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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재미로 보는 것이 오늘의 운세, 정확히 <오늘의 띠별 운세>다. 저마다 태어난 해에 해당하는 열두 동물별로 그날의 운세가 간명하게 소개되어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없으면 좀 허전한 것이 오늘의 운세라고 하겠는데, ‘오늘’이라는 시간이 개입되어 있어 흥미롭다. 열두 띠는 열두 가지 동물의 생김새와 생태 등에서 그 특성을 추출하여 인간의 여러 유형에 대입한 일종의 프레임이다. 이솝 우화는 개념까지도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이솝 우화라고 할 만큼 동물들은 우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12지지(地支↔천간天干)

지지(地支): 육십갑자의 아래 단위를 이루는 요소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십이지(十二支)임.

이들 해당 동물들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이다.


사주니 토정비결이니 당사주이니 하는 것들이 지간, 열두 띠 동물의 속성을 유형화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 그 군대에서 축구를 한 이야기 못지않게 장황해질 것이므로, 어떻게 하고 많은 동물들 중에서 열두 개의 동물들이 선택되었는가를 언급하는 정도에 머물기로 하자. 우화가 동화의 일종이듯이 어린이들을 독자층으로 하는 책 한 권을 고른다. ‘동양에 전해 오는 옛날 이야기’ 『열두 띠 동물 이야기』(라이마 지음, 박지민 옮김, 예림당, 2017-09-20)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이 책은 그림책에 가깝다. 왜 열두 동물이 띠 동물이 되었고, 그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는지(story), 지극히 간명하고, 대부분 그림으로 이뤄진 ‘동화(童畫)’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 아니고, 어린이가 주 독자책인 그림책이란 의미다. 실제도 해당 책의 리뷰(알라딘)를 살피면, 한 꼭지에 이 책 이야기 거의 전체가 실려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동양에 전해 내려오는 12지 동물 우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그림책의 지은이는 흥미롭게도 대만 사람인 라이마(賴馬)다. 이야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주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오늘 이 순간도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 콘텐츠를 올리는 웹툰 작가들이 서운해하겠지만 말이다. 

“(정리한 것임) 자신의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옥황상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강 건너기 대회에서 12등 안에 드는 동물들로 인간 세상의 해를 대표하게 한 것. 동물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1등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이런 설정이다. 강을 건너는 대회, 12등 안에 드는 동물들을 선발한다. 그 순위에 따라 열두 해를 대표하는 동물들의 순서가 정해진다. 이미 이 책의 리뷰 중 하나에 거의 모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왜 쥐(子)가 1등을 하였는지만 잠시 소개하기로 하자. 

대회 당일, 소와 쥐와 고양이가 가장 먼저 강가에 도착했다(동시에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대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쥐와 고양이는 넓은 소(丑)의 등에 무임승차하여 강의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는 잠이 많아 소의 등에서 잠들었고, 쥐는 고양이를 떠밀어 강물에 빠뜨리고는 소의 귀에 속삭임으로 응원한다. 부지런한 소가 마침내 제일 먼저 강을 건넜지만 결승선에 닿으려는 순간 소의 귀에서 쥐가 폴짝 뛰어나와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종일 고생하고 2등을 한 소는 몹시 화가 났고, 그래서 지금도 소는 큰 눈으로 주위를 살핀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잠시 후 세 번째로 호랑이(寅)가, 그 다음 용(辰)의 머리를 밟고 먼저 도착한 토끼(卯)가, 그리고 용, 그다음은 말(馬)이 들어오려고 하는데 쓰윽 나온 뱀(巳)이 결승점을 통과해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열두 띠의 순서가 정해졌다는 이야기다. 

