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신청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학동네 시인선 100번째 출간이라고 알림 문자가 왔다.

 

앞으로 만나게 될 시인들의 맛보기라고 해야 하나?

두툼하게 다양한 시들로 가득할 것 같다.

제목부터 어쩜 이렇게, 싱숭생숭하게 하는지...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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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같은 자리
강선애 지음 / 마롱 / 2017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익숙한 관계가 무너질까봐 사랑을 망설이는 사이. 그러다가 흐지부지 시간은 자꾸 흐르고, 시간의 흐름이 무색해져도 감정은 무뎌지지 않기도 하는, 뭔가를 결심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자꾸 미뤄지고 망설여지면서 또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순간, 어떤 식으로든 결말은 있을 테지. 그렇게 지나고 보면 망설이던 그 시간이 가장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미친척하고 밀어붙여볼 걸, 어차피 사랑인데 아닌 척하며 숨기는 것도 계속 못할 짓인데 솔직해져보기나 할 걸. 이렇게 우리가 이어질 사이였다면 좀 더 빨리 같은 마음인 걸 확인이라도 할 것을, 이라고 후회면서 말이다.

 

도윤과 재경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물론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 마음은 도윤 혼자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흔들린다고 여기던 그 순간부터 재경도 나서야했던 게 아닐까 살짝 나무라고 싶어지기도 한다. 친구였고, 친구이고, 앞으로도 친구여야만 하는 남자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게 해서는 안 될 일처럼 여겨지더라도 한번쯤은 용기 내어 보아야 할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하고...

 

재벌은 아니지만 나름 배경이 좋은 도윤이다. 재경과는 동갑내기지만, 좋은 회사에 다니고 외모 출중하고 인성까지 좋으니 나무랄 데가 없다. 반면 재경은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하면서 마음은 주저하는 조금은 소심한 성격이다. 오랜 시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도윤은 이미 한참 전에 마음을 드러낸 거나 다름없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둘이 한번 사귀어보라고 노래를 부를 정도였으니까. 소심한 재경이 뒤로 물러나지만 않으면, 도윤의 12년 짝사랑도 더 빨리 빛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어디 이야기가 그렇게만 흐를 수는 없었겠지. ^^ 물론 여기에는 재경이 친구였던 다른 남자와 사귀던 과거가 그 발목을 잡기도 했다. 재경의 기억이 친구와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든 결과가 되기도 했고, 좋은 관계를 깨트리기 싫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언제쯤 두 사람이 아무 걸리는 거 없이 편안하게 마음껏 사랑할까 싶은 바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이들의 관계는 도윤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러나기만 하는 재경에게 도윤의 한없는 다가감이 없었다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불안함이 살짝 자리 잡기도 하지만, 도윤의 끈질긴 노력은 역시 빛을 내기 마련이었나 보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마음껏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면서, 추운 이 겨울에 부럽기도 하면서... ^^ 왜 내 기억 속에는 남자 사람 친구와의 로맨스가 없었던 건지 후회도 하면서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언제나 화두가 되는, 친구와 연인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은근한 설렘까지 한 번에 던져주는 이야기다.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관계의 변화와 마음의 정의까지 한꺼번에 정리하는 개운한 스토리에 이 늙은 여자 사람, 좀 설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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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에 자면서 꿈을 꿨다.

신발을 잃어버렸다.

그 신발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아는데도,

나는 꿈에서 깰 때까지 그 신발을 찾지 못했다.

 

꿈에서 깨고 보니 잠든 지 겨우 5분여가 지났을 뿐이었다.

5분이 아니라 5시간을 자고 일어날 시간이 된 것만 같았는데...

 

잠을 잘 못 잔다고 상담 받을 때, 전문의가 물었었다.

자면서 꿈을 잘 꾸는지를...

 

나는 꿈을 잘 꾸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말 컨디션이 나쁘면 오랜 시간 악몽에 시달린다.

언젠가는 두 달 내내 기분 나쁜 꿈을 꾼 적도 있다.

이상한 것은,

기분 좋은 꿈은 깨고 나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기분 나쁜 꿈은 깨고 나면 선명하게 기억이 날 때가 많다.

 

신발을 잃어버린 꿈이 그랬다.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대로 찾으러 갔는데도,

나는 그 신발을 찾지 못한 채로 잠을 깼다.

눈을 뜨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문득 생각이 나서 꿈 해몽을 검색하다 알았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의 다양한 해석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관계(인연)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다고...

 

그랬나?

한참 관계 정리의 숙제를 끌어안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던 일이 있어서 그랬나?

근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숙제로 끌어안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꿈이 그 답까지 알려주지는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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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디디 않아요.”

진솔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네.”

