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초승달문고 42
김유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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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어떻게 읽어야 맛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 책이라는 게 그냥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읽어보니 알겠더라.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을 읽고 있는 게 고문이라고.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책이 재미없다면 읽기 싫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읽어야 할 때가 있고, 읽기 싫다 보니 자꾸 멀어지는 속도가 빠른 것도 책이더라는... 안읽어 씨 가족의 책 맛집 탐방기가 우리 모두의 입맛을 만족하게 하는 맛있는 책으로 거듭날지어다.

 

안읽어 씨 가족은 모두 네 명이다. 안읽어 씨, 산만해 여사, 안봄, 개 왈왈 씨.

안읽어 씨는 폼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절대 읽지는 않는다. 남들 앞에서 폼 나 보이는 책을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탄다. 거실의 책장에도 폼 나는 책으로 채웠다. 산만해 여사는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한 적이 없다. 산만해서 말이다. 안봄은 떼쓰면서 자기주장을 내세운다. 이 집에서 가장 어른은 개 왈왈 씨다.

 

 

안읽어 씨 가족은 책을 좋아한다. 정말 좋아한다. 안읽어 씨는 책을 운동기구로 이용한다. 산만해 여사는 책을 냄비 받침으로,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낼 때도 사용한다. 안봄은 책을 장난감으로 여기고 논다. 왈왈 씨에게 책은 밥그릇이 되기도 한다. 안읽어 씨 가족에게 책은 너무 좋아하는 대상이지만, 읽지는 않는다는 게 반전이다. 책을 엄청 좋아하지만, 절대 읽지 않는다. 가끔 새 책이 필요하면 주문도 한다. 그런데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 오직 그들만의 방식을 책을 좋아하는 거다. 그러던 이 가족에게 갑자기 나타난 ‘맛있는 책 요리점’으로 가는 약도는 신비한 모험을 만든다. 안봄의 학교 숙제 때문에 등장한 이 책은 안읽어 씨 가족에게 맛있는 책 요리점으로 인도하는 네비게이션이 된 거다!

 

‘맛있는 책 요리점’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맛있는 책 요리점’을 사칭한 듯한, ‘거만한 책 요리점’에 갔다가 화나는 맛을 경험했다. 뭐 그리 거부하는 사항이 많은 요리점인지, 다시는 가지 않으리. 이름도 지워진 ‘XX 요리점’에서는 먹은 책은 헷갈리는 맛이었다. 지워진 간판 일부분처럼 뭔가 알쏭달쏭 알 수 없는 맛이었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정말 이름값을 하더라. ‘맛없는 책 요리점’에서는 아주 끔찍한 맛을 보았다. 도대체 ‘맛있는 책 요리점’이 있기는 한 걸까? 분명 주소 그대로 갔는데 왜 보이지 않는 거지? ‘책도시 책마을로 99’ 맞잖아? 도대체 ‘맛있는 책 요리점’은 어디 있는 거야?

 

어찌어찌, 보물섬 찾아가듯 헤매다 보니 드디어 도착했다. 맛있는 책 요리점! 와우~ 여기는 메뉴판부터 다르다. 발효 종이를 층층이 쌓은 책, 무지갯빛 그림을 곁들인 책, 오븐에 구운 사진 책, 문장 사이에 꿀을 바른 책, 숫자 소스를 듬뿍 올린 책, 바삭하게 튀긴 글자 책, 낱말 새싹을 버무린 책. 메뉴만 봐도 뭔가,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 같잖아. 식당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더라고. 사람들이 북적북적, 겨우 한 자리 남은 곳에 안읽어 씨 가족이 앉게 되었지. 그리고 책 요리의 다양한 맛의 세계로 풍덩 빠져버린 거야. 게다가 마구 편식해도 된다잖아! 이렇게 자유로운 요리점이 있다니, 지상 천국이로구나.

 

쌀로 만든 종이에 유기농 식용 잉크로 글자와 그림을 인쇄하고, 옥수수수염으로 종이를 묶어 만든 건강한 책 요리를 비롯해서 이제까지 책에서 보지 못한 맛이 수두룩했다. 아니, 이런 책 요리점이 이제 알았다는 게 뭔가, 뭔가 많이 억울해! 이제라도 다 먹어보고 말테야! 편식이 웬 말인가! 이 기회에 편식 습관을 없애버리고 말 테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이 부분인데, 맛있는 책 요리점에서 화장실에 갔던 안봄이 길을 잃어서 가게 된 곳이, 맛있는 책 요리점의 주방이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하얀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하는 말이, 책 만드는 일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주었다고 해야 할까.

“오늘 들어온 이야기가 싱싱하지 못해요. 다시 보내달라고 해야겠어요.”