열두 동물에서 탈락하여 13위를 한 고양이를 포함하여, 고양이와 쥐과 소에게 편승하였듯이 토끼는 용에게, 뱀은 말에게 무임 승차하여 경기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 소가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 거의 1등을 할 뻔했다는(사실상 우승자) 점은, 이솝 우화의 대표 우화인 <352 거북과 토끼 >를 떠올리게 한다. 열두 동물 선발전이자 순위 결정 경기가 수영대회였다는 점에서 1등은 당연히 용(龍)이라야 하지 않을까?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화에는 반전(反轉)의 묘미가 있다. 대체로 1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드라마들이 이 반전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해 망가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반전 영화 반전 드라마의 작가(감독)들에게도 우화는 잣대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이솝 우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열두 띠 동물은 무엇인가, 『이솝우화』(천병희)의 친절한 색인을 살피면서 알아본다. 그런데, 색인은 우화 주인공 중심이라,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등장하는 열두 띠 동물이 ‘조연’으로 출현한 경우까지 포함하였음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열두 꼭지 이상의 글감을 발견한 일에는 감사! 


*열두 띠 순서대로, 앞 숫자는 자기가 주인공(으로 추정), 뒤의 숫자는 조연(색인에는 미반영) 포함 총 등장 횟수.

[기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이솝우화]*쥐_2-5회→*소_3-9회→*호랑이_0-0회→*토끼_3-6회→*용_0-0회→*뱀_7-14회→

*말_-7회→*양_0-10회→*원숭이_4-7회→*닭_5-11회→*개_13-26회→*돼지_3-6회 


*이것을 출연 빈도로 숫자를 정하면, 다음과 같다.  

*개_13-26회→*뱀_7-14회→*닭_5-11회→*양_0-10회→*소_3-9회→*원숭이_4-7회→

*말_-7회→*토끼_3-6회→*돼지_3-6회→*쥐_2-5회→*호랑이_0회→*용_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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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road 2022-01-1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호랑이와 용이 없는 점이 특이해요.
 

“또 그리스의 우화 작가인 이솝(Aesop, 기원전 6세기)보다 1,500년이나 앞서 그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우화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새뮤얼 노아 크래이머,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37~42쪽, 김용규 지음 『생각의 시대』(44면)에서 재인용)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어디쯤,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이란 뜻, 말하자면 삼각주처럼 입지가 좋은) 문명을 일군 수메르인들의 이야기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동물 말고도 식물, 사람, 신(神) 등일 뿐 아니라 ‘좋은 것들’(123)과 같은 개념도 한몫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화는 곧 이솝 우화라는 등식이 통념이 되었고 우화라고 하면, 그 주인공들 대부분 혹은 대표가 동물인 것은 분명하다. 

“우화는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경향이 강하다”(옮긴이 천병희 서문_이하 서문) 

이를 동물에 대입하면 자기 생활 공간과 그 주변에서 사는 동안 한두 번이라도 목격한 동물이거나 목격한 이로부터 들은 진술 속 동물이 그곳에서 생성된 우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겠다. 이 맥락에서 주어는 대체로 인간이다. 

“기원전 4~5세기에 산문으로 쓴 우화들은 대개 이솝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이솝의 우화들이 그 무렵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인기가 좋아서 모두들 그의 이름으로 우화를 발표했기 때문인 것 같다.”(서문)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호메로스라는 개인의 작품인가? 둘러싼 문제가 서양 고전학자들의 오래된 숙제인데 ‘호메로스 문제’다. ‘아이소포스의 문제’도 거기서 거기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동물들을 근거로 ‘아이소포스 문제’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 밖에도 다른 나라들, 특히 북아프리카의 우화들이 그리스에 유입되면서 이 또한 이솝의 이름으로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코끼리, 낙타, 원숭이 따위의 동물이 나오는 우화들은 그곳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시된다. 이를테면 코끼리가 새끼 돼지를 무서워한다는 것(우화 145번 참조)은 그리스인들은 알 수 없는 일이다.”(서문)

