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5쇄)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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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숲 속, 그곳에서... 『나무들의 밤』

 

 

처음엔 책의 비싼(?) 가격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그냥, 한 권의 그림책인 것 같은데 상당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니, 왜 이럴까 싶었다. 막상 책을 펼쳐 들고는 책 가격 따위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두툼한 종이의 재질에 무게감을 느꼈고,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보이는 나무 그림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런 그림, 처음 봤다.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낯설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첫 페이지에서 언급했던 그 나무의 정령이 정말 모든 나무 그림에, 그 나무뿌리에서부터 살아 숨 쉬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하게 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가야 할지 모를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아직 내가 모르는 자연, 지구 어느 곳에서 시작된 신성한 의미, 사람을 끌어당겨 품에 안고 있을 것 같은 차분한 안도감 같은 게 이 책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반딧불이 인도하여 따라간 길, 컴컴한 숲 속을 걸어 만난 신비한 광경, 어둠 속 셈바르 나무 한 그루가 반짝이며 서 있던 모습. 셈바르 나무에 착한 정령들이 살고 있다고 믿게 된 마음의 시작. 친구로 지내게 된 목동과 반딧불, 어려움에 빠진 생명을 보호해주는 셈바르 나무를 찾아가는 길. 숲 속에서 길을 잃게 되면 셈바르 나무를 찾으라는 메시지...

조물주 샨카르가 인간에게 허락한 나무 한 그루에서 꽃과 열매로 배를 채웠다. 인간이 곡식을 심어 먹기 전까지는 그러했다는 이야기. 조물주가 허락하고 나무가 내어준 양식. 그렇게 계속된 나무와의 시간과 역사, 자연의 신화가 시작된다. 두마르 나무, 뱀 여신의 나무, 누에, 다람쥐, 열매의 탄생, 노래하는 나무가 된 사자 나무, 여러 가지 동물로 바뀔 수 있는 취하는 나무, 집 짓는 데 썼다는 덩굴나무, 황소의 눈병을 낫게 했다는 뱀 머리 나무, 감싸고 보호해주는 울타리 나무... 아직 여기에 담기지 못한 나무들의 밤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이다음 이야기를 찾아야 할까.

 

 

인간사의 모습을 살짝 엿보는 것 같기도 했다. 부족한 것을 채워주려 아낌없이 내놓는 나무. 언제든 필요한 것을 내어줄 듯한 자세로 모든 걸 감싸주겠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는 나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에 풀과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는 연인의 사랑. 술을 과하게 마시면 다른 것으로 변해버리는 나무가 보내는 경고. 뱀이 감싸고 있는 세상을 풍자하는 듯한 뼈있는 말. 다른 것이 되고 싶은, 간절하게 바라는 꿈을 그리는 동물. 첫 번째 열매를 맺고 신성한 축하 등불을 밝히는 의식에서 탄생의 경이를 느낀다. 신비로운 이야기지만, 어쩌면 우리 내면의 위험한 사고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봤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보는 모습들, 후회들, 경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인간사의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의미 있는, 아름다운, 나무들의 밤이겠지만 말이다.

 

 

인도 중부 곤드족의 예술과 민간전승을 바탕으로 했다는 그림책 『나무들의 밤』은 세 명의 곤드족 아티스트의 섬세함과 시각적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의 전통에서 유래된 표현이 소개 글에서처럼 생소하긴 하지만, 그걸 느낄 겨를도 없이 그 신비함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 마법의 공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 진짜 어느 숲에서 마주한 것 같은 광경, 하나하나 소개된 나무들의 사연 있는 이야기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을 손으로 작업했다는 이 그림책이, 책이 아닌 신비로움까지 가진 이유가 전설 같은 이들의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림과 이야기가 너무 잘 어우러져 그 나무들의 밤에 초대받고 싶어질 정도다.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이야기에 또 하나의 상상을 그리며 이 자연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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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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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작가의 책 제목처럼 언제쯤 '그래도 괜찮은 하루'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일이, '괜찮을' 거로 생각했던 일들이 '괜찮지 않은 일'로 다가오곤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런지 이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적인 마음을 쉽게 먹지 못하겠다. 아주 좋게만 말하려는 거 아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희망보다 절망이 먼저 찾아와 훼방 놓곤 하잖아. 그 절망의 시간이 쉽게 잊히지도 않아... 좋게 받아들이고, 마음에 담을 건 담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마음이 자꾸만 불량해진다. 아, 이 부정적이고 비뚤어진 마음을 어쩌면 좋아. 부끄럽기도 하면서, 작가가 말하는 희망을 믿어보고 싶기도 하고. 마음이 갈팡질팡 널을 뛴다.

