했다고 생각할 테지.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손목을 긋기 전까지는 절망의 밑바닥에 있었는데, 그때 바뀐 거야." - P349

죽음에 다가가라. 죽음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가 거기서 돌아와라. - P351

나하고 만나지 못했던 7년 동안 저 녀석은 눈앞에서 떠나지 않는 세계의 끝의 풍경을 수없이 반복해서 떠올렸대. - P353

"마음을 굳힌 모양이네."
우에다가 말했다. "세계의 끝에 발을 내딛겠지, 이제 곧 하며흥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 P354

늘 움츠러들기만 했던 하루히코가 자기 발로, 자기 의지로 걷기 시작했다. - P355

제12장
세계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 - P357

"세계의 끝을 더럽히는 남자가 있다. 하루히코가 성자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남자가 있다. 하는 내용이야." - P358

하루히코는 언제, 어떻게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지?
다카기는 언제, 어떻게 사와이의 차에 올라탈 수 있었지?
사와이는 언제, 어떻게 이토록 빨리 이 아파트에 온 거지? - P359

사와이는 언제부터 배신한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우에다 님의 뜻에 따라 내게 접근했나? - P360

"실패했네. 사와이 아저씨가 당신에게 써먹을 수 없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 - P361

ㅡ 최소한 1만 명을 죽이겠습니다. - P363

"스무 명이라고 하던가? 아파트에서 수돗물을 마신 주민들이죽었다네요." - P364

"그 녀석이 본 진짜 세계의 끝은 자살 미수였을 때 본 게 아니야. 당신이 자기 어머니와 웃는 풍경 그 자체가 녀석에게는 진짜 세계의 끝이었지." - P366

가나에와 결혼해 하루히코의 아버지가 되면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되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나? 그게 하루히코에게는 모든 것의 끝이었나? - P367

"우리는 알고 싶어. 그게 ‘목요일의 아이‘의 전부야." - P368

잘 읽어 봐. 사와이란 녀석은 너를 좋아해. 널 동경하고 있어.
글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지. 아무리 피해자 편을 드는 듯이 보여도 이 녀석은 너를 좋아하는 거야. - P370

"우에다와 다카기는 알아.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 결국은 그 차이야" - P371

하나를 알게 되면 바로 또 다른 모르는 것이 나타난다. 한 가지 불안이 사라지면 동시에 새로운 불안이 생겨난다. - P372

"종교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 죽은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르잖아. 그래서 죽음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두려워져. 그렇지?" - P373

"범행 동기도 그렇고, 왜 그 반 학생을 모두 노린 건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 - P374

취재를 계속해 ‘아는 것‘이 늘었지만 마지막에는 가장 큰 ‘모르는 것‘이 남았다. - P375

"가장 중요한 걸 모르는 상태이다 보니 그 녀석 모습은 필름에 비유하자면 네거티브 필름인 셈이지. 빛과 그림자가 완전히 뒤집힌 상태인." - P376

그 녀석은 아무도 안심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사건을 일으킨 거예요. - P377

실제로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은 백 퍼센트 알지 못해도 괜찮은데 왜 범죄자에 대해서는 다 알려고 하는 거죠? - P378

목요일의 아이 사건은 우에다가 잡혔죠. 이게 맞는 표현인지모르겠어요. 애당초 그 녀석은 도망칠 마음이 없었거든요. - P379

미궁 - P380

그 녀석은 범인이 아니라 ‘영웅‘으로서, 왕‘으로서 ‘신‘으로서 체포되고 싶었던 거예요. - P381

그런데 말이죠,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그 녀석이 왜 나한테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을 벌였을까. - P382

같은 반 학생을 아홉 명이나 죽인 소년에게 등골이 오싹할 만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느낀 거지. - P383