코끼리, 낙타, 원숭이 따위의 동물 주인공들이 그러하였듯 오늘날 기준으로 동·서양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 주인공들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구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교훈)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의 특징은(번역 원전에 따랐겠지만) 목차를 살피면 보이는데 대체로 우화의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부록인데, 가나다순으로 해당 우화의 주인공 중심으로 색인을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대의 각개전투 중 철조망을 통과하는 데는 밑으로, 넘어서, 절단 후 통과가 있고 우회(迂回)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폭파 후 통과는 전술상 맞지 않으므로 제외). 우화의 메시지 전달방식은 우회적이다.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풍자하거나 나타낸다’는 점에서 우의(寓意)적이다. 단도직입(單刀直入)보다는 우회라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듣는이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을 선택한, 비유가 가진 품격을 실행한 초기적인 모습이면서 요원한 방법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우화는 신화, 속담, 일화, 이야기 등과 겹치기도 한다. 우화는 또한 대부분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실재 인물에 관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 그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서문) 

글머리에 소개한 수메르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익은 속담과 격언들을 사용했단다. “아직 여우도 잡기 전에 물을 끓인다.” 우리 속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와 차이가 있는가? 한자문화권 ‘사자성어(四子成語)’는 우화를 최대한 압축한 간명한 메시지다. 가령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되었던 ‘양두구육(羊頭狗肉)을 검색해 보시라. 

어느 때 어디에 살았든 살고 있건 살게 되건 인간 삶에는 보편성이 있다. 생성의 저편에 소멸. 시작이 있으므로 끝. 차이는 있다. 그런데 그 차이는 그 존재의, 존재들의, 존재함의 유사성을 전제로 존재한다. 대부분은 같은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틀림이 아니고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또는 ’그렇기에‘ 『이솝 우화』는 상당수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우화는 대체로 동물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인간을 포함하면 거의 전부다. 『이솝 우화』도 예외는 아니거니와 『이솝 우화』가 그 대표다. 그런데 한자문화권(동양의 전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에서 공유하는 것, 열두 띠(역학, 토정비결, 당사주) 동물 주인공들 이야기는 점이 흥미롭다. 다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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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이솝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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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는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는 책이다. 둘은 동서고금 꾸준히 읽히는 인류의 스테디셀러다, 그런 이야기다. 경전으로서 『성서』 는 ‘성경’이다. 단지 성경(聖經)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교리를 담고 있는 경전들이 경전으로서 해당 종교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교회 목사님 설교든 성당 신부님 강론이든(사찰 큰스님 법문이든) 신도들의 보다 나은 삶을 안내하면서 말씀(경전)을 앞세우는데, 이때 인용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며. 말씀 인용 자체가 의식의 중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성서’(경전)와 우화의 쓰임새가 유사한 점도 흥미롭다. 생활 현장 곳곳에서 말과 글과 피피티, 심지어 설교나 강론, 법문에서도 우화는 인용된다. 우화(寓話)는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다. 사전 풀이다. 이를 정리하면 우화는 1)이야기다. 2)사람들의 이야기다. 3)교훈이다. 4)인격화된 이야기다. 우화가 대체 뭘까, 기타 등등 근거가 더 있겠지만 이상 네 가지를 살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래는 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가 출간된 이후(올해로 10년쯤 되었다) 시시때때로 읽으면서, 우화는 무엇일까 정리한 생각들이다. 


1)우화는.. 이야기다. 

대체로 짧은 이야기다. 이야기 구조도 간명하다. 어떤 메시지 전달에 인용하기에 딱 좋은 그런 분량이고, 그런 필요 덕분에 우화가 탄생했다. 이 점이 우화가 가진 최대의 미덕이다. 우화의 탄생은 곧 이야기(story)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화는 사전 약속에 따라 독서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읽고 즉석 토론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독서 토론을 위한 소통 학습하는 데 유용하다.  

