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파편 (총2권/완결)
홍수연 지음 / 파란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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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악한 비극의 시작도 끝도, 행복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도, 모두 사랑이었다. 신명훈과 그의 아내 최은희, 영서와 민혁, 신성란과 신성현과 최유현, 모든 것을 놓칠 수 없다고 부르짖는 박태은까지. 그들의 재능을 넘어서서 갈구하던 사랑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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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책을 완독한 게 한 권도 없는데,

이번 작품을 읽어도 괜찮을지 고민이 된다...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로도 이슈가 되는 분위기인데,

나도 휩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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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사람, 혹은 이미 부부가 된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어떻게 했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어. 사실, 그다지 관심 있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그냥 궁금해질 때가 있거든. (이 책을 읽으면 특히 더, 그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어~!) 프러포즈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서로가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결혼날짜까지 다 정해진 상태에서 굳이 공식적인 프러포즈가 필요한가 싶은 생각을 했었거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익숙해진 관계처럼 그냥 흘러가는 분위기에 결혼까지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어. 그러면서도, 언젠가 정말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내가 먼저 말해보려고 생각한 적도 있어. 나는 진짜 애교가 꽝인 인간이라 평소에도 무뚝뚝함이 넘쳐흐르지만, 그래서 (뻘쭘) 별건 아니고, 딱 한 문장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싶었지. 그냥 "같이 살자"고 말해야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했어. 누가 먼저 하라고 정해진 건 아니니까, 내가 먼저 말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잖아? 괜찮아, 뭐. 암튼 내 맘이 그렇다면 참지 말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했어. 근데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들더라고. 곧 결혼할 사람이 있다면 프러포즈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프러포즈가 있었는지 말이야. 나처럼 무뚝뚝 심드렁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거 말고 말이야. (왜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이따가 말해줄게) 이벤트 대행사에 의뢰했는지, 아니면 며칠을 머리 싸매고 자기만의 색깔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순간을 만들었는지 하는 그런 거. 아, 원래 진심만 담으면 되니까 형식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 그러니까, 진심을 담은 그 프러포즈를 어떻게 했느냐고.

 

 

 

 

 

 

 

 

 

마중 나와 주겠어? 어떤 모습으로든 좋아.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으면 많이 슬플 것 같아. 항구에 당신이 없으면 예식장에 갈 거야. 가서 혼자라도 기분 내야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26페이지)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한 대. 4년 4개월 후에... 알파 센타우리에서 오는 여자 친구에게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 결혼을 해야 해. 아, 4년 4개월을 어떻게 기다리니? 안 되겠다.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어. 남자는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광속 우주선을 타기로 했어. 광속을 돌파하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두 달 동안 우주에 있다가 지구로 돌아오면 딱! 결혼날짜에 맞출 수 있다, 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라니. 그녀가 탄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서 두 달 늦게 도착한대. 그에 남자는 두 달 늦게 지구로 돌아가는 다른 배로 갈아탔어. 그런데 그게 망할 일이 되어버린 건 누구 탓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쩌면 좋니. 갈아탈 우주선에 문제가 생겨 도착이 한참 늦어진대. 지구에 도착하면 3년은 지나 있을 거라는데, 어떡해?!

 

남자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어.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물론 그녀는 그를 버리지 않았지. 다만, 문제가 조금 더, 조금씩 더 생겼을 뿐이야. ㅠㅠ 3년, 11년, 그렇게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 이렇게 슬픈 일이 왜 생겨야만 하는 거니? 왜 이러는 거야 자꾸!!

 

도대체 이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왜 이렇게 됐을까. 만나기는 하는 거야? 왜 자꾸 만남이 어긋나기만 하는 거지? 멀쩡하게 잘만 굴러가던 배가, 꼭 이럴 때는 작정이나 한듯 고장 나고 그러더라. 그래서 자꾸 바라면서 읽게 되잖아. 이 짧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이 만날 수는 있는 거냐고 물으면서 읽게 되잖아. 지구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이 달라서 그런 것도 알겠어.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을 견딜 수 없어서 배에 오른 것도 알겠어. 좀 더 빨리 만나고 싶어서 배를 갈아탄 것도 알겠어. 그러면,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수천 번을 만나도 만났을 시간을 만들어줘야지. 안 그래? 왜 그렇게 두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거냐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면서 기다린다는 게 어떨 거로 생각하기에 자꾸 훼방을 놔? (가만 안두겠어!)

