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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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계속했던 생각은, ‘아, 엄마가 참 좋아할 만한 메뉴가 가득하구나.’하는 거였다. 일요일 아침에 SBS에서 <식사하셨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는데, 엄마는 거기서 나오는 임지호 님의 요리를 눈여겨보신다. 가는 곳마다 뭔가를 쑥 뜯어와 요리하는데, 이제껏 풀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식재료로 만들어버리는 그분의 손끝을 엄마는 참 좋아하신다. 이런 것도 음식이 되는구나 싶은 감탄이 반복되곤 했다. 『시인의 밥상』의 버들치 시인이 만들어낸 상차림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 죄다 어디 사찰에서 먹을 것 같은 푸성귀인데, 그럴싸한 상차림이 되는 게 신기하다. 물론 그 밥상에는 생선도 올라오고, 면도 올라오지만, 대부분 푸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초록의 산물들, 산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들.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을 보면서 거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함께하고 있음을 봤다. 밥상 위에 차려진 진수성찬의 한가운데 사람과 이야기가 있더라. 아낌없이 마음을 던지는 사람들, 걱정과 근심, 웃음을 함께하는 게 당연한 관계들, 논과 밭에서 나오는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들이 모여 시인의 밥상을 더 풍성하고 맛있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농작물을 대하는 마음까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감자를 캐는 시기와 날씨까지 확인해가며 지키는 자세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냥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단순한 생각을 반성하기도 했다. 시인이 차려준 음식과 함께 들려온 이야기에 웃음까지 더해지니, 편안하고 재밌고 맛있는 밥상이 되는 거다.

 

기존의 레시피에서 봤던 것과는 약간 달랐던 가지선, 엄마가 해주는 것과 비슷했던 호박찜,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냉소면(면 요리 피해야 하는데, 정말 좋아해서 힘듦. ㅠㅠ), 온갖 나물을 다 넣고 비빈 것 같은 나물밥... 보기만 해도 담백한 맛이 난다. 작가는 버들치 시인을 찾아갈 때마다 오늘은 무슨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는지 한참 기대하지 않았을까? 지리산을 오르는 길이 숨이 차다가도 그 음식 생각에 발걸음에 힘을 싣고, 시인이 차려준 밥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맛있게 먹게 되고, 누군가에게 부족한 것을 알아가며 마음을 쓰는 일이 이어진다. 시인의 밥상이라 불리지만, 결국 그 밥상을 채우는 건 그 자리에 모여 앉은 사람일 것이다. 시인이 가진 온갖 좋은 것을 나누는 시간이었을 테다. 기름이 흐르는 음식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너무 소박하여 부담 없이 받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으로 수저를 들게 하는... 그에 밥값을 내야 한다면 진심이 담긴 그 어떤 것도 좋으리.

 

 

낮술부터 시작해 자정이 넘도록 이곳에 앉아 있자니 정말로 새벽 강어귀에 앉아 모든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듯했다. 이 나이에 이르러 이제 나는 안다. 삶은 실은 많은 허접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내 남은 생에 소망이 있다면 그 중 무엇이 허접하지 않은지 식별할 눈을 얻는 것인데, 여기 새벽 강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중 몇 개를 건져 올리는 기분이었다. 그것들은 살아 푸르른 숭어 같았다. (85페이지)

 

이 먹는 밥의 즐거움을 그대로 읊고 있다. 그 안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있고, 투박한 잔소리가 있다. 언제 어느 때 가서 문을 두드려도 ‘얼른 들어와’라는 말과 함께 녹슨 대문이 활짝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 이래서 푸근함까지 곁들이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건 재주다. 뭔가 가득 차 있는 곳간을 여는 기분까지.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아니다. 비록 그 음식이 화학조미료 범벅이라고 해도, 빠르고 간단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내가 좋아할 음식들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상차림 한 번 편하고 느긋하게 앉은 자리에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버들치 시인은 야무진 손끝으로 나물을 무쳐내고, 최도사는 옆에서 간을 본다고 젓가락을 들이밀 것 같고, 그 사이에서 작가는 웃으며 밥을 푸고 있을 것 같다. 투덜거리며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내고, 오직 이 순간은 이 밥상만이 약이 된다고 여기며 아무 생각 없이 그 밥상에 충실하고 싶어지는 시간. 우리가 채우지 못한 게 너무 많아 다 열거하지도 못하는데, 그런 거 계속 마음에 두고 서글퍼지면 뭐하나. 인생에 비워진 것투성이라도, 이런 밥상 앞에 앉아있을 수만 있다면, 그만이리...

