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이 도서 구매를 놓고 고민이 된다고 했다. 동서문화사의 앤 시리즈를 구매할 것이냐, 인디고의 고전 명작 시리즈를 구매할 것이냐 하는... 두 가지 모두 매력적인 책이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인디고 도서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이 나이 먹도록 읽지 못한 고전 동화가 많기 때문이다. 고전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나 영화, 소설은 많이 있겠지만, 원작으로 읽어본 게 거의 없다. 어렸을 적 책을 가까이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이가 읽는다고 생각하는 책을 쉽게 접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니 시리즈로 갖다 놓으면 더 손길이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고 싶었던 듯하다.

 

 

 

 

 

 

 

 

 

 

그런 옅은 바람으로 뜬금없이 읽기 시작한 어린이 고전이다. 그 시작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림자처럼 주디를 후원하던 그 마음이 언제 어떻게 변하기 시작했을까 궁금했다. <빨강머리 앤> 보다, <캔디 캔디> 보다 더 먼저 만나고 싶었던 게 <키다리 아저씨>다. 물론 읽지 않아도 내용은 다 알고 있으니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은 크지 않았다. 키다리 아저씨를 모티브로 한 여러 버전 이야기들의 시작을 활자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

 

 

 

 

 

 

 

 

 

<키다리 아저씨>를 언젠가 한번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고등학교 때, 매주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키다리 아저씨>라는 만화를 TV에서 보여주었다. 아침 7시나 7시 반쯤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가물가물. 아무튼! 일요일 아침잠을 포기할 사람이 어디 흔한가?!!! 그 흔하지 않은 사람 여기 있었다. 나, 일요일 아침잠 포기하면서 매주 <키다리 아저씨>를 챙겨봤다고. 혹시라도 특별 편성 때문에 결방하면 TV를 바수어버릴 기세로 덤벼들었었다. 특별 편성으로 결방하면 방송국에 전화까지 했었던, 뒤끝 있던 여인의 조짐이 보였던 거다. 제발 <키다리 아저씨>를 틀어달란 말이야!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제주도 수학여행 길이었다. 우리는 예정에도 없던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이틀을 더 묶여 있다가 평일이 아닌 일요일 새벽에 제주에서 진도로 가는 배를 타게 되었는데!!!!!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있나. 객실 안에 매달려 있던 조그마한 TV 앞에,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몰입하고 있는, 100명도 넘는 여고생들을 상상해봐! 아마 그때가 <키다리 아저씨> 내용의 후반부쯤이었으니까, 주디하고 저비스씨가 밀당하고 있던 때 아니었겠어?! 모두가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잖아. “주디! 키다리 아저씨가 저비스씨란 말이야! 왜 못 알아보는 거야!”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주디의 주리를 틀고 키다리 아저씨를 사수하겠다고 외치는, 사생팬이 된 듯한 분위기였지. “주디, 알간~? 바로 앞에 있었으면 너는 100명이 넘는 이 언니들의 손에 피를 묻혔을 것이야~!!”

 

그런데 인제 와서야 처음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책으로 읽다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삐딱한 생각이 솔솔 일어난다. 이름 모를 후견인이 나타나 고아 소녀를 대학에 입학시켜 주고 꿈을 찾아가게 하는, 교훈과 감동을 주는 내용이 바탕이긴 한데... 지금 보니, 키다리 아저씨가 아주 인내심 강한 작업남(?)으로 보인단 말이지! 어렸을 적 이 이야기를 보면서 느꼈었던, 한 고아 소녀의 성공기나 키다리 아저씨와의 사랑이 완성되는 달콩달콩 로맨스가 전부가 아니었던 게지. 어른의 눈으로 다시 만나보니 이 남자, ‘키다리 아저씨’라 불리던 이 오빠는 선수였던 거야!!

 

 

 

 

 

 

 

 

 

 

이 오빠의 작업이 수상해.