“배꼽 빠지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오죠?”

“따뜻한 이야기가 더 필요해요.”

요리사들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103페이지)

책을 요리하는 것을 처음 본 안봄은 신기했다. 여기서 이어지는 요리점의 고양이 할아버지(아마도 매니저쯤?)의 말이 책에 관한 기본을 말해준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책 한 권을 요리할 때도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단다. 그래야 맛있는 책이 될 수 있지.”

“맛있는 책은 어떤 건데요?”

안봄이 되물었습니다.

“음, 우선 재료가 좋아야겠지. 파릇파릇 신선한 이야기나 깊은 맛이 나는 이야기처럼 좋은 재료에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이 더해진다면, 맛있는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106페이지)

 

 

한 권의 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게 된 안봄은 책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좋은 소재에서 신선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기대. 책과 관련한 많은 사람이 정성을 다해 이루어놓은 책의 탄생.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책 만드는 과정이 좀 더 흥미롭고 재밌게 재탄생한 이야기다. 두껍고 어려워서 읽기 싫지만 어디 놓아두면 폼 나는 책이 아니라, 저절로 펼쳐보고 싶어지게 하는 책을 만나는 길을 열어주는 여정이었다. 그동안 안읽어 씨네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이건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의 도구쯤으로 활용했던 이 가족이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 계기가 된 거니까. 무엇보다, 그저 취향대로 주문했을 뿐인데 자기 입맛에 맞게 나온 책 요리들로 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열린 것이다. 책만 보면 답답하고, 독후감 숙제라도 해야 하니 억지로 펼치고, 이런 것은 좀 읽어야 한다면서 권하는 책을 눈앞에 두고 한숨만 푹푹 쉬어지는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책 세상에 뛰어들 수 있는 메뉴로 가득한 책 요리점이었으니!

 

이 가족이 책을 대했던 자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 허세 부리며 책을 장식으로 활용했던 안읽어 씨, 산만해 여사의 산만함으로 가방으로 변신한 듯한 책 디자인, 남의 독후감을 짜깁기해서 겨우 제출한 숙제를 읽지도 못하는 두통을 일으키는 안봄, 왈왈 씨가 핥아 대서 표지가 지워지는 지워지기까지 하는 책은 더는 볼 수 없다. (냄비 받침으로는 이용해봤어도 개 밥그릇으로는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놀라웠지만... ^^) 책을 이루는 재료들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태어나는지, 어린이의 시선에서 재밌게 엮어 놨다. 안읽어 씨 가족이 각자 주문한 책으로 자기 입맛을 찾을 것처럼 책에서 찾는 다양한 맛이 누구에게나 찾아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가득 담은 이야기다. 재밌고, 맛있고, 달콤하고, 고소하고, 새콤하고... 더 다양한 맛을 즐기고 찾는 그 날까지, 계속 책맛에 빠져들어 맛있게 꼭꼭 씹어 먹을 수 있기를.

 

 

오늘 안읽어 씨는 정말 재미있는 책을 가지고 지하철을 탔고, 산만해 여사는 요리책을 보고 요리를 하고, 안봄은 책이 얼마나 맛있는지 확인하려고 책을 씹어 먹고, 왈왈 씨는 다 먹을 밥이 아쉬운지 여전히 책을 핥아먹고 있다. 이 정도면 책을 충분히 즐기는 거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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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문학동네 시인선 97
권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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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한 이름인데,

그래서 나는 그의 시집을 오래전부터 본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14년 만에 내는 시집이라고 했다.

그럼 내가 본 그의 시는 어디에서였던가...

 

가을에 만나기 좋은 제목에 반해서 구입했다.

막상 펼쳐보니, 제목이 잘 어울리는 시들로 가득했다.

너무 짧은 분량에 괜히 서울해지려는 시집이다.

 

 

휘어진 길 저쪽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시간과 공간을 챙겨

기쁨과 슬픔, 떠나기 싫은 사랑마저도 챙겨

거대한 바퀴를 끌고

어디론가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중략)

 

어디로 갔을까 그 세월의 바퀴는

장독대와 툇마루와 굴뚝을 싣고

아버지의 문패와 배호가 살던 흑백텔리비전을 싣고

초저녁별 지나 달의 뒤편 저 너머

어디쯤 살림을 풀어놓은 것일까

 

(중략)

 

내 마음속 깊은 골목 맨 끝 집

등불 속에 살고 있는 것들

오, 어느새 그 속으로 이사와

아프고 아름답게 반짝이며 자라고 있는

세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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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 좋아하는 독자들 많은 거인디...