 

좋다. 이 상차림에 술 한 잔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ㅎㅎ 소주나 막걸리, 맥주, 와인 같은 것보다도, 지리산 어디쯤에서 수확한 자연이 푹 우러난 담금주 한잔 걸치면 딱 좋겠다. 날씨도 흐린데, 우중충한 분위기까지 안주로 더해지니 뭐가 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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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전쟁 - 내 냄비 속에 독이 들어 있다고?
주자네 셰퍼 지음, 마정현 옮김 / 알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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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정보와 걱정이 만드는 게 독. 『웰빙전쟁』

 

겁나게 하는 제목에 비하면 내용은 참 소박하다. 하지만 진지하고 무겁다. 그동안 우리가 음식에 대해 했던 생각의 변화를 끌어오기도 하고, 지켜가며 먹어야 할 식탁 문화도 언급한다. 무엇보다, 과한 걱정이 불러오는 음식의 공포를 다시 보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편식하긴 하지만, 음식에 관한 알레르기는 없다. 그래서 음식을 가려먹는 건 오롯이 취향의 차이로 행했던 일이다. 굳이 알레르기가 없다면 가릴 이유 없이 다양하게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입에 안 맞는 것만 가리는 편이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나는 참 음식이나 식재료에 관심 없는 인간이었나 보다. 건강 중독의 시대에 별생각 없이 아무거나 먹어왔던 거다. ‘그게 잘못된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계속 읽어보니, 이 책은 먹는 것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 좀 과하지 않는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은 거다. 그런데 그게 정말 이유가 되나? 혹시 우리가 어떤 염려증 때문에 너무 앞서갔던 건 아닐까? 먹는다는 건 기본적인 행위이고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요즘에는 그 기본에 더해진 온갖 말들과 연구들이 그 걱정을 더 하게 한다. 웰빙전쟁이라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 부분에서 과한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듯하다. 물론 그 내려놓음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강박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의 해로움을 정신적으로 쌓아왔다면, 이제는 그러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게 먹는 것을 바라보자는 의미로 들린다.

 

먹는 게 스트레스가 되면 말 그대로 독이 될 것 같다. 맛있게 먹어야 보약이 되는 음식이 해가 되어 내 몸에 쌓이면 불안을 품는다. 검증되지 않고 비과학적인 건강 비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가 된다. 거기에 웰빙을 따르고자 하는 욕구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먹지 말고 피해야 하는지 하나씩 살펴보면서 취사선택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요즘 건강중독의 시대인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식탁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잘 살고 싶다면 먹지 말라는 시대’라는 조금 이상한 이 말이 왜 시작되었는지 물으며 답을 끌어온다. 많이 먹는 것이 부유하고 미덕이었던 시절이 지나, 과하게 먹는 게 건강을 해치고 문제가 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넘치게 먹으며 과체중이 되고, 비만은 온갖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많이 먹고 적게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웰빙의 덫. 내가 먹는 일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이 덫의 이유가 된다. 사회적인 지위 유지에 그 ‘웰빙’이 조건이 되는 거다. 좋은 것을 먹는 것을 넘어서서,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독이, 모두 진짜 독일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가짜 독이 판을 친다. 특정 체질에 치명적인 성분이나 농약 같은 성분은 사람에게 분명 독이 되지만, 과학이나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독이 우리 건강 염려증을 높이는 거다.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생기는 과한 걱정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말들로 쌓는 불안이 독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문적이고 다양한 예로 그 불안의 원인을 설명한다. 거기에 또 소비자가 어떤 집단에 의해 어떻게 속고 있는지도 볼만하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고 잘사는 것일까? 조심해야 할 것과 무시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눈을 키워야 할 듯하다. 여전히 나는 그 먹는 것에 큰 부담이 없이, 먹고 싶은 것 먹고 먹기 싫은 것 피해가곤 하지만, 또 내 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섭취해야 할 것도 꾸준히 듣고 있다. 그게 섭취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게 함정이지만... ㅠㅠ 어쨌든, 이 책으로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가 독이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 독은 아니며,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다 못 먹는 건 아니라는 거. 그런 것들로 우리 건강을 해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으로 우리 식생활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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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1집 목소리
정승환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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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서 남자가 된 것처럼, 목소리가 그렇게 들린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고르는 노래도 딱이더만, 역시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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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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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와 연결해서 읽어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 자체로도 궁금증이 생긴다. 아픔이 지나고 난 자리에 깊게 박혀있을 게 뭔지, 그녀들의 삶에서 끌어올 행복과 확신이 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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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이주송 지음 / 하늘붕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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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사랑스럽고 이렇게 예쁜 이야기를 읽게 된 게 너무너무너무 기쁘다. 이렇게 웃기고 울리는 소담이 때문에, 아니, 소담이네 동네 사람들 때문에, 아니아니, 산타클로스를 데려오고야 말았던 사람들의 따뜻함 때문에 너무 좋아서 막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선물이란 건 예쁜 인형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공주처럼 샤랄라한 옷이 아니라, 돈이 아니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는 것, 그게 가장 크고 멋지고 아름다운 선물인 거였다. 일 년에 딱 한 번, 산타클로스는 그 선물을 배달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무시해? 똑바로 일 못 해? 근무태만이고만!!! 이리 와, 혼 좀 나야겠어!!!! 그래서 당신을 사기죄로 고소한다!!