열일곱 살 소녀 주디에게 14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키다리 오빠는 이름을 감추고 후견인을 자청했지. 그런데 이 오빠 왜 이런 거야? 여자아이를 싫어한다고 했잖아. 그동안 쭈욱~ 남자아이들만 후견해왔었잖아. 뜬금없이 왜 여자아이를, 그것도 주디를 콕 지정해서 후원했던 거냐고! 서른한 살의 젊은(?) 오빠, 처음부터 주디에게 꽂혀서 작업 시작한 것만 같은 이 불순한 의심은 어쩔 거야. 게다가 키다리 아저씨의 이름을 물으니 존 스미스래. 아, 이 흔하디흔한 이름과 성. (그래서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란 제목의 영화가 있는 거잖아.) 주디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려고 흔한 이름을 붙인 걸 거야. ‘이 오빠는 널 해치지 않아~’, ‘오빠 못 믿어?’ 이런 마음을 날리면서 이름을 그렇게 정한 거 아냐? 난 그렇다고 생각해!

 

오빠는 어장관리도 참 잘해.

주디를 후원하면서 키다리 아저씨가 요구했던 것은 단 하나였어. 주디의 학교생활과 일과, 공부하는 이야기를 매달 편지로 써서 보내라고 했지. 순진하고 성실한 소녀임을 자청한 주디는 고마우신 후원자(?)님께 시시콜콜 미주알고주알 편지에다 다 적어 보냈지. 이 오빠는 이런 식으로 원거리에서 주디의 생활을 스캔하면서 어장관리를 했던 거야. 특히 목이 마를 만하면 한 번씩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나 주는 센스~! 줄리아의 삼촌이란 이름으로 학교에 나타나서 주디에게 학교 안내를 하게 만들잖아. 조카의 친구들에게 함께 베푸는 것처럼 꽃이며 초콜릿을 건네준다니까. 이런 앙큼한 오빠 같으니라구. 사실 줄리아는 삼촌과 친하지도 않았다는데 말이야. 그런 식으로 뜬금없이 한 번씩 학교에 나타나 주디를 만나는 우연을 만들기도 했어. 그러면서 자신이 호감 가는 남자라고 어필하려 애쓴 거 아니겠어? 저비스라는 이름으로 주디와 함께 차를 마시고, 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처럼 즐겁게 이야기하고, 같이 쿠키도 만들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만들었다니까! 거기에다 주디의 편지로 알고 있는 많은 것을 근거로, 마치 주디의 마음속에 한번 들어갔다 온 것처럼 다 알고 있잖아! 급기야 이 오빠 돈 많은 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뉴욕으로 주디 일행을 초대하지. 때마침 햄릿에 푹 빠진 주디를 꼬시려고 햄릿 공연까지 보여주고. 칫~! 주야장천 ‘내가 키다리 오빠야.’하는 암시를 주지만, 무디고 둔한 주디는 아무것도 몰라. 흑... 주디는 오빠 맘을 그렇게 몰라주고, 편지에다가 자꾸만 저비스의 이야기를 한단 말이야. 그런데 진짜 연적은 이제부터 등장한다니까.

 

이 오빠의 질투 좀 봐봐, 웃긴다니까.

주디가 초대받고 샐리의 집에 가게 되잖아. 물론 키다리 오빠는 흔쾌히 허락해. “그래, 가서 재밌게 놀다가 와.” 그런데 그게 키다리 오빠 최대의 실수가 될 줄이야. 연적이 나타난 거야! 바로 샐리의 오빠 지미. 주디가 편지로 샐리네(정확히는 지미)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 오빠는 긴장하기 시작하고 질투에 휩싸이지. 다음번 샐리의 초대에 가지 말라고 하면서, 샐리네 초대에 응하지 말아야 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이 오빠도 이렇게 유치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야. 큭큭... 결국, 주디는 이 오빠의 영역인 록 윌로우의 농장으로 3개월 동안 유배를 가게 되잖아.

 

이 오빠를 어쩌면 좋아...