어쩐지 눈물이 핑 돌아 그녀는 눈을 깜빡거렸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노인은 진솔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보태서 쓴다는 게 가능할까? 그렇게 보태서 쓰기까지 어느 정도의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걸까? 좋아하는 소설 속 구절을 항상 마음에 담고 살아보려고 하는데, 사실 잘 안 된다. 애인이든 친구든 동료든, 어떤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어려워서 관계를 끊기도 하는 일이 새삼스럽지 않다. 매번 불편하고 힘든 그 관계를 정리하고, 또 다른 인연을 시작하고 또 정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간에서 항상 줄다리기하는 기분이다. 처음부터 이 사람을 보태서 쓴다고 생각하면 만날 수나 있을까? 만나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어서 헤어지기도 하겠지. 정말 이필관 옹의 말처럼 보태서라도 쓰고 싶은 애정이 남아 있을 때 계속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거겠지. 다만,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머릿속의 수많은 갈등이 끝나지 않는다는 게 힘들다는 거다. 그러면 관계의 정리 여부를 선택을 하는 시기는 또 언제가 되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시간이 필요한 일이 있다. 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고 느끼게 되지만, 그 순간에는 잘 알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미처 다 배우지 못한 관계의 한 부분이 그러했다. 어떤 일에 익숙해지고 누군가와 친해지는 일. 혹은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어도 체하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관계가 되는 일들.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고 마주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의 편안함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까 계속 생각했다. 같은 집에 태어나서 같이 자라고 사는 가족이어야만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그저 오직 한 가지,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도 가능한 관계라고 생각해도 좋을까? 상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앞에 두고 매번 이런 게 어려웠다. 편해지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를.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어떤 힘듦과 괴로움으로 속이 상하는지 말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정석이다. 누구나 다 알듯이, 겪어보니 그렇더라. 이런 방식은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고, 그대로 진행되었을 때에만 결과로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우리 친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으로 알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너와 친해지기 위해 내가 이런 노력을 계속해왔구나, 하는 확인과 안도 같은 감정까지도. 그래서인지, 나이를 계속 먹어갈수록 누군가와 친해지는 게 힘들었다. 처세술처럼, 어느 순간을 통과하기 위해 가면 하나를 쓰고 사는 날이 많았다. 상대방(들)과 굳이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시 안 볼 사이가 될지도 모르고, 계속 보게 된다고 해도 또 그 순간을 넘어갈 대응을 보이면 되는 거였다. 어른들을 만나도, 또래를 만나도, 언젠가부터 그랬다. 적당한 예의로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상대방과 연관된 어떤 일을 하기만 하면 되곤 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주말에 집안일 때문에 어떤 분을 만나게 됐다. 잠깐 인사만 하고 나오면 충분할 자리였는데 어쩌다 보니 그분과 차를 한 잔 마시게 됐고, 별거 아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자리가 아니었는데, 인사하고 뒤돌아서서 나오면 되는 자리였는데, 어쩌다가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불편한 자리였고, 불편한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혹시 보게 된다면 불편할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혹시 눈물이 나오더라도 꾹 참아야 할 자리에서 나는 추하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는데, 그분은 나에게 울지 말라는 말도 안 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괜히 울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나보다 인생 더 살아온 사람이니 분명 더 많이 쌓아온 게 있을 터였다. 그분 역시 세상 쉽게 살아오지는 않았겠지. 어떤 관계로 정의할 수 없는 사이였는데, 상담자와 내담자로 만난 기분이었다. 그게 끝이었으면 좋았을까. 정의하기 모호한 관계가 되었고, 불편한 것을 아닌 척하며 한 번 더 만날 일이 생겼다. 싸우자는 자세로 나갔는데, 오히려 미안한 일을 더 보태고 와버렸다. 원하지도 않은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들은 여전했고, 그들은 자기들의 오지랖이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할 것처럼 기뻐했다. 그게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고 싸우고 화나게 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결국은 그들의 오지랖을 내가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걱정에 머리를 싸매고 두통을 이고 사는 날들이다. 남들이 펼쳐놓은 이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게 화가 나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만 쌓이고, 가능하면 누구라도 상처를 덜 받게(아주 상처를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요즘의 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인생 뭐가 이렇게 어렵냐 싶은 투정을 부리고 싶은데, 또 누구에게 투정 부리면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은 이 모순적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남들이 펴놓은 장기판 위에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기 말이 된 것만 같아서 너무 아프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며 건너갈 수 있을까 하던 중에 보게 된 이웃님의 리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한 문장 때문에, 완전하게는 아니어도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그가 찾고 있는 비유에 거의 다가간 것 같다.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의 인생이 그 말과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섬에 있는 서점, 301페이지)

 

우리는 단편집이야. 우리는 단편집이야.. 우리는 단편집이야... 그러네. 살아오는 순간순간들의 단편이 모여서 단편집으로 만들어지는 게 우리 인생이었네. 기다란 장편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말이 안 될 건 없겠지만, 우리가 단편집이라는 저 문장을 보자마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위로를 받은 것만 같았다. 내가 지금 어렵다고 징징거리고, 왜 남이 만들어놓은 힘든 일의 정리를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화를 내는 일도, 짧은 단편처럼 금방 읽고 덮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이 순간을 넘어가는 일도 인생의 한 부분이겠거니, 그 마무리가 더 고통스러운 일로 변할지 몰라도 단편 하나의 마지막 페이지이겠거니, 하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만 같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워질 일들이 인생이겠구나 싶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과 이렇게라도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거라면, 받아들여야지 별수 있나. 가끔은 슬프고, 아프고, 힘들겠지만, 이 순간이 단편소설이 되어 넘어갈 거로 생각하면 참지 못할 게 뭐가 있나 싶은, 보살 같은 마음으로 지금은 건너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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