 

 

구작가의 글과 그림은 아무런 정보 없이 펼쳐들었다. 들리지 않는 사람이 들으려 애쓰는 모습은 토끼의 커다란 귀로 그려졌다. 베니의 모습을 그냥 예쁜 그림, 귀엽게 보이는 동물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그려진 그림의 의미는 너무 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소녀가 바라본 세상. 그저 고요하게 보이는 세상이었는데 그건 절망이었다.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답답함,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 아, 이런... 가늠할 수 없는 고통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사람이 여기 있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녀의 방식대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혀가 굳지 않게 수천 번을 연습하고, 목소리의 울림을 손끝으로 만져보고, 수천 번을 연습한 끝에 말을 하게 된다는 건 어떤 인내였을까. 내가 투덜대고 게으름 피우고 괜찮지 않다고 했던 말들이 저절로 사라졌다. 그렇게 배운 세상에서 세상의 이기심과 잔인한 현실까지 부딪혀야만 하는 시간이 이어졌으니까.

 

들리지 않는 자기 대신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그림을 이야기한다. 이제 곧 보이지도 않게 될 순간을 겪을 텐데 그녀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어떤 것을 기대한다. 아직 남아 있는 감각들이 가져다줄 기쁨과 하고 싶은 일들이 만들어줄 설렘을 기다린다. 아직 멀어지지 않은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세상에서 소통하게 해준 그림과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걸어갈 오늘, 내일을 선물처럼 여기며 기뻐한다. 아직은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기적 같아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부러웠다. 간절하게 하고 싶은 열정들을 버킷리스트로 엮어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얼마가 남았는지 모르는 시간에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대신, 행복해질 시간을 채우기에 바쁜 거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직 이렇게나 많은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지...

 

 

참 예쁜 사람 같다. 마음이 예쁘고 생각하는 게 예뻐서 베니와 같은 모습일 거라 상상해본다. 지금 나에게 없는 것을 푸념하기보다 아직 나에게 남아서 좋은 것들을 먼저 생각한다.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있어 고마운 것들. 장애가 걸림돌이 아니라 기회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 소중한 것이 내 곁에 있을 때 얼마나 애정을 담아 보듬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아직 내 곁에서 나를 위해 존재하고 버티고 있는 것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도... 그런데도 자꾸만 엇나가려 하는 마음이 더 크게 목소리를 낸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말이다.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그 특별한 경험 속에서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는 순간들을 먼저 떠올리는 게 좋다는 것을 새삼 보게 하는 글이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그 희망의 메시지가 그녀를 더욱 달뜨게 하고 살아가게 할 것 같다. 물론 그녀의 메시지를 듣는 나도, 또 다른 누군가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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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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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다는 건, 그동안 나의 책 읽기 범주 안에 ‘반드시’ 포함되진 않았다. 작가가 쓴 글을 좋아하되, 그 이상의 것까지 굳이 들어야 할 필요성까지 느끼지 못해서 그런지 어떤 건지... 더욱 이 책을 앞에 두고 고민이 컸다. 살만 루슈디의 책을 눈앞에 두고도 완독하지 못했기에, 그의 자서전이 나에게 편하게 다가올 거란 기대가 없어서다.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예습이 되지 않은 수업시간을 맞이하는 것 기분? 좋은 작품들이란 얘기는 귀가 따갑게 들어왔으니 꼭 완독해야 하는데... 뭐, 그런 부담에 펼치기가 어려웠는데, 앞부분에서부터 그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쿠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의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알면서도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어디서든 그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를 모든 무슬림에게 촉구합니다.” (16페이지)라는 협박에 엄청 놀랐는데, 그 놀라움을 바로 재치로 받아들이게 하는 다음 장에서 이미 그 부담은 사라졌다. 통신원이 말했다. “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호메이니는 미국 대통령에게도 금요일 오후마다 사형선고를 내리거든요.” 방송이 시작되고 호메이니의 위협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루슈디는 이렇게 대답했다. “더 비판적으로 쓸 걸 그랬어요.” 그 순간에도 그 이후에도 그는 그렇게 말한 것을 늘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17페이지) 그의 작품 『악마의 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을 통신원은 별일 아닌 것으로 넘기게 하는 말투,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진심으로 말하는 루슈디의 모습이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먼저 나온다. 아, 이런 자유와 용기가 그의 글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었나 보다 싶다.