키다리 오빠의 작업은 여기서 아주 빛이 나지. 샐리의 초대에 못 가게 해서 주디를 화나게 하더니, 저비스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록 윌로우 농장으로 보내 어린 저비스를 상상하게 하잖아. 저비스는 이렇게 귀여운 아이였다, 저비스는 이곳에서 이런 책을 읽었다, 하는 것을 저절로 알게 하잖아. 아주 계획적이야. 자신의 어릴 적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장소에 보내놓고 차근차근 알아가게 하더니, 저비스라는 존재에게 친근해질 때쯤에 짠~ 하고 나타나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좀 봐봐. 그러면서 샐리네에 가서 지미가 가르쳐 주기로 했던 걸 자신이 막 가르쳐주고 있잖아. 깔깔깔~ 낚시랑 말타기는 물론이고, 총 쏘기도 가르쳐 주고 있었어. (이거 지미가 주디에게 가르쳐 주기로 한 거였잖아!) 이 부분 읽는데, 이 오빠 진짜 귀엽더라. 지미랑 같이 못 하게 하려고 샐리네 초대에 못 가게 하더니, 자기가 막 다 해줘. 이런 거 저런 거 같이 하고 시간 보내면서 주디에게 자신을 필사적으로 어필하는 모습이 귀여워 죽겠어.

 

사랑에 빠지니까 이 오빠도 허당이 된다니까.

주디가 점점 독립적인 여자가 되어가는 것을 보던 오빠는 엄청나게 긴장하지. 자기 손길을 받으면서 키우고 길들여야 할 것 같은데 장학금도 받는다고 하고, 졸업 후에 유럽여행을 추천했더니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한다잖아! 이럼 안 되는데... 긴장, 초긴장... 선수처럼 자신만만, 뒤에서 살며시 조종하면서, 계획대로 잘 리드한 것 같은데. 이런 노선변경 반갑지 않아~!!

 

 

 

 

 

 

 

 

 

결국.

결국..

결국...

키다리 오빠는 저비스의 이름으로 청혼을 해~!!! 꺄악~!!!!!

 

근데. 흑...

주디가 거절해서 이 오빠에게 멘붕이 오고, 큰 병이 났잖아.....

오빠의 작업 성공이 물 건너간 거야?

아, 슬퍼.

 

 

읽어가면서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키다리 아저씨의 등장과 처음 저비스씨의 등장은 동일 인물임을 곳곳에서 암시하고 있으니까. (주디가 저비스씨의 외모-특히 키-를 그려 넣은 부분만 봐도 알 수 있지.) 알면서도 계속해서 그 긴장감과 재미,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검색해보니 도서 분류가 어린이 명작 고전으로 나오는데, 흐음... 고전은 고전인데, 어린이용(조금 더 넓게는 청소년까지) 로맨스고전이다. 그것도 흔하지 않게 서간체로 써진 로맨스소설. ^^ (아, 완전 웃음 나..... 킥킥킥...)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왜 진즉 읽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병원 진료대기실에서 앞부분 읽으면서 주디의 말발에 혼자 킥킥대다가 사람들의 시선에 잠깐 민망했으나 그게 뭐! 저비스씨의 등장에서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니, 알게 모르게 보이는 두 사람의 밀당에서는 역시! 하는 감탄사가 나오더라. 로맨스소설의 조건을 다 갖추었구먼~!! 100년 전에 쓰였다는 이 소설에서 한 가지 더 놀라운 건 오늘날 많이 볼 수 있었던, 띠동갑을 넘어선 나이 차이!! 주디랑 키다리 오빠랑 14살 차이래. 흑흑... 능력 있는 이 오빠, 역시 어린 여자를 차지하는구나. 그것도 처음부터 콕 점찍어서 잘 키우더니 스물두 살에(처음 주디는 17세, 4년의 대학생활, 그리고 졸업 후에 청혼을 받는다.) 확~ 잡아드시는구나. 아이고, 배 아파~!!

 

고전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더니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싶었다. (나이 불문, 장르 불문하고 고전이라는 것을 통틀어...) 좋다. 책으로 만나는 이런 즐거움, 색다르고 즐겁다. 다음에 한 번 더 읽으면 또 얼마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근데 이 책 마지막까지 읽어보니, 이 오빠 너무 느끼해.

당신이 웃으며 손을 내밀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사랑하는 주디, 내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걸 짐작조차 못 한 거야?”

어우~ 이 말을 하고 있을 표정과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막~ 춤을 추고 있어.

(이 말을 하고 있는 키다리 오빠의 목소리가 자꾸만 박영규 아저씨 저음의 느끼한 목소리로 들려... 슬프다...)