"그날 다카기는… 그 녀석 이야기를 하는 내내 우에다 한 명…을 가리킬 때도 ‘우리‘ 라고 했던 것 같아." - P384

"이게 하루히코를 만나기 위한 조건이야. 우에다와 다카기는네가 캡슐을 삼키지 않으면 하루히코를 만나게 해 줄 수 없대." - P385

화자를 잃은 묵시록의 마지막 장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 P386

제13장
어리석은 자의 눈물 - P387

승리를 빼기는 오만함을 숨긴듯했다. 아니, 다카기는 이제 숨길 생각마저 없는지도 모른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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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하지 않아도 돼. 오타니씨 부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만 잘 살펴봐." - P259

"아, 그런데 이건 다릅니다."
사와이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담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P260

"있잖아, 시미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어. 세상만사가 있을 수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 P262

사와이는 ‘목요일의 아이‘에 관련된 누군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263

더 도망칠 수도 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 - P264

나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목요일의 아이에게 손발이 묶이고 만 걸까. - P265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목요일의 아이가. 그야말로 강림이지." - P266

결혼 전에 머릿속에 그렸던 부자간의 정겨운 모습이 산산조각나는 광경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 P267

제10장
약속된 땅 - P268

"좀 전에 그 사람, 작가죠? 사와이 요시키. 저 그 사람 얼굴 알아요." - P269

"아저씨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마야는 태연히 말하고 "두 사람일 텐데 그중에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 P270

"그렇지만 사실은 그 반대에요."
"그 반 학생들은 모두 휘말렸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죠." - P271

없애고 싶은 건 더 작고, 더 가까운 누군가겠죠. 그 누군가를없애기 위해 이 세계도 ‘내친김에‘나 ‘덤‘으로 없애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P272

모두 다 우에다 님의 목소리를 담은 파일에서 시작되었다. - P274

마야는 우에다 님의 말에 따라 눈을 감았다. - P276

"아저씨, 하루히코한테 우리 집 이야기 들었어요? 우리 아빠의 진짜 모습이라고 해야 하려나?" - P279

아무리 싫은 세계라도 그게 내가 사는 세계라면 부술 수 없어요. - P281

뭐랄까, 그 사람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니 제가 모르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죠. - P282

공터가 된 그곳을 다카기는 ‘약속된 땅‘이라고 불렀다. "우린 다들 여기서 모이죠." - P283

‘약속된 땅‘에 발을 디딘 마야의 뒷모습은 장례식장에 있을 때보다 훨씬 슬퍼 보였다. - P285

"비밀 기지였대요, 우에다 유타로가 쓰던. 다카기와 둘이 어렸을 때부터 늘 여기서 놀았대요." - P286

먼저, 내가 할 거야.
‘누구‘인지는 모른다. ‘언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겠다‘는 한마디를 단호하게 했다고 한다. - P288

마야가 말했다. "여기 온 사람은 다들 죽이고 싶은 사람 이름을 적어 두고 가죠" 하며 옆에 떨어져 있던 종이를 주워 들어 거기 적힌 이름을 흘끔 본 뒤에 쪽지를 버렸다. - P289

즉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없어지면 좋을 사람‘인 셈이다. - P291

"사람을 죽인다는 건 너무 힘들어요. 해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그건." - P292

마야 곁에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젊은 남자가.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틀림없이, 확실히, 웃었다. - P293

우리는 모두, 누구나 누군가에게 살해될 가능성이 있다. - P294

목요일의 아이들아, 너희들은 세계의 끝을 보고 싶지 않은가? 멸망해 버린 세계의 그 고요 속에 서 있고 싶지 않은가? - P294

사와이의 목소리가 심하게 허둥대고 있었다. - P296

"시미즈! 마야가!"
죽었어. - P298

제11장
끝의 시작 - P300

마야는 발키리 급성 중독으로 죽었다. - P300

"소년법 문제도 있고 아직 누군가가 남은 독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 P302

시작되었어요.
내 가슴속에서 하루히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아세요? 시작되었어요. 세계의 끝이 시작되었어요. - P303

"마야를 자살로 처리하고 발키리 문제도 덮어 두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거지, 경찰은." - P304

마야 사건이 아름답게 완결되면 아이들이 그걸 동경하게 된다. 복음이 주어지는 셈이다. 아름다운 소녀가 아름답게 순교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 P305