애장판 소장하고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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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열매를 주렁주렁 맺기 좋은 날이다.
이틀 전만 해도 새벽에 눈을 뜨는 이유가 너무 더워서였는데,
오늘 새벽에는 너무 추워서 계속 잘 수가 없더라.

재채기로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
계절이 넘어가는 계절, 이름 없는 어떤 계절을 통과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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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점기행 (보급판)
김언호 글.사진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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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책을 존중하는(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책과 서점을 정말 존중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세계의 서점을 따라 걷는 저자의 발자취가 낯설지 않은, 마치 정해진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던 걸로 여기게 된다. ‘왜?’라고 묻지 않아도 된다. 그건 눈으로 그리지 않은 그의 인생 계획표의 일부였는지도 모른다. 저자 덕분에 독자인 나도 덩달아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흐뭇하다.

 

국내의 부산의 어느 서점부터 북유럽의 서점까지,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을 그대로 담아왔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의미는 서점의 외관부터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그 안의 풍경과 서점이 이끌어온 역사와 정신까지 포함해서 이르는 표현이다. 각 서점의 역사와 의식, 창립자의 사연까지 듣고 보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간 부분 이후로는 중국의 서점이, 뒷부분에 다다르면 부산의 서점도 소개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앞에서부터 소개된 유럽의 서점이 더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서점과는 다른 웅장함과 고서점의 분위기까지 풍기는데, 그 안에 서서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나를 상상해보면, 정말이지 없던 고상함까지 끌어내 오고 싶을 지경이다. 아무래도 책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앞서 그 책이 담긴 건물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한몫한다. 유럽의 건물 양식이 그러할 테고, 익숙한 동양인이 아니라 서양인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데서 오는 낯섦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 서점이 태어난 배경과 유지하는 데 힘을 주는 독자와 동네 주민들의 역할을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독립서점을 다녀온 그가 건넨 사진에서 유럽서점의 스타일이 그대로 보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의 <도미니카넌서점>은 어마어마한 복층의 구조가 웅장했다. 800년의 세월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서점을 책의 신전, 서점이 고전이라고 했는데, 이 서점의 분위기를 보고 고전이 가득할 거라는 생각 역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여기서는 대부분 책이 고전일지 모른다는 착각부터 했으니까 말이다. ‘회원의 날’을 만들어 음악회도 열고, 일정 권수 이상 구매하면 혜택도 준다. 네덜란드 역시 도서정가제가 시행 중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의 <토트 북스>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2층 구조의 서점이며,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단다. 다만 구매자에게 30파운드 이상의 책을 사면 작은 가방을, 70파운드 이상이면 큰 가방을 선물하는데, 이게 바로 광고 대신이었나 보다.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도미니카넌 서점

영국 런던 돈트 북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미드타운 스콜라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여겨봤던 서점이 프랑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인데, 그 창립 배경이 단순한(?) 것에 비하면 서점의 역사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것 같다. 1919년 미국 출신의 실비아 비치가 프랑스에서 영어책 서점을 낸 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다. 가난한 작가·예술가들이 그의 서점에서 책을 빌려 갔다고 하는데, 오늘날의 대여점과 서점의 혼합이 아니었나 싶다. ^^ 1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불황이 심화하면서 다시 전쟁으로 가고 있던 심사치 않은 그 시대에도 이곳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니, 어떤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로 여길 드나들었을지 상상이 된다. 여기서 실비아는 제임스 조이스와 만난다. 그의 작품 『율리시스』의 출간이 어려워지자 그녀가 직접 출판하기도 하면서 대박을 친다. (제임스 조이스의 서명이 담긴 율리시스 초판본이 뉴욕의 고서점 아르고시에 있는데, 6,000만 원이란다. 헉!) 하지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살림은 고단했고, 1930년대가 끝나가면서 파리는 전장으로 변했고, 제임스 조이스가 세상을 떠나는 1941녀에 실비아도 서점을 문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피네간의 경야』 때문이다. 독일 장교가 탐내던 그 책을 실비아는 내어줄 수가 없었다. 그에 거부하니 실비아는 6개월 동안 수용소에 갇혔고, 기력도 쇠약해져 더는 서점을 운영할 수 없었던 거다. 훗날 시간이 흘러 미국 청년 조지 휘트먼에 의해 서점이 이어지면서, 갈 곳 없는 작가들과 배고픈 지식인들을 위해 수프를 끓였다는... 자기 서점을 ‘잡초 여관’이라 부르며 삶과 사유의 안식처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정신은 계속되었다. 현재는 조지 휘트먼의 딸 실비아 휘트먼이 이어가고 있다. 서점이 가업이 되는 순간이 이런 기분일까? 일본의 오래된 라멘집의 전통을 보는 느낌이다. 규모나 배경, 이익 창출을 떠올리지 않고 오직 책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물론 수익이 있어야 유지가 되는 건 당연하고!