 

 

 

 

 

 

 

 

 

 

 

오늘,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오면서 이 분위기를 이어갈 고전 두 권을 대출해왔다.

<작은 아씨들>과 <로미오와 줄리엣> ^^

11월이 가기 전에 꼭 완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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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4-10-2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캔디캔디 컬러 애장판도 있는데 열권짜리도 갖고파요. ㅋㅋ

구단씨 2014-10-23 09:50   좋아요 0 | URL
완전 좋으시겠어요.........
컬러판은 진즉에 품절이던디요... ^^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박후기 글.사진 / 문학세계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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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꺼내어 하는 말(소리) 대신에 글(문장)로 그 말의 깊이를 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생중계처럼 전해지는 말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되어 글로 써지는 시간이 만들어지면 조금 더 다른,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로, 가끔은 일부러 급한 마음 상태의 전화보다는 조금 생각하다가 문자를, 문자보다는 메일로 상대에게 전달할 때가 있다. 설명이 필요하다거나 내 마음을 조금 더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바람이 있을 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올곧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의미의 언어가 여기 하나 더 있다. 말과 글만큼이나 더 전달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 사진이다. 딱 그때, 그 순간의 기록처럼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 많은 말을 대신하고 있다. 종군기자의 사진 한 장이 전장의 실상을 그대로 전했던 것처럼, 사진이 말을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사진의 말을 알아듣는 나는, 또 한 번 공감의 언어로 소통한다. 사진이라는 언어...

 

 

시인이 쓴 산문이다. 나는 아마 이런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시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시 같은 글을 통해 어떤 마음을 전달받고 싶었던 거라고. 읽고 보니 그 기대감이 틀리지는 않았다. 다만 순서가 조금 다른 듯했다. 글이 가득한 느낌 속에 사진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구성이 아니라, 사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시인의 글이 따라오고 있다. 사진이 걷고 발자국을 남기면 이야기가 그림자처럼 그 발자국을 밟는다. 그 사진을 찍었을 순간의 마음, 그 장면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께한다. 뻔한 얘기 같지만, 그 안에 일상을 풀어놓고 싶은 나의 바람까지 함께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에 반했던 듯하다.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이라니, 뭔가 가벼워지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을 들킨 것만 같잖아. 양쪽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감정의 벽돌 하나를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 비까지 내리는 이 가을, 그냥 지나치고 갈 리 없는 익숙한 감기가 버거웠고, 한 살 더 먹어가는 나이의 무게가 심란했다. 마음을 흔드는 많은 일이 제자리를 찾아주었으면 싶은 바람에, 종교가 없음에도 수신자가 없는 그 어딘가를 향해 기도하고 싶기도 했다.

 

 

기도는 변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또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중략)

언제나 사람이 먼저 기도를 떠나왔던 것이다.

처음에 품은 그 절심함을 잊고, 사람이 먼저 사랑을 떠나왔던 것이다.

기도는, 어쩌면 잊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는지도 모른다. (149페이지)

 

그런데 저자는 손바닥 뒤집듯, 기도에 대한 나의 마음에 너무나도 간단히 직구를 날렸다. 기도가, 잊고 싶다는 마음의 말이었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랬나 보다. 나의 진심은 ‘이런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는 플러스(+)의 요청이 아니라, ‘이런 마음을 사라지게 해주세요.’ 하는 마이너스(-)의 잘라냄을 바라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려오라고 나에게 말한다. 살다가 하루쯤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그런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시(詩)에서 내려오고 싶은 날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무엇인가로부터 내려오고 싶고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날, 저자가 어떤 찰나를 담은 사진 한 장과 그 순간을 기록한 마음처럼 눈과 귀를 열게 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눈이 내리는 계절의 흐름, 누군가의 구부정한 어깨, 버릴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사람, 모여서 함께 흔들리는 갈대, 오늘을 살게 하는 많은 법칙, 혼자 흔들리지 말라는 위로, 기울어지는 그리움에 기대어도 된다는 말, 깊어지는 맛을 내는 것들의 의미, 비는 내가 우는 소리라는 듯, 서로가 서로에게 지나가는 길목의 마주침, 감정이 살아있음에 붉어지는 얼굴의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들이 품고 있는 말들을 풀어낸다. 시처럼, 음이 낮은 노래처럼, 마시기 좋게 적당히 식은 차 한 잔처럼.