 

그의 소설 『악마의 시』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출간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고,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종교 칙령(파트와)을 언급한다. 이때부터 루슈디의 도피생활은 시작됐고, 『악마의 시』와 관련된 사람들이 상해를 입거나 죽었다. 말 그대로 루슈디는 살해 위협 속에서 그 자신과 가족, 그의 작품을 지켜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게 된다.

 

그가 태어난 해인 1947년부터의 이야기가 있지만, 큰 틀은 『악마의 시』로 비롯된 암흑의 시간, 뺏겨버린 그의 황금기가 주를 이룬다. 십몇 년의 도피생활. 그가 도피 생활을 하며 만든 가명 ‘조지프 앤턴’(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를 합한 이름)이 자서전의 제목이 된 이유가 저절로 이해된다. 무장 경찰에 의해 보호 받고 살아야만 했던 시간을 그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유를 갈망했던 듯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이 책으로 입을 열었다.

 

미국 태생의 국제적인 출판인 조지프 앤턴 씨가 슬퍼하는 이 한 명 없이 저세상으로 떠난 날, 인도 태생의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기나긴 지하생활을 끝내고 지상으로 나와, 노팅 힐의 펨브리지 뮤즈에 한시적으로나마 거처를 마련했다. 함께 축하해주는 이 한 명 없었지만 루슈디 씨는 혼자서나마 그 순간을 축하했다. (788페이지)

 

그가 자라온 환경에서 이런 용기와 자연스러움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유가 그를 두려움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다. 종교에 대한 자유 역시 마찬가지. 아버지 덕분에 이슬람교에 대한 관심으로 상상력을 키우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영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차별과 소외를 경험했다. 그게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로 자리할 정도였다. 성인이 되고 이슬람교를 공부하면서 가졌던 생각이 『악마의 시』의 발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소설가가 되고 나서 이렇게 큰 화제를 몰고 올 줄 예상이나 했을까? ^^ 그래도 그의 변함없는 한 가지는 그가 작품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자랑스러움이다. 어떤 위협 앞에서도 그가 고개 숙이지 않았던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거대서사를 비판하고 논쟁하고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의지 때문이었으리라. 우리 모두의 권리이며 열린사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자유롭다는 증거일 테니. 그 때문에 많은 피해가 생기고 목숨을 잃은 이가 있었다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자유가 자리를 잡는데 그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 역시 볼 수 있었다. 외골수처럼 좀 어두컴컴한 예술가를 생각했는데, 여기서 다시 한 번 그의 평범함을 봤다.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고, 위협에서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것처럼 챙기는 행동이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해보니, 루슈디가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영향을 그대로 대물림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유롭고 당당하며, 우리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24시간 경호의 시대가 막을 내린 순간, 그는 자문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자유를 되찾고 있는 걸까? 혹시 온 식구의 사형 집행 명령서에 서명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천하에 없는 무책임한 사람인가, 아니면 경찰이 없는 곳에서 진정한 사생활을 재건하고 싶어하는, 본능에 충실한 현실주의자인가? 답은 훗날 돌이켜보아야만 알 수 있다. 10년 또 는 20년 후에는 내 본능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은 앞을 향해 나아가지만 평가는 그 반대다. (690~691페이지)

 

그의 작품을 앞에 두고 게으름 피운걸 후회하게 만든 책이다. 그의 작품을 먼저 만났더라면 그의 이런 의지와 태도, 용기와 자유로움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면서 다가왔는지 더 빠른 이해와 공감을 끌어왔을지 알아가는 재미도 더했을 텐데. 그러면서, 자서전인데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유쾌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심각한 상황인데 웃음도 나게 하고, 너무 진지해서 그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한 편의 소설이 한 사람의 인생과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보게 한다. 아마 이런 재미는 그의 말투 때문인가 싶지만, 뭐, 아니면 또 어때. 독특한 매력이 돋보이는 자서전일세. ^^ 게다가 유명인들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눈이 더 커진다. 아, 이 시기에 이런 사람이 있었지. 루슈디는 그와 이런 관계였군, 하는 식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도 있다. 루슈디가 주연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그의 자서전부터 만나는 게 어떨지 몰라 부담스러웠던 감정은 다 사라지고, 이 책을 접하고 든 생각은 어서 빨리 그의 작품을 펼쳐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의 생각, 그의 가치관, 그의 경험을 그가 쓴 소설로 다시 만나고 싶은 욕심. 그가 향하는 자유를 더 깊게 사유하고 싶어진다. 한 가지 좀 아쉬웠던 건, 반복되는 부분이 많지 않았나 하는 점. 그래서 더 재밌어질 수 있는 것을 약간 서운하게 만들었다는 거... 그게 좀 아쉽네.