 

이번에는 그녀가 왔을까? 이번에 도착한 배 안에 혹시 그녀가 있을까? 그는 계속 시간을 셌어. 하나, 둘... 기다림에 애가 타서 그랬지. 그렇게 시간이라도 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결국, 그는 시간을 세다가 멈췄어. 잊었어. 일 년, 십 년, 몇백 년이 흐르면서 다 잊고 말았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셀 수가 없어졌어. 하지만 여전히 항구에 나가는 걸 멈추지도 않았어. 그럴 수 없었어. 시간을 세던 것을 잊었지만, 그녀가 올 거라는 바람을 놓지는 않았거든. 그는 여기에 있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 거야."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76~77페이지)

 

 

손바닥만 한 이 책을, SF라고 대놓고 말하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어. 나도 모르게 자꾸 같이 기다리게 되더라고. 그가 기다리는 그녀를 보고 싶었거든. 너무 많이 어긋난 그 순간들이 어쨌든 끝을 봐야 하잖아. 몇 백 년이 더 흘렀어. (그때까지 죽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나이를 먹었겠지? 만나도 괜찮을까? 서로 많이 변했을 거잖아. 외모부터 많은 게 변해 있겠지? 앞으로도 달라질 거잖아. 사람이니까. 그런데도 그가 하는 말은 이런 거였어. 하루하루, 10년 전보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내일도 모레도, 아주 먼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라고.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건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바람으로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사람의 마음은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더 보고 싶었나 봐. 그를, 그녀를.

 

(만났어? 만났을까? 못 만난 거야? 뭐야?)

 

아, 이거였어! 작지만 크고, 가볍지만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 그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어서잖아. 더 무슨 말이 필요해...

 

 

:)

결혼을 앞둔 남자가 여자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맘에 드는 프러포즈가 생각이 안 나던 차에, 남자도 여자도 좋아하는 SF소설 작가에게 프러포즈용 소설을 한 편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에 작가는 흔쾌히 쓰게 되었고, 남자는 그 소설을 읽고 녹음을 하고 그녀에게 들려주고. 뭐, 그렇게 프러포즈는 성공했다는 얘기. 남자가 직접 이 소설을 두 권 만들어 한 권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이 소장하고 다른 한 권은 작가에게 보냈다고 하는데... 그렇게 이 소설은 태어났다. 아마 처음부터 출간용은 아니었겠지? 그런데도 이렇게 출간된 이유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

뭔가를 녹음해서 들려주는 게 참 괜찮은 방법이구나 싶기도 하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사람의 감정이 녹음된 목소리에 그대로 드러날 거잖아. 그것 역시 진심일 테고. 아, 그런데... 그럼 목소리가 좀 예쁘면 참 좋겠다. 흠흠. 큼큼.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는데, 아마 통화할 때 상대방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가 녹음된 목소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통화할 때 내 목소리는 어떠냐고. ㅎㅎ

 

 

 

눈에 들어오는 신간 한 권을 보고 궁금했는데, 작가 이름을 보니 김보영이다.

어디서 많이 봤던 이름인데 무슨 책이었더라? 궁금증이 계속 머리 속에 두둥실 떠돌기만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장르도 SF다. 내가 즐겨 읽는 취향도 아닌데 작가 이름이 낯익어서 검색해보니 김보영이네.

전작 목록을 보다가 알았다. 지난 번에 읽은, 손바닥만한 그 작은 책의 작가였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얼마나 몰입해서 읽었는지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고야 말았는데...

그때 생각했다. 아, SF도 조금씩 즐기는 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겠구나.

물론 그 이후에도 그 장르를 많이 읽지는 않았다. 여러 권 읽을 때 한권씩 끼어들 틈을 준 것뿐이다.

 

그렇게 내 취향의 눈길을 옆으로 돌리게 해준 작가의 새책 소식이 반가웠다.

 

 

 

 

 

 

 

저 이승의 선지자.