 

 

 

뭇사람이 산타클로스의 죄를 말하길!

선물을 미끼 삼아, 울면 안 된다고 아이들을 을러댔으니 공갈협박죄요.

굴뚝을 통해 남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니 주거침입죄요.

여권과 비자 없이 제멋대로 국경을 넘나들었으니 영공 침해와 밀입국죄라.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으니! 그건 사기죄라!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매년 12월 24일만 되면 야간근무가 필수요, 상황에 따라서는 연장근무도 불사해야만 하는 노동자 산타클로스가 고소를 당했다. 그것도 일곱 살 소녀에게 말이다. 죄목이 뭐냐고? 사기죄다!! 일곱 살 소담이에게 거짓을 말한 죄가 어마어마해서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도다. 착한 일 하면 선물 들고 찾아온다고 해놓고 오지 않은 죄,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준다고 은근 협박하여 울지도 못하게 한 죄,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이브, 산타에게 선물을 받겠다고 간절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그날 하루를 위해 일 년 동안 울지 않고 착한 일 하며 그 긴 시간 기다리게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죄가 크더라 이 말이다.

 

 

일곱 살 소담이는 착한 아이다. 동네에서도 인사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유치원에서도 다른 아이들은 막 어질러놓고 그냥 가는데 소담이는 그걸 또 다 정리하고 간다. 집에서도 할머니 심부름을 잘한다. 집 안 청소도 소담이가 하려고 앞장선다. 할머니의 아픈 어깨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안마도 톡톡톡 매일 해드린다. 주사를 맞을 때 아픈데도 참는다. 울면 안 돼,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울 거야, 라고 다짐하면서 눈물을 꾹 참는다. 오직 한 가지 소원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서다. 산타클로스가 주야장천 노래로 그 규칙을 정하지 않았던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도 안 준다고 했다. 오늘 밤에 다녀가실 때 그걸 다 파악하고 선물을 주고 간다고 했다. 그러니 말 잘 들어야 한다. 착한 일 해야 한다. 절대 울어도 안 된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산타클로스가 다녀가실 때 선물을 꼭 받을 수 있도록!!

 

 

그런데.... 그런데.... ㅠㅠ 산타클로스가 안 왔어~!!!!!!!!

이게 말이 돼? 일 년 동안 노력했단 말이야! 엄청나게 기다렸단 말이야! 받고 싶은 선물이 있었단 말이야!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 착한 일도 계속 했다고! 인사도 얼마나 잘했는지 알아? 울고 싶을 때 많았는데 울지도 않았어! 주사도 아팠는데 울지 않고 참았다고!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났는데도 안 울었어! 왜냐고? 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때문이잖아~!!!!

 

 

소담이는 슬펐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얼마나 노력하면서 기다렸는데 안 오신단 말인가? 오늘 밤에 다녀가신다고 하더니, 왜 안 다녀가신 거냐고요! 그래서 옥탑방 고시생 청달이 아저씨한테 부탁했다. 같이 경찰서에 가자고, 산타클로스를 데려다 달라고 말하자고... 휴우... 청달이는 그런 소담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경찰서까지 끌려가기는 했으나, 차마 이 말도 안 되는(?) 고소를 할 수가 없어서 경찰서 문 앞에서 소담이와 승강이를 벌인다. 그에 억울한 소담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고, 청달이는 우는 소담이를 달래느라 힘들었던 그때, 사람들은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경찰서 민원실 접수 직원은 말도 안 되는 일로 귀찮게 하지 말라며 소담이와 청달이를 내친다. 그 상황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되고 TV에 나오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그 사태를 보고 동심을 몰라준다며 경찰서를 욕했고,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지 못한 소담이의 문제를 누가 해결해줘야 하는지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누구의 책임인지 묻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급기야 인터넷에는 소담이를 응원하는 팬카페가 생기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산타클로스의 문제를 논의한다. 그리고 청달이는 소담이의 변호인이 되어 산타클로스를 고소했다.