 

누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날이 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 사람은 내 마음의 행간(行間)까지도 읽어버린 것이다.

그런 날엔 한없이 서럽고, 또한 알 수 없는 떨림이 등피를 두드린다. (87페이지)

 

몰랐으면 싶은데 간혹 눈치 빠른 누군가는 내가 아무런 말이 없어도 마음을 알아챈다. 내 숨소리가 거기까지 날아갔나 싶게 정확히 짚어낸다. 무슨 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었구나 싶은 눈치를 나도 알아채는 것이다. 서로가 말이 없어도, 딱히 어떤 손짓을 건네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지고야 마는 것. 그건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 수도 있고, 커피가 아닌 술을 마시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미 하나 달리한 단어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또 한 번 감정을 건드리고 흔들리게 한다. 빗물이든 눈물이든 흐르게 한다. 때로는 그런 마음을 집어내는 것이 이런 책이 되기도 한다는 게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떠리. 그대로 다가오는 그 공감을 담고 싶은 것을...

 

 

마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쉽게 닫힐 수도 열릴 수도 있다. 문틈, 그 미세한 자리를 비집고 굳이 들어오려 애쓰는 게 마음일지도 모른다. 알면서 모른 척하기도 했고, 일부러 그 틈을 안 보이려고도 했다. 그래서 지나친 많은 것들을 이 책이 다시 불러온다. 지나가 버린 한때의 시간을, 하루살이가 비우게 하는 오늘을. 이 밤에 조용히 비추는 가로등마저 다시 보이게 한다. 그 대상이 삶이든 사람이든, 한순간이나마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게 한다. 그 관조의 시선이 가져올 어떤 여유, 저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조금 쉬어가는 길, 돌아서 가는 길을 이런 식으로 들려준다.

 

 

저자 박후기를 시집으로 먼저 만났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비극이 넘치는 우리 삶을 색다른 시선으로 시를 통해 얘기하는 듯했다. 시를 통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듣고는 했는데, 이번 책은 그가 찍은 사진과 그 시간의 말을 함께 담고 있다. 잡지사에 취직해서 본의 아니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동시에 했다던 그의 이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진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창한 소개가 아니라, 그가 뷰파인더를 통해 본 그 순간, 그 마음의 소리를 기록한 것이다. 그 사진 한 장과 그 장면을 통해 그가 사유한 마음 한 자락을 담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감정의 한순간이 있다는 것을, 다른 이에게는 평범하게 지나는 한 장면이 오직 자신에게만은 특별한 한 컷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순간에 하고 싶은 한 마디가 그 한 장의 사진에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봄날의 햇볕처럼 내리쬐던 며칠 전의 하늘을 쉬지 않고 내리는 빗소리가 가득한 지금, 기억한다. 많은 게 흔들릴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이나 거세게 비가 퍼부어대는 지금의 서늘함보다, 환하게 비추던 햇볕 아래서 더욱 추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던 그 날을, 내 마음이 기억한다. 비록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했지만 아마 그날을 찍었다면 분명 사진에서 보였을 것이다. 너무도 맑았던 하늘, 봄으로 착각할 정도로 포근했던 햇살, 그 안에 자리한 내 서늘한 시선이.

 

 

한 장의 사진이 열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침묵의 언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소통하고 싶어지는 언어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의 많은 여건 때문에 때로 달리 보이기도 하겠지만, 분명한 건 사진이 감정과 표정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읽어내는 사람은 그 사진과 교감하는 것일 테고. 누군가의 마음과 시선을 담은 사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나에게 저자의 시선(사진)과 마음(문장)은 타이밍 좋게 다가온, 위로다. 내 마음이 지금 내리는 비만큼 더 서늘해지기 전에, 다시 찾아올 봄날처럼 풀어지기를 바라는 위로. 내리고 싶은 날이 있다고 말했으니, 그런 날 하루쯤은 내려도 괜찮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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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기다려지는 로맨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가끔 불어오는 달달콩 이야기를 즐겨보자고,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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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다쳐서 밴드를 붙이고 있는데,

책의 페이지를 잘 넘기지 못하겠다.