 

미국 태생의 국제적인 출판인 조지프 앤턴 씨가 슬퍼하는 이 한 명 없이 저세상으로 떠난 날, 인도 태생의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기나긴 지하생활을 끝내고 지상으로 나와, 노팅 힐의 펨브리지 뮤즈에 한시적으로나마 거처를 마련했다. 함께 축하해주는 이 한 명 없었지만 루슈디 씨는 혼자서나마 그 순간을 축하했다. (788페이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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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최대의 해양참사로 알려진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을 다룬 논픽션.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야기라는데,

이번 개정판을 통해 나는 처음 만나게 될 듯하다.

기존 판본의 누락된 부분까지 더해졌다니 더욱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논픽션의 깊이와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니 기대된다.

 

 

 

 

 

 

 

 

 

임경선의 글을 두 편 읽었는데, 소설인듯 아닌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굳이 글의 장르를 구분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이 느낌이었다.

 

이번 신작은 그녀가 살아오면서 신뢰하게 된 삶의 다섯 가지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녀가 바라본 그 신뢰의 시선이 궁금해서 골라본다.

겨우(?) 다섯 가지일 수도 있고, 다섯 가지나 될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동안의 많은 모습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 같아서 펼쳐보고 싶다.

그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므로....

 

 

 

 

 

 

 

 

'전생'이란 단어에서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아주 믿을 수도 무시할 수도 없어서 늘 망설이게 되는 접근이지만

누군가의 전생을 읽은 이의 메시지라니 한번쯤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점의 시선 또한 궁금하다.

그게 현실, 현재의 삶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정말 궁금했다.

물론 이야기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지만,

아들 키우는 엄마, 그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다는 의미다.

우리 엄마만 봐도 내가 이해 못할 부분이 있기에

이 기회에 조금 가깝게 접근해서 이해와 올바른 태도에 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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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청혼
전은정 지음 / 청어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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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발칙한 청혼』

 

 

사람을 보는 기준, 특히 이성을 보는 기준이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발칙한 청혼』의 여주인공 해진은 대놓고 외모라고 한다. “미남이시여, 나와 결혼해 주세요!” 남자를 보는, 선택하는 기준 1순위가 잘생긴 남자란다. 숨기려고 해도 진심은 튀어나오기 마련. 많은 계획을 뒤로하고 지금 그녀가 선택해야만 하는 건 누가 자기와 결혼해줄 것이냐 하는 것. 그래서 여러 후보를 두고 고민하다 청혼을 하러 간다. 냉미남이라 불리는 정강현에게.

 

감히 누굴?! 어림없지. 결혼 따위가 뭐라고... 이렇게 생각했던 강현에게 해진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아니지. 그녀가 강현에게 거절당한 청혼을 뒤로하고, 마음 탁탁 털어 내고 2번 후보에게 청혼하러 가는 길을 강현이 막는다. “너, 우리 영감이랑 무슨 거래 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지가 이런 통첩을 날릴 수가 없다. 분명 뭔가 있다. 외모로 남자를 고르는 해진이란 맹한 여자와 할아버지 사이의 뭔가를 찾아야 한다. 어찌 됐건 지금 그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 그녀와 결혼하는 것. 이 결혼은 어디로 갈 것이냐, 산? 바다? 어쩜 하늘의 구름 속으로 갈지도...

 

소개글을 보고, 그녀의 청혼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는데 당연한 순서처럼 강현은 해진과 결혼한다. 그 과정이 좀 어이없지만 뭐, 두 주인공이 그렇게라도 만나서 알콩달콩할 거라니까, 끝이 좋으면 그냥 좋은 것. ^^

 

시작이 경쾌했다. 물론 이 소설은 로맨스이니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펼쳐지느냐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외모로 선택한 남자,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여자가 결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내가 궁금했던 건 로맨스 외에 작용하는 두 사람, 특히 여주인공 해진의 배경이다. 처음 프롤로그 세 편을 잘 읽고 넘어가야 이야기의 전개가 또렷하게 보이는데, 이 부분에서 이 소설이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이 자리의 너는 누구니?’라고 묻고 싶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자리에 있는 게 누구였든 그녀가 바라는 일이 완벽하고 통쾌하게 흘러가기를 바라게 되니까.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일, 해결해야만 하는 일 앞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사람들까지 유쾌함을 끌어내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했던 소설이다.

 

작가의 전작을 통해 만났던 분위기가 이 소설에서도 약간 느껴진다. 시대물과 현대물이라는 차이만 조금 있을 뿐이니, 재밌게 읽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로맨스소설이 아니라 한편의 추리물로 나왔더라도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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