 

 

그리고 이어지는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의 서점이다.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난징의 서점과 서점인들이 문제의식을 발동하고 중국사회를 같이 본다. 24시간 문을 여는 싼롄타오펀서점의 바람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독서정책이 부럽다. (내가 사는 이곳 도서관은 2016년 도서관 도서구입비를 10분의 1 이하로 줄였다고 하던데, 그래서 올해 입고된 신간이 많지 않더라) 일본의 서점은 보고 바로 일본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 있고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부산 영광도서의 계속되는 변신, 꾸준한 보수동 책방골목은 우리 서점의 역사라고 한다. 사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고, 언제 가게 될지 기약이 없이 그냥 오랜 시간 들어온 곳이라서 그런지, 저자가 말하는 우리 ‘서점의 역사’라는 표현이 낯설지는 않다. 다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처럼 기본 몇백 년은 된 고서점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독자와 시민이 명문서점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은 뭔가 울컥하기도 하고, 서점을 좀 더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저 책을 파는 곳, 책을 사기 위해 드나드는 곳으로 여겼던 내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여전히 내게 서점은 그렇다), 독자와 시민이 나서서 서점 성원 운동을 벌였던 다른 나라의 서점 역사를 듣고 보니, 역시 이익을 내야 운영되는 곳이 서점이기도 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와 정신을 끌어가는 곳으로 거듭나고 유지되어 한다는 말에 공감하고 싶어진다. 폐허가 된 극장에 들어선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미드타운 스콜라서점이 낙후된 지역을 재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듯, 네덜란드 책방 마을 브레데보르트가 관광지가 지역을 발전시켰듯,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뉴욕의 스트랜드서점이 명문서점이자 관광코스가 된 것처럼, 지역발전에 유의미한 존재가 되는 곳으로 거듭나는 건 서점 혼자만이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저자가 들려준 이런 서점의 이야기, 세계 서점의 매력들을 듣고 있노라니 더 부러워진다.

 

내가 사는 이곳에도 서점이 있긴 하지만 안 간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대부분 수험서나 교재, 베스트셀러가 진열되어 있고, 편하게 앉아 책 구경 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서점이 익숙하다. 대형서점이 들어와서 카페 같은 분위기로 이용자들을 편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금방 들어온 것 같지는 않고... 이번 여름에 집 앞에 시립도서관 분관이 개관했다. 처음 여기 공사할 때는, 책 들여올 예산도 부족하다면서 이미 4개의 분관이 있는 시립도서관에 굳이 또 만드나 싶었다. 차를 타고 10분이면 가는 곳에 도서관이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막상 도서관 개관하고 나니 이용자가 많다는 걸 알았다. 도서관 아래층에 노인복지관을 같이 운영해서 그런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어르신도 많았고, 도서관에서 어르신 상대로 개설하는 수업도 종종 있던데, 괜찮더라. 도서관 다니면서 엄마 수업도 신청하고 오곤 했다. 억지로 신청해놓으니 귀찮다고 하면서도 가시더라. 거기 수업에서 만든 작품(?)을 집에 걸어두고, 사진 찍어서 막 손주들에게 보내라고... ^^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점과 서점인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는지, 세상을 경험하는지 보여준다. 오랜 시간 그 명맥을 이어올 수밖에 없는 의지를 들려준다. 그곳을 지켜내야만 했던 이유가 너무 간절했던 거다. 단순하게 책이 아니고, 그냥 그런 서점으로의 공간이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싸워야 할 많은 것을 찾게 하는 의식의 장소였던 거다. 서점이 하나의 나라라면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이용하는 시민들은 그 나라를 지키고 이끌어온 국민이다. 세계 명문서점은 베스트셀러에 매달리지도 않고, 문화를 연결하여 사람들 가슴에 들어가려 하는지 얘기한다. 책을 선택하는 서점인의 안목, 서점에 대한 독자·시민 의식이 명문서점을 만들어낼 거라 말한다. 도서관도 비슷한 맥락인 듯하다. (여기에 분관 만드느라 예산 낭비한다고 투덜댔던 거, 도서관 개관하자마자 반성했다. 생각보다 이용자가 많았다. 도서구입비나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여기에 소개된 서점이 전부가 아닐 테지만, 이보다 더 할 말이 많을 테지만, 이만큼이라도 본 책의 숲도 아름다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처럼 언젠가 한 번은 세계의 서점 순회 간절하게 하고 싶어질 것 같다. ^^

 

 

 

어느 작은 서점의 구석에, 이런 내 자리 하나 고정석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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