저승에 물리적 삶이 있고 생태계가 돌아간다? 불명의 생물의 모습까지?

소개 글이 전부이진 않을 터, 김보영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우주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월요일이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선지자와 그의 제자들이 보여줄 삶의 한 모습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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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혜윤의 글을 읽는다.

더운 요즘의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또 한 문장씩 읽어가다 보면 날씨를 잊게 하기도 한다.

이까짓 더위쯤이야...

 

여전히 그녀는,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문득 찾아오는 어떤 생각의 공간에서 비집고 들어오는 책 속 한 구절을 이어간다.

이런 문장, 이런 책, 이런 느낌 같은...

 

먼 곳 어디를 떠올리게도 하고,

어디선가 흘러오던 냄새에 킁킁거리게도 하는,

조금 더 늘어지고 조금 너 뒹굴고 싶은 일요일의 느즈막한 아침이,

편안한 문장들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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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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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 안에는 보통 200페이지 이하의 책을 넣고 다닌다. 집에서 읽다가 만 책 중에서도 얇으면 가지고 다니고 두꺼우면 그냥 집에서만 읽는다. 무거우니까. ㅠㅠ 그런데 이기호의 이 소설은 얇고 잘 읽히는데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까워서 일부러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았는데도 너무 금방 읽혀서 속이 상했다. 아, 정말 몇 년 동안 계속 연재되었으면 지금부터라도 일부러 찾아 읽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재밌게 읽었는데도, 막상 이 소설이 어떤 느낌일지 설명하려니 고민이 생기더라. 뭐라고 딱 한마디로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또 한 마디만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아서 고민스럽기도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여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여동생이 둘째 아이(초2)에게 물었단다. "00이는 크면 엄마랑 결혼할 거야?" 유치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자랄 때 많이 들어왔던 말이지 않아? 아들 가진 엄마는 아들에게 그렇게 묻고, 딸 가진 아빠는 딸에게 그렇게 묻고.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이상형이 정해지는 것처럼 여겼다. 아들에게는 엄마가 이상형, 딸에게는 아빠가 이상형. 그러다가 자식이 크고 결혼 상대자를 인사시키려 데려오면, "너는 아빠(엄마)랑 결혼하겠다며?!" 하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고. 이런 경우 아빠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크다던데, 뭐, 정확히는 알 수 없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이런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대목이다. 그만큼 아낌없이 키우다가 보니 애착이 심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가도, 온전히 내 품 안의 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라고 인정해야 할 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아홉 살 조카 아이가 저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뻔한 대답을 예상하기도 했다. "나는 엄마랑 결혼할 거야!" 뭐 이런 거. 그런데 조카 아이의 대답은 엄마와 결혼할 수 없다고 했다는 거다. 그에 또 나는 생각했지. '아, 엄마와 아들은 결혼할 수 없는 사이구나, 하는 걸 말하려는 거 아닐까?' 전혀 아니었다. 조카 아이의 말은 이랬다. 자기가 커서 결혼할 때가 되면 엄마는 너무 늙은 사람이 되니까 자기와 결혼을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아, 이런... ㅠㅠ 엄마와 아들을 결혼을 할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아는 것과 별개로, 가슴이 싸~해졌을 것 같다. 이때 느꼈던 감정이 뭐였더라, 하는 이야기를 여동생과 한참 했었다.

 

아이가 커가는 게 기적 같으면서도 슬퍼지는 일. 가족이 함께여서 행복하지만 힘든 시간.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되면서도 기대고 싶은 순간.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에 답답하면서도 안도가 되는 마음의 모순. 이 소설은 딱 그런 느낌이다. 여동생이 둘째 아이의 말에서 느낀 많은 생각을 듣고 공감했던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 엄마가 너무 늙어서 자기와 결혼할 수 없다는 아이의 말에 드는 많은 생각. 아이가 자란만큼 부모가 늙는 것은 당연하지만 함께할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슬퍼지고, 계속 아이로 있었으면 좋겠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대꾸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의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게 아쉽고, 또 아이가 자라는 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점점 부모의 지분이 줄어드는 게 섭섭할 것 같고...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행복하고 아쉬운 순간이 동시에 찾아오는 그때.