성녀가 강림했습니다. 마야가 세계의 끝을 보았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 P307

그들은 모두 다마가와시 후지미다이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하루히코가 전에 다니던 학교 학생들이었다. - P308

"요시무라라는 애가 있었어."
블로그에 적혀 있던 세 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럼 스기노, 니시야마라는 애는 없었어?" - P310

뒷좌석에 누군가가 있었다. 젊은 남자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살짝 고개를 숙였다. 후훗, 하고 웃는 것처럼 보였다.
다카기 슌스케 - P311

손에 쥔 캡슐을 보이며 "소란스럽게 굴면 죽을 겁니다"라고 했다. "이미 눈치챘을 테지만…… 이건 발키리예요." - P312

"독이라는 건 재미있어요. 사와이 씨도 여러 가지 사건을 취재했겠죠? 독살 사건도 있었나요? 일가족 동반 자살이라도 괜찮은데." - P314

"이거 비타민 캡슐이에요. 그렇지만 내용물을 모두 발키리로 바꿔치기했을지도 모르고 발키리를 일부만 넣었을지도 모르고 사실은 애초부터 제가 지닌 것까지 모두 다 비타민일지도 모르죠." - P316

"후지미다이 중학교 2학년 2반 스기노 쇼마, 길에서 사망." - P318

후지미다이 중학교 2학년 1반 니시야마 요헤이, 길에서 사망. 블로그에 이름이 적힌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처형되었다. - P318

‘운이 좋으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와 ‘운이 나쁘면 지뢰를 밟고 죽는다.‘ 어느 쪽이 더 두려운가. - P320

후지미다이 중학교 2학년 3반 요시무라 다이치로, 학교 정문앞에서 사망.
"처형, 완료했습니다." - P320

"밤마다 게릴라의 습격을 대비했던 부대는..… 병사들이 대부분 정신이 이상해졌죠…." - P322

"하루히코에게 물어봤죠. 시미즈 씨에 대해서는 모두." - P324

인질을 잡혀 있는 꼴이었다. 그런데 그 인질이 바로 범인인. 이런 웃기는 이야기가 어디 있나? 하지만 모든 인질 가운데 그게 가장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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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와이 씨와 만나기로 했는데요………." - P193

ㅡ사와이 선생님 팬은 저뿐만 아닙니다. 우리 반 와타나베, 시로이시, 사야마는 물론이고 가와조에, 이시다, 고다마, 소노베, 이노바라, 요시자와도 선생님의 예전 작품을 아주 좋아합니다. - P194

거기에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자 같은 것을 대고 쓴 듯한 어색한 문자로 ‘다카기 슈스케‘ 라고 적혀 있었다. - P195

러시안룰렛이라는 표현이 『살육』이란 책 안에도 나온다. - P196

"그렇지만 우에다의 집에 없었다고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는 확언할 수 없어요." - P198

"다카기 슌스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키리를 숨겼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범행 계획도." - P199

"그건 공범자의 분노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P200

다카기 슌스케가 ‘나이토 선생님은 아사히가오카 중학교에 다시 근무하신다면서요.‘ - P202

"혹시 두 사람이 그런 관계였다면 우에다 유타로가 발키리를숨길 곳이 한 군데 더 늘어나는 셈이죠." - P203

와타나베 마리코의 집.
그것은 결국 우리 집. - P203

창가에 앉은 학생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숨 막히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듯 머리로 창문을 마구 들이받아 두꺼운 유리가 깨졌다. 괴로워하며 바닥을 뒹구는 학생도 있었다. - P205

우에다 유타로가 아사히가오카에 살지 않았더라도 ‘목요일의 아이‘ 사건을 일으켰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206

갑자기 열네 살 소년의 ‘아버지‘가 된 내 곤혹스러움과 초조, 불안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 P207

"뭐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아버지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 P208

하나뿐인 딸이 같은 반 아이에게 독살당해 슬픔으로 가득 찬 나날을 보냈을 와타나베 마리코의 부모는 어떤 심정으로 이웃집의 시끌시끌한 소리를 들었을까. - P210