 

 

 

산타클로스~ 소담이의 얘기를 듣고 보니 당신은 문제가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사람들은 못됐다며 산타를 욕했다. ‘선물을 주려면 기분 좋게 그냥 주지, 눈물을 흘리면 선물을 안 주겠다니, 어디 무서워서 울겠는가!’ 라며 협박죄를 적용했다. 또,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알고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안다는 거지? 감시나 도청, 미행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건가? 그래서 산타에게 사생활 침해, 즉 비밀침해죄를 물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 다녀가신다고? 깊은 밤에 몰래 다녀가는 당신은 주거침입죄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소담을 응원하는 카페의 마왕은 더 깊은 죄를 묻는다. 산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어떤 나라도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준 적이 없다는 것!! 결국, 산타는 영공 침해와 밀입국을 일삼았다는데... 듣고 보니 참, 산타의 죄가 크다. 이렇게 많은 죄를 저지르고도 한 번도 붙잡히지 않았네? 인터폴은 뭐하는 것이여?

 

 

그래서 소담이의 고소 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고소장이 접수되었으니, 검찰로 넘어가고, 산타는 피의자가 되어 재판이 진행된다. 여러 증인이 출석하고, 왜 산타가 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지 구구절절 읊는다.

“판사님, 소담이 나이 이제 겨우 일곱이에요. 그런데 그걸 다 참아냈어요. 그 정도 했으면 선물 받아야지요. 백번 양보해도 이번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잘못했네요. 제 생각은 그래요.” 동네 미장원 사장님도 이렇게 증언하지 않았는가. 판사의 판결 봉이 울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결론은 이미 났으니까. 산타가 잘못했네, 뭐. 늦었지만 이제라도 용서해줄 테니, 선물을 내놓으시라~~~~!!!!!

 

 

마지막의 반전 때문에 더는 이야기 못 하겠다. 사실 뻔한 예측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정말 그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산타의 사기죄가 그렇게 성립하고, 그렇게 재판이 진행되고, 그렇게 결말 내려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정말로 산타(?)가 잘못했다. 잘못해도 정말 많이 잘못했다.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표현될 때마다 웃음이 나서 낄낄거렸는데, 또 그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낸 일들 때문에 막 울었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나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산타를 고소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산타가 피의자가 된 게 두루두루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일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냥 커다란 인형 하나 머리맡에 놓아두고, 밤새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셨대~ 라고 임무 수행하듯, 일 처리하듯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상기하게 하잖아. 일곱 살 아이가 떼를 쓰며 징징거리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 정말, 다 읽고 나서 나도 반성 많이 했단 말이야. 그까짓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선물 한 번 못 받는 게 뭐라고, 하면서 생각했던 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안해했다고... ㅠㅠ

 

 

항상 시끄럽고, 매일 싸우고, 늘어진 추리닝이 추레하게 보여도, 소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이니 못할 게 없는 거다. 세상에 기적을 일으키고야 말았던 사람들이 시끌시끌 모여 사는 그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환상의 나라를 여행하고 온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고, 그냥 판타지가 아니라 저기 골목 끝 어느 집에 소담이가 있을 것 같고... 이미 확 늙어버린, 선물을 받는 게 아니라 주는 처지가 되어버린 나이에 나도 커다란 양말 하나 걸어놓고 싶고, 막 그래. 콩닥거리는 로맨스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마음이 간질거리고 설레고 두근거리고 그런다고. 영화관에서 힐링 영화 한 편 보고 나온 기분? 아, 뭐라고 말 못하겠어. 지금도 눈물 나고 웃음 나고 그래서, 막 이 책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지고 그렇다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처음 한 일은, 온라인으로 과자를 주문하고, 마트에 가서 수입 과자 몇 개 사고 음료수를 사는 거였다. 11월 말이었나? 군대에 있는 조카가 전화 왔을 때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기에, 군대 매점에 넘치는 게 군것질거리인데 그냥 사 먹으라고 했더니, 외부에서 반입된 과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먹을 거에 집착하지 말고 군 복무나 열심히 하라고 구시렁거리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아, 이 책을 읽고 나니 스무 살이 넘은 늙은 큰조카가 생각나는 거다. 안 되겠다. 명절에 받아놓고 버리지 않은 커다란 사과박스를 찾아내서 펼쳐놓고, 배송된 과자를 막 담았다. 커다란 박스 안에 과자와 음료수, 몇 가지 생필품을 넣어 택배로 보냈다. (아, 다 챙겨 넣고 보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과자의 금액이 상당하다. ㅠㅠ) 그쪽 사서함에 도착했다는 알림문자가 오늘 도착했으니, 며칠 후에는 받겠지? 박스를 열고 포장을 하나하나 풀어놓고 흐뭇하게 사제 과자를 먹을 큰조카를 생각하니, 별것 아닌 과자 몇 개에 내 기분이 또 설레는 거다. 양말 걸어놓고 밤새 기다리는 마음이 그런 건지도 몰라. 아, 정말이지, 다음에 전화 오면 뭐라고 하지 말고 잘 들어줘야지. 보내달라고 하지 않아도 가끔은 먼저 챙겨서 보내줘야지. 그거 과자가 뭐라고, 그치?

 

 

다시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인사해야지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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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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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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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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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2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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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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