 

그날 밤 늦게 서재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보니 아내와 세 아이들이 침대 바로 아래 좁은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서 자면 아이들이 따라 올라올까 봐, 그러다가 해여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아내는 항상 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닥다닥 붙어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자니 무언가 뭉클한 것이 가슴 한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도 침대 위로 오르지 못하고 그들 틈에 살짝 모로 누웠다. 쌕쌕거리는 앙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아내의 콧김이 내 뺨에 와닿았다. 아이들의 살 내음과 아내의 살 내음도 와닿았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68페이지)

 

말 그대로 '유쾌한 기호씨네'이다.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도 조금은 어리바리한 아빠와 온몸과 마음이 중무장한 것처럼 보이는 단단한 엄마.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게 취미인 큰아들과 중간에 끼인 둘째 아들, 존재 자체가 너무 예쁜 막내딸. 몸이 아픈 것을 말하지 않고 자식 힘든 일에 손을 보태러 오시는 부모님. 단순하게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가족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더라. 소소한 그들의 일상에 웃다가, 어느 순간 보니 울고 있더라는 이상한(?) 이야기.

 

언제나 '가족'이 화두가 되는 이야기는 비슷하다. 거의 두 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고발 프로그램에서나 볼 것 같은 이기적인 집단이거나, 울고 웃다 보니 이렇게 함께해왔다는 훈훈함이거나. 당연히 기호씨네 가족은 후자다. 분명 살면서 힘든 시간이 있었을 테지만,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환히 보이게 한다. '이래서 웃을 수밖에 없군!' 아니면 '이렇게 울다 보니 우리 집 얘기였네!' 하는 공감이 저절로 따라오는 에피소드. 늘 양가의 감정이 같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가족이 사는 이야기는 웃음이 훨씬 많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도 한글을 다 떼지 못해서 걱정되는 건 그들의 부모가 아니라 나였다. 우리 자랄 때와는 분명 다른 요즘이지 않은가. '유쾌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지'라고 하는 건 마음속 말들이고, 현실 속 초등학교 입학생은 그게 아니니까. 과도한 교육열이 아니라 이제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 떼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결국, 기호씨 부부도 인정하더라.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는 속담을 말하는 아이에게 웃음으로 답하긴 했지만, 뭐 그 정도는 괜찮겠지. ^^

 

44편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늘 마지막은 있기 마련인가 보다. 또 다른 순간들이 오면서 그들의 시간도 흐른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에 담기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는 더 많을 거다.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기호씨 부부도 늙어가고, 부부의 부모님도 점점 더 약해지겠지. 그런데 아직은 그런 슬픔을 떠올리기 싫게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그건 우리 모두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조금 천천히 자랐으면, 우리가 조금 천천히 늙어갔으면, 우리의 부모가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계셨으면 하는 마음들. 힘든 순간을 상쇄할 알콩달콩 세세한 순간들이 더 많이 쌓였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가족으로 엮인 우리가 서로를 보고 배우며 자라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품게 한다. 슬픔보다는 기쁨이, 서글픔보다는 애틋함이, 눈물보다는 웃음이 차지하는 순간들이 계속 쌓였으면 하는 바람을 품으면서 읽게 되는 기호씨네 이야기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기쁜 일은 더 기뻐지고 슬픈 일은 더 슬퍼지는 일이 되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지금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의 부모에게,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포스가 함께하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그것뿐이다. (247페이지)

 

서툴지만 귀여운 아빠, 어설프게 전하는 마음이 기특한 남편, 마흔이 넘고서도 그저 막내로 존재하는 아들. 기호씨네 가정에서 그가 서 있는 자리다. 금방 '뻥'하고 터질 풍선만 불어대도, 뭔가를 뚝딱 해낼 것 같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아빠다. (이렇게 말하면 그의 아내는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아빠 기호씨가 늘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왠지 기호씨가 지금 모습 그대로 존재할 때 그 가족에게 웃음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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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2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지가 넘어가는게 아깝다,고 하신 얘기 격하게 공감합니다~~

구단씨 2017-06-21 16:30   좋아요 1 | URL
깔깔대며 웃다가 보니까 마지막 페이지였어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