2)우화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뭔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이야기다. 인문학이라고 할 때의 인문(人文), 그 문(文)을 문양 문(紋)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령, 물(物)과 대비되는 정신으로서의 문(文)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는 인문(人文)의 해석이 곧 인문(人紋)이다. 사람의 지문(指紋)처럼 총체에서부터 개별에까지 인간(인류) 삶의 궤적인 스며 있는 것이 인문이라는 비유. 인격화된 주인공들 때문에 우화를 가벼운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 곧 인간이다. 그러므로 우화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화의 탄생은 인문의 탄생이기도 하다. 

3)우화는.. 교훈이다.

우화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잔소리였다. 들려주는 사람은 심각한데 듣는 사람에게 그 이야기는 잔소리일 뿐이다. 말하거나 인용하는 이는 보다 나은 삶, 삶의 방식 개선을 역설하지만 듣는 이에게는 잔소리다.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아. 그러나 실행이 안 되는 것을 왜 자꾸만 하라고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거야. 그러므로 ‘잔소리’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한다. 우화를 통해 뭔가를 전달하려는 이는 ‘꼰대’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하나의 우화가 처음 만들어지고 유포될 때도 그랬을까? 그렇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 우화가 ‘A는 B더라’에서 (나아가) ‘A는 B라야만 해’로 진화(?)하는 동안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되었다. 여기에서 역설적으로 우화가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의 원조이면서 출발점임을 엿볼 수 있다. 그 진부함에서 새로움이 발현된다.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한다면 무리일까? 수학(산수)에서 계산은 수를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처럼. 

4)우화는.. 인격화된 이야기다.

어느덧 우화를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편견이다, 우화는 동화(童話)의 한 갈래라는 오해다. 이런 편견과 오해는 우화에 등장하는 동식물과 기타 사물들이 인격화되어 있다는 데서 발생한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식물, 심지어 사물들과도 동등하게(인격화) 대화하는 일이 어린이들에게는 흔한 일인데 어른들은 힘이 들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을 가치관의 형성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살아간다. 이미 ‘머리가 굳은’ 어른들은 어린이가 가진 순진무구를 상실하고 ‘편견’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아간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거칠지만 이것이 우화가 가진 역설이다. 

*** *** *** *** *** ***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소통 매체가 풍부한, 일체 과잉인 때가 없었다. 앞으로도 이런 양상은 질적 영적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 후유증도 심각하다. 난무하는 ‘가짜 뉴스’가 대표적이다.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픽션과 논픽션(nonfiction)의 비빔밥이 되어 여느 식당에서나 패스트푸드처럼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너와 나 우리의 팽배한 우려를 그렇고 그런 말로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 이런 풍조가 궁극으로는 그 생산자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며, 그것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독자들을 포함 인류 모두에게 큰 불행을 안기고 있다. 


여느 식당에서나 절찬리에 판매중인 픽션과 논픽션 비빔밥, 가짜뉴스

'이솝'(Aesop)이라고 부르는 ‘아이소포스’(Aisopos). 그는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우화 작가다. 천병희는 이솝의 우화 전 작품 358편을 원전번역(그리스어→한글)으로 소개했다. 2013년 출간이니 어느덧 10년째다. 브랜드 슬로건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정본', 『이솝 우화』다. 우화의 주요 독자층이 어린이라는 통념은 358편에 이르는 전 작품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깨진다. ‘잔혹한 동화’로 분류될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오래된 얘기지만 화학조미료를 '미원', 주방세제를 '퐁퐁'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우화는 이솝우화였다[“지금도 동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통칭 '이솝 우화'라 부르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는 우리 독자들이 ‘이솝 우화’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서지학(書誌學)’ 혹은 번역사에도 성과를 추가했다. 시간이 되는 대로, 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를 텍스트로, 지금 우리 시대가 당면한 이런저런 인문(人紋) 현상들을 언급해볼까 한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화는 이솝우화, 이솝우화는 우화, 지금 우리 시대 인문(人紋)의 풍경 스케치에 필수인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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