침 발라서 종이책을 넘기지도 못하게 엄지와 검지다.

자판을 두드리기도 힘들게 오른손이다.

미련 없이 책을 덮었다.

근데 꼭 이럴 때, 못 읽을 거 뻔히 아는 때 책이 읽고 싶더라... 괜히...

 

 

 

 

예약 구매한 김동률의 노래를 이제야 제대로 듣고 있다.

타이틀 곡 '동행' 보다는 8번곡 '오늘'이 더 귀에 들어온다.

묵직한 듯,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미처 다 구매하지 못했던 세계문학 몇 권을 더 넣고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책...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트.

시리즈 중에서 제대로 읽은 건 두권 뿐인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구매해야겠다.

추워지는 겨울에 이불 속에서 며칠 날 잡고 완독할 수 있기를.

 

 

 

 

 

폭우가 쏟아질 거라고 하던데,

작정하고 내리려나 보다.

빗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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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 Navie 255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예쁜 우산 하나 갖고 싶어지게 한다...

 

 

나에게 징크스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많이 걸리는 게,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이 없는 거다. 오늘처럼...

하루도 비켜가지 않았다. ‘비’ 따위 나는 모르겠소, 하는 것처럼 하늘이 쨍쨍 맑아서 그냥 나가도 비가 온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랬다. 늘 우산이 없거나 가진 우산마저 잃어버리곤 했었다.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 괜찮아서 그냥 나갔더니 비가 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늘... 오늘처럼...

계속 내리던 비가 오후에 잠깐 멈췄다.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우산을 두고 그냥 나갔다. 불과 몇 분 사이. 갑자기 사위가 캄캄해지더니 결국 비가 쏟아졌다. 그 잠깐, 너무 방심했나보다. 그럼 그렇지. 어김없이 또, 비...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건 징크스가 아니라, 비가 내릴 거라고 분명히 말했던 일기예보를 내가 무시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미리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던 나의 못된 습관이 오늘 같은 날까지 비를 맞게 한 것만 같다. 오늘, 그냥 보이던 우산을 들고 나갔으면 될 일을 굳이 무시하고 나가서 비를 맞은 거다. 하늘에서 갑자기 퍼붓는 비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거 마지막 경고니까, 이젠 우산 준비를 좀 하고 다니시지?’

 

 

살아가는 게 팍팍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날씨까지 이렇게 더해주면 정말 길바닥이라도 누워버리고 싶어진다.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위로의 한 자락을 찾아다니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늦은 시간, 고요하게 반복재생하며 듣고 있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라디오 찾아 채널을 고정하고 있다. 바람이 너무 불어 잘 들리지 않아서 볼륨을 높여야만 하는데도, 선뜻 라디오의 OFF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는 계속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중인 거다.

 

가끔 걸리면 뉴스 정도, 스치듯 드라마 잠깐 보는 편이어서 그런지, TV보다는 라디오를 즐겨 듣곤 한다.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큰언니를 따라서 초등학교 때 처음 라디오를 듣기 시작해서, 중고등학생 때는 내가 직접 찾아서 들을 정도로 좋아했었으니까. 그것도 한밤중의 라디오를... 한밤의 라디오는 모든 감성을 총동원해서 끌어올리는 정점을 만들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의 노곤함을 풀기 위해 누워있는 시간, 누군가는 낮과 밤이 바뀐 생활로 눈이 초롱초롱 떠져 있기도 하는 순간. 모든 것은 그 밤에 다 들려오는 듯 했다. 그 시간, 그렇게 전파를 타고 날아오는 음악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사연들, 결국은 살아가는 모양새가 비슷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그렇게 나도 그 공감의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라디오...