아름다운 뉴타운에서 누리는 행복한 삶에 우리가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 P211

분명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뭔가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든다. - P213

어린 티도 나지 않고, 그렇다고 어른이 하는 위협처럼 무시무시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 두렵다. - P214

혹시 모를 일이니까, 같은 말투나 표정이 아니었다. 더 진지하고 절실해 보였다. - P215

결혼은 이제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30대 중반부터 잊고 지냈던 작은 꿈이었다. - P216

"네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야."
사와이의 이 말은 딱히 연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P217

가나에는 ‘행복한 가정의 아내‘를, 나는 ‘행복한 가정의 남편‘을 각자 연기하면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연극 무대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 P218

- 목요일의 아이가 늘었습니다. - P221

"7년 전 일을 생각하면 이렇게 아사히가오카 중학교 교사로 복귀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봐." - P222

"눈이 마주쳤던 모양이야."
우에다 유타로의 눈과. - P223

"아들을 정말 믿고 싶다면 확인부터 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 P225

사와이는 돌연 ‘헉‘ 하고 말을 끊었다. 그러곤 허둥지둥 창문 손잡이를 더듬었다. - P227

제9장
두 번째 사건 - P228

급성 심부전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 P229

오타니 씨가 쓰러졌을 때 마야와 마사토는 둘 다 집에 있었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우두커니 서서 움직이지 않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 매달리는 어머니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P230

하루히코는 살짝 맥이 풀린다는 듯이 말했다. 아쉬워하는 듯도 보였다. - P232

막연히 시신이나 죽음에 호기심을 느끼는 게 아니다. 틀림없이 오타니 씨의 시신에 집착하는 눈치였다. - P233

수상하게 여길 만한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런데 마음속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 P235

"발키리일지도 몰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 P236

입가에 토사물이 묻어 있으면 소화기를 통해, 비교적 깨끗한 얼굴이면 호흡기를 통해 독극물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 P237

"담배에 발키리를 스며들게 하는 건 간단해." - P238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면 생각을 멈출 거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어." - P239

"지금은 망상이라도 언젠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어." - P241

"동갑이거든, 나하고, 그래서 그렇게 죽은 게 남의 일이 아니랄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 P243

"마사토와 마야 누나, 둘 다 아저씨를 아주 싫어했어요."
방안 공기가 바로 얼어붙었다. - P244

그 아저씨, 자식들이 자기 뜻대로 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 P244

그만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더는 듣고 싶지 않다. - P247

나한테서 무얼 보고 싶은 거지? 넌 나한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니? - P248

나는 하루히코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다카기란 친구를 만나게 해 다오." - P249

하루히코는 뭔가를 끝내고 뭔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서 뭔가를 앗아 갔다. - P250

ㅡ강림하라, 목요일의 아이들이여. - P251

인사하는 목소리도 기어들어 가듯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남편을 잃은 아내의 슬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 P253

"그 담배,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 P254

"우리를, 하루히코가 2층 창문에서 뚫어지게 보고 있어." - P257

"시미즈, 잠깐 나하고 연극을 해 주지 않겠나?"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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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눈은, 하고 병실 창밖을 향해 중얼거렸을 때 인선이떠올린 것도 그런 것들이었을까. - P94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다녔다는 여자애가. - P95

이상한 일이다. 한 시간여 동안 해안도로를 달리며 지나쳐온 어떤 나무들에도 저렇게 눈이 쌓여 있지 않았다. - P96

그날 밤에 대해 당신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이 사람이 묻습니다. - P97

삼춘이라고 일단 부르면, 설령 그다음에 제주 말을 못한다 해도 섬에서 오래 산 사람인가 싶어 경계를 덜 하게 되지. - P98

그때 인선의 어머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했던 걸까? - P99

단백질을 드셔야 하는데, 다른 건 소화를 못 시키시니까 콩죽을 드려. - P100

이렇게 많이 드셔?
입맛을 쉽게 잃지 않는 사람은 오래 산대. 엄만 오래 사실 거야. - P101

내가 무연고 환자로 입원해 있었을 때, 엄마가 이 집에서 나를 보셨대. - P103

열흘이나 딸 행방을 모르던 때니까, 일시적인 섬망 같은 거였는지도 모르지. - P104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 P105

그런 바람이 이렇게 멎을 수도 있나. - P106

기온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폭우로 퍼부었을 밀도의 눈이다. - P107

소금 알갱이같이 작고 흰 중심이 잠시 남아 있다가 물방울이 되어 맺힌다. - P109

새들이 정말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믿는 것처럼 인선은 목소리를 낮췄다. - P110

내 손이 닿는 순간 그의 얼굴과 몸이 눈 속에 흩어져 사라져버릴 것 같은 이상한 두려움을 느낀다. - P112

흰 벽지 위에 그림자의 윤곽선을 따라 거인 같은 그녀의 머리와 어깨, 커다란 검은 새의 형상을 낮은 필압으로 그리는 동안, 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인선은 가만히 있어주었다. - P113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같은 걸까. - P114

일주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가 숙소를 찾아야 할 시간이다. - P115

그 병실의 것이 아닌 듯한 소란이 다급한 목소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 P117

깍듯한 서울말로 바뀐 기사의 어조에서 좀전과 다른 거리감이 느껴진다. - P118

정류장 이름은 모르지만 거기 가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이따가 말씀드릴게요. - P119

이 좋은 운을 타고 어떤 위험 속으로 떨어지고 있는 건가? - P120

지금, 따뜻한 곳에 몸을 눕힐 수 있다면. - P121

불안도, 구해야 할 새에 대한 생각도, 인선에 대한 마음까지도 통증이 예리하게 그어놓은 금바깥으로 빠져나간다. - P122

섬을 삼킬 듯 흰 포말을 몰고 달려들던 잿빛 바다를 생각한다. - P123

5
남은 빛 - P124

하지만 눈꺼풀들은 식지 않은 것 같다. 거기 맺히는 눈송이들만은 차갑다. 선득한 물방울로 녹아 눈시울에 스민다. - P125

본능적으로 머리를 두 팔로 감싸쥐었다. 휴대폰은 그때 놓친 것 같다.  - P126

그 버스에서 내리지 말았어야 했다. - P128

다행인 것은 숲 사이로 걷는 동안 바람이 잠잠해진 거였다. - P129

뒤를 돌아보자, 내 깊은 발자국들이 눈 위로 찍힌 외갈래 길이 정적에 잠겨 있었다. - P130

정말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 눈 속에서 살아남으신 건지. - P131

그때 젖은 신발이 끝까지 마르지 않아 발가락 네 개가 떨어져나갔는데, 나중에야 그걸 알았지만 아깝지도 슬프지도 않더래요. - P133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모른다. 새들이 어떻게 잠들고 죽는지.
남은 빛이 사라질 때 목숨도 함께 끊어지는지.
전류 같은 생명이 새벽까지 남아 흐르기도 하는지. - P135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지금 내 몸에 떨어지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 - P136

회벽에 일렁이는 빛이 확대되어, 화면은 더이상 아무것도 포착하지 않는 발광하는 평면이 되었다. - P137

잠들고 싶다.
이 황홀 속에서 잠들고 싶다.
정말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 P138

벌써 동이 튼 건가.
아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 P139

가느다란 맥박 같은 감각이 손가락 끝에서 차츰 또렷해진다. - P140

더, 계속 쓰다듬어달라는 거야. - P141

인선의 목공방이다. - P142

6
나무 - P143

그런데 왜 비례를 키운 걸까? - P144

어째서인지 눈을 뗄 수 없는 그 나무들 앞에 나는 잠시 주저하며 서 있다. - P145

지난해 가을에도 나를 놀라게 했던, 버들처럼 가지가 늘어지는 작은 수종의 종려나무다. - P146

까마귀를 따라 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니. - P147

아마.
내가 살리러 왔어. - P148

새장 앞으로 돌아와 선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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