그렇게 세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서 들려오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욱 귀로 듣는 이야기들이 저절로 가슴에 담겨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여기, 그런 여자가 한명 더 있다. 신희수. 서른둘의 봄,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 손을 뻗고 들려온 디제이의 이야기와 음악에 위로를 받는 여자가 있다. 그 전파를 타고 날아와 가슴에 박혀 시린 가슴에 세상의 온기를 뿌려주는 사람, 이은세를 만난다.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두부로 위로 받던 여자 희수와 그런 그녀를 이해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남자 은세가 만나서 이루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얼핏 보면 일반인과 연예인의 만남쯤으로 생각하기도 쉽겠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는 내가 이 책에서 집중해서 느꼈던 부분은 그 여자 ‘신희수의 삶’이었다. 그 가운데 은세라는 인물은 신희수의 서른둘 나이에 시작된, 또 다른 인생의 조력자라고나 할까. 무언가 막연한 그 순간에 누가 불을 질러놓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것. 은세는 희수에게 그런 자극을 주는 사람이었다.

“부풀어 올라 흐릿해진 여름밤의 정경을 희수는 방울방울, 눈물로 떨구었다. 소리도 없이 눈물이 났다. 세상이 이다지도 아름다워 웃음 짓는 순간에도 눈물이 흘렀다. (183페이지)”

서른둘, 인생에 있어서 뭔가가 정해져있고 쌓아져 있어야 할 나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준 1년이라는 안식의 시간이 정말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여행에 대한 동경으로 사 모은 책들만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실행에 옮기고 싶은 순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은 마냥 불안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때 만난 은세는, 외로움과 막연함과 두려움으로 희수의 시야를 뿌옇게 가려버린 안개를 걷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오히려 희수의 새로운 선택을 지지하며 응원해주고, 같이 시작할 내일을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아마 은세 본인도 희수처럼 다시 일어나고 자라나는 시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철컥’ 소리와 함께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가 잠겼다가, 다시 풀리는 순간을 확인했을 때 쏟아지는 눈물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쏟아지는 비가 아무리 가려준다고 해도 본인은 알고 있으니까. 지금 이 눈물이 자신의 것이라는 걸...

 

 

한 여자의 서른 두 해가 누군가의 눈에는 눈물로만 채워져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매. 모든 것이 어려웠던 때. 그래서 더 치열하게 앞으로만 달렸던 시간들. 당신 딸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너무 무거워보였지만 차마 그 부담을 덜어줄 수 없었던 엄마의 눈물. 서른 두 살의 나이에 아직도 결혼 안하고 혼자인 딸의 현재를 당신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만 같아서 더 애달픈 게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제라도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순간, 딸이 선택한 것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는 여행이라 더 불편한 마음인 엄마였다. 그마저도 당신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붙잡고만 싶은 간절함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러한가 싶게 만드는 부분들의 이야기가 내내 가슴을 적신다. 그 누구를 이해할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게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너무 콕콕 쑤신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보듬어지게 만드는 것은 가족이기에 가능한 것인가?

 

살아가는 그 순간의 위로가 되는 이야기다. 너무나 평범해서, 우리들의 엄마를 보는 것만 같아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막막한 내일이 두려운 우리들 같아서... 이런 이야기, 차마 모른 척 하고 이해 안 된다고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순간순간 치받고 올라오는 감정들 때문에 화가 나게 만들면서도 끝까지 붙들고 있게 만드는 이기적인 책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사람이 자라나고, 사랑을 하고, 정을 나누고, 마음을 키우면서 세상에서 담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다 들이부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

사연을 싣고 들려오는 이야기에, 필수 옵션처럼 따라오는 음악에, 지금 들려오는 모든 것에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좋네, 라디오...

 

 

서른 두 살의 봄, 신희수에게 찾아온 위로가 나에게도 찾아올까? 비록, 전파를 타고 날아온 음성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른 아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가게 앞에서 시작되었지만,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어지게 창피한 모습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끝에서 조우한 것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용기이자 힘이었다는 것을... 서른세 살이 된 신희수는 알게 되었을 테니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알지도 못하는 음악 한 곡이,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기적처럼 나타난 것만 같다.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 비가 내려도 괜찮을, 우산 하나가 준비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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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리 2014-11-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리뷰 보고 라디오 구입했어용 ^^ 땡스투 눌리고 갑니다 ^^

구단씨 2014-11-11 16:56   좋아요 0 | URL
설리님 취향에도 잘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